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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이 카메라에 정착한 이유, LX100M2

안녕, 아껴 쓰고 나눠쓰고 바꿔쓰는 에디터B다. 오늘은 네 대의 카메라를 쓰다가 결국 콤팩트 카메라 일명 ‘똑딱이’에 정착하게 된 사연을 써보려고...
안녕, 아껴 쓰고 나눠쓰고 바꿔쓰는 에디터B다. 오늘은 네 대의 카메라를 쓰다가 결국…

2022. 04. 19

안녕, 아껴 쓰고 나눠쓰고 바꿔쓰는 에디터B다. 오늘은 네 대의 카메라를 쓰다가 결국 콤팩트 카메라 일명 ‘똑딱이’에 정착하게 된 사연을 써보려고 한다. 긴 여정의 시작은 중고나라에서부터 시작한다.

태초에 중고나라가 있었다. 써보고 싶은 아이템은 많고 돈은 부족했던 대학생 시절의 나는 중고나라를 애용했다. 주말에 편의점 야간 알바로 번 돈을 중고나라에서 썼다. 스마트폰, MP3, 카메라 등 거의 모든 기기를 중고나라에서 거래했다. 대부분의 기기가 그렇듯, 카메라는 구형 모델이 되면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구매가와 판매가는 얼추 비슷했기 때문에 쇼핑에 큰 돈이 들지는 않았다. 심지어는 돈을 버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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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처음 구매한 카메라는 삼성 NX10이다. 2013년에 샀다. 제품명이 정확히 뭐였는지, 얼마에 사고팔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오랜만에 중고나라에 들어가 내가 썼던 게시물을 찾아봤다. 23만 원에 사서 18만 원에 팔았더라(무슨 일인지 몰라도 돈이 급했다 보다).

게시물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취미로 사진 찍어보려고 했는데, 막상 사 놓으니 쓸 일이 없네요. 살 때도 사용감 제로였는데, 저도 사용 안 해서 새거나 마찬가지. 빨리 팔아버리고 싶어서 가격 낮게 책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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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모두 사실이다. NX10은 오랫동안 흑석동 반지하 어딘가에 처박혀 있었고, 당시 여자친구와 데이트할 때 딱 한 번 썼다. 그날 처음으로 그 카메라를 켰고, 작동법을 몰랐던 나는 몇 번 찰칵거리다가 금세 흥미를 잃어버렸다. “우와 영상도 되네?” 여자친구는 그 카메라로 주변 풍경을 열심히 찍었는데 그 영상은 지금도 아마 N드라이브 어딘가 있지 않을까.

취미로 사진을 찍어보려고 했다는 말도 사실이다. 같은 과 동기 중에 DSLR을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렌즈로 보는 세계가 궁금했다. 하지만 끝까지 취미로 안착시키지 못했던 이유는 크고 무거웠기 때문이다. NX10은 렌즈교환식 미러리스로 18-55mm 렌즈를 장착해서 사용했고, 바디 무게만 353g이었다. 데일리로 들고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땐 사진 찍는 재미를 모르기도 했다).

1400_1400_p300 두 번째로 산 카메라는 니콘의 P300이다. NX10을 판 후에는 데일리로 들고 다닐 수 있는 콤팩트 카메라를 원했다. 굳이 하이엔드 모델이 필요할까 싶어서 적당한 스펙의 똑딱이를 찾았고,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니콘이라는 브랜드도 왠지 멋있어서) 구매했다. 무게는 189g으로 NX10의 절반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매일 가방에 넣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20131113_2303242-tile [중고나라에 올렸던 당시 사진]

니콘 P300을 내셔널지오그래픽 백팩 한쪽에 넣고 다녔다. 하지만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던 기억은 단 한 번밖에 없다(꺼내는 게 귀찮았기 때문이다).

벚꽃이 떨어지던 4월의 어느날, 도서관에서 밤 10시까지 공부하다가 계단으로 내려오는 길에 가로수등 아래 반짝이는 벚꽃 한 그루를 보았다. 아름다웠다. 카메라를 꺼내 그 모습을 찍었다. 내 기억에는 그게 P300을 사용한 유일한 기억이다. 어두워서 잘 찍히지 않았고, 화질이 별로여서 차라리 폰으로 찍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 보정을 하는 재미를 몰랐기 때문에 몇 번 찍다가 또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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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산 카메라는 니콘 D5300이다. 이쯤에서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왜 이 사람은 제대로 써보지도 않을 거면서 포기하지 않고 카메라를 계속 사는 거지?’ 그건 인간이 망각과 동경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진 촬영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카메라를 방치했던 기억을 곧잘 까먹었다.

아무튼 D5300은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산 DSLR이다. 이 카메라는 첫 직장을 다닐 때 큰담 먹고 할부로 지른 카메라였다(아마도 무이자 10개월). 2016년에 구매했고, 최신 모델은 아니어서(2013년 출시) 가격은 50만 원대로 그리 비싸지 않았다. D5300을 산 이유는 단순히 브랜드 이름이 멋있어서다. 캐논, 소니보다 니콘이라는 이름이 더 멋스러웠다. 좋게 말하면 브랜드 이미지에 끌려서인 거고, 솔직히 말하면 무지성 구매였다. D5300은 DSLR치고 가벼웠다. 바디 무게는 480g. 처음 써보는 DSLR의 셔터 소리가 마음을 쿵 하고 울렸다. 바디를 감싼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셔터의 울림, 이래서 데세랄 데세랄 하는구나 싶었다. 그 카메라를 5년 동안 썼다.

D5300이 고장 나던 날, 다음 카메라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D5300을 잘 썼지만 들고 다니기는 귀찮아서 일상을 담지는 못했다. 일을 해야 할 때만 어쩔 수 없이 휴대하거나 여행 갈 때 챙기는 정도였다. 다음 카메라에 원하는 바는 명확했다. 가벼워야 한다, 렌즈 교환식은 필요 없다, 사진 위주의 카메라이지만 영상도 가능하면 좋겠다. 그래서 구매한 카메라가 바로 파나소닉 루믹스  LX100M2다.


LX100M2를 고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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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진 찍는 건 좋아하지만 카메라 스펙에는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디에디트에서 나의 리뷰를 몇 번 본 독자들은 잘 알겠지만 나는 기계적인 스펙에 큰 의미를 두지도 않고 구매하는 편이다. 내 욕망은 전자 기기의 스펙과 무관했다. 보통은 디자인과 사용성 때문에 구매했다. 스마트폰, 노트북 모두 마찬가지였고, 카메라도 그랬다. 특히 카메라에 관해서는 좋은 사진은 스펙이 아니라 좋은 시선이 만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엄청 따져 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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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리코를 살까 루믹스를 살까 고민했다. 리코는 색감이 독특하다고 했다. 필름 사진 같은 리코만의 느낌이 매력이라고 했다. 다른 카메라 브랜드에 비해 비주류라는 점도 끌렸다(비주류를 사랑하는 편). 하지만 마지막에는 루믹스로 마음이 확 기울었다.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건 라이카 렌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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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100M2의 렌즈에 LEICA라고 선명히 적혀 있다. 라이카가 렌즈를, 파나소닉이 바디를 만든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라이카에서 판매하는 D-LUX7이라는 제품이 있는데 그 제품 역시 라이카에서 렌즈를 만들고 파나소닉이 바디를 만들었다. 결국 두 제품은 쌍둥이인 셈이다. 하지만 D-LUX7은 라이카라는 브랜드 파워 덕분에 비싸게 팔리고, LX100M2은 파나소닉이어서 저렴하게 팔린다. 다르게 말하면 라이카의 빨간 딱지만 떼면 똑같은 카메라를 더 싸게 살 수 있는 셈이다.

라이카는 구매할 엄두가 나지 않는 꿈의 카메라이고,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라이카 하면 전설적인 포토그래퍼 브레송과 로버트 카파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라이카를 사고 싶은 이유도 결국 숫자와는 무관한 멋 때문인 셈이다. 니콘을 사려고 했을 때나 지금이나 나의 구매 사유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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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성능도 봤다. 카메라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카메라에서는 센서 크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LX100M2의 센서 크기는 콤팩트 카메라에 많이 쓰는 1인치 센서가 아닌 마이크로 포서드 센서를 탑재했다. 덕분에 야간에도 결과물이 만족스러웠다. LX100M2로 촬영한 사진들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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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는 392g. 똑딱이치고 가벼운 편은 아니지만 크기는 작아서 슬링백에 쏙 넣고 다녀도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 손으로 잡을 수도 있을 정도로 아담하고, 겨울에는 외투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도 알맞은 사이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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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트가 불룩해지는 게 싫고 손을 꽂아 넣을 자리가 비좁아져서 나는 슬링백이나 크로스백에만 넣고 다녔다. 정품 케이스를 씌운 상태에서는 작은 가방에 들어가지 않아서 보통 케이스를 벗긴 채로 휴대하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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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여기서부터 내가 하고 싶은 핵심이다. 나는 이 카메라를 거의 매일 들고 다닌다. DSLR을 쓸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큰 카메라를 쓰던 시절에는 친구를 만나러 갈 때 DSLR 한 번 노려보고 ‘가져갈까?’ 1초 고민하다가 술 마시면 잃어버릴까봐 챙겨 가지 않았다. 하지만 LX100M2를 쓸 때는 그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100퍼센트 들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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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 LX100M2 하나 더 들어간다고 무게가 크게 달라지지도 않고, 심지어는 가방이 없어도 외투 주머니에 넣을 수도 있으니까. 디아블로 인벤토리 창으로 치면 DSLR이 여섯 칸이나 잡아먹는 활이라면, 이건 반지나 목걸이와 비슷하다. 내 인벤토리 창을 겨우 한 칸밖에 차지 하지 않는다. 아래는 틈틈이 찍었던 음식 사진과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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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에서 사진 촬영에 쓰는 카메라는 소니 A7R3다. 좋은 카메라이지만 정말 무겁다. 렌즈를 제외한 바디 무게가 약 650g이다. 렌즈까지 포함하면 한 손으로 들 수 없는 무게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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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동안 소니 A7R3로만 찍다가 몇 달 전에 처음으로 LX100M2로 촬영을 했는데 결과물이 꽤 괜찮았다. 그래서 요즘엔 무거운 A7R3 대신 LX100M2를 들고 가는 일이 잦다. 게다가 맛집 취재를 할 때 대포 카메라는 쓸데없이 많은 주목을 받는다. “어이 청년 블로그 하는 거야?” “뭐 하는 거야?” 이런 질문을 받는다. 작은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좋다.

카메라를 좋아하는 분들은 제조사마다 색감 차이도 고려하는데, 나는 제조사별 색감을 신경 쓰지 않는다. 어차피 후보정을 하기도 하고 미세한 색감을 알아챌 만큼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있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제조사별로 비교 분석해 본 적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1400_sony [소니 A7R3. 라이트룸에서 노출만 높였다.]
1400_retouched_brighter-1 [루믹스 LX100M2. 마찬가지로 노출만 높였다.]

첫 번째 사진은 A7R3, 두 번째 사진은 LX100M2로 촬영했다. 보정할 때 다른 건 건드리지 않고 노출만 올렸다. 이렇게 대놓고 비교해서 보니 다르긴 한데, 어쨌든 내겐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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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단점도 말해보자. AF가 썩 만족스럽지 않다. 앞에 있는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고 싶으면 포스트 모드를 켜면 된다. 하지만 그럴 일은 별로 없다. 나는 포스트 모드를 끄고 촬영을 하는 경우가 99%인데, 초점을 맞추기 위해 반셔터를 누르면 엉뚱한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는 경우가 왕왕 있다. 물론 디스플레이를 터치해서 초점을 맞추는 과정이 당연한 촬영 프로세스이긴 하지만, 엉뚱한 곳에 포커스를 맞출 때마다 ‘애가 또 이러네….’ 이런 생각이 든다. AF 속도도 그렇게 빠르지 않다 보니 그 과정이 답답하다. LX100M2로 영상 촬영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몇 번 영상을 찍어보니 사진에서보다 AF가 더 느리다. 영상용 카메라는 아니라 불만은 없지만 아무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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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파인더가 틸트가 되지 않는 것도 단점이다. 이거 하나 넣어주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다. 뷰파인더가 꺾이는 대신 내 목과 몸이 꺾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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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카드 슬롯이 하단에 있어서 카드를 꺼내려면 케이스를 벗겨야 한다. 케이스 벗기는 방법이 간편하지 않다. 나사를 돌려야 하는데, 그 과정이 꽤 불편하다. 단점은 이 정도다. 사소한 것들은 있지만 결정적인 단점은 없었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장점 몇 개만 얘기하면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먼저 접사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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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_retouched_-27 [보정하지 않은 사진]
1400_retouched_-2 [보정하지 않은 사진]

초점 거리 3cm로 접사를 찍을 수 있다. LX100M2가 손에 들려 있으면 괜히 꽃을 찍고 싶어진다. 꽃만 보이면 사진을 찍는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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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하는 게 재밌다. 렌즈에 있는 조리개 조절 링으로 조리갯값을 조절하고, 바디 상단에서 셔터스피드를 조절한다. LX100M2에는 이런 아날로그스러운 매력이 있다.

1400_retouched_-22 [화면비를 1:1 비율로 바꾼 상태]

그리고 렌즈의 초점 조절링 앞에 종횡비를 바꿀 수 있는 링이 있다. 3:2, 16:9, 1:1, 4:3이라고 적혀 있다. 1:1 비율로 촬영하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에 편한 비율이 된다. 보통 종횡비 조절 링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되진 않는데 LX100M2의 매력이다. 필름 카메라를 많이 안 써봐서 모르지만 LX100m2에 대한 후기를 찾아보니 필카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조작성이라고 칭찬이 많더라. 쓰기 전에 복잡해 보이지만 쓰다 보니 매력에 빠져드는 카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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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나 더. LX100M2의 사진스타일에서 필터를 적용할 수 있다. 선명함, 풍경 등 여러 모드가 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드는 L.모노크롬. 매일 보는 풍경도 흑백 안경을 끼고 보면 생경하게 느껴질 거다. 부작용이 있다면, L.모노크롬으로 촬영을 하니 라이카 M10 모노크롬을 써보고 싶어진다는 것 정도…

도입부에 ‘LX100M2’에 정착했다고 말하긴 했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다. 리뷰를 쓰고 나니 다른 콤팩트 카메라를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분명한 건 미러리스나 DSLR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것.

아무튼 나는 콤팩트 카메라 덕분에 나는 사진과 더 가까워진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진 촬영을 좋아하고, 사진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면 LX100M2는 확실히 추천할 만한 카메라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