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집콕러를 위한 OTT 편성표

안녕, 에디터B다. 추석 특선 영화라는 개념이 흐려졌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15년 전만해도 이번 명절엔 어떤 방송국에서 흥행작을 틀어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KBS에서...
안녕, 에디터B다. 추석 특선 영화라는 개념이 흐려졌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15년 전만해도 이번…

2021. 09. 15

안녕, 에디터B다. 추석 특선 영화라는 개념이 흐려졌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15년 전만해도 이번 명절엔 어떤 방송국에서 흥행작을 틀어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KBS에서 <우주 전쟁> 방영한다는데?”, “극장에서 놓친 <미녀는 괴로워>를 TV에서 볼 수 있대!” 그땐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하기 전이었고, 고화질의 영화를 합법적으로 보는 방법이 많지 않았다. 2021년의 한국에서 방송국 영화 편성표는 무의미해졌다. OTT 세 개만 가입되어 있으면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평생 영화만 보며 살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추석 연휴에 볼만한 영화 30편을  왓챠, 넷플릭스, 웨이브에서 골랐다. 모두가 알만한 흥행작 대신, 관객 수가 적었던 숨은 명작 위주로 큐레이션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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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판타지아>(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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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벽을 좋아한다면 꼭 봐야 하는 영화. 김새벽의 나른한 분위기와 영화 속 고요한 공기가 찰떡이다. 일본어를 하는 모습은 어찌 그렇게 또 매력적인지. 이 영화는 두 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기 위해 일본의 소도시를 취재하는 감독과 조연출, 두 번째 파트는 그 결과물을 담고 있다.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에 대해 흥미가 없어도, 감독의 취재가 어떻게 이야기로 각색되었는지를 관찰하는 게 흥미롭다. 한국인 여행객과 일본 청년의 로맨스는 <비포 선라이즈>의 간질간질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오직 3만 7,000여명의 관객만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다.


[2]
Watcha
<캡틴 필립스>(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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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선 앨라배마 호가 소말리아 해적들의 공격을 받는다. 필립스 선장의 기지로 1차 공격을 막지만, 2차 습격은 막지 못한다. 결국 총을 든 해적들에게 점령당한 앨라배마 호. 선원들을 지키기 위해 필립스 선장은 본인의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베팅을 한다. 이 영화는 소말리아 해적을 단순한 악인으로 그리지 않고, 해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소말리아인의 상황도 보여준다. “해적질 말고도 돈을 벌 방법은 많잖아?” “미국이라면 가능하겠지” 필립스 선장과 해적선 선장의 이 대화가 영화가 말하고 싶은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다. 시원하게 싸우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인지 관객을 24만 명밖에 동원하지 못했던 숨은 명작이다.


[3]
NETFLIX

<스파이 브릿지>(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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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또 톰 행크스 주연이다. 착하고 우직한 주인공을 보면 괜히 가슴이 뭉클해진다. 현실에서는 반대로 치트키를 쓰는 사람들이 주인공의 자리를 꿰차는 것 같기 때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스파이 브릿지>는 냉전 시대를 배경하고 하고 있다. 주인공은 보험 전문 변호사로 어쩌다 미국-소련의 스파이 맞교환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나 같은 쫄보라면 진작 중도 하차했을 것 같은 상황에서 주인공은 겁먹은 거 티 내지 않고 120% 훌륭하게 작전을 수행한다. 인간의 더러운 꼴을 많이 본 사람이 있다면 주인공의 숭고한 모습을 보고 인류애를 회복하면 좋겠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임에도 관객수는 26만 명에 불과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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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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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는 항상 비슷하다는 오해가 있다. 유혈이 낭자한 전투를 벌이다가 결국 다 죽는 영화가 아니냐고들 말한다. 하지만 피범벅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 다른 이유가 있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는 나치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서로 죽이고 죽는다. 당한 만큼 돌려주는 미군 알도 레인 중위는 바스터즈라는 8명의 대원을 모아 잔혹한 복수를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장면들이 많다. 그중 최고의 한 장면을 뽑으라면 진짜 독일군과 가짜 독일군이 섞여 술자리 게임하는 장면이다. 바로 위에 나오는 사진이 바로 그 장면이다. 이 영화는 3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재개봉이 절실하다.


[5]
Watcha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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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배구부 주장 키리시마가 동아리를 그만두고 자취를 감춘다. 영화는 키리시마가 사라진 그 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키리시마는 등장하지 않는다. 키리시마의 부재로 인해 주변 친구들에게 벌어진 상황을 하나씩 보여준다. 이 영화는 고등학생들의 로맨스, 우정 같은 달콤한 것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꿈이 없는 청춘은 괜찮은지, 특출나지 않은 평범한 재능도 행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한다. 그게 문제라는 게 아니라, 그래도 괜찮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오직 1,185명의 관객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다. 부럽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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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쉐프>(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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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을 배경으로 한 영화 중 이렇게 단조롭고 잔잔한 영화는 없을 거다. 귀여운 펭귄도, 바이러스도 생존할 수 없는 남극에서 8명의 관측 대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얼음이 갈라져서 위기에 빠지는 드라마틱한 순간은 없다. 남극 배경 ‘리틀 포레스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원들의 유일한 즐거움은 식사 시간이며, 그들의 먹방, 쿡방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엔 반드시 새우튀김을 먹도록 하자. 먹으면서 보는 것도 좋겠다. 국내에서 3,709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7]
Watcha
<멋진 하루>(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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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전도연)는 전 남친 병운(하정우)에게 빌려준 돈 350만 원을 받기 위해 불쑥 찾아간다. 반가움과 당혹스러운 표정의 병운에게 희수는 거두절미하고 딱 한 마디 한다. “돈 갚아.” 하지만 병운은 지금 돈이 없으니 나중에 계좌 이체하겠다고 말하고, 그를 믿지 못하는 희수는 당장 갚으라고 한다. 결국 병운은 가까운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니고 희수는 하루 종일 그와 동행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희수는 마냥 철없어 보였던 병운의 깊은 속내를 알게 된다. 하정우의 능글스러움과 전도연의 절제하는 연기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밀양>으로 온 에너지를 쏟아낸 전도연의 차기작이 바로 <멋진 하루>라는 점도 흥미로운 포인트다. 관객수는 지금까지 소개한 영화 중엔 가장 많다. 39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8]
Watcha
<나이트 크롤러>(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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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블룸(제이크 질렌한)은 LA에서 철, 동, 구리선 등 돈이 될만한 것들을 무단으로 수집해 팔아넘기는 일로 근근이 먹고산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 현장을 카메라로 찍어 방송사에 팔면 돈이 된다는 리빙 꿀팁을 알게 되고 본격적으로 그 세계로 뛰어든다. 하지만 루 블룸은 윤리의식이 지극히 부족하고 돈만 밝히는 인물.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을 담기 위해 비윤리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제이크 질렌할의 광적인 눈빛 연기가 소름 끼치는 영화다. 관객 수는 5만 6,000여 명.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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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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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80년, 대학 야구부 직원 이호창(임창정)은 너무 어려운 업무를 받는다. 바로 광주일고 3학년 선동열을 스카우트하라는 것. 모두가 탐내는 천재 선동열을 만나기 위해 호창은 광주로 내려가고, 그곳에서 7년 전 헤어진 연인 세영(엄지원)을 만난다. 이 영화는 언뜻 보면 가벼운 코미디 영화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생각보다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암울한 근현대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된 평범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선동열과 야구는 소재일 뿐이다. 관객 수는 29만 명.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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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게 살자>(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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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게 살자>를 장진의 대표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때 ‘장진빠’였던 나는 이 작품을 장진 베스트3에 들어갈 만한 수작이라고 생각한다(나머지 2개는 <아는 여자>, <킬러들의 수다>). 내용은 이렇다. 한 은행에서 은행 강도 모의 훈련을 하는데, 융통성 없는 주인공이 강도 역할을 맡는다. 보여주기식으로 대충하려고 했던 경찰서장은 도무지 봐줄 생각 없는 가짜 강도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휘둘리기 시작한다. 장진 특유의 말장난과 귀여운 농담들이 매력적이다. 관객 수는 213만 명.


[11]
NETFLIX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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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또 전도연 출연 영화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구조는 뒤죽박죽되어 있다. 시간순으로 정렬되어 있지 않아서 집중하지 않고 보면 길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줄거리가 헷갈린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두 번 볼 것을 권한다. 일단은 그냥 보고, 두 번째는 순서를 공부한 다음 보면 이런 꿀잼이 또 없다. 윤여정, 전도연, 진경, 정만식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했으니 연기 보는 맛도 있다. 배우 정우성이 연기파 배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언급하지 않았는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코로나-19가 심해지던 때라 관객 수는 62만 명. 안타까운 영화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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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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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가타카>를 아직 안 본 사람이 있을까? 1998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유전자 조작이 가져온 완벽한 미래와 개인의 불행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좋은 논쟁거리를 주기 때문에 교육용으로도 적합하다. 나도 이 영화를 ‘영화와 철학’이라는 교양 수업에서 처음 접했다. 줄거리는 이렇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건강한 우성 유전자를 만들어 시험관 수정을 하는 게 당연한 시대. 하지만 빈센트(에단 호크)는 사랑으로 잉태된 열성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다. 우성 인자가 아니면 우주 비행사가 될 수가 없지만, 불행하게도 그의 꿈은 우주 비행사. 꿈을 이루기 위해 수영 선수였으나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우성 인자 유진 머로우와 계약을 한다. 그에게서 피, 소변, 피부 등을 공급받으며 신분을 속이고 최고의 우주 항공 회사 가타카에 입사한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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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토냐>(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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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토냐 하딩. 하지만 그의 앞날은 순탄치 않다. 난폭한 엄마는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낸시 캐리건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한다. 설상가상으로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한 선수권 대회에서 낸시 캐리건 폭행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토냐를 구렁텅이에 빠뜨린 낸시 캐리건 폭행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관객과 평단에서 만족하는 보기 드문 작품인데, 관객 수는 1만 4,000여 명.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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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드>(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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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관 속에 갇혀 있다. 그의 이름은 폴 콘로이(라이언 레이놀즈). 그는 이라크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트럭 운전사다. 그에게 주어진 것이라고는 라이터, 칼 그리고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핸드폰뿐이다. 그는 전화 찬스를 이용해 위치를 알 수 없는 곳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들은 폴 콘로이의 상태를 알 수 없으니 답답한 상황만 이어진다. 산소도 줄어들고, 배터리도 줄어든다. 관객 수는 6만 3,000여 명.


[15]
Watcha
<기생충: 흑백판>(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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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서 컬러를 제거하면 얻게 되는 효과 중 하나는 인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사하게 수놓은 배경이 사라지니, 오로지 배우의 표정만 보게 된다. <기생충: 흑백판>에서 느낀 흑백 효과는 조금 달랐다. 가정부의 갑작스런 방문 이후로 영화의 분위기가 180도 바뀌는 오리지널 버전과 달리 흑백판에서는 시종일관 우울한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분위기는 처연하고,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처럼 난처해 보인다. 심지어는 햇빛이 반짝이는 순간에도 먹구름이 낀 듯 암울하다. 농담조차 슬프다. 1,031명의 관객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다. 그중 한 명이 나라는 게 자랑스럽다.


[16]
Watcha
<댐드 유나이티드>(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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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드 유나이티드>는 잉글랜드 축구계의 명장 브라이언 크러프가 당시 챔피언 리즈 유나이티드를 이끌던 때를 그린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스포츠는 소재일 뿐이고, 감독과 코치,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메인이다. 선수가 주인공일 때는 <골>처럼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많지만, 감독이 주인공일 때는 <머니볼>처럼 말로 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댐드 유나이티드> 역시 후자다. 브라이언 크러프는 자신감이 넘치는 젊은 천재 감독이다. 언변이 뛰어나고 언론을 대하는 방식도 유능하다. 하지만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 나락으로 떨어진다.


[17]
Watcha
<모스트 원티드 맨>(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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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압도’라는 단어 외에 다른 말을 떠올리지 못하겠다. 더는 그의 연기를 볼 수 없다는 게 슬픈 일이다. <모스트 원티드 맨>에서 필립 시모어 호프먼은 정보부 소속 비밀 조직의 수장인 군터 바흐만 역할을 맡았다. 군터의 특출난 능력은 정보원을 미끼 삼아 더 큰 목표를 제거하는 것. 군터는 아버지의 유산을 찾기 위해 함부르크로 밀항한 무슬림 청년을 이용해 테러리스트의 자금줄을 알아내려고 하는데, 그를 방해하는 또 다른 세력이 등장한다. 관객 수는 1만 6,000여 명.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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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슬러>(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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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테크닉과 무대 매너로 80년대를 주름잡은 레슬러 랜디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식료품 상점에서 일한다. 가끔 레슬링 무대에 올라가지만 심장이 안 좋아져서 그마저도 쉽지 않다. 하나뿐인 딸과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었으며, 좋아하는 여자는 자신을 밀어낸다. 절망뿐인 인생에서 랜디는 심장이 멈추는 한이 있어도 최고의 레슬링 매치를 하기 위해 경기장에 오른다. 그에게 레슬링은 단순한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였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랜디 역을 맡은 배우는 80년대 최고의 스타 ‘미키 루크’. 랜디의 굴곡진 이생이 그의 인생과 닮았다. 관객 수는 5만 8,000여 명.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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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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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는 시간 여행, 초능력, 살인 청부를 소재로 하는 복잡한 영화다. 흥미롭고 자극적인 소재를 갖다 쓰고 있는데, 과하지 않고 조화롭다. 줄거리는 이렇다. 타임머신이 개발된 2074년에는 기술이 발전해서 시체 은닉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범죄조직은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30년 전 과거로 보내고, 계약을 맺은 과거의 킬러들이 대신 죽인다. 그들이 바로 루퍼다. 하지만 어느 날, 루퍼 조(조셉 고든 레빗)가 미래에서 온 남자를 죽이려고 하는 순간 남자는 능수능란하게 포위망을 빠져나간다. 그 남자의 정체는 미래에서 온 자신. 미래의 조는 미래를 망친 한 소년을 죽이기 위해 과거로 왔으니 방해하지 말라고 말한다. 관객 수는 57만 명.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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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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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정말 어렵다. 나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세 번 봤다. 이름이 헷갈려서 노트에 관계도를 그리고 필기하면서 봤다. 영화 보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머리 아픈 영화를 좋아한다면 크게 만족할 거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영국 비밀정보부 요원 조지 스마일리(게리 올드만)는 서커스라 불리는 MI6 고위 간부 중에 스파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조지 스마일리는 어제까지 동료였던 정보부 사람들을 상대로 누가 스파이인지 비밀스럽게 찾아내야 한다. 이 영화는 캐스팅부터 미쳤다. 게리 올드만부터 톰 하디, 콜린 퍼스, 마크 스트롱, 베네딕트 컴버배치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이 흐르는 영미권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관객 수는 9만 8,000여 명.


[21]
Watcha
<미성년>(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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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아버지란 사람이 참 찌질하다, 누가 애고 누가 어른인지 모르겠다, 저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주리(김혜준)는 아버지(김윤석)가 다른 여자와 바람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평소에는 든든하고 다정한 아빠였는데, 불륜 사실을 딸이 알게 된 후부터 딸을 피해 다닌다. 이제 주리에게 과거의 든든한 아버지란 없다. 참고로 <미성년>은 배우 김윤석의 연출 데뷔작이이기도 하다. 관객 수는 29만 명.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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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더스>(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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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법대생 마이크(맷 데이먼)는 수준급의 포커 실력을 지닌 천재적 포커 플레이어. 취미로 가끔 포커를 하던 마이크는 어느 날, 러시아 마피아와 연줄이 있는 태디 KGB라는 사람에게 등록금 3만 달러를 모두 날린 후 빚을 진다. 그 이후 마이크는 점점 도박판에 중독되기 시작한다. 그가 포커에 중독된 사이, 여자친구는 그를 떠나고, 마이크를 아끼던 교수님도 여러 차례 실망하게 된다. 과연 마이크는 빚도 갚고 태디 KGB에게도 복수할 수 있을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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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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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시리즈’를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안 본 사람은 있어도, 이 영화 자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비포 3부작 중 단 한 편의 작품을 추천한다면 당연히 1편 <비포 선라이즈>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운명적으로 이끌려 하루 동안 비엔나에서 시간을 보내는 줄거리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두 사람의 대화 덕분이다. 두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차분하고 사랑스럽게 말할 줄 안다. 그림, 음악, 건축, 소설 등 예술적 소양이 풍부해서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호기심 어린 초반의 눈빛은 후반부로 갈수록 사랑에 빠진 눈빛으로 완전히 변한다. <비포 선라이즈>가 개봉하고 9년 뒤 <비포 선셋>이 나왔다. 1편의 열린 결말을 본 관객들은 어떻게 9년이란 시간을 견뎠을까. 그리고 <비포 미드나잇>은 또 9년 뒤에 개봉했다.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여러모로 굉장한 감독이다. 그는 <보이후드>를 찍을 땐 매년 일주일만 촬영했고, 그 작업을 12년 동안 반복했다. 하여간 이상한 감독이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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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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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멜로 영화의 최고봉이라고 하면 <8월의 크리스마스>를 꼽을 수 있다. 너무 유명한 영화라, 줄거리를 설명하는 게 민망하다. 그래서 줄거리는 생략한다. 나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중학교 2학년 여름에 봤다. 안방에 모기장을 쳐놓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잠들었고, 나는 모기장을 사이에 두고 TV로 <8월의 크리스마스>를 봤다. 줄거리를 모른 채로 보다가 영화가 끝났을 땐 허망해진 마음을 가눌 수가 없었다. 그러니 만약 아직 이 영화를 안 봤다면, 줄거리를 모른 채 봐도 좋겠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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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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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대여 카드, 책, 글, 운명, 바이올린, 진로, 짝사랑, 첫사랑, 우정과 사랑, 자전거. <귀를 기울이면>에 나오는 소재는 아련하고 정겨운 것들이다. 주인공의 아빠나 엄마, 할아버지들은 배려심이 넘치고, 좋은 어른들이라 현실성이 떨어지는 동화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착한 인물들의 순수한 걱정을 보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맞아, 나도 옛날엔 저렇게 순수한 아이였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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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더>(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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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의 깨끗하지 못한 면을 다룬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재밌게 봤다면 <파운더>를 추천한다. <파운더>는 맥도날드의 창립자가 아니라 ‘맥도날드를 빼앗은’ 레이 크록(마이클 키튼)의 이야기를 다룬다. 레이는 52세의 한물간 세일즈맨인데 어느 날 캘리포니아에서 맥도날드라는 식당을 발견한다. 주문한 지 30초 만에 햄버거가 나오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보고 맥도날드 형제에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음식의 맛과 진정성보다는 효율성과 돈을 추구하는 레이는 맥도날드 형제와 갈등을 빚고 결국 법적으로 맥도날드를 빼앗기 위해 치졸한 압박을 하기 시작한다. 관객 수는 3만 4,000여 명.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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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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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에서 외톨이인 선(최수인)은 방학식 날 전학생 지아(설혜인)를 우연히 만나고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하지만 방학이 끝나자 상황이 변한다. 지아는 어쩐지 선에게 거리를 두고 선을 따돌리는 보라(이서연) 패밀리와 가깝게 지낸다. 다시 외톨이가 된 선은 지아의 지나친 도발에 비밀스런 가정사를 폭로해버리고 만다. 선과 지아는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아이들만 나와서 착하고 심심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스릴이 있고, 명대사는 덤이다. 관객수는 5만 1,000여 명.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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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연출하지 마세요>(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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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나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영화도 하나 가지고 왔다. 이대영 감독의 <감독님 연출하지 마세요>라는 단편이다. 줄거리를 설명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 15분짜리니까 지금 당장 봐도 좋겠다. 반점에 반전을 거듭하는 작품이다.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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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 하나만 들어줘>(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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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십걸>을 한 번도 안 봤다. 그래서 블레이크 라이블리에 대한 어떠한 이미지도 없는 상태였다. 그때 <부탁 하나만 들어줘>를 봤는데, 뭐랄까, 사이코패스 같으면서도 치명적인 모습을 너무나 잘 표현했더라. 니콘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은 유튜버 스테파니(애나 켄드릭). 개미 한 마리도 못 죽일 것 같은 스테파니가 에밀리(블레이크 라이블리)라는 비밀스런 사람의 뒤를 밟게 된다(하지만 스테파니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었다). 수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닌 에밀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관객 수는 11만 명.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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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키즈>(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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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1951년 거제 포로수용소. 새로 부임한 소장은 수용소의 대외적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해 전쟁 포로들로 댄스단을 만들기로 한다. 북한의 로기수, 4개 국어가 가능한 양판래, 중국의 샤오팡, 사랑꾼 강병삼, 미국의 잭슨이 모여 스윙키즈라는 팀을 만든다. 국적과 이념이 다른 사람들이 춤이라는 언어로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토록 신나고, 좋은 메세지를 가진 작품이 147만 명밖에 동원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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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