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Dear, my QUEEN

굿모닝. 나는 음악 평론가 차우진이라고 해. 하필 ‘굿모닝’이라고 한 건 지금이 아침이라서인데, 그렇다고 일찍 일어난 건 아니고(굳이 따지자면 어제 아침에...
굿모닝. 나는 음악 평론가 차우진이라고 해. 하필 ‘굿모닝’이라고 한 건 지금이 아침이라서인데,…

2018. 11. 13

굿모닝. 나는 음악 평론가 차우진이라고 해. 하필굿모닝이라고 한 건 지금이 아침이라서인데, 그렇다고 일찍 일어난 건 아니고(굳이 따지자면 어제 아침에 일어났는데아, 굿모닝이고 뭐고 좀 눕고 싶네). 뭐 아무튼, 오늘은에 대한 얘기를 할 거야. 

movie_image (1)[문제: 이 영화의 제목은 무엇일까? ‘당신이 경험할 최고의 전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퀸을 처음 알게 된 독자를 위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어. 어라?! 디에디트 편집진이 독자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고. 어떤 사람들에게 퀸이라는 이름은 내게앰풀이니클렌징이니스킨 토너 미스트처럼 들릴지 몰라. ‘어디서 들어는 봤는데 정작 그게 뭔지는 모르는 이름같은 것이랄까.

이 글에는 여러분이 몰라도 되지만 알면 재밌는 TMI가 난무할 것 같아. 기왕 이렇게 된 거, 디에디트에서 TMI 전문 필자로 컨셉을 잡아볼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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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은 20세기 록 음악의 역사에서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이유는 나중에 설명할테니, 일단 대략의 역사를 정리해보자. 대중적으로 알려진 퀸의 형태,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 프레디 머큐리, 존 디콘으로 멤버가 정해진 건 1971년이고, 이들은 1973년에 1집을 발매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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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처음부터 성공적인 건 아니었지. 이들이 대중적으로 성공한 건 1975, 4 [A Night at the Opera]였어. ‘Bohemian Rhapsody’가 수록된 바로 그 앨범이지. 이 곡은 그해 UK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영국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싱글이란 기록도 갖고 있어.

[혹시 아직 이 노래를 안들어봤다면, 일단 듣고 읽는 것도 추천]

이 노래는 여러 기록을 갖고 있는데, 일단 하드 록에 오페라를 결합하면서 6분이 넘는 길이의 충격적인 형태야. 당시엔 60년대와 달리 이런 실험적인 록 음악은 드물었거든. 사람들이 원하든 말든 일단 라디오에서 틀기 어렵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으니까. 올드 미디어 시대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지. 아무튼, 이 노래는세계 최초로 홍보용이 아닌 뮤직비디오를 만든 곡이기도 해. 당시 뮤직비디오는 홍보용 영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이 노래의 성공 이후 많은 음악가가 영상미가 있는 비디오를 만들기 시작하지. 이 노래가 1980, MTV의 탄생에 기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야.

de15edc32986ffb4902146b5a95389b2[그때 당시 실제 프레디 머큐리 모습]

또 하나, 이 노래는 프레디 머큐리가 작사·작곡을 했는데 그때 그의 나이가 27살이었어. 후반부의 코러스를 180번 덧입혔다는 것도 유명하지영화에서 엔지니어가 녹음 버튼을 누르면서프레디의 것(Fred’s thing), 00이라고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완성 직전까지 제목이 정해지지 않고 어떤 노래인지 아무도 몰라서 대충 그렇게 불렀다고 해.

DdPXkRIWAAAvVYJ[영화 속 ‘보헤미안 랩소디’ 코러스 부분을 녹음하는 장면]

그리고 한국에서는 1989년까지 금지곡이었지. 뭐 박정희 독재 정권 시절에는 이들 외에 엄청나게 많은 음악이 금지곡으로 지정되었지만, ‘Bohemian Rhapsody’는 파격적인 구성과 인기 덕분에 가장 유명한 금지곡일 거야. 당시 한국에서는 이 곡을 빼고 앨범이 발매되었는데, 2000년 이후엔 이베이에서코리안 에디션이란 이름으로 고가에 거래되는 걸 본 적도 있어. 아, 이건 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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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노래 외에 퀸의 음악적 평가에 기여하는 노래들은 정말 많아. 70년대에는 ‘Love of My Life’, ‘We Will Rock You’ ‘We Are The Champions’ 같은 곡들이 있고, 80년대에는 ‘Under Pressure’ ‘Another One Bites the Dust’ 같은 명곡들이 나오지.

*편집자주: 요즘 에디터M이 요즘 매일 듣고 있는 ‘Another One Bites the Dust. 그 시대에 이렇게 세련된 비트라니. 게다가 퀸의 진가는 라이브에서 알 수 있으니 꼭꼭 들어보시길!

하지만 이런 노래들의 성공 때문에 많은 사람이 퀸을 록 발라드나 디스코 풍의 음악을 하는 옛날 밴드로 여기는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퀸은 하드 록을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을, 그야말로 한계가 없는 시도를 했던 밴드야. 음악사적으로는 70년대와 80년대 록의 격변기에서하이브리드한 형태로 록 음악의 대안적 가능성을 제시한 밴드기도 해. 특히 공연장에서 팬들과 교감하는 능력으로는 따라갈 밴드가 없었다는 점은 21세기에도 시사적이야. 지금은 모든 게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는 시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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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얘기만은 하고 싶어. 많은 사람들이 퀸의 히트곡 덕분에 퀸을 접하고 퀸과 사랑에 빠지지. 하지만 가능하면 앨범을 전부 들어보길 권해. 특히 두 번째 앨범 [Queen II]는 퀸의 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어. 앨범 하나가 통째로 뮤지컬과 같은 분위기를 내는데 모든 멤버들이 작사작곡에 참여하면서 다른 누구도 아닌 퀸의 작품으로 기획된 의지를 느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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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퀸의 모든 멤버들은 작사작곡을 잘 해. 프레디 머큐리에 가려서 그렇지 모두 학위를 가진 엘리트들이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레코딩이나 공연에서 음향에 대해서만큼은 유난히 깐깐했다고 하니까. 그러니까 퀸은프레디의 것이 아니라 밴드, 즉 공동체 그 자체였지. 우리는 좀 더우리에 대해 더 생각할 필요가 있어. 안 그래?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프레디 머큐리가 “I Decided Who I Am”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울컥했어. 점점 자신이 누군지 스스로 결정하는 게 어려워지는 세상이 되고 있는데, 퀸은 스스로 갈 길을 선택하고 결정하고 정의하고 그걸로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저 우리 모두가 자신이 직접 선택하고 결정하는 인생을 살길 바랄 뿐이야. 그러니까 모두들, 퀸 음악 듣고 구원받읍시다.

chawoojin

About Author
차우진

음악/콘텐츠 산업에 대한 뉴스레터 '차우진의 TMI.FM'을 발행하고 있다. 팬덤에 대한 책 [마음의 비즈니스], 티빙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을 제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