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단정한 식집사’를 추구하는 객원 에디터 길보경이다. 어디서 나온 수식어냐고?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반려식물 추천 서비스’가 나의 식집사 유형을 알려줬다. MBTI 테스트처럼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 성향을 분석해 어울리는 식물을 추천해 준다. 간단하지만 정보가 쏠쏠하니, 재미 삼아 한 번쯤 해보시라.
봄이 완연하다. 이맘때면, 집안에도 새 기운을 들이고 싶어진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식물을 들이는 일이 아닐까. 작은 화분 하나만 놓아도 공간의 분위기가 확 달라지니까. 새로운 식물을 돌보는 과정은 기분마저 싱그럽게 환기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무성한 초록으로 가득한 플랜트 하우스부터, 희귀 식물을 감각적으로 다루는 공간, 동네 로컬들만 알 법한 골목의 작은 숍까지. 각자의 매력이 또렷한 서울의 식물 가게 네 곳을 모았다. 숍 오너들이 추천한 ‘봄맞이 식물’도 함께 소개한다.
[1]
팀 케케

‘식물 가게’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햇살이 환히 퍼지는 밝은 공간, 정갈하게 진열된 화분들, 그리고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상냥한 주인. 연희동 사러가 쇼핑센터 인근에 자리한 ‘팀 케케(team keke)’는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면서도 한층 유쾌하고 편안한 바이브를 풍긴다.
문을 열면 음악이 먼저 귀에 들어온다. 올드 팝부터 엠비언트, 1980~90년대 가요까지. 계절과 날씨에 맞춰 큐레이션한 플레이리스트가 공간을 채운다. 은은한 향도 코끝에 맴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자연스레 미소가 번진다. 팀 케케는 김정민 대표가 운영하는 조경 스튜디오이자 식물 쇼룸이다. “케케라는 이름은 장난스러운 웃음소리에서 착안했어요. 자연의 힘과 아름다움을 공간에 녹여내는 일을 하되, 그 과정만큼은 무겁지 않고 즐겁게 해보자는 마음을 담았죠.”
김정민 대표가 식물을 고르는 기준은 단순명료하다. 우선 예쁠 것. 화려한 꽃보다는 수형의 선이 아름답거나 텍스처가 매력적인 식물을 선호한다. 동시에 너무 까다로운 식물은 피한다. 손님이 식물을 쉽고 가볍게 향유하길 바라기 때문. 이곳을 대표하는 식물로는 고무나무, 칼라데아 계열, 이끼, 고사리류 등이 있다. 팔레트나 우마형 사다리 위에 식물을 디스플레이하거나, 통나무 오브제를 무심히 세워둔 연출도 흥미롭다. 가드닝을 기반으로 한 팀답게 공간의 장면을 감각적으로 완성한다.
팀 케케는 자연물을 소재로 만든 리빙 & 라이프스타일 쇼룸을 지향한다. 사진엽서부터 우븐 블랭킷, 아기자기한 키링, 프래그런스까지. 팀 케케의 취향을 그대로 담은 크고 작은 오브제들이 공간의 분위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봄을 맞아 김정민 대표가 추천하는 식물은 아스파라거스류다. 미디오클라두스, 나누스, 팔카투스, 메이리 등 새순을 힘차게 뽑아내는 종류들이 특히 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관리도 어렵지 않다. 아스파라거스는 다른 식물보다 통풍을 좋아하는데, 강한 바람은 오히려 좋지 않고 적당한 환기나 서큘레이터 정도면 충분하다. 식물의 특징이나 관리법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면 팀 케케에 들러보자. 질문은 언제든 환영이라고. 센스 있는 선곡 덕분에 음악 감상은 덤이다.
•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1라길 7
• 운영 | 시간 오후 12시 – 7시 (매주 월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teamkeke___
[2]
4t
4t는 나만 알고 싶은 비밀의 정원 같다. 지도를 따라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처음엔 여기가 맞나 싶었다. 일반 가정집의 대문을 열고 들어가야 했기 때문. 벨 옆에 ‘4t’라고 적힌 작은 현판이 없었다면 그대로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야트막한 계단을 오르자, 탁 트인 전망을 품은 식물 가게가 나타났다. 이곳은 ‘쇼룸’이라는 말보다 ‘집’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구옥의 구조를 그대로 살려, 방과 방을 지나며 식물을 만나는 구조로 설계했다. 마치 감각 좋은 친구의 집에 초대받은 것처럼, 식물이 일상 속에 놓인 장면을 자연스럽게 발견하도록 이끈다.
이름 그대로 ‘For Tree’, 패션업에 종사하던 김동은 대표가 식물을 위한 일을 해보자는 결심에서 시작된 공간이다. 그는 식물을 단순히 판매하는 것보다 식물이 놓였을 때 공간의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고민한다.“식물을 보기 좋게 ‘진열’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 자리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김동은 대표는 식물이 가진 선과 분위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자리를 찾고, 시간이 지나며 변해가는 모습까지 함께 바라보기를 제안한다.
그의 의도처럼 4t에서는 식물을 공간에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 자연스레 영감을 얻게 된달까. 스틸과 유리 소재의 진열장, 테이블 등에 식물과 오브제를 절제된 방식으로 배치해 우아한 멋을 살렸다. (이곳의 예사롭지 않은 가구는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사사건건’이, 브랜드 로고는 디자인 스튜디오 ‘희소성’이 작업했다.) 이곳을 대표하는 식물은 분재와 야생화. 특히 작은 분재는 시간이 쌓인 흔적과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어, 오래 바라볼수록 고유한 매력이 드러난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김동은 대표가 3D 프린터로 직접 제작한 화분과 가드닝 도구들이다. “가드닝 도구는 대부분 기능 위주라 공간에서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식물뿐 아니라 가드닝 도구 역시 공간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직접 디자인하기 시작했죠.” 4t에서는 아기자기한 삽부터 물조리개, 분무기 등 다양한 가드닝 도구를 함께 선보이고 있다.

김동은 대표가 추천하는 봄맞이 식물은 설유화다. 절화로도 자주 쓰이는 식물로, 줄기마다 작은 흰 꽃이 촘촘히 달려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가볍게 퍼지는 꽃의 모습과 은은한 향이 봄과 잘 어울린다고. 꽃을 피우는 식물인 만큼 햇빛과 바람을 좋아한다. 실내에서 키운다면 햇빛이 잘 들고 환기가 되는 창가나 베란다 근처에 두는 것이 좋다. 가을에는 잎이 붉게 물들고, 봄이 되면 다시 꽃을 피운다.
4t에 왔다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둘러보기를. 정해진 동선은 없다. 방을 하나씩 지나며 식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머물고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계절에 따라 식물의 위치도 조금씩 바뀌니, 방문할 때마다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주소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21길 29-26 2층
• 운영 | 시간 오후 1시 – 7시 (매주 화,수 휴무 / 주말은 오후 6시까지)
• 인스타그램 @4t___official
[3]
웰컴플랜트하우스

회현역 4번 출구에서 좌측으로 코너를 돌면, 로컬스티치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안에 웰컴플랜트하우스가 있다. 문을 여는 순간, 여기가 도심 한복판이라는 사실을 잠깐 잊게 된다. 크고 작은 식물들이 층층이, 빼곡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어 ‘작은 정글’에 들어온 듯하다.


웰컴플랜트하우스는 ‘Green makes me happy’라는 슬로건 아래 누구나 쉽고 즐겁게 식물과 공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조경 디자인 스튜디오와 숍을 함께 운영하는 김준용 대표는 “자연을 깎고 다듬어 옆에 두기보다는, 사람이 자연 속에 온전히 머무는 기분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엔 질서 정연함 대신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가 흐른다.
웰컴플랜트하우스가 식물을 들여오는 기준은 세 가지다. 키우기 쉬울 것. 인위적으로 다듬지 않은 자연스러운 수형일 것. 그리고 부담 없는 가격일 것. 이곳엔 약 200여 종의 식물과 다채로운 디자인의 화분, 꾸밈석, 미니 피규어가 준비되어 있어 나만의 작은 정원을 연출할 수 있다. (화분 위에 작은 피규어를 올려 두면 그 귀여움이 배가 된다!) 곳곳에서 로컬스티치 건물에 함께 자리한 이웃 브랜드의 제품도 눈에 띈다. 일광전구에서 제작한 식물등, 혜민 세라믹스의 토분 등을 만날 수 있다.
고개를 살짝 들어볼까. 천장에는 30여 종의 행잉 식물이 매달려 있다. 화분을 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고민이라면, 행잉 식물을 시도해봐도 좋겠다. 웰컴플랜트하우스를 대표하는 식물은 박쥐란이다. 어디에 매달아 두어도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동그란 잎이 귀엽게 달린 필리아 페페 역시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다.
봄을 맞아 김준용 대표가 추천하는 식물은 튤립, 무스카리, 히아신스, 미니 수선화다. 특히 튤립은 봄의 활력을 닮은 구근 식물로, 밝은 햇빛과 서늘한 환경을 좋아한다. 흙이 마르면 물을 충분히 주되, 고이지 않도록 배수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 개화 후에는 꽃대를 정리하고 구근을 건조하게 보관하면 다음 계절에도 다시 심어 즐길 수 있다.
웰컴플랜트하우스는 야외 테라스를 갖췄다. 종종 이곳은 러너를 위한 러너스테이션으로도 활용된다고. 카페와 전시 공간 피크닉(Piknic), 남대문 시장 등도 동선상 함께 방문하기 좋으니 참고할 것.
• 주소 | 서울 중구 퇴계로2길 7 2층 (로컬스티치 회현 D동 1층)
• 운영 | 시간 오후 12시 – 18시 (매주 일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welcome_plant_house
[4]
움튼

식물을 고르고 화분을 구매하는 단계를 넘어, 직접 식재를 배워보고 싶다면? 망원동의 식물 가게 움튼은 열정적인 식집사를 위한 공간이다. 이곳은 식물 큐레이션과 함께 원데이 클래스도 운영한다. 흙을 만지고 식물을 심는 과정을 차근차근 배우다 보면, 어느새 식물과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 것이다.
움튼은 정수빈 대표가 운영하는 작은 식물 가게로, “재밌게 살자”는 인생 목표에서 시작되었다.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현재 숍 운영과 스냅 작가라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다. 좋아하는 식물을 키우고,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식물 사진까지 찍는다. 말 그대로 덕업일치다.
이곳의 이름에는 씨앗이 새잎을 틔워내는 순간의 변화가 담겨 있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다 보면 한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작은 새싹이 고개를 내민다. 보이지 않던 곳에서 조용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수빈 대표는 움튼이 그런 변화를 발견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식물을 돌보는 과정에서 사람의 일상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공간에는 부드럽고 따스한 분위기가 흐른다. 나무 선반과 테이블, 은은한 조명, 그리고 손님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바 테이블이 놓여 있다. 바 테이블은 손님들이 잠시 앉아 쉬어갈 수 있는 자리가 되어준다. 실제로 식물을 둘러보다가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도 많다고. 단골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움튼에서 식물을 고르는 기준은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키우기 어렵지 않을 것. 처음 식물을 기르는 사람이나 선물용으로 찾는 손님도 많기 때문이다. 동시에 수형이 아름답고 건강한 개체인지 꼼꼼히 살핀다. 같은 식물이라도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농장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데려오는 경우도 많다. 관엽 식물부터 다육 식물, 선인장, 꽃 등 종류의 경계 없이 최상의 식물을 꼼꼼하게 선별해 소개한다.
움튼만의 또 다른 매력은 클래스다. 원데이 클래스가 열리는 날에는 계절과 날씨에 어울리는 차를 내려준다. 식물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라니, 상상만 해도 힐링이 된다. 식물을 시각뿐 아니라 후각과 미각으로도 느껴보는 기회가 되어줄 것.

정수빈 대표가 추천하는 봄맞이 식물은 설란이다. 튤립과 마찬가지로 봄에 꽃을 피우고 환경이 맞는다면 초여름까지도 꽃을 감상할 수 있어 비교적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햇빛이 잘 드는 밝은 곳에 두고, 흙 표면이 마르면 물을 주는 방식이 좋다. 통풍이 잘되는 환경을 유지하면 꽃과 잎의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움튼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는 망원동에서 가장 유명한 즉석 우동집이 자리한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내 공간도 채우는(!) 산책 코스로 추천한다.
• 주소 | 서울 마포구 동교로 79 바우빌딩 1층
• 운영 | 시간 평일 오후 2시 – 8시, 주말 오전 11시- 오후 7시 (매주 월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umtn.kr
About Author
길보경
걷고 뛰며 바라본 세상을 글로 풀어내는 매거진 에디터. 언제나 자유롭고 여유롭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