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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완얼 : 패딩의 완성은 얼마?

나에게 나이든다는 것은 추위와 싸우는 일이다. 칼바람 무서운 줄 모르고 얇은 커피색 스타킹에 짧은 치마를 입은 채 강남 거리를 활보하던 시절은 찰나의...
나에게 나이든다는 것은 추위와 싸우는 일이다. 칼바람 무서운 줄 모르고 얇은 커피색 스타킹에 짧은…

2017. 11. 21

나에게 나이든다는 것은 추위와 싸우는 일이다. 칼바람 무서운 줄 모르고 얇은 커피색 스타킹에 짧은 치마를 입은 채 강남 거리를 활보하던 시절은 찰나의 반짝이임이었다. 부정할 수 없는 삼십 대의 문턱에 들어선 지금 매일 아침마다 옷장 앞에서 서성이면서 생각하는 건 오직 하나다. 어떻게 하면 따듯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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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창피한 이야기지만, 난 절대 패딩을 입지 않을 거라 우기던 시절도 있었다. 왜냐고? 패딩은 뚱뚱해 보이니까. 내가 절대 몸에 걸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아이템 세 가지다.

1. 패딩
: 입는다. 작년에 입던 패딩이 있지만 또 살 거다. 이번엔 아주 길고 긴 녀석으로.

2. 내복
: 작년부터 난 히트텍의 노예다. 갑갑한 거 뚱뚱해 보이는 거 다 괜찮다. 따뜻한 거 최고!

3. 어그
: 유일하게 지켜지고 있는 나의 마지막 자존심. 힐은 버린지 오래지만 아직까지 어그는 신지 않는다.

ehaef[내 상상속 패딩 착샷]

작년에 처음 패딩을 샀는데 허벅지까지 온다. 작년 겨울은 그런대로 따듯하게 보냈지만, 나는 한 살 더 먹었고, 뼈마디는 더 시려졌다. 상의는 따뜻한데 아래로 슝슝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견딜 자신이 없다. 앗 춰! 그래 올해는 롱패딩이다.

돕바, 롱패딩, 벤치다운 파카? 너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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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패딩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있다. 일단 이름부터 혼란의 카오스다. 직관성 때문에 이 기사에서는 롱패딩이라고 부르지만, 패딩이란 말 자체가 우리나라에만 통용되는 콩글리쉬이므로 정확한 표현은 벤치파카 혹은 벤치다운이 맞다. 원래는 운동선수들이 벤치에 앉아서 쉴 때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입던 옷이다. 무릎 아래까지 오는 긴 기장에 같은 소재의 모자가 있는 경우가 많고, 온 몸을 감싸는 다운을 말한다. 일부에서는 돕바라는 단어를 쓰기도 하는데 이 말은 일본어 トッパ 에서 나온 단어다. 토퍼(topper)를 일본식으로 부른 이름인데, 네이버 어학사전에 따르면, 반코트 또는 토퍼가 옳은 표현이란다. 여기서 토퍼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점퍼를 말한다. 지금 이렇게 핫한 롱패딩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건 작년으로 추정된다. 영화 촬영 현장이나 선수들이나 입는 벙벙한 그옷이 유행이 될 줄이야! 유행이란 녀석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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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뜨거운 감자는 역시 평창 롱패딩이다. 일반 구스다운 롱패딩이 30만 원을 육박하는 지금, 15만원에서 딱 천 원이 빠지는 아름다운 가격. 브랜드로고 없이 오직 평창올림픽의 슬로건인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만 새겨져 있는데, 현재 없어서 못 팔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평창 올림픽의 최고 효자 히트템이 아닐까.

 

https://twitter.com/otior2/status/931335907088543744

다만, 그 평이 극과 극이니 무턱대고 사기 보다는 직접 만져보고 입어본 뒤 사는 것이 좋겠다. 오는 22일 7,000장이 추가로 풀린다고 하니 원하는 사람은 그때를 노려보자.

하여튼 이러저러한 이유로 롱패딩이 유행하고 있다. 롱패딩이 다 거기서 거기인 것처럼 보여도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특히 내부 보온재는 길이가 긴 롱패딩의 무게와 보온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 자 그렇다면, 뭘 사는게 좋을까. 지금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자. 그 패딩 얼마죠?


유니클로 심리스다운롱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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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입으니까 묻어갈 수 있다는 안정감, 심플한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 우리에게 유니클로가 없었다면, 이 잔인한 겨울을 어떻게 보낼 수 있었을까. 이 기사를 쓰고 있는 난 지금도 유니클로 후리스를 입고 있다. 유니클로 짱짱맨.

올겨울 유니클로의 야심작 심리스다운롱코트는 다운 90%에 깃털 10%로 솜털처럼 가볍다. 다운 코트를 입다보면 비죽 고개를 내미는 새하얀 털때문에 걸어다니는 닭이 되기 십상인데, 이 제품은 스티치가 아닌 압착 접착 방식으로 되어있어서 털이 빠져 나올 일이 없다. 개인적으로 정장에도 무난하게 어울릴 것 같은 그레이를 추천. 한가지 아쉬운 점은 딱 무릎까지 오는 야박한 길이. 하지만, 가격도 무게도 가벼우니까. 가격은 남성용이 19만 9,000원 여성용이 16만 9,000원.


헤드 구스 푸퍼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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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앍하앍. 너무 예쁘다. 선미가. 순전히 모델발이라고 외면하고 싶지만, 선미가 아니라도 충분히 입음직한 디자인이다. 경량 구스 다운 충전재로 솜털 90% 깃털 10% 비율도 꽤 훌륭하다. 후드가 없는 대신 귀까지 올라오는 하이넥으로 충분히 따듯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sumiu_head[패딩광고인데 자꾸 벗는 선미. 예뻐요.]

여성용은 선미가 입은 레드를 추천. 이쯤 되면 독자분들은 내가 왜 헤드의 롱패딩을 추천했는지 눈치채셨겠지. 남성용으로는 블랙 한 가지만 있다. 볼드하게 퀼팅된 디자인은 올록볼록 건장한 근육맨의 코스프레가 가능하다. 가격은 남여 모두 34만 9,300원.


노스페이스 익스플로링 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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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백화점에 다녀온 에디터H가 말했다. 백화점의 모든 사람들이 노스페이스 패딩을 사기위해 줄을 서더라고. 한때 노스페이스 패딩이 고딩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만든 등골 브레이커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아웃도어 시장의 거품이 한풀 꺾인 지금 한결 합리적인 가격으로 돌아왔다.

지퍼가 있는 안쪽에 노스페이스의 슬로건이 3M 리플렉티브로 프린트되어 있고 자연스럽게 퍼지는 A라인, 소지섭과 강소라 모두에게 무릎아래까지 떨어지니 우리는 아마 종아리까지 올거다. 충전재는 오리솜털 80% 오리깃털 20%로 되어 있지만, 길이에 비해 1.3kg로 무게가 가볍다. 일명 소지섭 패딩으로 불리는 익스플로링 코트는 35만 9,100원. 하지만 다들 알죠? 이거 입는다고 소지섭이 되지 않는다는 거. 소지섭과 강소라의 기럭지가 다했다는 거.


뉴발란스 연아 맥시 퍼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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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겨울옷이란 게 컬러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 블랙이 기본이요, 지루하다 싶으면 그레이 과감해봤자 화이트가 전부. 하지만, 연아패딩이라고 불리는 뉴발란스 패딩은 색이 참 잘빠졌다. 그레이에 연핑크 퍼라니! 칙칙했던 롱패딩 사이에서 군계일학이로다. 사실 화이트도 블랙도 상당히 여성스럽다. 예쁜 색감, 패딩치고 몸에 착 달라붙는 라인까지 디자인에 목말라있던 사람들에게 단비같은 제품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거위도 아니고 오리털인데 솜털이 75% 깃털이 25%라는 섭섭한 구성. 그래도 뭐 예쁘니까. 그리고 이름이 연아 패딩이니까. 가격은 39만 9,000원.


데상트 구스 벤치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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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다운 혹은 벤치 파카의 전형. 벤치 파카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그 디자인에서 1mm의 오차도 없는 디자인이다. 충전재는 거위솜털 80% 깃털 20%. 많이 번들거리지 않는 재질이라(개인적으로 번들거리는 패딩 소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정숙한 편. 블랙, 화이트, 네이비 모두 남녀에게 잘 어울리니 한가지 색을 골라서 이 겨울 커플 아이템으로 추천!

한 가지 문제는 등 뒤에 대문짝만 하게 쓰여있는 데상트라는 브랜드 때문에 뒤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어느 브랜드의 패딩을 입었는지 광고할 수 있다는 거. 하지만, 괜찮다. 39만9,000원 짜리 꽤 나쁘지 않은 가격의 패딩이니까.


스파이더 트레이닝 / 프로텍트 롱 다운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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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키 국가 대표복을 만들던 스파이더. 그만큼 동계의류를 참 잘 뽑는 브랜드다. 두제품 모두 모자 부분을 빨간 색으로 포인트를 줬는데, 전체적으로 세련미가 뿜뿜. 부해 보일 수 있는 디자인에 사선으로 포인트를 주어서 날렵해 보이고, 패딩에 올록볼록 퀼팅라인이 없어 전혀 부해 보이지않는다. 특히 여성용인 프로텍티드 롱 다운 재킷의 경우 아주 약간 허리라인을 줘서 라인을 살릴 수 있다. 옷을 살때 라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만하다. 전반적인 디자인과 왼쪽 어깨에 있는 스파이더의 거미 로고 자수가 둥글둥글 둔탁한 다운 재킷 사이에서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뭐랄까 멋진 악당이 입을 것 같은 느낌. 가격은 남녀 모두 54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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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