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기상부터 취침까지, 마이 에코 다이어리

안녕, 친환경적인 삶을 꿈꾸는 객원 에디터 임현경이다. 꿈에 비해 실천은 크지 않다.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열심히 한다. 기후 위기 대응에 보탬이...
안녕, 친환경적인 삶을 꿈꾸는 객원 에디터 임현경이다. 꿈에 비해 실천은 크지 않다.…

2023. 03. 09

안녕, 친환경적인 삶을 꿈꾸는 객원 에디터 임현경이다. 꿈에 비해 실천은 크지 않다.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열심히 한다. 기후 위기 대응에 보탬이 될까 싶어서 적은 금액으로나마 환경단체를 후원한다. 동물 복지 또는 비건 인증을 받은 상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한다. 별생각 없이 받은 택배가 생분해되는 에어캡이나 봉지로 포장돼있을 때, 마트에 갔는데 노라벨 상품이 전보다 쉽게 보일 때, 괜스레 반색하며 업체 이름을 기억해둔다. 언젠가 주식 한 주라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삶에서 소비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니 기왕이면 친환경적인 소비자로서 살고 싶은 마음이랄까. 투철한 환경운동가는 되지 못해서 지키기 쉬운 조건을 전제로 하는 데에다 자기합리화도 잦다. 반려토끼와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동물권 보호에 관심을 두게 됐지만, 현실적으로 완전한 채식주의자로 살긴 어렵다는 결론에 닿아 적당한 선에서 스스로 타협하는 식이다. 그저 선택의 여지가 있을 때 조금 더 환경과 가까운 쪽을 고른다.

때때로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어떤 부자가 호화로운 전용기나 요트를 한 번 띄우면 그만이라고, 분리수거하지 않는 다수의 국가가 있는 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이라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멈추고 싶진 않다. 살아가며 환경에 끼치는 피해를 ‘제로’로 만들긴 어렵더라도 ‘레스(Less)’를 향해 가려고 노력할 수는 있으니까. 요컨대 이 글은 ‘에코 프렌들리’ 근처에라도 있고 싶은 사람이 쓴, 아주 사소하고 평범한 어느 날의 기록이다.


[1]
아침에 일어나 비건 화장품 바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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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가 예민하고 외부 자극에 취약한 편이라, 색조 화장은 자주 하지 않더라도 기초 제품을 꼭꼭 챙겨 바른다. 요즘 잘 사용하고 있는 제품은 아로마티카 시카 카밍젤. 밤새 건조해진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고 진정시킨다. 바르자마자 피부가 촉촉해진다든가 안색이 맑아진다든가 하는 극적인 효과는 없지만, 속당김이나 홍조 같은 불편한 증상을 줄여주고 건조할 때마다 부담 없이 덧바를 수 있어서 좋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굉장히 광고처럼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업체와 어떠한 연관도 없다.

아로마티카 제품을 처음 접한 계기는 알로에 제품 성분이 순하고 비건 인증을 받았다는 입소문을 들어서인데, 피부에 맞기도 하고 알면 알수록 기업 자체가 친환경에 진심인 것 같아서 클렌저, 오일 등을 꾸준히 쓰고 있다. 아로마티카의 제품 용기는 투명한 100% 재활용 플라스틱 또는 90% 재활용 유리로 제작된다. 지역별 거점에서 따로 공병을 수거해 새로운 제품 용기로 재생산한다. 일반 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리필용 제품을 따로 사거나 리필 스테이션에서 직접 사용하던 병에 내용물을 리필할 수도 있다. 구매는 [여기].


[2]
천연 수세미로 밀린 설거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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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을 핑계로 미뤄둔 설거지를 처리할 때가 왔다. 수세미를 물에 충분히 적신 뒤 친환경 주방세제를 뿌려 조물조물 거품을 낸다. 여기에서 수세미는 말 그대로 ‘박과에 속하는 덩굴성 한해살이 풀’인 그 수세미의 열매다. 수세미는 세균 번식 때문에 주기적으로 교체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러면서도 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천연 수세미를 발견했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진짜 수세미라니, 익숙한 말의 어원을 본래 용도 그대로 쓸 수 있다니, 꽤 근사하지 않나. 비슷한 근사함으로는 바가지로 쓰는 박 열매가 있다.

납작하게 마른 천연 수세미는 따뜻한 물에 넣어뒀다가 반나절 뒤쯤 건져내야 한다. 불어서 통통해진 수세미를 가지고 평소와 다름 없이 설거지하면 된다. 처음에는 다소 빳빳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몇 번 사용해서 길들이면 부드러워진다. 수세미 열매의 구조상 안쪽면은 울퉁불퉁 거칠고 바깥면은 상대적으로 매끄러운 편이라, 용도에 따라 양면을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다. 플라스틱 수세미는 고추기름 같은 진한 양념을 닦아내면 빨고 나서도 자국이 남았는데, 천연 수세미는 신기하게도 그런 이염이 생기지 않는다. 구매는 [여기].


[3]
다회용기 배달로 시켜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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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지치고 아파도 나를 위해 요리해 줄 이 없는 1인 가구에겐 이따금 배달 음식의 도움이 필요하다. 어릴 땐 배달을 시켜 먹으면 꼭 그릇을 반납해야 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는 1인분을 주문해도 일회용품 대잔치가 열린다. 일회용 수저를 제외하는 것으로는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가시지 않아서 최대한 배달을 참아보려고 하지만, 도저히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는 순간이 있다. 때마침 등장한 구세주가 있으니 바로 다회용기 배달. 정부 또는 지자체 정책에 따라 아직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 중인데, 마침 사는 곳이 포함돼서 기쁘게 이용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에서 ‘다회용기’라고 검색하면 다회용기로 주문 가능한 매장이 나온다. 주로 찜, 탕과 같이 커다란 그릇이 필요한 음식이 주를 이루고 드물게 떡볶이나 파스타도 있다. 메인 요리를 제외한 김치, 단무지 등 반찬은 일회용기에 따로 담길 확률이 높아서 꼭 빼달라고 부탁한다. 주문을 마치고 나면 밀폐용기에 담겨 식지 않고 따끈따끈한 음식이 도착한다. 그릇을 제시간에 반납하지 못할까 봐 허겁지겁 먹어 치우지 않아도 된다. 한 번 먹고 남은 음식을 용기째로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여러 끼니로 나눠 먹을 수 있고, 다 먹은 뒤 업체마다 정해진 방법대로 반납하면 끝이다. 서울시의 경우 ‘배달의 민족’, ‘땡겨요’, ‘요기요’, ‘쿠팡이츠’와 함께 강남구, 관악구, 광진구 등에서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며 점진적으로 범위를 확장할 예정이다. 소중한 세금이 쓰이는 사업이니만큼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누려보는 게 어떨까. 구매는 [여기].


[4]
양치 후엔 대안치실 사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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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간 충치의 무서움을 통장 잔고로 경험한 뒤로는 치실을 쓴다. 의사 선생님은 양치 후 매번 사용하라고 했지만, 깜빡하거나 귀찮아서 그냥 넘길 때도 있다. 자율주행차도 나오는 시대에 왜 자동치실이 없을까…. 어쨌든 영구치와 오래 함께하기 위해 꾸역꾸역 쓰고 있는 치실은 대나무 섬유로 만든 수딩플레이스 대안치실이다.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생분해성을 높였다. 사용감이 일반 치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숯이 함유된 실이 검은색이라 효과를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나무로 만든 케이스도 제법 귀엽다.

치실 사용에 익숙지 않거나 손이 입안에 닿는 게 꺼려져서 손잡이가 달린 치실을 사용할 경우에는 큐라티스, 위덴 등에서 출시한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 사탕수수를 주원료로 화학 물질을 줄인 손잡이를 만들었다고 한다. 어린이도 쉽게 쓸 수 있는 키즈 치실이 따로 있는데, 손잡이 끝부분이 뾰족한 게 싫은 어른이가 써도 괜찮을 것 같다. 실 부분은 자연 소재가 아니라서 아쉽지만, 당연히 일반 손잡이형 치실보다는 훨씬 적은 양의 일회용 플라스틱이 버려진다. 구매는 [여기].


[5]
파우치에 월경컵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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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피할 수 없는 대자연의 섭리를 온몸으로 절감하는 순간이 있다. 월경일이 얄궂게 다가올 때도 그렇다. 뭐 어쩌겠나. 하릴없이 파우치에 월경컵을 챙겨둔다. 최근에 산 루나컵은 고리가 달려 탈착이 편하다. 월경컵 이전엔 생리대, 어플리케이터가 있는 탐폰, 디지털 탐폰을 거쳤다. 도무지 환경에 좋아 보이지 않는 화학 흡수체 쓰레기가 매일 매시간 생겨난다는 게 내내 마음에 걸렸던 차에 월경컵을 만났고 지금껏 6년째 애용 중이다. 월경컵은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개당 최대 5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두 달 치 생리대를 살 수 있는 값이면 월경컵 한 개를 살 수 있으니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주변에 월경컵을 강력하게 추천하곤 한다. 친환경은 차치하더라도 일단 삶의 질이 훌쩍 올라가기 때문이다. 월경이 가져오는 찜찜함이야 밤새 읊어도 모자랄 테지만, 적어도 ‘생리대로 인해 겪는 불편 대부분을 해소한다. 생리통이 줄고 흡수체 때문에 냄새가 발생하지 않는다. 마음 편히 운동할 수 있다. 최대 12시간 착용할 수 있어 숙면을 방해받을 일도, 옷태에 드러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치명적인 단점이라면 공교롭게도 제대로 실링되지 않았을 때, 그런데 하필 외출한 상태라 공중화장실을 이용해야 할 때, 월경컵을 다시 착용하는 일련의 과정-손을 깨끗이 씻고 세척용기에 물을 담아서 화장실에 들어가 비운 컵을 세척용기에 넣어 헹군 뒤 물을 변기에 버린다-이 조금 쓸쓸하고 고단하다는 점이다. 점프수트를 입고 화장실을 갔을 때와 비슷한 회한이 밀려온다. 만약 월경컵이 꺼려진다면 면 생리대도 좋은 대체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구매는 [여기].


[6]
재활용 섬유로 만든 옷 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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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부는 계절에는 따뜻하고 두툼한 옷이 필요하다. 하지만 동물에게서 털이나 가죽을 얻는 과정은 익히 알려져 있듯 너무나 비윤리적이지 않나. 동물 보호를 위한 대안으로 인조 가죽 또는 인조 퍼가 꼽히곤 하는데, 사실 합성섬유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도 무시하긴 힘들다. 썩지도 않고 재활용도 어려운 의류 폐기물이 수만 톤의 산을 이뤄 골칫덩이가 됐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쩌란 말인가. 아예 벗고 다니다가는 내가 공연음란죄로 잡혀가면서 뉴스에 나올 수도 있다. 고민 끝에 찾은 나름의 해결책은 재활용 섬유로 만든 옷이다.

그중에서 애착이 가는 옷은 아디다스 빅 트레포일 퍼 자켓. 생산 폐기물이나 생활 폐기물을 가공한 재생 폴리에스테르를 재료 삼았다고 한다. 재작년쯤 산 것인데 적당히 따뜻하면서도 가볍고 내 눈에 예쁘다. 해당 제품은 시즌이 지나 구매가 어렵지만, 이와 비슷한 디자인이면서도 새로운 요소를 더한 퍼 트랙 자켓이 아직 판매 중이다. 아디다스 외에도 여러 브랜드에서 재활용 섬유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패션 산업 전반에서의 재활용 비율도 점차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물론 재활용 섬유가 꼭 환경을 위한 정답이라고 볼 순 없다. 하나의 옷을 최대한 오래 입는다, 중고 거래를 이용한다, 생분해가 쉬운 천연섬유로 된 옷을 구매한다 등 여러 방법 중 나와 가장 잘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구매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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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경

이야기와 글쓰기, 사람들을 만나 삶의 일부를 나누는 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