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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아이팟, 음악은 계속된다

안녕, 에디터H다.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방금 아이팟 터치를 구입했다. 정확히 말하면 2019년에 나온 아이팟 터치 7세대. 4인치 화면에 A10 퓨전...
안녕, 에디터H다.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방금 아이팟 터치를 구입했다. 정확히 말하면 2019년에…

2022. 05. 11

안녕, 에디터H다.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방금 아이팟 터치를 구입했다. 정확히 말하면 2019년에 나온 아이팟 터치 7세대. 4인치 화면에 A10 퓨전 칩셋을 탑재하고, 3.5mm 오디오 단자를 간직하고 있는 추억 속의 그 물건. 

iPod

내가 갑자기 아이팟을 구입한 이유는 오늘 애플이 아이팟의 단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현재 판매 중인 재고 소진 시까지 구입 가능하고, 그 뒤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소식이다. 그래. 알고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대부분의 반응이 “뭐라고? 아이팟이 단종된다고?”가 아니라 “엥? 아이팟을 아직도 팔고 있었어?”에 가까울 거라는 사실을. 그만큼 아이팟의 존재감이 희미해졌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Apple-iPod-end-of-life-multi-product

2022년에는 더이상 아이팟이 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 스마트폰이 뮤직 플레이어의 역할을 흡수해버렸으니까. 이제는 모두가 스트리밍을 통해 음악을 듣고, 아이팟보다 훨씬 많은 음악을 담을 수 있는 기기를 매일 들고 다닌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을 처음 공개했던 2001년 이후로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며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가버렸다고 해서, 아이팟이라는 기기가 가진 의미가 빛 바래는 것은 아니다. 

내친김에 기념비적인 모델들을 쭉 한 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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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0월 23일에 출시된 오리지널 아이팟 모델은 무려 1,000곡을 담을 수 있는 용량과 10시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를 약 185g의 놀랍도록 가벼운 무게에 담은 최초의 MP3 플레이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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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 20일에 출시된 아이팟 미니는 기존 아이팟의 모든 기능을 불과 약 102g의 작은 디자인에 구현했었다.

Apple-iPod-end-of-life-iPod-Nano-2006

2006년 9월 25일에 출시된 아이팟 나노(2세대)는 얇은 디자인, 밝은 컬러 디스플레이, 6가지의 컬러풀한 디자인. 그리고 최대 24시간의 배터리 사용 시간을 제공했다. 최대 2,000곡의 노래를 MP3에 담을 수 있었다.

Apple-iPod-end-of-life-iPod-Touch

2007년 9월 5일 첫 출시된 아이팟 터치는 아이폰에 먼저 적용되었던 멀티 터치 인터페이스를 아이팟에도 구현했으며, 화면도 훨씬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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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2일에 출시된 아이팟 나노(7세대)는 겨우 5.4mm에 불과한 역대 가장 얇은 아이팟이었다.

Apple-iPod-end-of-life-iPod-Shuffle

2015년 7월 15일에 출시된 아이팟 셔플(4세대)은 최대 15시간의 배터리 사용 시간, 수백 곡의 노래를 저장할 수 있는 2GB의 저장 공간은 물론, 노래 제목, 플레이리스트 제목 및 배터리 상태를 소리로 들을 수 있는 VoiceOver 버튼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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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마지막 모델인 2019년 5월 28일에 출시된 아이팟 터치(7세대). A10 퓨전 칩을 탑재하여, 몰입감 넘치는 증강 현실 체험, 그룹 FaceTime, 256GB의 저장 공간을 구현했다. 아이폰과 가장 비슷한 형태의 아이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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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이 얼마나 옛날인지 사진 자료 화질을 보며 체감한다…]

2001년 첫 번째 아이팟이 공개되던 당시의 충격을 기억하시는지. 대부분의 MP3 플레이어가 메가바이트 단위의 저장 용량을 지원하던 때에, 5GB와 10GB 용량으로 출시된 아이팟은 충격 그 자체였다. 한 곡을 넣을 때마다, 한 곡을 지워야 하는 궁색함이 끝나고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앨범 단위로 정말 ‘마음껏’ 소지할 수 있게 된 거다. 여기에 아이튠즈라는 시스템과 맞물려 디지털에서도 제 값을 내고 음원을 구입하게 하는 유통 창구를 정착시킨다. 아이팟의 역사는 혼돈 그 자체였던 디지털 음원 시장의 역사이기도 했다. 좀 더 궁금한 이야기가 궁금해지셨다면 [여기]서 애플 음악 생태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다. 

어쨌든 나는 오늘 아이팟을 구입했다. 아이팟이 전성기이던 시절에 대학생이었는데, 그 무렵엔 그걸 살 돈이 없었다. 친구들이 딸깍거리며 클릭 휠을 쓰는 걸 볼 때마다 다른 세상의 물건 처럼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오늘 아이팟을 샀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아이팟이 될 것이다.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