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형태가 바뀌고 소유의 방식이 바뀌어 가는 과정을 보는 건 흥미롭다. 최근의 트렌드는 말할 것도 없이 구독형 서비스다. 월 단위나 연 단위로 사용료는 지불하는 구독형 서비스 말이다. 우리는 돈을 내지만 실제로 소유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접속해서 사용하고, 감상하고, 떠날 뿐이다. 이들이 우리에게 들이대는 모토는 ‘편리함과 무제한’이다. “한 달에 ***원만 내면 ***을 무제한으로!”
이런 서비스들은 대체로 1만원 안팎의 간지러운 요금을 들이댄다. 커피 두 세 잔 마실 값으로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듣고, 온갖 드라마와 영화를 볼 수 있다고 말하면 혹할 수 밖에. 기업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먹거리도 흔치 않을 것이다. 일단 첫 결제의 허들만 넘고 나면 그 다음 부터는 자동 결제의 달콤함이 기다리고 있다.
정신을 차리니 이 간지러운 요금이 모여 꽤 묵직한 지출이 되는 것 같다. 돈 쓰기 얼마나 쉽던지. 구독형 서비스의 홍수 속에서 디에디트는 얼마나 많은 월정액을 내고 있는지 체크해봤다.
넷플릭스 프리미엄 /월 14,500원
넷플릭스야말로 전형적인 월정액 구독 서비스다. 넷플릭스가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어렵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잠자기 전에, 회사가는 길에, 출장가는 비행기에서. 어디서나 원할 때마다 넷플릭스 앱 아이콘을 누른다. 장소나 시간에 관계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자유가 넷플릭스의 골자다. 스트리밍 기반이기 때문에 귀찮은 다운로드 절차도 필요 없으며, 기기를 바꿔도 같은 계정을 사용하면 보던 영상을 그대로 이어 볼 수 있다. 한국 시장 진출 초기만 해도 볼 게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우스 오브 카드’같은 대작을 제외하면, 3류 영화가 대부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며 콘텐츠를 불려갔고, 한국에 맞는 현지 콘텐츠 제휴에도 박차를 가했다. 굵직한 히트작도 점점 늘어갔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넷플릭스에 없는 영상은 잘 찾아 보지 않는 게으름뱅이가 되어 있었다. 순식간에 나의 영상 소비 습관을 바꿔버린 것이다. 생각해보면 넷플릭스가 글로벌 스트리밍을 시작한 게 2015년이니, 고작 3년 만에 이룬 역사다. 단순히 넷플릭스가 대단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의 침투력이 이렇게 무섭다는 얘기다. 말이 나온 김에 조만간 여름밤에 보기 좋은 넷플릭스 콘텐츠 추천 기사를 준비해보겠다.
왓챠플레이 / 월 4,900원
왓챠플레이는 토종 넷플릭스라고 부른다. 촌스럽다고? 동의한다. 넷플릭스란 골리앗에 비하면 작지만, 왓챠는 얼마 전 120억 투자 유치로 누적투자 금액 210억 원에 달하는 꽤 튼튼한 다윗이 되었다. 사용자층도 꽤 탄탄하다. 애초에 왓챠란 서비스가 영화 좀 본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흥한 영화 별점을 매기는 서비스로 시작한 만큼, 현재 3.5억개의 영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 입맛에 딱 맞는 좋은 영화를 큐레이션 해주고 있다. 왓챠의 데이터를 그대로 쓰기 때문에 놀랍도록 정확하게 내 취향을 꿰뚫는 예상 별점과 사람들의 신랄한 코멘트다. 이것만 봐도 영화가 어떤 느낌인지 바로 알 수 있더라. 비록 오리지널 컨텐츠는 없어도 평이 좋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일드와 중드까지 라인업이 좋다. 게다가 얼마전 HBO의 <섹스 앤 더 시티>, <뉴스룸>, <왕좌의 게임> 등 대작을 우수수 들여와 볼 거리가 더 많아졌다. 4,900원이란 낮은 가격도 진입 장벽을 낮췄다. 단점이 있다면 동시 접속이 안 된다는 것. 최근엔 월 7,900원으로 TV에서도 왓챠플레이를 감상할 수 있는 상품을 새롭게 내놨다. 시간 때우기 말고 진짜 영화가 보고 싶은 날엔 넷플릭스보단 왓챠플레이를 더 찾게 된다.
유튜브 프리미엄 /월 7,900원
요즘 사람들이 스마트폰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용하는 앱이 뭘까. 바로 유튜브. 그냥 1위가 아니라 압도적인 1위다. 그렇다면 유튜브를 좀 더 편하게 쓰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건 일상의 상당히 큰 부분을 바꾸는 일이겠다. 우리는 디에디트 유튜브 계정으로 ‘유튜브 레드(지금은 프리미엄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서비스에 가입했다. 영상 시작 전에 플레이되던 광고가 싹 사라졌다. 별 거 아닌 차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쾌적할 수가 없다. 유튜브 영상 플레이 중에 다른 앱을 실행하면 재생이 멈춰버리는데, 유튜브 프리미엄에선 백그라운드에서도 플레이가 된다. 다른 작업을 하면서 재생이 끊기지 않아 편리하다. 또,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소리만 들을 수 있고 저장 기능을 사용해 오프라인에서도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도 있다곤 하지만, 어쨌든 제한을 풀어줌으로써 돈을 받는 형태에 가깝다. 돈이 얼마나 달콤한지 보여주는 서비스랄까. 얄밉지만 너무 편해서 해지할 생각은 없다.
리멤버 프리미엄 /팀명합첩 사용시 월 4,900원(1인당)
리멤버가 없던 시절엔 다들 어떻게 명함 관리를 했을까? 감히 상상도 하기 싫다. 페이스북이다 링크드 인이다 심지어 카톡까지 수많은 플랫폼을 통해 비지니스를 하는 이 시대에도 정말 중요한 것들은 통화 문자 메일 등 가장 고전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니까. 이 모든 것의 기본은 당연히 명함이다. 리멤버는 명함을 찍기만 하면, 이름은 물론,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회사 직함까지 명함에 기입된 모든 정보를 기입해 준다. 명함을 받은 사람을 내 전화번호부에 저장할 필요도 없다. 전화가 오면 그 사람의 번호를 리멤버에서 불러와 화면에 띄워주니까. 저장할 때 사람이름 앞에 #을 붙이면 카톡 리스트에 뜨지 않게 하는 옵션도 있다. 한 달에 4,900원이란 돈을 내는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하면 팀 멤버와 명함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효율적인 인맥관리가 가능하다. 혹시 아직 리멤버를 쓰지 않는 사회인이 있다면 제발 꼭 쓰라고 말하고 싶다.
어도비 CC 포토그래피 플랜 / 월 11,000원
솔직히 말하자면 학창시절엔 어도비 프로그램을 합법적으로 써본 일이 없다. 그땐 무지하여 그런 개념도 없었고, 구입할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비싼 프로그램이었으니까.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는 소프트웨어 라이센스를 구입하는 개념에서 사용료를 내고 구독하는 형태로 전환한 서비스다. 내가 쓰고 있는 포토그래피 플랜의 경우 월 사용료 1만 1,000원에 20GB의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제공한다. 클라우드 계정을 기반으로 여러 기기에서 동기화가 이루어지고, 작업을 이어서 할 수 있어 편리하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어도비 소프트웨어을 대중적인 가격에 누릴 수 있다는 게 감탄스러울 따름.
TV 스트리밍 & VOD 서비스
푹 – 10,900원 / 올레TV- KT 사용자에 한해 무료(단 KT 데이터 54.8이상 가입시)
공중파부터 케이블까지 이젠 TV 프로그램을 본방사수 했던 게 언제가 마지막인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썰전’이나 ‘나혼자 산다’ 등 종종 챙겨 보는 프로는 아이패드나 혹은 폰으로 본다. TV 없이 영상을 챙겨보기 위해서는 푹이나 올레TV, 옥수수, 티빙 같은 별도의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런데 관대한 디에디트는 모든 서비스를 다 써보는 유목민 생활을 하다 최근엔 푹과 올레TV에 정착했다. 공중파는 푹으로 케이블은 올레TV로 본다. 솔직히 푹은 무한도전 전VOD 다시보기 때문에 시작했다가 요즘은 우리 어머니께서 이걸로 TV를 보시기 때문에 정기결제를 끊지 못하고 있다.
리디셀렉트 / 월 6,500원
책도 구독하는 시대다. 리디셀렉트는 6,500원으로 책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까지 약 1,000권이 넘는 책이 있고 책의 종류도 참으로 다양하다. 이 중엔 당신이 원하는 책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분명하다. 당신이 무언가를 읽고 싶어지는 순간에 리디셀렉트를 통해 아주 쉽고 간편하게 재미있는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거다. 리디셀렉트는 어떻게 보면 책읽는 습관을 6,500원으로 구독하는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더 궁금해진다면, 최근 나간 리디셀렉트 리뷰를 읽고 오는 것도 좋은 방법!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 – 월 7.99달러 /멜론 – 11,990원 / 벅스뮤직 – 8,400원
얼마 전 비행기에 탔는데 귀가 심심하더라. 음악이라도 들어볼까 생각했지만 들을 수 없었다. 내 스마트폰엔 단 한 곡의 음악도 저장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스트리밍으로 노래를 듣는 게 일상이 된지 오래였다. 나만 이런 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국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데이터 소비량이 전년 동기대비 51% 증가했다더라. 디에디트는 무려 세 가지 스트리밍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애플뮤직과 멜론, 벅스뮤직. 애플 뮤직은 해외 음악을 즐겨듣는다면 만족스러운 큐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막 뜨기 전의 신진 아티스트를 골라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애플 기기를 2대 이상 사용한다면 그 연동성 역시 만족스럽다. 다만, 국내 음원이 아직도 빈약하다. 단적인 예로 아이유가 없다. 그래서 멜론과 벅스뮤직에 양다리를 걸칠 수 밖에 없다. 멜론은 국내 1위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답게 폭넓은 음원을 자랑한다. 특히 국내 가요을 듣기엔 이보다 편리할 순 없을 것. 해외 음원에 대한 큐레이션은 다소 아쉽다. 벅스 뮤직 역시 오랫동안 서비스한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인터페이스와 자체 콘텐츠를 제공한다. 어느 한 서비스에 정착하지 못하는 걸 보니 그 어느 것도 내 마음을 온전히 채워주지 못하는게 분명하다.
드롭박스 Plus / 월 8.25달러
클라우드 서비스는 아이클라우드와 드롭박스를 사용한다. 업무용으로 활발하게 쓰는 건 당연히 드롭박스다. 1TB 용량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까진 넉넉하다. 큰 영상 파일을 외부 편집자와 공유할 땐 드롭박스를 사용한다. 다양한 기기에서 접근할 수 있으며, 파일 공유가 쉽다는 게 장점. 특정 파일이나 폴더를 링크 형태로 공유하는 방식이 가장 깔끔하더라. 처음엔 네이버 클라우드도 사용했었는데 해외 출장에서 사용할 때 속도가 나오지 않아 불편했다. 현재 드롭박스 속도에 100%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사용할 땐 꽤 괜찮은 속도를 보여주고 있어서 당분간 계속 쓸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