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포르투에서 한 달을 보내며,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짧은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매년 서울에서 촬영하던 ‘스마트폰으로 담은 하루’ 시리즈를 포르투에서 해보면 어떨까 싶더라. 작년에 V30로 만들었던 영상도 워낙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욕심이 나더라.
자, 일단은 길게 말할 것 없이 ‘The edit in Porto’ 영상을 보고 오시길. 3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G7 ThinQ 카메라로 촬영했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즐거움은 사람들의 반응이다. “제가 쓰는 스마트폰으로도 이런 걸 찍을 수 있군요!”, “여행가면 저도 이런 영상을 찍어보고 싶어요!”라는 댓글을 볼 때마다, 장비가 다가 아니라는 걸 전할 수 있어서 기쁘다. 테크닉에 상관없이 소중한 순간들을 영상으로 남긴다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
이번 영상을 촬영하며 재밌는 일이 많았다. 우리가 사용한 주요 기능이나 에피소드, 꿀팁을 살짝 전해드릴까 한다.
준비물은 단 두 가지였다. 스마트폰과 모바일용 짐벌. 우리는 G7 ThinQ와 오즈모 모바일2를 사용했다. 카메라 앱은 어떤걸 써도 크게 상관 없다. 다만, 오즈모 모바일2에서 제공하는 앱은 기능이 많은 대신 UHD 촬영을 지원하지 않아서 잘 쓰지 않았다. 우리는 기본 카메라앱의 전문가 모드에서 HDR10 기능을 활성화해두고 촬영했다. 후보정을 염두에 둔 촬영이었기 때문. HDR10은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촬영 환경에서 유용하다. 해질 무렵의 역광이나 노을을 촬영할 때 쓰면 날아가는 부분 없이 선명하게 담을 수 있다고 이해하면 쉽겠다.
후보정으로 색감을 만질 때도 유용하다. 사실 V30에서 유용하게 활용했던 로그 촬영 기능이 사라져서 많이 아쉬웠는데, HDR10도 충분히 쓸만했다. 스마트폰 자체에서 HDR 영상을 편집할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물론, 우리는 컷 분할과 배경음악 등의 요소를 세심하게 만지기 위해 전문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참고로 애플 파이널컷 프로X는 HDR10을 지원하지 않아서, 해당 영상을 편집하기 위해선 별도의 컨버팅 작업이 필요하다. 어도비 프리미어의 경우엔 원본 영상 그대로 편집할 수 있다.
[이하 사진들은 대부분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색감을 따로 입힐 요량이 아니라면, HDR10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사실 기본 카메라앱에서도 채도가 화사하게 표현되는 편이라 보정이 들어가지 않아도 화려한 영상을 담을 수 있다.
무엇으로, 어떻게 찍어야 할지 정했다면 그 다음엔 촬영 동선을 잡아야 한다. 여행지에서 영상을 찍는다고 해서 닥치는대로 돌아다니면 원하는 그림을 얻기 힘들다. 2분~3분 남짓의 영상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영상 안에서 다른 분위기의 풍경이 교차로 나와야 한다.
첫 화면에서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음악의 흐름에 맞게 동적인 영상도 삽입되어야 지루하지 않다. 아무리 포르투의 강가가 아름다워도 계속 물가에 있다면 그것도 재미없다. 컬러풀한 건물의 풍경이나 지나가는 사람들, 커피잔, 기념품, 등장인물들의 표정, 높은 곳, 낮은 곳 등 다양한 풍경이 적절하게 섞여야 한다.
우리는 컬러와 움직임을 기준으로 몇 가지 촬영지를 고르고 동선을 짰다. 이미 포르투에서 한참을 지낸 후였기 때문에 어디에서 촬영해야 예쁘게 나올지 충분히 감이 오더라. 촬영을 핑계로 이날 처음 해본 것도 많다.
집 앞 공원에서 아저씨들이 포커치는 장면을 촬영할 때가 기억에 남는다. 매일 보던 풍경이지만 차마 촬영할 엄두는 내지 못했었는데, 이국적이고 멋진 모습이 담길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다가가 카메라를 보여드리면서 손짓 발짓으로 물어봤다. 무뚝뚝한 표정의 할아버지들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촬영에 응해주셨다. 드라마틱한 장면을 위해서 카드를 섞는 손동작에 카메라가 부딪칠 듯 가까이 다가가며 찍었다. 사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갔으면 거부감이 있었을텐데,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다보니 이런 촬영을 할 때도 허락을 구하기가 쉬웠다. 할아버지들이 포르투갈어로 카드 게임의 규칙을 계속 설명해주셨다. 거의 알아듣지 못했지만 즐거웠다. 00:26 분량부터 나오는 저들의 진지한 카드 게임이 돈내기가 없는 순수한 취미 활동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매일 걸어다니던 길에서 트램도 처음 타봤다. 포르투 시내는 다니는 길이 뻔해서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아도 도보로 충분히 다닐 수 있다. 뒤늦게 타본 트램은 느리고 여유로웠다. 에디터M이 뒷자리 창문 앞에 서서 타임랩스를 촬영했는데, 영상에서 아주 멋지게 써먹었다. 움직임이 빠른 영상과 느린 영상을 교차로 넣는게 포인트다. 이렇게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영상은 트랜지션(화면 전환) 효과를 넣어도 멋있다.
트램을 탔더니 다른 것도 타보고 싶어졌다. 도루강 다리를 건너가 케이블카도 탔다. 요즘 내가 드론에 푹 빠져 있어서 항공샷이 아쉬웠는데, 케이블카 안에서 촬영한 컷을 넣으니 영상이 다채로워졌다.
요즘 여행 영상에 많이 넣는 요소 중 하나가 특정 행동을 계속 반복하는 것. 우리도 트렌드(?)에 맞추어 셋이 나란히 걸어가거나 어깨를 흔들며 춤을 추는 장면을 찍어뒀다. 흥이 많은 디에디트의 어색한 댄스 실력을 감상하실 수 있다.
충분히 멋진 영상을 잔뜩 찍었다고 생각해서, 다시 다리를 건너왔다. 사람이 가장 많은 히베이라 거리에서 잠시 와인 한 잔 마시며 쉬어가려고 했는데 뜻밖의 대박 장면을 건졌다. 다리 바로 옆에서 누군가 드론을 날리고 있길래, 무슨 촬영을 하는가 싶어 근처를 기웃거렸다. 다리 앞의 돌담에 올라가서 이리저리 둘러보다 내려오는데 어떤 커플이 내가 서있던 자리로 올라온다. 그러더니! 세상에! 거기 서서 프로포즈를 하는 게 아닌가. 남자가 반지를 꺼내서 여자의 손에 껴주고, 서로 꽉 껴안는다. 갑자기 환호성이 들려왔다. 오지랖 넓은 우리도 그 자리에 서서 축하한다고 소리를 지르고 환호를 보냈다. 얼마나 로맨틱하던지.
타이밍 좋게 G7으로 그 장면도 촬영할 수 있었다. 이때 HDR10 촬영의 장점을 여실히 알 수 있는데, 커플 측면으로 무시무시하게 강한 해가 저물고 있는데 어느 한 곳도 묻히지 않고 깨끗한 촬영본이 담겼다. 마치 로맨스 영화의 엔딩 장면 같다. 우리가(정확히 말하면 영어 잘하는 에디터M이) 커플에게 다가가 축하한다고, 지금 촬영한 영상을 보내주고 싶다고 말하니 화면을 보며 탄성을 내지른다. 나중에 메일로 영상을 공유하며 촬영본을 사용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물론이라며 본인들의 웨딩 영상으로 쓰고 싶다는 뜻을 전하더라. 우연히 찍은 영상으로 누군가의 소중한 기억을 만들어준 것 같아서 기뻤다. 물론 우리에게도 두고두고 추억할 에피소드가 됐음은 물론이다. 괜히 외로워지긴 했지만.
길거리 악사들의 트럼펫, 탬버린을 치는 아저씨의 손, 강을 가로지르는 크루즈, 포르투갈의 상징적인 타일 장식. 우리가 좋아하는 포르투의 요소들을 하나하나 찍어 영상에 담았다.
촬영하며 카메라 기능보다 더 유용하게 쓴 기능은 바로 ‘부스트 모드’. 일시적으로 1,000니트까지 밝기를 올리는 기능이다. 포르투는 저녁 9시 반까지 해가 지지 않고, 낮에는 선글라스 없이는 눈을 뜨기 어려울 만큼 해가 세다. 한낮에는 일반 디스플레이 밝기론 스마트폰 화면을 보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그래서 낮에 야외 촬영을 하면서 이 기능을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활용했다. 카메라 화면이 안 보여서 부스트 모드를 켜면 순간 눈이 확 트이는 것처럼 화면이 밝아진다. 함께 쓰던 아이폰의 최대 밝기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밝다. 이 정도로 밝은 화면은 처음 본다. 사실 낮에 촬영을 해보기 전에는 3분 정도만 지속되는 부스트 모드가 무슨의미가 있겠는가 싶었는데, 써보니까 알겠다. 아주 쓸모 있다. 야외 시인성을 확보해야 하는 순간에 ‘빡!!’하고 쓰는 게임 속 물약같은 기능이다.
스마트폰만으로 이런 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의미있는 일이다. 부담스러운 카메라를 챙기지 않아도 멋진 영상을 담을 수 있다. 하루종일 촬영해야 하지만 촬영 기기가 가볍기 때문에 피로도가 적다. 어떤 폰을 쓰시더라도, 그냥 한 번 시도해보시길.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순간들을, 부지런히 찍는다. 이게 포인트다. 다들 손 안의 작은 기기로 작품을 만들어보시길. 조금 서툴러도 특별한 영상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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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