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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홀로렌즈

디 에디트의 두 여자가 국내 최초(아니면 말고)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체험기 영상을 준비했다. https://youtu.be/_f7xTvN5sX8 영상은 다들 보고 오셨으리라 믿고 부연 설명을...
디 에디트의 두 여자가 국내 최초(아니면 말고)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체험기 영상을 준비했다.…

2016. 08. 01

디 에디트의 두 여자가 국내 최초(아니면 말고)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체험기 영상을 준비했다.

https://youtu.be/_f7xTvN5sX8

영상은 다들 보고 오셨으리라 믿고 부연 설명을 시작해보겠다.

요즘 포켓몬고 열풍을 타고 증강현실(AR) 기술이 새삼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사실, 우리가 포켓몬고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 게임에서 구현한 증강현실 기술이 너무나 뛰어나고 놀라워서가 아니라, 포동포동한 피카츄를 납치하고 싶어서인데… 알랑가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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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오늘은 증강현실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체험기를 전하고자 한다. 현재 3,000달러에 개발자 버전만 판매 중이며, 굉장히 구하기 힘든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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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는 홀로렌즈를 두고 혼합현실(MR) 기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새로운 용어가 난무하니 뜻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시작해볼까.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삼성전자의 기어VR같은 가상현실(VR) 기기다. 가상현실 기기는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고 100% 가상 화면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증강현실(AR)은 조금 다르다. 내 주변의 실제 풍경 위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보여주는 원리다. 포켓몬고는 전형적인 증강현실의 예다. 그렇다면 홀로렌즈가 구현한 혼합현실은 무엇일까. 실제 풍경 위에 3D 이미지를 겹쳐서 이를 자유롭게 움직이고 조작할 수 있는 개념이다. 증강현실 리얼리티와 가상현실의 몰입감을 합쳤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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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헤드셋 기기는 품고 있는 게 많다보니 꽤 무겁다. 홀로 쓸 수 있어서 홀로렌즈가 아니냐는 영상 속 나의 헛소리처럼 외부 기기 연결 없이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CPU, GPU, 각종 센서, 카메라, 통신 모듈, 스피커 등 많은 부품을 갖추고 있다. 이마 높이에 두고 머리 크기에 맞게 조여서 착용하면 된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조금 무겁게 느껴진다. 무게는 579g. 자꾸 한 손으로 받치고 사용하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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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시야각은 매우 넓지만, 상하 시야는 이상할 정도로 좁다. 헤드셋의 위치를 잘 맞추지 않으면, 화면이 위로 쏠려 보인다. 사용자가 자꾸만 눈알을 굴려 위를 쳐다보게 돼서 이상한 꼴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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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인터페이스가 낯설어서 설명을 들으면서도 계속 헛손질을 했다. 손가락을 접었다 펴는 동작으로 홈버튼을 대신하는 제스처 인터페이스가 신선하다. 이건 내가 여태까지 써본 어떤 기기와도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다. 완전 처음이니까. 조금 익숙해지고 나면 작은 커서가 보인다. 고갯짓과 눈짓을 잘 컨트롤해서 내가 선택하고 싶은 메뉴에 커서를 맞추고, 손가락으로 클릭하듯 제스처를 취하면 정말 클릭이 된다. 음성 명령도 가능한데 코타나는 영어만 알아듣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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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질은 기대 이상이다. 눈앞에 나타난 3D 영상은 놀랍도록 생생하다. 로보레이드라는 게임을 플레이했는데 벽이 뚫리고 괴물(?)들이 튀어나오는 장면에선 깜짝 놀라서 욕할 뻔했다. 손가락 동작으로 총을 쏴서 싸우는 일도 가능하다. 다른 건 둘째치고 정말 재밌다. 낄낄대며 적을 공격했는데, 나중에 영상을 보니 허공을 보며 혼자 전투를 벌이는 내 모습이 좀 모자라보이더라. 적이 공격할 땐 몸을 좌우로 움직이며 피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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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이나 소년, 발레리나 등 다양한 오브젝트를 꺼내 원하는 위치에 ‘핀(고정)’ 해둘 수 있는 프로그램도 사용해보았다. 천장에 유니콘을 배치하고 눈앞의 책상에는 소년을, 함께 있던 에디터M의 어깨에 춤추는 발레리나를 배치했다. 이 오브젝트들은 위치를 인식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고정된다. 정말 실제 그곳에 있는 것처럼. 360도 전방향에 내가 원하는 사물을 배치해둘 수 있다. 크기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아, 참 재밌는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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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렌즈의 몰입감에 크게 기여하는 요소 중 하나가 스피커다. 헤드셋에 장착된 스피커는 귀 주변을 두르고 있는 형태라 놀라울 정도로 입체적인 소리를 만든다. 예컨대 실제 영상 속 괴물이 내는 소리처럼, 방향과 속도가 맞아떨어진다는 얘기다.

1시간 가까이 시연해보니 좌우 밴드에 은근한 발열이 느껴진다.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사용해보진 못했는데, 지속 시간은 3시간 가까이 된다고 한다. 짧은 시간 살펴봤지만 완성도 높은 기기다. 요즘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 제조에 능한 것 같다는 생각이… 홀로렌즈가 윈도우10 기반으로 구동된다는 사실이 제발 함정으로 작용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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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글로 설명해도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직접 써보기 전엔 알 수 없는 경험이다. 우리 코 앞에 얼마나 낯선 감각의 시대가 와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증강현실이라는 용어로 현실과 그 위에 덧입힌 이미지를 구분 짓는 것이 구태의연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내 빈약한 상상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글은 이렇게 거창하게 썼지만 영상 속의 나는 넘나 모지리 같은 것… 여러분 모두 구구절절 설명한 이 글을 읽을 것이 아니라 내가 밤새 편집한 영상을 보는 게 좋겠다.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