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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탕아

삼성 갤럭시라는 브랜드의 충성도를 실감하게 된 계기는 놀랍게도 판매량 따위가 아니었다. 역대 가장 호평을 받았던 제품인 갤럭시 노트7이 심심하면 발화하다가...
삼성 갤럭시라는 브랜드의 충성도를 실감하게 된 계기는 놀랍게도 판매량 따위가 아니었다. 역대…

2017. 03. 30

삼성 갤럭시라는 브랜드의 충성도를 실감하게 된 계기는 놀랍게도 판매량 따위가 아니었다. 역대 가장 호평을 받았던 제품인 갤럭시 노트7이 심심하면 발화하다가 결국 초야에 묻힌 그 사건 때문이었다. 제품의 안정성 이슈가 판매 중단으로 이어졌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차세대 갤럭시’를 갈구했다. 그렇다. 이미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였다. 조금은 위태로울지언정, 갤럭시는 영광의 왕좌에 올라있었다. 그리고 3월의 끝자락에서 스캔들을 걷어내고 탕자가 돌아왔다.

삼성이 언팩 행사를 통해 갤럭시S8 시리즈를 공개했다. 많이 팔리겠지. 그래, 틀림없이 잘 팔릴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다룰 기회가 많은 제품이겠다. 오늘은 간단하게 살펴보자. 느낌적인 느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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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디스플레이. 삼성이 갤럭시S8을 공개하기 전에 베젤리스 디자인의 윤곽을 위아래 ‘괄호’처럼 표현했던 센스는 기가 막혔다. 이렇게 간결하게 제품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니. 어쩌면 그냥 디자이너의 센스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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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꽉 찬 화면의 시대가 왔다. 화면은 크지만 한 손에 들어오는 사이즈와 몰입감. 어디서 많이 들어보던 이야기다. LG G6 공개 당시에 듣던 얘기와 똑같다.

시장의 트렌드라는 것이 비슷하기 때문에 G6와 갤럭시S8은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G6가 풀 비전 디스플레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던 것이, 갤럭시S8에서는 인피니티 디스플레이가 됐다. G6를 처음 봤을 때, 그 널찍한 화면을 보고 “와, 장난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도 이제 옛날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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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8의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는 압도적으로 멋지다. 듀얼 커브드 엣지 스크린을 좌우에 배치해, 이음새 하나 없이 매끈한 곡선으로 이어진다. 싱가폴 마리나배이샌즈 호텔를 상징하는 수영장이 떠오른다. 수영장 한쪽 벽을 타고 물이 흘러넘치고 있는데, 57층에서 내려다보는 풍경과 어우러져서 마치 수영장 물도 하늘의 일부로 보인다.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연속성 때문이다. 갤럭시S8의 화면도 이것과 같은 원리다. 그러고보니 이 수영장의 이름도 인피니티 풀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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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에는 오직 화면만 보인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홈버튼 조차 사라졌다. 디스플레이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것도 G6와 같다. LG가 화면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었을 때는 “이유가 뭘까?”라고 의심했는데, 삼성이 이렇게 만드니 “이유가 있었나보다”라고 수긍하는 나를 용서해.

이제야 홍채인식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갤럭시 노트7에 적용돼 맛만 보여주고 사라진 홍채 인식 기능은 실로 대단했다. 갤럭시S8은 홍채인식은 물론 얼굴 인식, 지문 인식 등 다양한 잠금 해지 방법을 제공한다.

카메라, 프로세서, 배터리 등은 당연히 좋겠지. 삼성도 크게 강조하지 않았다. 전작과 달라진 게 많지 않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지금 그런걸 백날 떠들어봐야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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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새로운 포인트는 빅스비다. 빅스비! 삼성이 야심 차게 준비한 인공지능 비서다. 자연히 애플의 시리와 비교부터 하게 되겠지만, 조금 다르다. 음성인식만을 기반으로 조작하는 서비스가 아니라는 게 골자다. 빅스비는 음성은 물론 텍스트와 터치 인터페이스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를 좀더 면밀히 감시하고, 섬세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한다. 왼쪽 측면의 버튼을 누르면 빅스비를 바로 호출할 수 있다. 설마 음성 호출은 안되고 무조건 버튼을 눌러야 하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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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빅스비에 대해서는 감이 오지 않는다. 원하는 제품을 카메라로 촬영하면 바로 구매처를 검색해주고, 여행지에서 랜드마크에 카메라 초점을 맞추면 주변 음식점을 추천해준다고 한다. 카메라로 문서를 인식해 번역을 하는 기능과 와인 라벨을 스캔해 리뷰를 보여주는 기능도 있다. 모두 내가 써드파티 앱에서 쓰던 것들이다. 이런 1차원적인 기능들이 어떻게 학습되고 연결될지가 관건이다. 카메라로 에펠탑을 인식했다고 “우와”하고 놀라기엔 우리가 그렇게 순진하지가 않아…. 기대 많이 했는데 아직까지는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 오히려 스마트폰을 데스크톱 화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삼성 덱스가 재밌어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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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8은 5.8인치, 갤럭시S8+는 6.2인치다. 컬러는 미드나잇 블랙, 오키드 그레이, 아크틱 실버, 코랄 블루, 메이플 골드의 5가지다.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건 사진 상에선 퍼플로 보이는 오키드 그레이.

잘생긴 갤럭시야, 이번엔 안 터지길. G6는 먼저 출시해서 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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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