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최근 10년 안에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을까?
“오빤 정말 좋은 사람이야. 나한테 너무 과분한 사람이지만, 난 지금 누굴 만날 준비가 안됐어. 미안해.”
그냥 싫으면 싫다고 하면 되지. 그렇게 좋은 사람이라면서 지금은 사귈 수 없다니, 무슨 궤변일까. 그녀는 나빴다. 여지를 남긴 거절은 미련으로 돌아온다. 그녀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당신은 그 순간을 ‘어장관리’로 기억하게 된다. 오래도록.
이제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너무 좋지만, 나 갖기는 싫은, 흠잡을 곳은 없는데, 나한테는 아닌 것 같은 그런 감정 말이다. 삼성이 새롭게 공개한 기어S3를 보는 내 마음이 딱 그러하다.
기어S3는 강력하다. 현재 출시된 어떤 스마트워치보다 많은 기능을 제공한다. 갤럭시S7과 갤럭시노트7에 적용했던 Always On Display를 기어S3에도 구현했다. 화면이 꺼지지 않고 계속 시간을 나타내는 기능이니, 어찌 보면 스마트폰 보다는 워치에 알맞다. 초침까지 구현한 Always On Display에도 불구하고, 한번 충전으로 최대 4일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스마트워치의 오랜 숙제인 배터리 문제가 거의 해결된 셈이다.
할 수 있는 일은 더욱 많아졌다. 가장 고무적인 건 삼성페이다. 이건 정말 박수를 치고 싶을 만큼 근사한 뉴스다. 기어S3는 NFC는 물론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까지 지원한다. 기존 신용카드 단말기가 있는 가게 어디서나 삼성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없이 단독으로 말이다. 기어S3 프론티어 모델은 LTE 버전도 있기 때문에 단독으로 전화 통화도 가능하다. 이제 지갑 없이 스마트폰만 들고나간다는 얘기도 촌스러운 표현이 되겠다. 스마트폰 없이 시계만 차고 나가도 뭐든 할 수 있다. BMW와 협업해 만든 앱으로 외부에서 자동차의 연료 상태를 확인하고, 온도 조절을 하는 등 원격 컨트롤 기능도 인상적이었다. 여러모로 스마트워치의 방향성과 쓸모를 고민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런 뜻에서 나도 BMW가 있었으면 좋겠다.
[걸크러쉬 쩌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이영희 부사장]
코닝사의 웨어러블 전용 글래스인 고릴라 글래스 SR+를 최초 적용해 스크래치에 강하면서도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선명하게 표현해준다. IP68 등급의 방수/방진 성능을 갖췄으며, GPS와 고도계, 기압계, 속도계 등을 모두 내장했다.
삼성은 기어S3를 두 가지 모델로 선보였는데, 둘 다 톱니형 회전 베젤을 채택했다. 이를 이용한 UX도 매끈하다. 전화를 받을 땐 탭, 터치, 스와치프 등을 사용할 필요 없이 원형 휠을 돌려 수신할 수 있다. 오른쪽 하단 버튼을 세 번 눌러 지인들에게 현재 위치를 보내는 SOS 기능도 담았다.
좀 더 스포티한 디자인의 기어S3 프론티어 모델은 활동적인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우측 버튼도 폴리 우레탄으로 마감했다. 이 버튼이 투박해 보여서 아쉽다. 시곗줄은 물에 강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실리콘 소재를 사용했다. 왜 굳이 사선 스트라이프 패턴을 새겼을까? 완성도 높은 시계 디자인이지만, 시곗줄의 못생김이 전체 이미지를 갉아먹는다. 삼성은 스포티한 디자인에 대한 해석이 잘못되어 있음이 틀림없다.
클래식 모델이 훨씬 보기 좋다. 특히 기본 제공하는 워치 페이스의 디자인을 칭찬하고 싶다. 크로노 그래프 워치페이스는 리얼 워치에 가까운 느낌을 제공해서, 클래식 모델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렌더링 이미지를 보고 고급스러운 위용에 놀라 입을 떡 벌리고 감탄했는데, 현장에서 촬영했다는 사진을 보니 그 정도는 아니다. 다양한 밴드를 함께 공개했다. 근데 썩 예뻐 보이진 않는다. 아무래도 실물로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클래식 모델은 프론티어 모델과는 다르게 우측 버튼까지 스테인리스 소재로 처리해 한결 마음이 편하다.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것이고, 만듦새가 떨어지는 건 아니니 섣불리 저평가할 순 없겠다. 어쨌든 좋은 남자… 아니, 좋은 시계다. 완벽한 배터리와 성능, 기능, 삼성페이를 갖췄다. 막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전작에 비해 페이스 직경이 더 커졌다는 사실. 작년 기어S2 공개 당시에 제품을 실제로 처음 보고 감탄했던 이유는 생각보다 사이즈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자가 착용해도 부담스러운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간 삼성이 만들어온 스마트워치의 수많은 삽질을 이기고 멋진 디자인과 훌륭한 UX, 적당한 사이즈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두 가지 모델 모두 직경 46mm로 불쑥 커진 게 안타깝다.
어쨌든 이렇게 스마트워치의 새 역사를 쓸 만큼 강력한 신제품이 나왔다. 완벽한 내 취향은 아닌데, 오빤 정말 좋은 사람이다. 지금은 함께할 수 없지만, 딱 잘라 거절하지 못하고 여지를 남겨두고 싶을 만큼.
삼성 기어S3
Point – 나보다 더 좋은 주인 만나, 아니면 내 어장에 들어올래?
Price – TBA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