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M의 취향] 내가 좋아하는 향

사람마다 저마다의 방법이 있겠지만 내 경우엔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땐 향기를 가장 먼저 바꾼다. 창문을 활짝 열어 바깥바람을 집으로 초대한...
사람마다 저마다의 방법이 있겠지만 내 경우엔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땐 향기를 가장…

2019. 03. 03

사람마다 저마다의 방법이 있겠지만 내 경우엔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땐 향기를 가장 먼저 바꾼다. 창문을 활짝 열어 바깥바람을 집으로 초대한 하고 새로운 향으로 공간을 채운다. 그리고 숨을 크게 내쉰다. 코로 들어오는 향이 뇌까지 전달되면 내 머리도 새로운 향으로 채워지는 기분이다.

향초, 디퓨저, 에센셜 오일 심지어는 룸 스프레이까지. 많이도 써봤지만 사실 가장 효과적이었던 건 역시 인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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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스란 말을 처음 들어봤을 당신을 위해 인센스가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자. 인센스는 ‘태워서 향을 내는 모든 것’을 말한다. 형태는 스틱부터, 콘, 모기향 모양의 코일까지 다양하다. 심신 안정 효과가 있어 과거부터 현재까지 요가나 명상에서 자주 쓰인다. 요즘엔 편집샵이나 바버샵에서도 인센스 특유의 향기를 자주 맡을 수 있다. 심지어 효리 언니도 쓴다. 효리네민박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제주도의 아침, 고요하고 청명한 아침 공기 사이로 차를 내리며 이효리가 말한다. “오빠 나 향 좀 피워주라” 맞다. 여기서 말하는 향이 바로 인센스다.

인센스는 공기중에 발화되는 디퓨저의 쏘는 듯한 향과는 느낌이 다르다. 왁스가 타면서 향을 내는 향초와도 분명히 다른 매력이 있다. 얼마 전 썼던 오이뮤 인센스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좋은 향기 추천해주세요.” 그래서 오늘은 내가 써본 인센스 중 가장 좋은 것들을 추천하는 기사를 준비했다. 당신의 아름다운 사치를 위하여!


사티아 나그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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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좋은데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서 슬픈 인센스. 인센스의 스탠다드, 클래식, 처음과 끝이라고 할 수 있는 녀석이다. 참파(champa)라고 하는 인도에서 나는 달콤한 꽃향기와 백단(샌달우드)를 조합한 향이다. 달달하고 우디한 느낌이 강한데 그 향이 강해서 호불호가 좀 갈린다. 나그참파는 인도에서 왔다. 아마 향을 맡아 본 적이 있다면 단번에 고개를 끄덕일 거다. 눈을 감고 명상이나 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향이다.

워낙 유명한 제품이고, 가격도 저렴한데다가(스틱 12개가 들어있는게 2천원 대), 푸른색의 이국적인 박스 덕분에 다들 이걸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는 비추. 왜나면 독하거든. 이걸로 시작해서 ‘난 인센스는 별로’라고 마음의 문을 닫지 않았으면 한다. 인센스가 처음이라면, 다음에 소개할 오이뮤처럼 최근에 조향되거나(참고로 나그참파는 1964년에 인도에서 시작됐다) 혹은 죽향 스타일보다는 향이 조금 더 순한 선향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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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M의 인센스 토막 상식 *

길다란 모양의 인센스 스틱은 크게 죽향과 선향 두가지로 나눈다. 인센스는 차콜이나 우드 반죽에 아로마에센셜 오일을 넣어 만드는데 이 반죽을 마치 핫도그나 빼빼로처럼 얇은 대나무 스틱에 입히면 죽향. 반죽 자체를 국수처럼 길게 뽑으면 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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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의 차이를 알아두는 건 중요하다. 왜냐면 인센스 홀더도 죽향과 선향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죽향은 다 타도 빼빼로의 과자 부분같은 손잡이 역할을 하는 대나무가 남아있지만 선향은 끝까지 타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향의 홀더는 유리나 세라믹처럼 타지 않는 소재를 써야 한다(밑줄 쫙). 그리고 죽향보다 선향이 조금 더 길이가 짧으니까 타는 시간도 짧고, 전반적으로 향이 조금 더 약하다.


오이뮤 인센스 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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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서 잊혀가는 것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걸 참 잘하는 디자인 브랜드 오이뮤. 지난 번 기사에도 소개한 것처럼 이제 몇 남지 않은 전통 향방과 협업해 만든 ‘에어 프로젝트’로 나온 스틱. 내가 산 건 백단, 귤피, 개암, 무화과가 5개씩 들어있는 샘플러다. 이건 이미 소개한 적이 있으니 궁금하면 ‘香을 피웠어요’ 기사를 읽고 와도 좋겠다.


고네쉬 라벤더 엑스트라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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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허브에서 배송비를 채우기 위해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요즘 푹 빠진 인센스. 만약 인센스를 어느 정도 피워봤고, 조금 더 새롭고 좋은 향을 찾고 있는 중급자라면 고네쉬를 추천한다. 고네쉬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센스 브랜드 중 하나다. 천조국이라 그런지 일단 참 크다. 일반적인 인센스 스틱이 20cm라면 고네쉬는 무려 25cm. 그중에서도 라벤더 엑스트라 리치는 요즘 내 최애 인센스. 태우기 전에 나는 향이 은은한 라벤더 비누처럼 싱그럽다. 그리고 막상 태우면 라벤더와 인센스 특유의 샌달우드 향도 함께 느껴진다. 스틱은 이미 누군가 한 번 태운 것처럼 새까만데 반죽에 차콜을 사용해서 그런 거니 안심해도 된다. 기분전환이 필요하거나, 집안에 퀴퀴한 잡내를 잡을 땐 역시 이녀석 만한 게 없더라.


파피에르 다르메니 트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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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엔 내가 종종 찾는 작은 편집숍이 있다. 책상 위 지우개 가루를 치울 때 쓰는 싸리나무 빗자루, 물먹은 화선지처럼 은은한 멋이 있는 그릇, 손으로 뜬 것처럼 보이는 가방 등 적어도 나한텐 보석 같은 물건들로 가득하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또다시 들린 그날은 유난히 향이 좋았다. 인센스는 인센슨데 어쩐지 조금 다른 느낌. 밀도가 더 낮다고 해야하나. 참지 못하고 결국 주인에게 물었다. “이 인센스는 뭐예요? 저 살래요” 그리고 난 이걸 손에 쥐고 그곳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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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에르 다르메니 페이퍼 인센스. 메이드 인 프랑스. 120년 전 세계 최초로 종이 인센스를 창조하고 지금까지 만들어 오고 있다. 작은 책처럼 생긴 걸 펼치면 은은한 향이 피어오른다. 3등분 된 페이지를 마치 쿠폰북처럼 툭툭 찢어낸 뒤, 아코디언처럼 지그재그로 접는다. 타지 않는 그릇에 접은 종이를 올려두고 불을 붙인 뒤 잔불만 남긴 상태에서 향을 즐긴다. 종이가 타면서 연기와 함께 향이 퍼져 나가는 원리다. 종이가 작으니 그리 오래 타지 않고, 향도 독하지 않은 편. 가격은 1만 원대지만, 하나에 12페이지가 있고 1페이지로 3번을 쓸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 종이 인센스가 좋은 건, 가끔은 이 자체가 세상에서 가장 얇고 작고 가벼운 방향제가 될 수 있다는 거다. 툭 찢어 지갑에, 가방에, 여행 갈때 캐리어에 넣어두면 은은한 향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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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 저 이야기하다 보니, 짧지 않은 추천기가 되어버렸지만 아직도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더 남았다. 만약 에디터M의 수다가 아직 부족하다고 느꼈다면, 아래 영상도 한 번 보고 가도 좋겠다.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