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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넘어갈까, 오즈모 모바일3

“에디터H, 이거 봤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메시지로 링크를 보냈다. DJI가 오즈모 모바일3를 출시했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나는 몹시 의연했다. 정확히 말하면 심드렁했다....
“에디터H, 이거 봤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메시지로 링크를 보냈다. DJI가 오즈모 모바일3를 출시했다는…

2019. 08. 14

“에디터H, 이거 봤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메시지로 링크를 보냈다. DJI가 오즈모 모바일3를 출시했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나는 몹시 의연했다. 정확히 말하면 심드렁했다. 왜냐하면 조금도 살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사무실엔 오즈모 모바일과 오즈모 모바일2가 있지만 마지막으로 사용한 지 1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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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나도 이 스마트폰용 짐벌을 찬양하던 시절이 있었다. 스마트폰으로도 흔들림 없는 전문가급 영상을 찍을 수 있다니! 당장 결제하지 않곤 견딜 수 없었다. 이걸 이용해서 예술 세계도 제법 펼쳐봤던 기억이 있다. 한때 잔잔한 화제(?)가 됐었던 ‘해방촌 투어 영상’은 오즈모 모바일과 폰을 결합해서 찍었고, 작년에 ‘포르투에서 촬영한 여행 영상’ 역시 오즈모 모바일2를 활용해 촬영했다. 궁금하면 한 번 보고 오시길. 폰으로 찍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끝내주는 영상미다. 후후.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저 영상들을 찍은 뒤로는 오즈모 모바일을 쓸 일이 없었던 것이다. 평상시에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찍는 일상 영상은 짐벌이 없어도 충분했고, 본격적으로 촬영할 땐 고프로가 훨씬 용이했다. 요컨대 이거다. 스마트폰을 짐벌에 장착하고 사용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번거로웠다. 계속 전화도 받고, 카톡도 확인하고, 인스타그램도 해야 하는데 내 아이폰이 짐벌에 매달려 있으면 불편한 일이 계속 생겼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두 대 들고 다니는 것도 뭔가 이상했다. 흔들림 보정만이 목적이라면 액션캠이 훨씬 깔끔하고 변수가 적었다는 얘기다. 결국 한때 나와 찬란한 시절을 보냈던 오즈모 모바일은 먼지 쌓인 채 잊혀갔다.

하지만 오즈모 모바일의 완성도와 가성비에 대해서도 깎아 내리려는 건 아니다. 게다가 모든 사람이 고프로 같은 액션캠을 따로 사용하는 건 아니니까.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에서 ‘폰만으로’ 멋진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오즈모 모바일이 매력적이리라 생각한다. 나의 경우는 달랐을 뿐.

그래서 살 마음은 없지만 여러분을 위해 오즈모 모바일3의 소식을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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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중요한 건 가격이다. 첫 번째 모델만 해도 4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이었는데, 오즈모 모바일2에서는 17만 원으로 뚝 떨어졌더랬다. 덕분에 내 주변에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오즈모 모바일2를 구입했다. 40만 원이면 촬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구매할 가격이지만, 10만 원대로 떨어지니 “이번에 여행 가는데 한 번 사볼까…?”싶은 가격대로 진입한 것이다. 그리고 새로 공개된 세 번째 모델은 13만 8,000원으로 한 번 더 몸을 낮췄다. 대단한 전략이다. 인지도는 점점 쌓여가는 스타급 제품이 나올 때마다 저렴해지다니! 그럼 전작을 살까 말까 고민했던 사람들은 지를 수밖에 없다. 신제품이고, 성능은 더 좋아졌는데 가격은 싸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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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중요한 건 접이식 구조다. 여기선 솔직히 감탄했다. 짐벌이라는 게 생각보다 섬세한 기기다. 아무렇게나 들고 다니다가는 모터에 무리가 가서 망가지기 십상이고 말이다. 그래서 난 여행지나 출장지에 오즈모 모바일을 챙길 때마다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뭔가 불안해 보였거든. 그런데 반으로 접히는 구조가 되니 수납했을 때 훨씬 안정적이고, 휴대하기도 편해졌다. 무게도 가벼워졌다. 전작인 오즈모 모바일2는 485g, 새로운 오즈모 모바일3는 405g이다.

대기 모드 실행 중에는 짐벌이 접힌 상태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다시 펼치면 곧장 촬영을 재개할 수 있다는데 이 반응 속도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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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 롤’을 통해 세로에서 가로 모드로 전환되는 과정도 더 빠르고 편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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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개선을 통해 전용 앱에서 피사체 추적 기능도 업그레이드했다. 손떨림 방지와 짐벌 시스템의 안정화로 하이퍼랩스 촬영도 더 개선됐다고. 전용 앱에 추가된 기능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손바닥 제스처로 셀피를 찍거나 동영상 녹화를 시작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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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모드도 이번 제품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데, 오즈모 모바일3에서 최적화된 알고리즘으로 움직임이 빠른 피사체도 놓치지 않고 추적할 수 있다고 한다. 사용 시간은 전작과 동일하게 스펙상 최대 15시간. 이제 오즈모 모바일3로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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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특징을 여러분에게 설명해드리고 나니 내 마음에 이런 생각이 싹튼다. 13만 8,000원 밖에 안 하는데 그냥 사 봐야 하나? 이렇게 싸게 나왔는데 안 사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이번에 시칠리아 한 달 살기를 가서 필요하면 어쩌지? 이 글의 첫 문단에 쓴 표현이 무색해진다. 의연은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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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