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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가봐야 하는 망원동 카페4

안녕. 식당엔 관대해도 카페만큼은 까다롭게 선택하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고백하자면 예전에는 망원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망리단길이란 이름이 문제였지. 뭐만 하면...
안녕. 식당엔 관대해도 카페만큼은 까다롭게 선택하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고백하자면 예전에는 망원동을…

2021. 01. 18

안녕. 식당엔 관대해도 카페만큼은 까다롭게 선택하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고백하자면 예전에는 망원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망리단길이란 이름이 문제였지. 뭐만 하면 ‘-리단길’을 붙여대는 통에 동네의 특색과 분위기 이전에 ‘핫플’이란 이미지가 먼저 박혔다. 여기도 사람 많고 셔터만 시끄럽게 터져대는 고만고만한 동네겠구나.

가보니까 알겠더라. 망원동은 자유분방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가 있는 동네다. 화려함으로 으스대지 않되 각자의 개성을 충분히 드러내는 작은 가게들이 가득한 곳. 틈틈이 카페를 다녔다. 이미 팬층을 형성한 나름 네임드 카페부터,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소위 신상 카페/가오픈 카페까지.

오늘은 그중 4곳의 카페를 소개하려 한다. 아직 이 동네에 자리 잡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곳들이다. 아직도 망원동에 뭐 볼 게 있냐는 사람들, 나름 좋은 데 많이 다녔다고 까다로운 취향을 내세우는 나 같은 이들이라면 주목해보자.


[1]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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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은 전시장에 온 것만 같다. 정갈하고 미니멀한 분위기에, 곳곳에 자리한 쨍한 블루 포인트가 눈길을 사로잡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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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bad는 여백이 많고 단정하다. 그렇다고 답답하거나 지루한 건 아니다. 대로변 방향으로 길게 나 있는 창문이 시야를 틔우고, 독특한 디자인의 소품이나 테이블 컬러를 통한 영역 구분이 공간 분위기를 환기해주거든. 유려한 실루엣을 자랑하는 식물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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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제작한 가구들이 전반적으로 간결하고 시크한 무드를 잡아주는데, 그 외에도 작은 것들 하나하나 공들인 흔적이 느껴진다. 심플한 로고 타입을 기반으로 한 메뉴판과 스티커 디자인, 동료 디자이너가 제작해 선물해줬다는 그래픽 포스터, 단출한 메뉴 구성과 네이밍과 비주얼까지. 세심하게 브랜딩 된 요소요소들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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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not bad는 커피와 디저트만 파는 카페가 아닌 ‘공간 디자인 기반 브랜드’다. 오랜 로스터와 바리스타 경력뿐 아니라 공간 브랜딩 스튜디오 ‘더퍼스트펭귄’에서 일하기도 했던 조남인 대표. 그는 현재 공간 디자인, 가구 제작, 그 외 크고 작은 콘텐츠 기획 등 공간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프로젝트 디렉터다. 그런 그가 not bad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가장 빠르고 익숙한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시작한 것이 카페이니, 이곳은 프로젝트 디렉터로서 자신의 역량과 취향을 보여줄 수 있는 오프라인 포트폴리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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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내용을 몰라도 괜찮다. 인테리어가 취향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not bad는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곳이니까. 이름처럼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브루잉 커피 ‘클린 커피’나 상큼하게 즐길 수 있는 레몬 케익을 추천. 사진만 봐도 벌써 맛있지 않나?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 28 2층
인스타그램 @not.bad.official
추천 포인트 1.브랜딩이 훌륭한 카페를 찾는다면 2. 잘 정돈된 미니멀한 분위기의 공간을 좋아한다면


[2]
“빈티지 록 카페”
락떼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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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음악 들으러 가는 사람들을 종종 봤다. 나부터가 그렇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가만히 앉아 음악만 듣는 시간이라니… 훌륭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는 하루의 기쁨을 선물한다. 만약 록 음악을 못 잃는 참새 분들이라면? 락떼스피릿만한 방앗간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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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떼스피릿은 이름처럼 록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찬 카페다. 홍대에서 십 년이 넘게 하우스 DJ 생활을 하셨던 사장님이 온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만 가득 채워 완성한 공간. 특히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플레이리스트는 공간 분위기와 어울릴 법한 7-80년대 블루스를 중심으로 매주 업데이트하신다고 한다. 나부터도 여쭤보고 싶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제목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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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무드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다. 나무 가구와 각종 소품에서 세월의 흔적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음악과 영화를 비롯해 미국 문화를 무척 좋아한다는 사장님. 자신의 취향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대부분의 인테리어 공사를 직접 하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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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력과 정성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솜씨를 발휘해 벽에 그린 그림부터 예전부터 소장해오던 뮤지션들의 사진 액자, 극히 일부만 엄선해서 가져온 LP 컬렉션, 발리에서 DJ로 활동할 시절 구입했던 서프보드까지 하나하나 세심히 고르고 구성했다. 거기에 의자와 문, 행거 등 대부분 50년 이상 된 제품을 영국과 미국에서 공수했다고 하니, 빈티지 감성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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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역시 사장님이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제공된다.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경우 락 블렌드와 스피릿 블렌드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락떼(라떼)와 롤케이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락 앤 롤’도 센스 있는 네이밍만큼이나 훌륭한 궁합을 자랑한다고 한다.

주소 서울 마포구 희우정로20길 65
인스타그램 @rockttespirit
추천 포인트 1.록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2.투박하고 러프한 빈티지 무드의 카페를 찾고 있다면


[3]
“동네 힙스터 아지트”
604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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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카페’란 대체 어떤 카페인가? 열 명의 카페 러버들에게 물어보면 전부 다른 열 개의 대답이 나오겠지. 내가 꼽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너무 화려하지도 무겁지도 않은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주인장의 취향이 짙게 배어나는 시각 요소 기반의 콘텐츠. 지금 소개할 604seoul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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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크기에 나뭇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바닥과 테이블 좌석, 컬러풀한 소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캐주얼한 바이브가 전해진다. 편안한 마음으로 들를 수 있는 동네 카페 느낌이랄까? 손님들이 부담 없이 이용했으면 해 유행하는 디자인 가구들도 일부러 놓지 않았다고. 가구의 색깔이 이 공간의 색깔을 압도하는 게 싫으셨다는 데 과연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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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서브컬쳐를 좋아하는 주인장 부부의 취향이 곳곳에 묻어난다. 벽과 그라인더에 덕지덕지 붙은 스트릿 브랜드 무드의 스티커랄지, 엽서 크기의 필름 사진들, 한 켠에 틀어놓은 라이브 영상 등등. 공간을 채우는 크고 작은 시청각적 요소들이 604seoul만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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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체 제작한 티셔츠와 키링 같은 굿즈가 눈에 띈다. 물론 요즘엔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게 굿즈다. 하지만 여기는 커피를 팔고 디저트를 파는 작은 카페 아닌가. 메뉴와 상관없이 자기만의 아이덴티티와 취향을 담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멋진 일이다. 원래 디자인 스튜디오를 같이 하나 싶었는데 그냥 무언가 만들고 선보이는 걸 좋아해 다양하게 시도한 것이라고. 알다시피 모든 동네 카페가 이렇게 하진 않는다. 세련된 감각과 취향을 묵묵히 전달하는 어느 젊은 카페가 있고, 이를 알아보는 망원동의 힙스터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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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하다고 하는 곳들은 정작 메뉴가 부실하지 않나요?” 걱정 말자. 604seoul은 픽업 주문과 택배 서비스도 활발한 곳이다. 피넛 버터 쿠키와 홀리데이 초콜릿 케이크, 식사 메뉴인 그릴드 치즈 토스트와 쉬림프 번을 먹어보면 방금 그 말 후회할 거다. 서울과 부산의 로스터리가 함께하는 커피 메뉴 역시 그저 어떤 원두로 선택할지만 잘 고민하면 된다.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 49 정하빌딩 1층
인스타그램 @604seoul
추천 포인트 1.세련된 감각과 편안한 분위기를 함께 느끼고 싶다면 2.포틀랜드나 LA의 힙한 카페에서 좋은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면


[4]
“단골 작업실”
타운커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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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하기 좋은 카페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어딜 가도 똑같은 프랜차이즈 말고, 고유한 분위기와 스타일을 가진 개인 카페라면 더더욱. 그런 점에서 타운커피바는 귀중하다. 적당히 높고 넓은 좌석이 있다. 맛있는 커피 외에도 영감을 주는 근사한 포스터와 잡지도 있다. 단골 작업실 삼기에 이 정도면 충분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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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이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통창이 눈길을 끈다. 두툼한 고목을 사용한 헤링본 패턴의 바닥으로 쏟아지는 오후의 햇빛. 가구는 매트한 블랙 컬러로 통일했고 천장과 벽도 채도 낮은 회색으로 채워서 그런지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의 공간이다.

넓고 쾌적하다는 것도 중요한 특징. 화장실이 두 개나 있어서 좀 놀랐던 건 비밀이고… 책 읽고 작업하기 좋은 좌석은 기본이니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를 들고 오는 손님이 많은 건 당연한 일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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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커피바는 주인장이 좋아하는 것들을 애정 가득 담아 소개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입구 쪽 벽면을 모던한 그래픽 디자인 포스터들이 채우고 있는 것도 그 이유. 뉴욕 작가 ‘마이크 조이스’의 포스터라는데 그 외에도 여러 오리지널 포스터를 판매한다고. 요즘 많이들 좋아하는 미드 센추리 빈티지 의자와 스툴도 종종 소개하니 관심 있다면 인스타그램을 유심히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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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에는 작은 플리마켓을 진행했다. 주인장의 친구들과 함께 소소하게 열었는데 셀러로 참여한 뮤지션 뱃사공과 아프로의 인기 덕에 문전성시를 이뤘다나. 전시나 협업 프로젝트 같은 재미난 것들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니 앞으로를 기대해봐도 좋겠다. 아, 축구를 워낙 좋아하는 만큼 카페에 모여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관람하는 행사도 열어보고 싶단다. 카페에서 챔스 단체 관람이라… 이것도 참 재밌는 그림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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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취향껏 고를 수 있다.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경우 크게 호불호 안 갈리고 무난하게 마실 수 있는 원두, 대신 좀 더 독특한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브루잉 커피는 산미가 있고 개성 강한 원두 위주로 제공한다. 이날 나는 브루잉 커피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게르시’를 마셨는데 깔끔하면서도 상큼한 게 묘하게 중독성 있었다.

주소 서울 마포구 포은로 70 2층
인스타그램 @towncoffeeb4r
추천 포인트 1.커피 마시며 작업하기 좋은 카페를 찾는다면 2.그래픽 포스터와 빈티지 가구에 관심이 많다면

kimjeon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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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