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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초성이 보여

2017년 3월 10일, 역사적인 날을 기념해 이 앱이 무료로 풀렸다. 8일 동안 무료다. 나도 받았다. 꽤 좋다. 그래서 소개한다. 처음엔...
2017년 3월 10일, 역사적인 날을 기념해 이 앱이 무료로 풀렸다. 8일 동안…

2017. 03. 17

2017년 3월 10일, 역사적인 날을 기념해 이 앱이 무료로 풀렸다. 8일 동안 무료다. 나도 받았다. 꽤 좋다. 그래서 소개한다.

처음엔 앱 이름만 보고 인스타그램용 서드파티 앱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Instacall은 초성 검색을 지원하는 아이폰용 다이얼 앱이다. 이미 한 문장으로 쌈빡하게 설명이 끝난 것 같지만, 이렇게 끝내면 나도 아쉽고 여러분도 아쉬우므로 좀 더 자세히 리뷰해보겠다.

앱 디자인 자체는 간결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너무나 간결해서 처음엔 바로 파악이 되지 않는다. 여느 통화 앱처럼 다이얼 패드가 있고, 각 숫자마다 알파벳과 한글 자음이 딸려있다. 피처폰 시절에 사용하던 자판 방식인 ‘천지인’이나 ‘나랏글’과 비슷한 원리다. 각 숫자 다이얼을 자판처럼 이용해 빠른 초성검색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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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번호에는 단축번호를 설정할 수 있다. 엄마 아빠와 친구들의 이름을 채워 넣고 나니 화면이 너무 번잡스럽다. 그래서 다이얼 패드 설정에서 알파벳을 빼버렸다. 어차피 내 연락처엔 한국 사람만 있으니, 한글 초성만 있으면 충분히 검색할 수 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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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법은 간단하다. 내가 검색하려는 이름의 초성에 맞게 다이얼을 눌러보자. 나는 지난 10년 간 ‘보미는나의종’이라고 저장된 나의 절친 임보미씨의 이름을 검색해보기로 했다. ㅂ,ㅁ,ㄴ,ㄴ… 6522를 누르니 검색 결과에 그녀의 번호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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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해보자. ‘꿀꿀꿀’이라고 저장된 지인을 검색하기 위해 111을 눌렀다. 이럴수가 연락처에 ‘트리플 ㄱ’을 가진 이름이 또있다. 종각 김가네. 전직장에서 가끔 배달 시켜 먹던 집이라 저장돼 있었다. 장사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모자이크 하지 않는다. 종각 인근의 직장인 여러분께 야식으로 추천드린다. Instacall의 다이얼 검색은 이름(초성)은 물론 전화번호까지 반영한다. 예컨대 내가 지금 ‘꿀꿀꿀’님을 찾기 위해 111을 눌렀다면. ㄱㄲㅋ의 초성을 연속으로 가진 이름의 연락처는 물론이고, 전화번호에 111이 포함된 사람까지 표시된다는 뜻이다. 이름과 전화번호 중 무엇을 검색 우선순위로 표시할 것인지는 설정에서 바꿀 수 있다. 개발자가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거나, 실제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마음에 든다.

메모 기능으로 특정 번호에 대한 경고(?)의 문구를 남겨둘 수 있다. ‘또라이’라거나 ‘스팸’이라거나. 유용한 기능이긴 한데 제대로 써먹을 수가 없다. 현재 애플의 정책상 아이폰 통화앱에서 발신자나 부재중 정보를 가져올 수 없기 때문. 이 좋은 앱이 이 한계 때문에 반쪽짜리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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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애플이 허락하는 한에서 아이폰의 환경을 십분 활용해 알차게 꾸려놨다. 위젯에서 Instacall을 사용하면, 설정해둔 연락처 아이콘이 표시된다. 여기서 바로 전화 기능에 접근할 수 있으니 상당히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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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잘 쓸 것 같진 않지만 퀵 액션 기능도 인상적이다. Instacall 앱 아이콘을 3D 터치로 꾸-욱 누르면 위젯에 추가해둔 연락처와 퀵 액션에 넣어둔 연락처가 바로 표시된다. 특정 인물들에게 바로 전화를 걸 수 있는 지름길이 다양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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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형식으로 저장한 번호는 검색에서 제외할 수 있는 옵션까지 깨알 같다. 상당히 단순한 앱인데도 고민한 흔적이 여럿 눈에 띈다. 개발자가 부지런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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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건 다이얼 앱 치고는 통화 버튼이 너무 작다는 것. 초성검색으로 이름을 찾아서 터치하면 바로 전화가 걸릴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하단의 통화 버튼을 누르거나, 이름 위의 쥐꼬리만한 Call 아이콘을 눌러야 전화가 걸린다. 왜 이런 불편함을 그냥 뒀을까? 이 부지런한(것으로 추정되는) 개발자가? 공식 페이스북을 살짝 스토킹해보니 실수로 전화 걸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이렇게 만들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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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참. 애플워치도 지원한다. 화면이 작으니 요란한 기능은 없고, 워치로 전화번호를 받아 적거나 전화를 걸 수 있다.

아쉬운 점도 많지만, 하루 종일 전화를 걸어야 하는 직업이라면 추천해보고 싶은 다이얼앱. 그러고보니 예전에 쓰던 피처폰에선 늘 초성검색을 사용했었지. 추억에 잠긴다.

Instacall
Point – 전화걸 사람이 없다
Price – 3월 17일까지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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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