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롱타임노씨. 땡볕을 몰고 다니는 남자(미스터 선샤인), 디에디트의 외고 노예 제이킴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서울 기온이 111년 기상관측상 최고 온도라지?
[그리고 이건 이쁜도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븐도우(even though)! 오늘은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갓 문을 연 베트남 커피 전문 체인점 콩카페(Cong Caphe) 서바이벌 탐방기를 준비했다. 이 타오르는 날씨에도 필자를 사지로 내몬 디에디트의 원고 수주가 있었기 때문.
연남동에 뜬금없이 베트남 커피가 왜 상륙했냐고 궁금증을 갖는 사람도 있을 거다. 특히 베트남 여행을 안 해봤다면 더욱 그럴수 있지.
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어 전세계에서 2번째로 커피 생산을 많이 하는 국가다. 커피 원두는 크게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의 두 가지로 나뉘는데 베트남은 로부스타의 주 생산지.
우리가 보통 마시는 원두엔 나라 이름이나 생산지명이 붙어 있다. 에티오피아나 예가체프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원두와 달리 로부스타엔 딱히 이름이 없는 이유는 주로 인스턴트커피의 원료로 쓰이기 때문. #TMI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오픈하는 날(7월31일)은 사람이 미어터질 것 같아서 패스. 하루 지나면 거품이 빠졌을 것 같아서 다음날 왔는데 이건 나의 경기도 오산. 오픈 둘째날도 실내는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있다.
앞에서 안내하는 직원 말로는 웨이팅 없이 입장하려면 테이크아웃이나 스탠딩(?)만 가능하다고. 기다림은 내게 너무 힘든 일이라 알겠다고 하고 입장했다. 39도를 웃도는 날씨 때문에 손님들 걱정이 된 걸까? 기다리는 사람에겐 시원한 생수를 건네더라. 아, 입구부터 왠지 이타적인 느낌이다.
들어오니 생각보다 좁은 내부에 일단 놀란다. 대략 10평 남짓? 어쩌면 너무 더워서 시공간이 뒤틀렸을지도. 연남동 콩카페 건물은 약간 반지하 느낌이 드는 1.5층 구조다. 한옥을 개조한 곳인데 원형을 보존하고 인테리어 공사를 해서인지 몰라도 좁고 복잡한 구조다.
입구에 들어서면 2~4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테이블 5개 정도가 깔려있고 0.5층을 올라가면 주문과 계산을 할 수 있는 곳이 나온다. 계산은 선불입니다. 고갱님.
연유를 넣어 마시는 베트남 커피 ‘카페쑤어다’는 얼마 전 다녀온 일주일간의 베트남 기행에서 충분히 마셨으니 오늘은 오랜만에 ‘콧따카페(Cot Dua CaPhe)’가 좋겠다. 일명 코코넛 스무디 커피다. 가격은 6,000원. 메뉴 이름은 현지식을 그대로 따라도 재밌었을 텐데 어색하게 번역해놨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카페쑤어다는 ‘연유를 곁들인 에스프레소’.
참고로 베트남 현지에서는 6만 8,000동(한화로 약 3,400원). 현지 물가를 고려하면 베트남에서도 비싼 음료에 속한다. 콩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카페쑤어다는 4,000원.
기다리면서 몇 장 찍어봤다.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비엣남의 갬성.jpg
카운터에서 오른쪽 끝으로 가면 화장실이 있고 바로 옆에 미닫이문이 있는데 그걸 열고 좁디좁은 계단을 오르면… Welcome to the hell! 섭씨 39도의 테라스를 가장한 헬게이트가 열린다.
10분 정도 사진을 찍으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니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 놔둘 곳이 없으니 다시 땡볕 테라스로. 이곳에서 마시니 마치 베트남 현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베트남에서 콩카페를 들여오며 날씨까지 수입한 걸까.
원래는 내가 사진을 잘 찍는데 더워서 카메라도 더위를 먹은 것 같다. 제조사는 밝히지 않겠다.
가장 최근에 본토의 커피를 마셔본 게 2달 전이라 그 기억이 망각곡선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긴 하지만 약간 현지화가 된듯한 맛. 베트남 커피 특유의 향과 눅진한 맛이 조금 덜하다. 어쩌면 연남동으로 가는 길에 쓰기로 유명한 별다방 아아를 한 잔 때린 바람에 잠시 미각을 잃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시원하고 달고 맛있긴 하다.
휴대폰에서 쉴 틈 없이 폭염경보가 울리는 와중에 정성스레 사진을 찍고 맛을 음미할 시간도 없이 허겁지겁 폭풍흡입. 사람이 먼저다.
중간중간 오늘 외출한 나를 걱정하는 후배들의 문자와 성화탓에 급히 귀가를 했지만 굳이 자리잡고 앉아 있지 않더라도 충분히 그 느낌은 느낄 수 있었다. 곳곳의 분위기는 약간 설익은 밥을 먹는듯한 기분이었다. 콩카페를 국내에서 처음 접한 이들에게는 다소 생경한 분위기에 놀라겠지만 현지에서 콩카페를 경험했다면 실망할지도. 공식 체인점인데도 어둠의 경로로 들어온 것처럼 어설픈 카피 버전으로 보인다.
[이게 바로 본토의 콩카페, 비슷하지만 다르다]
콩카페에서 콩(Cộng)은 베트남어로 공산주의를 뜻한다. 그래서일까. 베트남 현지에서 느낀 콩카페는 그 시절 음습한 군대 막사 같았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건 그 특유의 분위기다. 반면, 서울 연남동의 콩카페는 소품은 최대한 보존했으나 분위기가 너무 밝다. 서울에 들어오며 잘못된 자본주의 패치를 맞은 것 같다. 서울 물가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곤 하지만, 메뉴 가격부터 그렇다. 어찌보면 이것이야말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교묘한 타협점일지 모르겠다.
[베트남 콩카페에서 먹은 본토의 코코넛 스무디 커피]
베트남 여행의 추억팔이를 위함이라면 비추천, 베트남식 연유커피와 코코넛 스무디 커피의 맛이 궁금하다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