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디에디툰] 지금 우리 마주쳤다?

최근 네이버 웹툰이 아주 똥꼬발랄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일권 작가와 네이버가 함께 만든 인터랙션 웹툰 <마주쳤다>에 대한 얘기다. 나는 밥은...
최근 네이버 웹툰이 아주 똥꼬발랄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일권 작가와 네이버가 함께…

2017. 12. 18

최근 네이버 웹툰이 아주 똥꼬발랄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일권 작가와 네이버가 함께 만든 인터랙션 웹툰 <마주쳤다>에 대한 얘기다. 나는 밥은 굶어도 웹툰은 거르지 않는 사람이다. 이 웹툰이 나오자마자 네이버 웹툰 앱을 업데이트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오호, 신통방통하다. 이거 기분이 묘하다.

아직 2화까지만 공개된 상태인데 섣불리 리뷰를 하는 이유는 이 웹툰이 단순히 ‘스토리’ 중심의 진행 구조가 아니기 때문. 온갖 신기술이 다 접목된 4차 산업혁명 같은 웹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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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를 끝까지 스크롤링하고 든 생각은 이거였다. “어라, 이거 미연시 같은데?”

동료들에게 동조를 구하기 위해 에디터M과 G에게 “니네 미연시가 뭔지 알아? 해본 적 있어?”라고 하니 다들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본다. 왜지? 나라고 스펙트럼이 아주 넓은 건 아니지만. 졸업 크로스월드 같은 순수한 게임을 재미나게 했던 추억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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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시(美연시가 아니더라도 모든 연애 시뮬레이션)의 핵심은 ‘교감’이다. 여러 타입의 등장인물들과 감정적인 교감을 이루며 친밀함을 쌓아가는 설렘. <마주쳤다>라는 웹툰은 이런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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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시점에서 웹툰 안에 직접 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고, 캐릭터가 나의 이름을 직접 불러주는 행동에서 약간의 몰입감을 준다. 항간에선 아주 이상한 이름을 설정하는 게 인기라더라. 베플에서 성에다 ‘바지’라고 적고, 이름에 ‘벗어’를 입력했다는 글을 읽고 빵 터지고 말았다. 나는 내 오랜 별명인 ‘경화미’를 입력했다. 웹툰 속 영희가 나를 “경화미!”라고 반갑게 부르니 기분이 묘하다.

지금까지 봤을 때 이 웹툰은 갖은 기술을 이용해 ‘2D의 경험을 실제처럼 느끼게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독자가 직접 참여해서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가는 참여형 웹툰과는 거리가 있다. 스토리보다는 감각 중심이다(앞으로는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360도 화면으로 교실에 직접 있는 것 같은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고, 터치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캐릭터의 머리에 묻은 빵가루를 털어줄 수 있다. 심지어 웹툰 창을 닫으면 어디 갔냐고 날 목놓아 찾는 무시무시한 기능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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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에디터H의 얼굴을 인식한 모습, 출처 네이버 웹툰]

여기까진 제법 머리를 잘 쓴 기획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웹툰 2화에서 등장한다. ‘들어갔다’는 소제목처럼 만화 안에 내 얼굴이 들어간다. 영희 계집애가 아련한 표정으로 사진 찍어도 되냐고 부탁하길래 카메라 모드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주말 동안 기름진 민낯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던 내 얼굴이 화면에 뜨자마자 식겁하게 된다.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고 살짝 귀여운(??) 표정을 짓고 셀카를 찍었는데 웬걸. 이 캐릭터는 남자였다.

근데 신기하게도 얼굴형이나 눈매, 눈썹 모양 등이 캐릭터 얼굴에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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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하고 턱이 날렵한 막내 에디터G, 출처 네이버 웹툰]

에디터M과 에디터G에게도 시켜봤는데 실물과 닮았다고는 못하겠지만 각자의 특징이 조금씩 묻어나더라. 에디터G는 청승가련한 본판과 같이 아련한 얼굴로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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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조차 희미한 에디터M, 출처 네이버 웹툰]

에디터M은 사랑스럽고 희미한 이목구비가 잘 표현됐다. 심지어 눈썹이 옅어서 그런지 눈썹에 스크래치 효과까지 있다. 전면 카메라로 담은 셀카를 분석해서 얼굴의 특징을 하일권 작가의 작화로 표현해내는 방식과 과정이 생각보다 매끄럽다.

솔직히 말해 아직 별 재미는 없다. 지금까지는 뭘 할 수 있는지 자랑삼아 보여줬을 뿐이다. 일일 사용자가 어마어마한 네이버 웹툰에서 작정하고 밀어주고 있으니 화제가 된 것도 당연하다. 내가 높이 사는 건 두 가지다. 360도 파노라마 화면이나 얼굴인식, AR 등 우리 생활에서 겉돌던 기술들이 웹툰이라는 친근한 장르를 만나 기가 막히게 녹아들고 있다는 것. 그리고 하일권이라는 독특한 정서를 가진 작가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것. 올해 마지막에 이렇게 재밌는 시도를 만나게 되어 반갑지 않은가! 마주쳤다!

TITLE : 마주쳤다
TYPE : 네이버웹툰
GENRE : 인터랙션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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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