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객원 에디터 김고운이다. 요즘 나는 일년 내내 입을 티셔츠를 찾고 있다. 여름에는 단독으로, 그 외 계절엔 니트나 셔츠 이너로 입는 그런 반소매 티셔츠 말이다. 지금까진 두툼한 티셔츠를 선호했다. 평소 즐겨 입는 빈티지 스타일과도 잘 어울렸고 두꺼운 만큼 오래 입을 수 있었다. 하지만 두꺼운 티셔츠는 니트나 셔츠 안에 입었을 때 티셔츠가 부각되어 다른 계절에 입기가 어려워 아쉬웠다. (그럼 또 레이어드용 티셔츠가 필요하다!) 이런 아이러니를 안고 있던 터라 이번 여름에는 조금 얇더라도 1년 내내 입는 티셔츠를 사고 싶었다. 이를 위해 내가 생각한 필요조건은 다음과 같다.
1. 면 100% 소재일 것
폴리에스터 같은 화학 섬유가 포함되면 땀 배출이 용이해진다. 그럼 단독으로, 이너로도 쾌적하게 입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화학 섬유가 포함됐을 때 생기는 은은한 광택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리고 화학 섬유의 시원한 촉감보다는 면 100%의 포근함이 좋다.
2. 넥 리브가 얇을 것
이너로 입은 모습을 상상할 때 나는 남색 브이넥 니트와의 조합을 떠올린다. 이때 이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색깔을 담는 것이다. 그 외엔 최대한 드러나지 않는 편이 자연스럽다. 그러려면 목을 감싸는 넥 리브가 얇아야 한다. 단독으로 입을 때에도 넥 리브가 얇으면 우아한 느낌이 든다.
3. 오버핏이 아닐 것
예전에는 오버핏 반팔을 선호했지만 점점 몸을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티셔츠가 눈에 들어온다. 레귤러 핏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바지도 널찍한데 굳이 상의까지 커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그리고 이너로 입을 때에도 크지 않은 티셔츠가 좋다.
1. 유니클로
수피마 코튼 티셔츠
수피마 코튼 티셔츠는 위 기준을 만족하는 티셔츠의 표준에 가깝다. 사실 이 기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질 좋은 기본 티셔츠’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유니클로가 가장 자신 있는 영역이기도 할 것이다. 수피마 코튼 티셔츠는 넥 리브가 얇고, 일반 면 대비 섬유의 길이가 길어 더 부드러운 수피마 코튼을 사용했다. 헤비웨이트 티셔츠의 투박한 촉감과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치수를 보자면 전체 기장 대비 가슴 둘레 치수가 작다. 오버핏에 반대쪽에 있는 얇고 길쭉한 핏이다.
여성용은 XS부터 3XL까지, 남성용은 4XL까지 출시된다. 색상은 남성용이 조금 더 많다. 남성용과 여성용의 핏이 크게 다르지 않으니 자유롭게 선택해도 좋겠다. 마음 같아서는 색깔별로 구매하고 싶은 티셔츠다. 남성용은 여기, 여성용은 여기에서. 가격은 1만 9,900원으로 동일하다.
2. 마이라이브러리
117 실키 하프 티
마이라이브러리는 삶을 하나의 도서관으로 바라본다. 옷을 입으면서 이야기가 쌓이는 과정을 책장에 책을 꽂는 것에 비유한다. 옷은 곧 이야기를 담는 책장인 것이다. 제품의 분류도 도서관처럼 십진분류법을 따른다. 실키 하프 티셔츠의 분류번호는 117번이다. 십진분류법에서 100번대는 철학이다. 브랜드의 철학이 담긴 옷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회과학 분야인 300번대에는 소재와 디테일이 다른 제품이 있고, 예술 분야의 600번대에는 다른 브랜드와 협업으로 탄생한 제품들이 있다.
실키 하프 티셔츠는 30수 얇은 원단이 사용됐다. 이번 기사에서 소개하는 티셔츠 중 가장 얇다. 이너로 착용하기 좋게 넥 라인도 얇다. 원단과 넥 라인까지 얇아서 단독으로 입기에 후줄근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티셔츠의 아름다움은 바로 이 느슨함에서 나온다. 헤비웨이트 티셔츠와는 단순히 촉감만 다른 게 아니다. 가벼운 무게만큼 보기에도 편안하다. 내추럴, 차콜과 같은 기본 색상에, 물 빠진 하늘색과 노란색도 있다. 평일 사이에 있는 휴일 아침 같은 티셔츠다. 가격은 3만 8,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3. 헤인즈
3P 레드라벨 크루넥 티셔츠
티셔츠는 본래 속옷이었다. 1920년대에 노동자나 군인들의 유니폼 안에 입는 옷으로 개발되었던 것. 헤인즈는 1901년 속옷 브랜드로 시작해 미군에 티셔츠를 납품하는 등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티셔츠를 만들어왔다. 속옷이었던 티셔츠는 1950년대에는 청춘의 상징이었고 베트남 전쟁 당시에는 반전 운동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중심에는 헤인즈가 있었다. 역사와 대중성을 가진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할 3P 크루넥 티셔츠는 세 개가 한 묶음으로 구성됐다. 이렇게 티셔츠를 3개를 묶어서 판매하는 구성은 헤인즈가 처음 시작했다. 헤인즈의 3P 레드 라벨은 단독으로 입기에도 문제없지만 이너의 성격이 더 강하다. 그래서 바지에 넣어 입기 좋게 기장도 길다. 몸통은 튜블러 방식으로 짜여졌다. 튜블러는 원형 편직기로 짜서 옆구리 봉제선이 없는 제작 방식이다. 봉제선이 없으니 핏이 틀어질 일도 없고, 무엇보다 보통 옆구리 봉제선에 달려있는 케어라벨이 없어졌다. 옆구리 케어라벨은 맨살에 닿지 않게 엉덩이에 걸치는 밑단 쪽으로 옮겨졌다. 작년부터 국내에 공식 수입되었는데 그전부터 해외에서 구해서 입는 사람도 많았을 정도로 기본 티셔츠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은 2만 9,000원. 잊지 말자. 세 개 묶음 가격이다. 구매는 여기에서.
4. 브라운야드
에센셜 티셔츠
나는 에센셜이란 말을 좋아한다. 내가 추구하는 옷장은 정말 필요한 옷들이 있는 옷장이다. 걸려있는 옷을 두고 ‘정말 에센셜 한가?’하고 질문하면서 가다듬어지는 취향이 있다고 믿는다. 브라운야드의 에센셜 티셔츠는 두고두고 옷장에 걸려있을 티셔츠다. 그러려면 자주 그리고 오래 입을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튼튼해야 한다. 티셔츠 내구성에는 두 가지가 있다. 원단이 튼튼해야 하고, 변형이 적어야 한다. 에센셜 티셔츠는 우선 초장면 실을 사용해서 부드럽고 내구성이 향상되었다. 그리고 목덜미 부분에는 밴딩처리를 해서 변형에 가장 취약한 부분을 보강했다.
남성용은 검정, 회색 계열의 무채색 색상으로, 여성용은 브라운, 아이보리 계열 색상으로 출시됐다. 여름철에도 에어컨을 피할 수 없는 경우엔 얇은 셔츠를 종종 입는데 튀지 않는 색상이라 셔츠 안에 입어도 좋겠다. 여성용의 경우 위 사진처럼 남성용과 다른 실루엣이다. 남성용은 여기, 여성용은 여기에서. 가격은 4만 5,000원으로 동일하다.
5. 와슈
크루넥 팩 티셔츠
자주 입는 티셔츠는 어쩔 수 없이 주기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소모품의 성격을 가진다. 이런 성격의 옷을 구매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어차피 다시 구매해야 하니 저렴한 가격대로 구매하는 방식과, 자주 입는 옷인 만큼 가격대가 있더라도 좋은 품질의 옷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나의 경우 후자를 동경하는 전자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브랜드 와슈의 크루넥 티셔츠는 내 로망이 담긴 티셔츠라고 할 수 있다.
와슈는 아메리칸 빈티지를 일본의 기술로 구현하는 브랜드다. 헤인즈의 티셔츠가 미국스러운 티셔츠라면 와슈는 거기에 일본의 모노즈쿠리(단순 제조를 넘어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장인정신이 결합된 일본의 제조 철학) 정신을 담았다. 와슈의 크루넥 티셔츠 포장은 루프휠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루프휠은 데님에 비유하자면 셀비지 원단 같은 것이다. 생산력이 현대 제작 기술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일선에선 물러난 원단이다. 하지만 품질로 보자면 결코 밀리지 않는다. 루프휠은 천천히 그리고 느슨하게 짜여 질 좋은 니트를 입는 느낌이 든다. 좋은 티셔츠를 입은 하루는 뭐가 달라도 다르지 않을까. 사이즈는 유니클로 수피마 티셔츠와 거의 동일하다. 가격은 9만 5,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6. 카이르
에센셜 하프 슬리브 티
카이르는 과거의 옷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여성복 브랜드다. 제품들에서 워크웨어나 밀리터리 의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전개하는 여성복 브랜드는 대표적으로 일본 빔스보이가 있지만 국내에선 볼 수 없었던 터라 관심이 생겼다. 빈티지를 좋아하는 브랜드는 시간의 가치를 안다. 그리고 시간은 품질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옷이 튼튼해야 오래 입을 수 있고 그래야 시간도 쌓이는 것이니까.
카이르의 기본 티셔츠에도 ‘에센셜’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워크웨어나 밀리터리에서 티셔츠는 거칠고 두꺼운 경우가 많은데 카이르는 실크처럼 부드러운 원단을 사용했다. 일본에서 생산된 고품질 원단으로 로션을 바른 듯 촉촉한 촉감이 세탁을 거듭해도 지속된다. 무슨 옷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이렇게 질 좋은 옷은 특히 스타일링에 힘을 빼야 한다. 청바지에 툭. 얼룩덜룩 물이 빠진 빈티지 청바지가 있다면 더욱 좋겠다. 에센셜 하프 슬리브 티셔츠가 투박한 느낌을 중화시키면서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원 사이즈로 출시됐고, 색상은 아이보리, 차콜, 멜란지 그레이 이렇게 세 종류다. 아이보리, 차콜은 6만 9,000원 멜란지 그레이는 7만 5,000원이다. 구매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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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운
패션 관련 글을 씁니다. 헛바람이 단단히 들었습니다. 누가 좀 말려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