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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슬플 땐 케이스를 사

안녕, 에디터M이다. 난 기분이 꿀꿀하면 아이폰 케이스를 산다. 아이폰에 새옷을 입히는 건 퍽 남는 장사다. 기묘하게 군살이 붙어 태가나지 않는...
안녕, 에디터M이다. 난 기분이 꿀꿀하면 아이폰 케이스를 산다. 아이폰에 새옷을 입히는 건…

2019. 04. 11

안녕, 에디터M이다. 난 기분이 꿀꿀하면 아이폰 케이스를 산다. 아이폰에 새옷을 입히는 건 퍽 남는 장사다. 기묘하게 군살이 붙어 태가나지 않는 상태라 내 옷을 사는 것보다 더 즐겁고, 행여 망가질까 매일 들지도 못할 고가의 백을 사는 것보다 저렴하며, 화장실에 갈 때도 들고 다니는 폰이니 더 자주 행복하거든.

bcut_DSC02686[그동안 스쳐갔던 나의 케이스들, 여기 찍힌 건 극히 일부다]

이번에도 또 새로운 케이스를 샀다. 어쩌다 보니 에디터H와 커플템이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비슷한 시기에 결제를 했다.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우리 둘 다 케이스티파이(casetify)의 인스타그램 광고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걸려들었을 뿐. 파닥파닥. 우리는 멋진 문구와 근사한 이미지에 낚이는 광고의 노예. 참으로 얄팍한 소비의 요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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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에 샀지만 우리 사이엔 약간의 시차가 있었다. 왜냐면 성격 급한 에디터H는 무료 배송이 가능한 49달러 짜리 아이폰 케이스를 사면서 무려 14달러나 더 내고 DHL 국제특송으로 받았으니까. 난 배송이 2주나 걸렸는데, 그 분은 단 사흘 만에 받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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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문한 건 케이스티파이의 스팽글 케이스. 원하는 문구를 새겨 넣을 수 있도록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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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는 스팽글 안에 숨어 있다. 은갈치처럼 반짝이는 스팽글을 샥-하고 반대방향으로 쓸어주면, 글자가 뿅하고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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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재작년 에디터H가 리뷰했던 샤넬 NO.5 향수를 패러디한 글리터 케이스를 만든 것도 같은 브랜드다. 그 기사를 보고 오셔도 좋겠지만, 시간이 없는 분들을 위해 아주 간략하게 설명을 해보자. 케이스티파이는 LA에서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만드는 브랜드로 시작했는데 현재는 규모가 꽤 크다.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스마트폰 케이스는 물론, DHL 베트멍, 몽클레어, 사카이 등 멋진 브랜드와 끊임없는 콜라보로 내 통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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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사이트에 한국어 지원을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결제가 너무 쉽게 되어 있어서 총알만 준비되었다면 1분 안에 지를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의 경우에도 문구가 어떤 식으로 보일지 바로바로 디자인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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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H는 THE EDIT를 새겨넣었고 나는 Editor M을 넣었다. 아니 자기 폰인데 왜 회사 이름을 왜 넣는걸까? 난 지금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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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케이스를 산 지는 벌써 꽤 시간이 지났다. 유튜브에서 무려 140만 뷰를 기록한 아이폰 꿀팁 영상에서 에디터H가 잠깐 노출한 적이 있는데, 아이폰 꿀팁에 대한 댓글만큼 케이스 어디서 샀냐는 댓글이 많았다는 게 함정. 심지어 네이버 연관 검색어도 ‘디에디트 케이스’로 바뀔 정도였다. 아무래도 디에디트 케이스 같은 걸 제작해야하나. 여러분 만약에 만들면 사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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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별 거 없다. 앞뒤로 다른 색을 입힌 스팽글을 다소 투박한 모양의 검은 케이스에 잘 꿰어 낸 뒤, editor M이란 문구를 도장찍듯 프린트 한 게 전부다. 하지만 확실한 건 기분좋게 만드는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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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팽글을 괴롭힐때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난다. 볕이 좋은 날엔 온 사방으로 빛을 쏘아대며 반짝인다. 그래서 자꾸만 만지고 싶고,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어지는.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그런 거. 다만, 얄팍한 스팽글은 폰을 손에 쥘 때마다 꼭 생선 비닐을 잡은 것처럼 까끌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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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난 벌써 아이폰에 다른 케이스를 씌웠다. 하지만 에디터H는 생각보다 꽤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다. 낯선 사람과 미팅을 할 때마다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스마트폰 케이스에 숨겨진 문구를 자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게 이 케이스의 매력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잠시라도 사로잡고, 대화의 흥미로운 시작점이 되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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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케이스티파이에서 하나 더 질렀다. 에어팟2를 산 것을 기념해 에디터H와 나란히 커플로 산 에어팟 케이스다. 얇고 가벼운 실리콘 재질인데, 2가지 색을 골라서 뚜껑과 본체의 색을 바꿔끼우면 멋진 투톤의 에어팟 케이스가 된다. 막상 사놓고 보니 사진 만큼 고급스럽진 않다. 하지만 어쨌든 케이스티파이는 사람의 마음을 잘 움직이는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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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세한 정보는 아래 영상에서 확인하시는 게 좋겠다. 얄팍한 광고에 낚여서 산 케이스란 걸 인정하다. 하지만 이런 작은 반짝임이 겹치고 쌓여 우리 인생을 더 재밌게 만들어 준다고 믿는다. 난 사는 재미가 없을 땐 아이폰 케이스를 사는 여자니까. 깔깔.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