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낮술 시리즈 좀 썼다고(아직 못 본사람들은 이거나 이거를 읽자) 사람들이 말야, 내가 벌건 대낮에 술만 마시고 다니는 주정뱅이인 줄 아는데. 당신들은 틀렸어.
나는 저녁에도 술을 마신다. 꽤 자주.
[일단 입맛을 돋울 안주부터 공개]
이 오명을 벗기 위해 오늘은 밤술 기사를 준비했다. 뜬금없이 웬 밤술이냐구? 얼마 전 끝내주게 맛있는 맥주를 마셨거든.
“청순한데 섹시해. 하앍하앍”
하이트진로가 지난 4월 크로넨버그 1664 블랑(이하 블랑이라고 칭하겠다)을 들여왔다는 풍문은 기사를 통해 알고 있었다. 물론 청명한 블루 컬러가 영롱한 병맥도 맛있긴 하지만, 진짜 맥주의 맛은 생맥을 마셨을 때 알 수 있는 법이니까.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던 나에게 상수동 어느 골목에서 짠하고 네가 나타난 거야.
[아, 영롱해!]
밀맥주 특유의 탁한 빛은 여전하다. 병맥주가 오렌지색이었다면, 생맥은 조금 더 화사하고 청순한 노란빛을 띤다. 거품도 병맥주보다 훨씬 더 촘촘하고 부드럽다.
“어라..??”
블랑에 생맥주 특유의 시원하고 생생한 맛이 더해져 맛이란 것이 폭발했다!
입에 갖다 대는 순간 병맥과는 전혀 다른 맛이 펼쳐진다. 블랑의 향긋한 과일향과 부드러운 청량감은 여전하지만, 이건 차원이 다르다. 마냥 어리게만 보였던 소녀가, 어느새 성숙한 여인이 되어 화사하게 피어난 느낌이랄까? 밀맥주 특유의 무겁고 씁쓸한 잡맛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화려한 향과 맛의 밀맥주를 좋아하는 나와 청량한 맛의 라거를 좋아하는 에디터H 우리 모두 엄지 척. 마치 한 떨기 백합처럼 청초한 맛이다. 무슨 뜻이냐면 소름끼치게 맛있다는 뜻이다.
크로넨버그 1664 블랑은 프랑스의 국민맥주다. ‘맥주보단 와인!’을 외치는 만큼 프랑스에는 딱히 이렇다할 맥주 브랜드가 없는데, 크로넨버그는 프랑스내 맥주 점유율 40%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는 브랜드다. 크로넨버그의 맥주는 모두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지역의 프랑스에서 가장 큰 양조장에서 만들어 지는데, 사실 이곳의 맥주가 맛있는 이유도 다 독일과 가깝기 때문이라고(역시 맥주는 독일!).
아무튼 블랑 생맥은 정말 강추! 길을 가다가 ‘1664 블랑 생맥주 입점’이라는 입간판이 보이면 일단 가던 길 멈추고 맥주 한 잔 하고 갈 것을 강력하게 제안하는 바다. 아, 그래서 이곳이 어디냐고? 이곳은 상수동의 ‘단추’란 이름의 가게다. 작지만 꽤 탄탄한 맥주 리스트와 맛깔나는 안주가 있는 멋진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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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