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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보고 싶어, LG 올레드 TV

솔직히 말하면 예전엔 TV가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이 드물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태블릿 같이 개인적인 기기의 작은 화면에 몰두하면서 살았으니까. 좁은 시야였다....
솔직히 말하면 예전엔 TV가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이 드물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태블릿 같이…

2018. 01. 11

솔직히 말하면 예전엔 TV가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이 드물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태블릿 같이 개인적인 기기의 작은 화면에 몰두하면서 살았으니까. 좁은 시야였다. 13인치 노트북 화면이 큼직하다고 느낄 정도였으니 오죽했을까. 근데 사무실을 얻고 나서 휑하게 남은 한쪽 벽을 보며 “TV가 필요한가…”하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때마침 LG전자 올레드TV를 리뷰할 기회가 생겼다. 기왕 하는 거 65인치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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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리뷰 제품을 기다렸다. TV가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는 디에디트의 세 에디터가 모두 모여 입을 떡 벌리고 호들갑을 떨었다. 내 키만한 박스가 당도했고, 그 안에서 칼날처럼 얇은 TV가 나왔다. 설치 기사님이 TV를 세우는걸 도와달라고 했을 땐 다들 겁을 먹었을 정도다. 너무 얇아서 손대면 부러질까봐. 다행히 가장 용감한(?) 막내 에디터가 그 역할을 맡았다. 기사님은 튼튼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껄껄 웃고 떠나셨다. 본래는 전자레인지가 올라가있었던 철제 TV장 위에 65인치 올레드 TV를 올려놨다. 아, 크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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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섣불리 갖다놨다가는 아름다운 우리 사무실의 인테리어를 망칠까 두려웠는데, 이 아이는 달랐다. 오히려 TV 덕분에 인테리어의 정점을 찍었다고 보는 게 옳겠다. 30년된 건물에 위치한 우리 사무실에서 평당 임대료가 훌쩍 오를 것 같은 고급스러움이 흐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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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서 보면 화면만 둥둥 떠있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디자인이다. 가느다란 선이 네 면의 테두리를 아찔하게 둘러싼 것처럼 슬림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사진으로 이 느낌이 전해질지 모르겠지만, 실물로 이 65인치 TV를 보면 누구라도 감탄하게 된다. LG로고까지 과감하게 삭제한 결단력에 박수를 보낸다. 스탠드 디자인이 독특해서 마치 벽걸이 TV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다. 심지어 TV를 위해 사무실 쇼파 위치까지 바꿨는데, 원래부터 이랬어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다시 옮기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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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모습은 아슬아슬하다. 어쩜 이렇게 얇을까. 좋은 비교대상을 찾지 못해 고민하다가 연필 한 자루를 옆에 대고 촬영해봤다. TV 쪽이 승리다. 고작 4mm 정도 되는 두께 덕분에 디자인과 기술 모두에 경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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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화면의 몰입감을 높여주는 장치다. 이젠 진짜 화면을 감상할 차례다. 사무실 와이파이에 연결하고 나니 볼 수 있는 콘텐츠의 폭이 굉장히 넓다. 때마침 우리 에디터들은 푹, 넷플릭스, 티빙 등 온갖 서비스에 가입이 되어있는 콘텐츠 헤비 유저가 아닌가.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스트리밍해서 감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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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올레드 TV에서 넷플릭스에 접속하니 스마트폰에선 보이지 않았던 ‘4K UHD 화질’ 카테고리가 따로 표시된다. 기존에 이미 봤던 드라마도 4K 화질 목록에 뜨길래 재생해보았는데, 이럴수가. 에디터M과 내가 동시에 “대박, 미쳤어!”를 외쳤다. 과장이 아니다. 같은 영상인데도 화면 속에서 표시되는 느낌이 너무나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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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질의 차이도 있지만 색감이나 명암비의 차이도 명확하다. 대화면이 주는 몰입감도 한 몫 거든다. 등장인물들이 눈 앞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다. 너무 선명해서 처음엔 이질적일 정도다. 이 드라마, 저 드라마로 콘텐츠를 옮겨가며 감탄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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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바보 상자라고 했던 옛날 어른들의 말을 몇 번이고 되새긴다. 각자 노트북 앞에 앉아 일만 하던 에디터들이 TV 앞에 모여 떠날줄을 모른다. 이건 리뷰를 위해서라고 핑계를 대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브라이트’도 보고, 돌비 샘플 영상도 보고, 푹에서 방송도 다시 보고. 아, 이래서 다들 좋은 TV를 갖고 싶어하는구나. 보는 경험이 주는 변화는 생각보다 더 사치스러운 만족감을 준다. 같은 영상을 봐도 더 생생하고, 똑같은 소리를 들어도 더 입체적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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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설정에서 HDR 효과 레벨이나 영상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청취 환경에 따라 스포츠나 게임, 시네마, 어두운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데 각 모드마다 주는 느낌이 꽤 드라마틱하게 다르다. 여러 사용환경을 고려한 설정 기능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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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뒷면엔 다양한 입력 단자가 있어 외부 기기나 콘텐츠의 연결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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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올레드 TV 화면을 직접 촬영한 사진]

이 화면이 이런 탁월한 느낌을 주는데는 ‘블랙’의 역할이 크다. 일전에도 몇 번 설명한 적있는 올레드TV의 구조적 장점 덕분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해온 LED TV는 완벽한 블랙을 표현할 수 없다. 화면 속에 칠흑처럼 검은 밤하늘이 펼쳐지고 있어도, 백라이트로 빛을 내는 구조상 희미한 회색빛이 새어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레드TV는 픽셀 하나 하나가 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백라이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검은색을 표현할 때는 그냥 빛을 꺼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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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올레드 TV 화면을 직접 촬영한 사진]

블랙의 표현력이 좋아지면 화면의 전체적인 깊이감이 생긴다. 밝은 곳은 더 밝게,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표현해주니까. 올레드TV의 매력도 여기서 시작된다. 사진 속의 화면은 올레드 TV의 매력을 테스트해보기 위한 영상이었는데, 새까만 화면 속에 혼자 빛나고 있는 구슬과 파란 알약(?)에 주목하자. 나는 1분 길이도 안되는 이 영상을 서른 번도 넘게 돌려봤다. 너무 놀라워서. 사무실에 손님이 올때마다 이게 올레드 TV라고 으스대며 틀어주는 건 기본이고 말이다. 검은 부분의 표현력이 탁월하게 아름답다. 베젤과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새까맣기 때문에 다른 컬러가 더 강조되어 풍성하게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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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제로 블랙 외의 다른 색감에 대해서도 표현력이 우수하다. UHD 화질로 붉은색이나 푸른색 등이 많거나 자연 풍경을 담은 영상을 보면 “소름끼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시야각도 우수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컬러 표현이 달라지는 현상은 거의 없었다. 지금은 2주 넘게 사용한 뒤에 글로 차분하게 정리하고 있지만, 그간 디에디트 에디터들이 이 TV를 보며 내뱉은 언어는 “대박”, “미쳤다”, “쩔어” 등 원초적이고 1차원적이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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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 비전과 돌비 애트모스를 모두 지원하는 유일한 기기라는 점도 내 심금을 울렸다.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하냐고? 한 번 보면 알 수 있다. 요즘은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으로 쉽게 돌비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데, 똑같이 돌비 비전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화면에서 느끼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차이를 제공한다. 색감이 아주 풍부하고 명암비가 뛰어나서 간혹 3D 영상처럼 보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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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써보는 웹 OS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다른 것보다 쉽다. 적응 기간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 간결한 인터페이스다. 넷플릭스 전용 버튼까지 탑재한 리모콘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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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디에디트의 마음도 훈훈하게 해준 올레드 벽난로로 장식하련다. 이 TV의 매력을 백분 발휘할 수 있는 영상이 바로 벽난로 영상이었다. 저래봬도 넷플릭스에 등록된 4K UHD 콘텐츠로 무려 60분의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벽난로의 장작이 타들어가는 장면 뿐인데 이걸 재생해놓으면 완벽한 벽난로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까만 화면에서 붉게 타오르는 불꽃이 올레드 TV가 가진 장점을 조화롭게 보여준다. 아름답지 않은가. 아, 좋은 기기를 리뷰한다는 건 언제나 곤란한 일이다. 연초부터 욕망이 불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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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의 어느 밤엔 이 TV로 에디터M과 맥주 한 잔 곁들이며 위대한 개츠비를 봤는데, 너무 즐겁고 좋았다. 둘다 영화관보다 여기가 좋다는 소릴 계속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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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한 시간이었다. 앞으론 TV 리뷰도 자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만큼.

Photo by kudo.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