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지우려 해

여러분 안녕, 에디터M이다. 오늘은 상큼하게 에디터H 욕으로 시작해보자. 그녀의 아이폰 사진첩은 혼돈의 카오스. 아니 태초의 혼돈 따위야 그녀의 사진첩에 대면 우주의 코딱지 같은거지.

[H의 사진. 이 혼란의 공간에서 유일한 챠밍 포인트는 에디터G다]

2011년부터 차곡차곡 쌓인 사진이 무려 2만 7,800장. 256GB 용량이 모자라서 아이클라우드 2TB나 추가로 사용중이시다. 모든 사진이 아이클라우드로 저장되도록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사진을 불러낼 때마다 아주 조금의 기다림과 큰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미지 한 장 한 장이 너무 소중한 추억이라 차마 구남친 사진도 지울 수 없다는 그녀. 정리라고는 1도 모르는 H를 위한 사진정리 앱을 소개한다.

여기서 잠깐! 어떤 독자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아이폰에서도 사진을 지울 수 있는데 왜 굳이 서드파티 앱을 쓰는지. 그런데 말이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사진들 중에 필요없는 걸 골라 지운다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진첩 속 손톱만한 썸네일만으로는 내 기억에서 사라져도 될 만한 사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거든.

자 오늘의 주인공을 소개하겠다. 슬라이드박스(slidebox). 무료니까 일단 다운로드 해보자.

정말 정말 쉽다. 기본은 이거다. 화면을 왼쪽으로 넘기면 이전 사진이, 오른쪽으로 넘기면 다음 사진이 나온다. 슉슉 넘기며 보다가 버리고 싶은 사진이 나오면 손가락을 위로 쓸어 올리자. 미련없이,냉정하게. 마음이 바꼈다면 ‘되돌리기 버튼’을 눌러 사진을 다시 부활시킬수도 있다. 이 앱의 가장 큰 장점은 시원시원하게 전체 화면으로 사진을 감상하다가 한 번의 손가락질로 삭제할 수 있다는 거. 신나, 짜릿해.

상단의 ‘정리하기’를 터치하면 사진이 전체화면을 벗어나 썸네일로 정렬된다. 과거의 사진을 정리할 땐 이 썸네일 모드에서 스크롤을 올려서 빠르게 예전 사진을 탐색하자. 최근에 찍은 건 아직 그것의 중요도가 결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오래된 사진부터 터 내 인생을 찬찬히 되짚으며 정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고작 한 번의 손가락질로 삭제라니 너무 쉬운거 아니냐고? 안심하시길. 얘가 그렇게 또 차가운 녀석은 아니더라고. 당신이 버린 사진은 휴지통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정리를 마친 후, 한꺼번에 휴지통으로 가서 ‘모든 사진 지우기’를 눌러야 진짜 삭제가 된다.

내가 하트 표시해 둔 사진을 지우려고 하면 이런 알람이 뜬다. 이런 안전장치 세심하다. 저번엔 나 좋다며. 근데 이제와 날 버리는 거야? 뭐 이런 느낌.

사진을 쉽고 빠르게 버리는 것 뿐만 아니라 모아 묶는 것도 가능하다. 하단 바에 내가 자주 쓰는 앨범을 꺼내두자. 일종의 즐겨찾기다. 넘기고 위로 쓸어올리다가 따로 모아두고 싶은 사진은 하단에 앨범 이름을 누르면 끝. 나는 디에디트용 사진 관리를 위해 <리뷰사진> 앨범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앨범은 당연히 아이폰 사진첩과 바로바로 동기화 된다.

검색해보니 이걸로 하루만에 몇 천장의 사진을 정리했다는 간증이 쏟아져 나온다. 추억은 소중하지만, 간직한다고 그게 다 당신의 추억이 되지는 않는다. 언젠가는 꺼내보겠지, 다 필요할 때가 있을거야 이런 안일한 생각이 당신의 스마트폰 용량을 좀 먹고 있다. ‘정리가 필요한 전국의 에디터H들이여. 우리 모두 이 앱으로 깔끔한 사진첩이 됩시다’라는 지극히 새마을 운동스러운 문장으로 오늘 리뷰는 끝. 아, 짧고 유용했다.

슬라이드 박스
Store – iOS / Android
Point – 우리 정리가 필요해, 인생도 사진도.
Price – 무료
Size – 24.9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