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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서울 카페 3

안녕. 새해에도 카페 다니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꼭 집에서 일을 못 하고 카페로 나가야 하는 (나 같은) 이들이...
안녕. 새해에도 카페 다니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꼭 집에서 일을…

2022. 01. 19

안녕. 새해에도 카페 다니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꼭 집에서 일을 못 하고 카페로 나가야 하는 (나 같은) 이들이 있다. 감각적이고도 편안한 공간에서, 향긋하고 맛있는 커피 한잔 두고, 노트북을 펴고 일하는 게 즐거운 사람들. 우리 ‘카택근무족’들을 위해 서울의 카페 세 곳을 소개한다.

내가 생각하는 ‘작업하기 좋은 카페’의 기준은 이 정도. 넓고 쾌적한 내부에 큰 창문도 있어 답답하지 않을 것. 테이블 수가 넉넉하고 의자가 편할 것. 거기에 맛 좋은 커피와 근사한 분위기까지 즐길 수 있다면, 삐빅- 통과입니다.


[1]
가로수길
RDBK 가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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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넓고, 테이블이 많다. 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오늘 일 편-안하게 잘 되겠단 마음이 자연스레 드는 이유. 기본적으로 공간 면적이 크고 창문이 많아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다. 채광이 워낙 좋아 환한 조도가 유지된다는 것도 큰 장점. 아이보리와 옐로우, 짙은 레드의 컬러 조합에 쏟아지는 자연광이 더해져 밝고 활기 있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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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와 미니 테이블 자리를 제외하고도 작업하기 좋은 테이블이 무려 13개. 넓은 공간에 무리하게 욱여넣지 않아 좌석 간격도 널널하다. 의자는 임스 체어나 카스텔리 체어 등 고가의 빈티지 체어가 주를 이룬다. 보기에도 좋고 착석감도 편해 장시간 앉아 작업하기에 무리가 없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콘센트. 넉넉한 좌석 수에 비해 충전 가능한 콘센트는 딱 하나뿐이다. 공간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처럼 보이긴 하나 노트북 작업자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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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릭은 호주 캔버라에서 시작한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다. 국내 지점은 가로수길과 약수, 을지로에 있는데 모두 본사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수입해 제공한다. 블랙, 화이트 등 호주 스타일로 표기된 기본적인 커피 메뉴부터 다양한 싱글 오리진 원두로 즐길 수 있는 필터 커피까지. 대개 5종 내외의 원두가 준비되니 매번 다른 커피를 마셔볼 수 있다. 내가 선택한 건 에티오피아 에딧슈 훌리차이에. 한 모금 머금었을 때 가득 느껴지는 복숭아의 단맛이 참 좋았다. 아침 오픈 시간에 방문한다면 간단하게 요기하기 좋은 오버나이트 오트를 먹어보는 건 어떨까?(우유에 재워둔 귀리에 여러 토핑을 얹어 먹는 식으로 호주에서 아침 대용으로 많이 먹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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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민감한 독자분들도 많을 거다. 여기는 걱정할 필요 없다. 카페 내부에서, 남녀 별도로, 아주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까. 생각보다 화장실이 열악한 카페가 많은데 이 정도면 장시간 머물러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공간과 맛, 친절한 서비스에 깨끗한 화장실까지 이 일대에서 개인 작업하거나 미팅을 하게 된다면 RDBK만한 데가 없겠지 싶다.

RDBK 가로수

  • 주소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62 3층
  • 영업시간 매일 11:00-20:00
  • 인스타그램 @rdbk_kr

[2]
연희동
프로토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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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작업실 혹은 디자인 스쿨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곳. 짙은 모노톤과 따스한 우드톤이 균형 있게 어우러져 세련된 무게감과 차분함이 전해진다. 천장 조명이 밝은 편이 아닌데도 딱히 어둡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햇빛이 환하게 드는 덕분이다. 한쪽 면을 가득 채운 7개의 통창 너머로 연희삼거리의 가로수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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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열람실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동일한 형태의 좌석들. 모든 자리에 아르떼미데 조명과 메모지, 연필, 자, 콘센트까지 구비해놓은 점이 인상적이다. 우드와 스틸 소재의 조화가 매력적인 테이블 & 의자는 다소 딱딱하긴 해도 높이가 적당해 자세에 크게 무리가 가진 않는다. 공간 전체적으로 각자의 작업에 집중하면서도 차분히 커피를 음미할 수 있도록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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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 바로 옆 로스팅실에서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제공한다. 에스프레소 베이스 메뉴와 필터 커피 모두 가능하며, 필터 커피의 경우 레드브릭과 마찬가지로 4-5종의 싱글 오리진 원두를 선택해 마실 수 있다. 내가 고른 건 에티오피아 시다마 파피초 마이크로 내추럴. 바리스타분의 설명대로 은은하게 퍼지는 달콤한 과일 향이 매력적이고 식을수록 미묘하게 바뀌는 맛이 재미있었다. 다음에는 점심 즈음 방문해 하우스 샌드위치도 먹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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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곡 중심의 음악 선곡이 공간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고 작업 BGM으로서도 좋다. 아무래도 한국말이 귀에 꽂히는 노래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다음 가사를 떠올리며 흥얼거릴 때도 있으니까. 잔잔하고 공간감이 느껴지는 음악들이 적절한 백색소음이 되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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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Protokoll

  •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09 2층
  • 영업시간 매일 10:30-22:00
  • 인스타그램 @protokoll.roasters

[3]
충무로
섹터 커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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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BK 가로수와 프로토콜보다는 작은 공간이다. 하지만 충무로역 사거리가 내려다보이는 통창이 개방감을 주고, 좌석의 형태와 배치가 다채로워 좁거나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창이 워낙 큰 데다 내부 역시 밝고 깔끔한 톤이 주를 이뤄 볕이 좋은 날에는 또 얼마나 따뜻한 분위기가 만들어질지 궁금하다. 화려하고 세련되진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편안하고 부담 없이 머무르기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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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 테이블과 단체 테이블을 포함 모두 14개의 테이블을 갖추고 있어 자리 걱정은 별로 안 해도 될 것 같다. 의자도 편안하고, 테이블 크기도 적당하고, 공용 테이블에는 멀티탭 콘센트도 구비돼 있다. 혼자서 작업하는 건 물론이고 여럿이서 간단히 회의하거나 미팅을 갖기도 좋은데, 주중에 가면 인근 동국대학교 학생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과제나 조별 모임을 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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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논 커피, 베이커리까지 오늘 소개한 세 카페 중 가장 다채로운 메뉴 구성을 보인다. 직접 로스팅한 블렌딩 원두 ‘TIME WELL SPENT’는 아메리카노로 마셨을 때 은은한 산미가 부담스럽지 않았고, 고소한 호두 파운드 케이크를 곁들이니 둘의 궁합이 훌륭했다. 얼그레이 비건 쿠키나 두부 브라우니 같은 비건 디저트도 눈에 띄는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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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담요를 제공하는 것도 소소한 포인트. 작지만 센스 있는 장치다. 요즘같이 추운 날에는 카페 안에 앉아 있어도 어쩐지 등이나 무릎이 시릴 때도 있지 않나. 우리 카페에서만큼은 최대한 편안하고 아늑하게 머물다 가라는 배려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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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터 커피 바 Sector Coffee Bar

  • 주소 서울 중구 퇴계로 198 2층
  • 영업시간 매일 10:00-22:00
  • 인스타그램 @sector_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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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