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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수작, 나의 SSD

안녕, 여러분. 리뷰 요정 에디터H다. 오늘은 요즘 나의 최최최애템을 소개할까 한다. 사실 이 제품은 원래 리뷰할 생각이 없었다. 뭐, 엄청난...
안녕, 여러분. 리뷰 요정 에디터H다. 오늘은 요즘 나의 최최최애템을 소개할까 한다. 사실…

2017. 08. 14

안녕, 여러분. 리뷰 요정 에디터H다. 오늘은 요즘 나의 최최최애템을 소개할까 한다.

사실 이 제품은 원래 리뷰할 생각이 없었다. 뭐, 엄청난 특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흔해 빠진(?) SSD일 뿐인걸. 쿨한 척 말하긴 했지만 사실 엄청 고민하다가 결제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격이 만만치 않았으니까.

일단 뷰티 유튜버들이 많이 한다는 ‘파우치 털기’부터 해보자. 왜 하냐고? 그냥. 나도 이런 거 해보고 싶었다. 에디터H의 가방 속 필수템이 뭔지 실제로 보여드리고 싶었달까. 심지어 리뷰하려고 찍은 게 아니고 카페에서 인스타그램용 허세샷으로 남겨뒀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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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그란 건 랑콤 블랑 엑스퍼트 쿠션. 이 세상 모든 쿠션을 다 써봐도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되는 나의 조강지처 아이템.

2. 그 밑에 입술에 바르는 것처럼 생긴 빨간 애는 디올 립 타투. 이름이 타투인데 발색도 최악, 지속력도 최악인 헛돈 아이템. 입술이 아릴 때까지 발라야 바른 티가 난다. 요즘 워낙 화장을 안해서 민낯에 바르긴 좋다.

3. 데싱 디바 매직프레스. 손톱에 붙이는 스티커다. 요즘엔 메니큐어 바르는 것도 귀찮아서 데싱 디바를 네 다섯 개씩 사둔다. 들고 다니다가 촬영할 일 있으면 잽싸게 붙인다.

4. 벨킨 외장 배터리. 예전에도 리뷰한 적 있지만, 애플워치까지 충전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갑작스런 외박을 위한 필수 아이템.

5. 신형 맥북 사용자를 위한 인공 호흡기. 애플 정품 USB-C 멀티포트 어댑터. USB-A는 물론 HDMI도 지원한다. 이거 없으면 외출 불가.

6. 그리고 내 인생의 구원자. 오늘의 주인공. WD 마이 패스포트 SSD 1TB.

myssd_8[평화로운 디에디트 영상 촬영 풍경]

최근 느끼는 건데 영상을 만드는 건 정말 즐겁고도 고된 일이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서 내 인생은 많이 바뀌었다. 1TB는 평생 채우지 못할 거대한 스토리지라고 여겼는데, 요즘은 한 달에 1TB도 우습다. 보통 2~3개의 카메라로 동시에 영상 촬영을 하며, 끝나고 나면 100GB 이상의 영상 파일이 남는다. 촬영 후 데이터를 전송하는데만 30분이 넘게 걸린다. 이게 무슨 삽질인가!

하루는 촬영 감독님이 그러시더라. “거, 어지간하면 외장 SSD 하나 사세요.”

아니 SSD가 그렇게 빠른가? 이미 외장 HDD가 두 개나(그것도 4TB로) 있는 터라 반항심(?)이 들었지만, 스튜디오 사용 시간도 촉박한데 계속 민폐를 끼치는 게 멋쩍어 가격 검색에 나섰다. 와, 정말 겁나 비싸다. 꼴랑 512GB 짜리도 25만 원이다. 손톱을 물어 뜯으며 가격과 용량을 저울질 하다가 1TB 짜리로 질렀다. 이틀밤을 고민한 결과였다. 가격은 49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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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가 도착해서 박스를 뜯었을 땐 더더욱 멘붕이 왔다. 겁나 작다. 내가 기존에 쓰던 마이 패스포트 HDD의 절반 정도 밖에 안 되는 크기다. 이 작은 걸 50만 원 주고 산거야? 눈물이 주르륵. 하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그래. 작으면 더 좋은 거지. 계속 들고 다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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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 개시할 일이 없었던 SSD가 드디어 데뷔하게 됐다. 홍콩 출장에서 여행기 영상을 촬영해 왔는데, 무려 3대의 카메라를 2박 3일 동안 돌렸더니 클립의 숫자나 용량이 어마어마 했다. 편집자에게 클립을 정리해 공유하려는데, 편집 프로그램에 클립을 시간 순서대로 얹었더니 파일 크기가 100GB 정도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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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쓰던 WD 마이패스포트 4TB]

습관적으로 평소에 쓰던 HDD를 맥북에 물렸다. 데이터 이동을 시작하니 30분이 걸린다고 뜬다. 그리고 40분이 되고, 45분이 되고. 나의 어여쁜 레드 컬러 마이 패스포트 외장 하드에서는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웅. 멍청하게도 그제야 새로 산 SSD가 생각났다. 진짜로. 박스를 뜯었다가 어설프게 다시 밀어넣어놨던 걸 꺼내서 데이터 전송을 시작했다. 100GB를 옮기는데 딱 4분 걸렸다. 그리고 나는 사랑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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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이 분명하다. 그 뒤로 일주일동안 나는 내 새로 산 SSD가 얼마나 빠른지를 설파하고 다녔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거 속도 좀 볼래요? 하면서 으시대고 다녔다. 진짜 너무 자랑스러워서. 역시 돈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얘는 데이터를 읽고 쓸때 ‘웅웅’ 거리는 소음도 없다. 왜 그러냐고? 이쯤에서 잠시 깨알처럼 설명충이 되어보겠다. 본래 쓰던 외장 하드, 그러니까 HDD는 진짜 물리적으로 돌아가면서 일한다. 내부에 플래터(자기디스크)가 있는데 이게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기록한다. 모터가 더 빠르게 돌아갈수록 읽기, 쓰기 속도도 빨라지는 원리다. 하지만 빨리 돌아가면 소음과 전력 소모, 발열 등도 함께 올라간다. 외부 충격에도 약하다. 그래서 HDD로는 성능 향상에 한계가 온 상황.

SSD는 반대로 자기디스크가 아닌 반도체를 이용해 데이터를 읽고 쓰는 원리다. 그러니까 물리적으로 움직이거나 회전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얘기다. 덕분에 작동 소음이 없고 전력 소모도 적다. 그리고 빠르다. SSD가 HDD 보다는 진화한 형태의 보조기억장치인 셈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뻔하지. 비싸다는 것. 베리 익스펜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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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공들인 흔적이 역력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예쁘진 않다. 컬러풀한 디자인을 택한 기존 마이 패스포트 시리즈가 더 예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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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의 스펙 상 최대 전송 속도는 515MB/s. 방금 전에 맥북 저장 공간이 부족해서 잠시 백업을 시도했다. 내가 뭐든 다운로드 폴더에 처박아 버리는 스타일이라 다운로드 폴더를 옮기려고 봤더니 무려 105.37GB. 파일 갯수만 5,380개다. 이상하게 항목이 많아지니 단일 파일로 100GB 정도를 옮길 때보다 속도가 느리다. 그래도 105GB에 6분이면 훌륭하지 않은가.

제품의 컨디션(?)에 따라 읽고 쓰기 속도에 차이가 있다. 갑자기 전송 속도가 느려지면, 손으로 한 번 만져보자. 일을 열심히 하면 타오를 듯 뜨거워진다. 발열이 심한 편이다. 내가 너무 혹사시켜서 그런 걸까. 미안한 마음에 아이스팩 위에 모셔 놓고 쓰기도 했다. 그럼 다시 괜찮아진다. 마마, 통촉하시옵소서. 상전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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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모두 USB-C를 지원하는 케이블도 취향 저격. 맥북만 두 대를 쓰는 나 같은 사람에겐 너무 아름다운 일. 처음 쓸 땐 습관처럼 어댑터를 꺼내다가, 양쪽 케이블이 모두 C 포트인 걸 눈치채고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물론 C to A 어댑터도 들어있다. 난 이미 잃어버렸지만.

SSD는 비용 상의 문제로 ‘저장 기기’로 쓰기엔 무리가 있다. 작업 시에 필요한 데이터를 원활한 속도로 옮기는 용도로 보는 게 맞다. 200GB에 가까운 파일을 축구공 패스하듯 5분 만에 옮겨서 주고 받을 수 있는 쾌적함은 가격 만큼의 가치가 있다.

리뷰인지 지름 후기인지 모를 글은 여기서 끝. 이렇게 나는 SSD의 세계에 발을 담궜다. 너무 좋다. 딱 좋다. 또 사고 싶다. 너 없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싶다. 그나저나 삼성이 곧 T5라는 SSD를 출시한다면서요? 아니 나 갑자기 그것도 갖고 싶네. 어쩌면 좋아.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