안녕, 말 많고 고독한 평론가 차우진이야. 이번 주에는 2021년 그래미 시상식에 대해 얘기해볼 건데, 후보 발표 때부터 (나쁜 쪽으로) 시끌벅적했던 탓인지 정작 시상식 자체에 대해선 큰 반응이 없던 것 같아. 물론 처음으로 후보에 올랐던 방탄소년단이 수상하지 못했다는 게 큰 이유겠지만. (그리고 이 관심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고 오스카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미나리>로 쏠리고 있지.)
올해 그래미의 가장 큰 논란은 단 한 개 부문에도 오르지 못한 위켄드. 결국 그는 시상식이 열리기 며칠 전, 앞으로는 그래미에 작품을 제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어. 이와 관련해서 여러 루머들이 있지만, 종합해보면 결국 시청률(=광고 수익) 하락에 대한 그래미의 공포 때문인 것 같아.
단순히 그래미가 늙었다, 시대에 뒤쳐졌다, 편파적이고 차별적이다라는 것과 별개로 산업적인 변화가 매우 큰 이유라고 생각해. 스포티파이에서만 하루에 6만 곡의 신곡이 업로드되는 지금, 사람들은 방송 매체가 아닌 음악 서비스의 추천 알고리즘으로 음악을 소비하고 인터넷으로 시상식을 시청하며, SNS로 그 결과를 공유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그래미 시상식과 같은 ‘레거시’는 여전히 영향력도, 파급력도 큰 존재야. 그래서 입체적으로 볼 수밖에 없겠지. 그래미란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의 현재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자 음악 팬들의 축제이면서, 또한 아티스트들에게는 영광스러운 마음의 장소라고.
그래미의 주요 부문은 올해의 앨범(Album of the Year), 올해의 레코드(Record of the Year),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최고의 신인(Best New Artist) 부문이야. 여기에 장르별 베스트와 공로상 등이 포함돼. 여기서는 일단, 주요 부문에 대한 결과와 추천곡을 정리해볼게. 참고로 후보작은 원래 5개였지만 2019년부터 8개로 늘어났어.
최우수 신인상 Best New Artist
🎤후보:
잉그리드 안드레스
도자 캣
노아 사이러스
D 스모크
메건 디 스탈리온
케이트라나다
치카
피비 브리저스
🏆수상:
메건 디 스탈리온
특징: 후보 8명중 6명이 여성 솔로. 최근 부쩍 여성 아티스트들의 활동이 많아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그래미는 남성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던 걸 생각하면 나는 이제야 정상화되는 중이라고 생각해. 후보 리스트를 보면 장르적으로도 고르게 안배되었다고 생각해. 많은 사람들이 도자 캣, 메건 디 스탈리온, 피비 브리저스 중에 하나가 받을 것 같았는데 역시나 메건 디 스탈리온이 받았지. 개인적으로는 피비 브리저스가 아쉬워.
📻 2021 그래미 최우수 신인상 후보작 듣기 | TMI.FM x [디 에디트]
올해의 노래 Song Of The Year
🎤후보:
“Cardigan” – 테일러 스위프트
“If the World Was Ending” – JP 색스
“The Box” – 로디 리치
“BLACK PARDE” – 비욘세
“Everything I Wanted” – 빌리 아일리시
“I Can’t Breathe” – H.E.R
“Don’t Start Now” – 두아 리파
“Circles” – 포스트 말론
🏆수상:
“I Can’t Breathe” – H.E.R
특징: 많은 사람들이 H.E.R의 수상작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반응. 2020년의 큰 이슈였던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반영한 결과라는 평이지만, 너무 대놓고 반영했다는 평도 있어. 물론 덕분에 완전히 묻힐 뻔한 노래를 알게 된 건 사실.
📻 2021 그래미-올해의 노래 후보작 듣기 | TMI.FM x [디 에디트]
올해의 레코드 Record Of The Year
🎤후보:
[Colors] – 블랙 푸마스
[BLACK PARADE] – 비욘세
[ROCKSTAR] – 다 베이비
[Everything I Wanted] – 빌리 아일리시
[Say So] – 도자 캣
[Don’t Start Now] – 두아 리파
[Savage Remix] – 비욘세+ 메건 디 스탈리온
[Circles] – 포스트 말론
🏆수상:
[Everything I Wanted] – 빌리 아일리시
특징: 올해의 레코드는 ‘올해의 앨범’과 비슷하지만 말 그대로 레코드의 완성도에 초점을 맞춘 부문이야. 그렇게 보면 사실 올해 후보작 중에선 블랙 푸마스나 포스트 말론, 메건 디 스탈리온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결과는 뜻밖에 빌리 아일리시. 덕분에 2회 연속 ‘올해의 레코드’를 수상한 기록을 세웠어. 다만 본인도 좀 놀랐던 듯, 수상 소감에서 메건 디 스탈리온에게 영광을 돌렸더라구. 워낙 인상적이라 빌리 아일리시의 수상소감도 남겨둘게.
“You had a year that I think is untoppable.
You are a queen. I want to cry thinking of how much I love you.
You are so beautiful, you are so talented. You deserve everything in the world.”
📻2021 그래미-올해의 레코드 후보작 듣기 | TMI.FM x [디 에디트]
올해의 앨범 Album Of The Year
🎤후보:
[Folklore] – 테일러 스위프트
[Women in Music Pt. III] – 하임
[Black Pumas] – 블랙 푸마스
[Future Nostalgia] – 두아 리파
[Everyday Life] – 콜드플레이
[Djesse Vol. 3] – 제이콥 콜리어
[Hollywood’s Bleeding] – 포스트 말론
[Chilombo] – 즈네 아이코
🏆수상:
[Folklore] -테일러 스위프트
테일러 스위프트는 왠지 거의 매년 그래미를 받았을 것 같지만, 2016년 이후로는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어. 그 점에서 ‘올해의 앨범’ 수상은 특별한 것 같아. 특히 [Folklore]는 이견의 여지 없이 올해 최고의 앨범. 그리고 추천작은 즈네 아이코. 아름다운 음색과 달리 솔직하고 거침없는 가사의 타격감이 매우 매력적이야.
About Author
차우진
음악/콘텐츠 산업에 대한 뉴스레터 '차우진의 TMI.FM'을 발행하고 있다. 팬덤에 대한 책 [마음의 비즈니스], 티빙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을 제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