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디에디툰] 죽은 사람의 기억을 읽습니다

안녕, 여러분! 디에디트 초창기부터 열심히 연재했던 [디에디툰] 코너가 오랜만에 돌아왔다. 이 시리즈 자체가 초면인 독자분들도 많을 것 같다. 그런 뜻에서...
안녕, 여러분! 디에디트 초창기부터 열심히 연재했던 [디에디툰] 코너가 오랜만에 돌아왔다. 이 시리즈…

2021. 11. 04

안녕, 여러분! 디에디트 초창기부터 열심히 연재했던 [디에디툰] 코너가 오랜만에 돌아왔다. 이 시리즈 자체가 초면인 독자분들도 많을 것 같다. 그런 뜻에서 예의바르게 자기소개를 하자면, [디에디툰]은 웹툰 마니아인 에디터H가 좋아하는 작품을 소개하는 코너다. 오랫동안 소홀했던 이유는 매달 통장에서 구독료를 훑어가는 각종 OTT 서비스에 홀려서고, 오랜만에 돌아온 이유는 그만큼 대작을 만났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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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인공은 카카오웹툰에서 연재되고 있는 홍작가의 <Dr. 브레인>. 웹툰을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제목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며칠 전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Apple TV+의 첫 번째 한국어 시리즈가 바로 웹툰 Dr. 브레인을 원작으로 제작됐으니까. Apple TV+는 Apple에서 직접 운영하는 영상 콘텐츠 구독 서비스다. 여타의 구독 서비스와 다른 점은 오직 오리지널 서비스만 제공한다는 것. 서비스 시작 후 2년 동안 굵직한 대작들을 제법 여럿 배출했다. 제이슨 모모아 주연의 <SEE>라든지, 리즈 위더스푼과 제니퍼 애니스톤이 주연과 제작을 맡은 <더 모닝쇼>라든지. 적잖은 예산을 투입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 Apple TV+에서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국어 드라마를 제작한다는 건 귀가 쫑긋할 만한 소식이었다. 배우 이선균이 주연을 맡고, 김지운 감독이 총괄 제작과 연출을 맡았다는 사실 역시 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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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카카오웹툰 앱을 열고 <Dr. 브레인> 정주행을 시작했다. 일단 장르는 심리 스릴러. 앉은 자리에서 시즌 1을 몽땅 끝냈다. 이용권을 구매하는 손놀림엔 망설임조차 없었다. 흐름이 끊길까봐 조급할 뿐이었다. 사족이지만 며칠 지나고 나니, 카카오웹툰에서 11월 한 달 동안 Dr. 브레인 시즌1 전체를 무료로 풀었더라. 간발의 차로 4화부터 32화까지 내돈내산 내 캐시로 결제한 꼴이 되어버렸지만 후회는 없다. 왜냐면 정말정말 재밌었으니까.

Apple TV+가 첫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를 웹툰 원작으로 가져간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Apple TV+가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권을 껴안을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한데, 최근 한국어 콘텐츠가 전세계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웹툰은 물론 드라마 영역에서도 스위트홈, 킹덤, 오징어게임 같은 독특한 장르물이 계속 홈런을 치고 있기 때문에 탄탄한 스토리와 설정을 가진 원작을 물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이쯤에서 “Apple TV+가 선택한 웹툰은 대체 어떤 스토리지?”하고 궁금해지겠지.

콘텐츠 추천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이거다. 내가 너무 재밌게 봐서 알려주고 싶고, 말해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리는데. 여러분의 재미를 남겨두기 위해서 스포일러를 피해야 한다는 사실. 가장 큰 스릴은 해치지 않는 선에서 <Dr. 브레인>이 어떤 웹툰인지 알려드리겠다.

render-1635855691590-0ⓒ 홍작가/Kakao Entertainment Corp.

일단 장르는 심리 스릴러. 어릴 때부터 자폐 증세가 있었던 주인공 ‘세원’은 주변과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소년이었다. 그러다 뺑소니 사고를 당해 함께 있었던 어머니가 목숨을 잃게 되고, 주인공도 중태에 빠진다. 그런데 의식을 회복한 세원이 갑자기 어떤 숫자를 중얼거린다. 그 숫자는 바로 차번호였다. 사고를 당하던 당시에 도주한 차량의 번호를 순간적으로 보게 됐고, 그걸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던 것. 세원은 아주 드물게 발견되는 천재성을 가지고 있었다.

render-1635855730470-0ⓒ 홍작가/Kakao Entertainment Corp.

그 뒤의 이야기는 20년 후로 넘어간다. 뇌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한 세원은 미국의 한 대학원에서 뇌 과학을 연구하며 박사과정을 밟는 연구원이 되어 있다. 사람의 뇌를 해독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미 동물 실험을 통해 뇌에 직접 핀을 꽂아 생각을 읽는 실험이 성공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 연구는 앞으로 펼쳐질 스토리의 큰 힌트가 된다.

render-1635855751749-0ⓒ 홍작가/Kakao Entertainment Corp.

어느 날 세원에게 접근한 낯선 남자는 아주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 죽은 사람의 뇌에 접속해서 어떤 정보를 빼달라는 것. 망설이던 주인공은 결국 뇌과학자로서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시체 보관실에 몰래 들어가, 한 시체의 뇌에 구멍을 뚫고 자신의 뇌와 직접 연결을 시도한다. 그리고 죽은 자의 뇌에 남아있는 기억들을 보게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 기억들이 데이터를 옮기든 명료하게 인지되는 것이 아니라, 세원의 뇌에 뒤섞여 버린다는 거다.

render-1635855810667-0ⓒ 홍작가/Kakao Entertainment Corp.

그래서 주인공은 일상 속에서 조금씩 이상함을 느끼게 된다. 전혀 알 리가 없는 사실은 아는 것처럼 떠들기도 하고, 피우지 않던 담배를 무의식 중에 피우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장소를 찾아가기도 한다. 결국 죽은 자의 기억이 자신의 뇌에 들어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 정보를 의식적으로 분리해낸 뒤에 낯선 남자가 요구한 정보를 알아내게 된다.

전개가 굉장히 빠른 작품이라 32화까지 단숨에 보는 동안 영화를 몇 편 쯤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인공인 세원은 점점 죽은 자의 기억과 자신의 기억이 뒤엉켜 혼란스러워하고, 그에게 처음부터 접근했던 낯선 남자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져간다.

render-1635857088111-0ⓒ 홍작가/Kakao Entertainment Corp.

이 스토리 라인의 치밀함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아 역시 K-웹툰이다!”하며 국뽕에 취해버릴 지경. 개인적으로 홍작가의 오랜 팬이기도 한데, 독특한 설정과 스토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게다가 작화도 유니크하다. 극중에서 주인공 세원을 제외한 인물들은 모두 ‘미국인’인데, 작화를 통해 동양인과 서양인의 얼굴 골격 차이를 너무 잘 표현했기 때문에 캐릭터가 더 리얼하게 느껴진다. 선과 컬러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힘도 어마어마하다.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드라마나 영화로 옮겨보고 싶은 욕심이 들겠구나 싶을 만큼.

Apple TV+에서 드라마화된 <Dr. 브레인>은 웹툰 원작과는 설정이 다르다. 말했듯 웹툰은 미국을 배경으로 전개되지만, 드라마는 한국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마 등장인물이나 다른 설정들도 조금씩 달라진 것 같다. 그래서 원작을 다 보고나서 드라마를 보면, 다른 스토리 라인 안에서 다른 해석과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render-1635857120736-0ⓒ 홍작가/Kakao Entertainment Corp.

마지막으로 좋은 소식을 전하자면, 오랫동안 기다리던 웹툰 Dr. 브레인의 시즌2가 연재를 시작했다. 타이밍 좋게 11월 한 달동안 시즌1 전체를 무료 공개한다고 하니, 아직 시즌1을 보지 않은 분들은 시즌1부터 시즌2까지 쭉 달릴 수 있으니 부러울 따름. 에디터H가 느꼈던 재미와 스릴을 모두 같이 느껴봤으면. 마지막으로 ‘친절하게 <Dr. 브레인>을 감상할 수 있는 링크까지 달아두고, 호들갑스러웠던 감상을 마친다. <Dr. 브레인> 감상 링크는 여기.

*이 글에는 카카오웹툰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