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방구석 페스티벌

안녕, 말 많고 고독한 평론가 차우진이다. 2006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14년 동안 매해 여름마다 음악 페스티벌에 갔다. 생각해보니 징하다....
안녕, 말 많고 고독한 평론가 차우진이다. 2006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14년…

2020. 08. 04

안녕, 말 많고 고독한 평론가 차우진이다. 2006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14년 동안 매해 여름마다 음악 페스티벌에 갔다. 생각해보니 징하다.

올해는 못갔다. 누구나 아는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사실 수년 전부터 록 페스티벌에 흥미가 떨어진 게 사실이지만(나이 먹고 락스피릿이 부족해진 탓인지 덥고 힘들고 피로하고 피곤하고 무한반복…) 그래도 갈 수 있을 때 안 가는 거랑,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건 질적으로 다른 일이다. 여러분도 그럴 것이다. 그러던 참에 에디터 M이 솔깃한 제안을 했다.

“우진님이 가상으로 어떤 페스티벌 프로그래머가 된다고 생각하고
‘방구석 페스티벌’ 같은 느낌으로 라인업을 짜보면 어때요?”

오예! 그래서 준비했다. 이왕에 기획해보는 거, ‘고독, 연대, 미래’를 캐치프레이즈로 <바이브 제너레이션 뮤직 페스티벌>이란 이름도 만들었다. 올림픽 공원을 통째로 빌려서 팝 음악계의 뉴 제너레이션을 모으는 페스티벌. 두 개의 무대와 푸드트럭도 마련했다. 이들을 서울 모처의 한 무대에서 다 볼 수 있으면 진짜 통장을 털어서 사그러들던 열정의 불꽃을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아, 어쩌면 네*버 협찬도…)


<VIBE 스테이지>
“말 그대로 바이브 충만한 스테이지.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다 흔들어!”

[1]
Maribou State

마리부 스테이트(Maribou State)는 런던의 일렉트로닉 듀오로 긴장감으로 가득한 비트와 감각적인 신스를 결합해서 노스탤지어로 가득한 사운드를 만든다. 그게 매우 기묘하면서도 신난다. 라이브를 꼭 보고 싶은 팀이다.


[2]
Alabama Shakes

Brittany Howard

그리고 이어지는 팀은 알라바마 셰이크(Alabama Shakes). 2016년에 그래미를 4개 부문이나 석권한 팀으로 리더이자 보컬인 브리타니 하워드의 소리에 압도당하고, 가난과 질병(쓰레기장에 살았고, 망막분리증으로 한 쪽 눈은 부분 실명 상태)을 음악으로 극복했다는 이야기에 감동받는다.


[3]
Black Puma

[4]
Parcels

[5]
Tame Impala

 그리고 블랙 푸마스, 파슬스, 테임 임팔라. 블랙 푸마스와 파슬스가 무서운 신예라면 테임 임팔라는 중견이랄까? 아도이의 멤버들이 특히 테임 임팔라를 좋아하는 걸로 아는데 이들이 한 무대에 서면 정말 놀라울 거란 생각도 들었다. 파슬스는 2019년 1월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소박한(?) 내한공연을 했는데 다시 오면 그때보단 관객도 많지 않을까 싶네.


[6]
Khruangbin

크루앙빈은 태국어로 비행기라는 뜻이다. 텍사스 휴스턴에서 결성된 이 밴드의 관심사는 아프가니스탄의 음악, 중동의 건축, 미국 남부의 가스펠과 60년대 사이키델릭 록, 이란의 유행가에 폭넓게 걸쳐 있다. 사실 모든 창작자의 바람이 ‘한 마디로 정의되지 않는 것’이라고 할 때, 크루앙빈이야말로 그걸 움켜쥔 채 탄생한 밴드인 셈이다. 게다가 이 노래 ‘Maria También’은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자유권과 시민권을 박탈당한 이란 여성들의 삶을 회고하며 그때부터 현재까지 투쟁하고 있는 이란 여성들과 연대하는 곡이기도 하다.


[7]
노선택과 소울소스 meets 김율희

이어지는 무대는 노선택과 소울소스 meets 김율희인데, 레게와 판소리의 공통 분모를 그루브에서 찾아낸다. 노선택과 소울소스는 2015년 결성된 루츠 레게(Roots Reggae) 밴드로 사상철학을 바탕으로 루츠-레게, 사이키델릭과 재즈에 대한 관심을 심화시켜왔다. 김율희는 중요무형문화재 제 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이면서 중앙대 국악대학을 수석 졸업한 경력자다.


[8]
이날치

이어지는 이날치는 조선 후기 8명창 중 한 명인 이날치(1820~1892)에서 이름을 따 온 밴드로 이철희, 권송희, 장영규, 이나래, 신유진, 정중엽, 안이호로 구성되었다. ‘1일 1범’이란 말을 유행시킬 정도로 네이버 온스테이지의 유튜브 영상은 215만 뷰를 기록했다. 베댓은 “아 나 지금 이틀동안 이 영상에서 못 벗어나고 있어, 호랑이 한 378마리 내려옴 지금”. 올해 6월의 단독 공연을 못 봐서 한이 된다.

이날치와 함께 하는 댄스팀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멤버들로 2007년에 자생력을 가진 현대무용 컴퍼니를 목표로 설립된 창작팀이자 기업이다.


[9]
PEGGY GOU

2016년부터 디제이로 활약하며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손꼽히게 된 페기 구는 패션 디자이너이자 전자음악가로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Starry Night’은 미니멀하게 짜여진 비트와 활강하는 멜로디 라인으로 한국적 사운드스케이프를 독창적으로 제시한다.


<푸드트럭>
“배고프면 재미도 없어. 일단 먹고 뛰어.”

[1]
감자핫도그

[2]
스팸주먹밥

[3]
라면

[4]
치즈 샌드위치

[5]
분식

[6]
기름 떡볶이


<GENERATION 스테이지>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 혹은 내 욕망의 종착역.”

[1]
Lizzo

리조는 유튜브와 틱톡에 친화적인 세대가 발견하고 성장시킨 팝 스타다. 자존감, 자신감, 정체성, 에너제틱, 동기부여, 성정치, 눈치보지 않고 할 말 다하기 등 2020년대 청년 세대의 태도가 모두 리조라는 아티스트의 성공으로 수렴된다.

[2]
Gossip

한편 리조 이전, 10여 년 전에 팝계를 뒤흔들었던 가십 역시 이런 태도가 응축된 밴드였다. 그야말로 에너지가 폭발하는 라이브에서 베스 디토의 진가가 발휘되는 팀으로 리조와 한 무대에 선다면 정말 나는 울면서 달려갈 것 같다.


[3]
Sigrid

노르웨이의 싱어송라이터 시그리드는 1993년생으로 현재 ‘넥스트 빅 씽’으로 손꼽힌다. 더없이 자연스러운 퍼포먼스와 친숙한 멜로디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데, 아래 2019년 글래스톤베리 무대 앞에서 울면서 싱얼롱하는 13살 팬은 BBC가 선정한 ‘2019년 Glastonbury에서 잊을 수 없는 13가지 장면’ 중 하나로 꼽혔다. 시그리드는 승리, 지혜, 아름다움이란 뜻이다.


[4]
새소년(SE SO NEON)

그리고 시그리드와 새소년이 같은 무대에 서면 정말로 볼 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아가 새소년이 트로이 시반과 함께 한다면? 그러니까 새소년이 시그리드와 트로이 시반을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셋을 붙였다.


[5]
Troye Sivan


특히 트로이 시반은 활짝 웃을 때 표정이 너무나 아름다운데, 그 순간이 잘 찍힌 영상을 두 개(!!) 골랐다.


팝 스타는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생각과 관점을 바꾸고 이전과 다른 인생을 살아가도록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들이 단지 노래하고 춤 추는 무대의 모습 뿐 아니라 그 뒤에서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떤 생각으로 말을 하고 실천하는지 깨달을 때, 우리의 마음은 그저 좋아하는 것에서 동경하고 닮고 싶은 마음으로 바뀔 것이다.

[6]
Dua Lipa

[7]
Taylor Swift


[8]
TAEMIN

[9]
Billie Eilish

[10]
아이유

두아 리파와 테일러 스위프트, 태민과 빌리 아일리시, 그리고 아이유는 동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그런 존재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노래를 거듭해서 듣고 자신의 생각을 적어 나갈 것이다. 이 시절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내게는 큰 기쁨인데, 사실 이들이 모두 같은 무대에 서는 걸 볼 수만 있다면 정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 진짜 참말로 페스티벌 가고 싶네…

*편집자주: 그리고 이건 오늘 소개할 28곡의 음악을 하나로 묶은 재생목록. 특별히 우진님께 부탁해서 받아왔다. 모든 곡이 공연 실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듣다보면 어깨가 들썩이고, 내 방구석이 순식간에 페스티벌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아, 행복해. 너무 좋다.

chawoojin_2

About Author
차우진

음악/콘텐츠 산업에 대한 뉴스레터 '차우진의 TMI.FM'을 발행하고 있다. 팬덤에 대한 책 [마음의 비즈니스], 티빙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을 제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