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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시간이 필요해, 콰이어트케이션 아이템 8

올해 휴식 트렌드는 콰이어트케이션
올해 휴식 트렌드는 콰이어트케이션

2026. 02. 26

안녕, 새해에는 SNS 들여다보는 시간 대신 나를 돌보는 시간을 늘리고 싶은 객원 에디터 상언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봤을 때 유독 몸과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들이 많았다. 이유가 뭘까 곰곰이 일상을 뜯어봤더니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정보에 온종일 휘둘리고 있었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늘 무언가를 보고 듣는 것에 노출되어 있으니 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집에서도 그렇고, 큰맘 먹고 떠난 휴가지에서도 진정한 ‘휴식’을 누리지 못했던 건 정신을 흐트러뜨리는 시청각적 소음에 에너지를 더 뺏겨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나처럼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는지 전 세계 주요 여행사와 트렌드 분석기관들은 2026 핵심 여행 키워드로 ‘콰이어트케이션(quiet+vacation)’을 꼽았다. 유명 관광지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대신 자연의 품에 폭 안겨 고요를 만끽하는 캄케이션(calm+vacation)의 시대가 오는 것! 실제로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는 여행지를 데시벨(dB) 순서로 분류해 ‘조용함 지수’ 혹은 ‘소음 예보’를 발행하고, 소음이 적은 객실은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한다고 한다. 이제 조용함은 취향을 넘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얻고 싶은 가치가 된 셈이다.

하지만 당장 북유럽의 숲속으로 떠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일상 속 우리의 베이스캠프인 집에서 콰이어트케이션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봤다. 내 공간을 고요하게 정돈하고 그 안에서 나에게 집중하는 루틴을 만든다면, 일상 소음에서 벗어나 진정한 회복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디지털 디톡스 이상으로 집에서도 깊은 고요함을 누리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오감을 정화해 줄 콰이어트케이션 아이템을 소개한다.


[1] 
아와글래스 거품시계

아와

시간이 날 때 쉬는 것과 시간을 내서 쉬는 것은 차이가 있다. 잉여 시간에 취하는 휴식은 불규칙적이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늘 다음 일정에 쫓기고 할 일에 치이는 바쁜 일상 속에서 규칙적으로 휴식 시간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시간’으로부터 해방될 때가 진정한 휴식의 순간이라고 느껴진다. 시계를 쳐다보면서 마음을 종종대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곧 자유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실속이 없어도 달콤하면 그만인 제품에 눈길이 간다. 

아와글래스의 거품시계는 모래시계처럼 모래를 쌓으며 시간을 증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력을 거스르는 듯 거품이 보글보글 위로 솟아오른다. 게다가 거품의 크기도 제각각이라 정확히 몇 분이 흘렀는지 알 수도 없다. 가끔 모래시계를 보고 있으면 바닥에 쌓이는 모래알만큼이나 마음의 무게도 무거워질 때가 있는데, 이 거품 시계를 멍하니 보고 있으면 묘한 안도감이 든다. 시간 안에서 잠시 느리게 머물러 있어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는 기분이랄까. 

뽀모도로 타이머처럼 효율과 생산성을 따지는 대신, 보글거리는 거품의 움직임에 시선을 맡겨보는 것.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지만 진지해질 필요는 없는, 이 ‘기분 좋은 멍함’이 굳어있던 상상력을 자극하리라 순진하게 믿어보고 싶다. 시간이 흐르는데 오히려 비워지는 기분이라면 콰이어트케이션의 시작이 좋다. 가격은 5만 5,000원부터. 구매는 [여기].


[2]
FRAMA From Soil to Form Oil Diffuser

frama

공간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 향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시중의 수많은 디퓨저나 캔들이 뿜어내는 인위적이고 강렬한 향에 코도 괴로울 때가 있다. 만약 공간을 향으로 빈틈없이 덮어버리는 데 거부감이 있다면, 코펜하겐의 리빙 브랜드 FRAMA 제품이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From Soil to Form’이라는 이름처럼 이 제품은 자연에서 온 흙과 나무로 이루어진 내추럴 오일 디퓨저다. 한국산 흙으로 구워낸 아홉 개의 볼 위에 오일을 서너 방울 떨어뜨리면, 흙이 오일을 천천히 머금었다가 은은하게 향을 뿜어낸다. 콰이어트케이션을 위한 공간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향 향유 방식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제품 자체가 지닌 성격이 고요하고 차분하다. 

미학적인 관점에서도 탁월하다. 투박한 듯 정갈한 소나무 상자와 디퓨저 볼은 공간 안에서 주의력을 뺏지 않는다. 책상 위나 좁은 선반에 콤팩트하게 두고 싶다면 직사각형 모양의 우드 박스를 선택해도 좋겠다. 조금 더 확실한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땐 볼을 투명한 글라스에 옮겨 담아 연출해 보는 것도 방법! 시각과 후각적 자극을 최소화하면서도 깊은 휴식을 완성하고 싶다면 이 흙의 기운을 가까이 둬보길! 오일 종류는 5가지, 가격은 160€. 구매는 [여기].


[3]
Loop 이어플러그

룹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면 눈을 감으면 되고, 맡고 싶지 않은 냄새는 코를 막거나 숨을 잠시 참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귀는 거절을 표현할 줄 모른다. 특히 도시라는 거대한 소음의 소용돌이 속에 사는 이들이라면 사람들 대화, 교통수단의 소란함, 끊이지 않는 기계음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순수 자연의 소리만 존재하는 캄케이션을 꿈꾸지만 현실에서 이를 실현하기란 도저히 쉽지 않다. 그럴 땐 도구의 힘을 빌려서라도 고요를 쟁취하는 수밖에. 

룹(Loop)은 청력을 보호하고 소음을 관리하는 데 집중하는 벨기에 브랜드다. 이들의 이어 플러그는 흔히 쓰는 스펀지 타입과는 다르다. 부드러운 실리콘 소재로 제작되어 착용했을 때 압박감과 답답함이 현저히 적다. 물론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완벽한 차음력보단, 일상의 날카로운 소음을 둥그렇게 깎아내 심리적 안정을 얻기엔 괜찮은 선택이다.

우리의 신경은 소음의 볼륨만 낮아져도 금세 이완되곤 한다. 주변 자극에 예민해져 음악조차 피로하게 느껴질 때, 혹은 층간소음으로 내 집에서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한다면 이 이어 플러그를 사용해 보자. 상황과 목적에 따른 다양한 라인업이 준비되어 있으니 나에게 필요한 고요함 정도에 따라 최적의 모델을 찾아보길 바란다. 사진 속 제품은 2만 원대. 구매는 [여기].


[4]
이루시다 가운 

이루시다
이루시다

우리는 거의 모든 순간 옷에 갇혀 지낸다. 밖에서는 빳빳한 외출복에, 안에서는 익숙하지만 여전히 미세하게 몸을 조여 오는 일상복에 매여 있다. 진정한 휴식이란 결국 나를 옥죄는 모든 물리적인 선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아닐까? 최근 많은 분들이 홈웨어나 파자마를 정성껏 골라 입는 것도 외부 세계와 단절된 오롯한 내 시간을 선언하는 일종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이루시다의 가운은 그 의식을 가장 포근하게 마무리해 줄 아이템이다. 부드러운 광택이 흐르는 벨벳 소재는 피부에 닿는 감촉이 섬세한 편이라 입는 순간 몸의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 든다. 특히 겨울철 서늘한 공기가 감도는 실내에서 걸치고 있으면, 보온성은 물론이고 마치 호텔 객실에 들어온 듯한 여유로운 분위기까지 연출할 수 있다. 겨울의 최대 적인 정전기를 방지하는 특수 가공이 더해져 거슬림도 없다. 

콰이어트케이션을 위해 반드시 TPO에 맞는 옷을 갖춰 입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촉각을 자극하지 않고, 피부가 편안하다고 느끼는 옷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집에서조차 무언가를 입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져도 된다는 것. 살을 짓누르는 브라탑이나 꽉 끼는 바지 고무줄 밴드를 벗어던지는 것만으로도 집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휴양지가 될 수 있다. 가격은 10만 원대. 구매는 [여기].


[5]
헤이 폴드 매트리스

헤이

격하게 쉬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할 때 우리는 일상의 스트레스가 보이지 않는 독립된 공간을 꿈꾼다. 물론 방이 넉넉하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니, 거실 한쪽이나 창가에 작은 휴식 존(zone)을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신경을 많이 썼지만 공들인 티는 내고 싶지 않고 미니멀한 여행지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면 헤이(HAY)의 3단 매트리스를 눈여겨보자.

hay

이 제품은 탄탄한 폴리우레탄 폼을 사용해 몸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면서도, 가벼운 무게 덕분에 이동이 간편하다. 평소에는 접어서 보관하거나 등받이 쿠션처럼 활용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땐 쓱 펼쳐 나만의 조그마한 섬을 만들면 된다. 특히 라벤더 컬러는 공간에 은은한 생기를 더하면서도 눈의 피로는 덜어주는 잔잔함을 지녔다. 패브릭 커버는 분리해 세탁할 수 있고, 손님이 방문했을 땐 침대의 역할까지 해내는 기특한 제품!

물론 요가매트나 폭신한 러그만으로도 충분하다. 요점은 의자나 침대처럼 익숙한 가구가 아닌 곳에 몸을 기대 보는 시간이다. 일상적인 가구에서 벗어나 낮은 시선으로 공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소란스러웠던 머릿속 소음은 한결 잦아들기 마련이다. 익숙한 집 안에서 낯선 평온함을 찾고 싶을 때 이 가벼운 매트리스가 은신처가 되어줄지도! 가격은 229€. 구매는 [여기].


[6]
플마제 카본 히터 블랭킷

플러스마이너스제로

불안함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보드라운 담요를 덮어주면 이내 진정되는 것처럼, 적당한 무게감과 온기는 성인에게도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콰이어트케이션의 순수한 목적은 외부의 자극을 차단하는 것을 넘어, 내 몸이 완벽하게 편안하다고 느끼는 상태를 만드는 게 아닐까? 플러스마이너스제로의 카본 히터 블랭킷은 바로 그 따뜻하고 안전한 고립을 도와줄 아이템이다. 

기존 전기담요들을 사용할 때 투박한 열선 때문에 배김이 느껴졌다면, 이 제품은 얇고 가벼운 ‘카본나노튜브 필름’을 사용해 일반 담요처럼 유연하고 가벼운 게 특징이다. 덕분에 열선이 지나가는 자리만 따뜻해지는 게 아니라 담요 전체에 균일하고 포근한 온도가 감돈다. 전자파 적합 테스트를 통과해 안심하고 몸에 밀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초절전 에코 제품이라 캠핑장이나 해외에서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소파나 앞서 소개한 매트리스 위에 누워 이 블랭킷을 몸 위로 끌어올려 보자. 묵직하고 따뜻한 온기가 몸을 지그시 누르는 순간, 곤두서 있던 신경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오염이 걱정된다면 세탁망에 넣어 울 코스로 가볍게 돌려주면 되니 관리의 번거로움도 없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면 몸과 마음이 너무 완벽하게 이완된 나머지 콰이어트케이션으로 시작했다 깊은 단잠에 빠져버릴지도. 가격은 19만 원대. 구매는 [여기].


[7]
콜린스 인센스 위시 에디션 2026

콜린스

불을 붙여 연기를 피워 올리는 인센스는 콰이어트케이션을 시작하고, 또 마무리하는 가장 완벽한 리추얼이 되어준다. 특히 새해를 맞아 출시된 콜린스의 ‘위시 에디션’은 소원을 실어 나르는 말의 형상을 빌려 기분 좋은 시작을 돕는다.

인센스는 향을 만끽하는 것은 기본, 스틱이 타들어 가는 짧은 순간 동안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물리적 시간을 확보하게 한다. 은은하게 퍼지는 연기와 함께 일상의 잡념을 날려버리고 나면 비로소 나 자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 무난한 선물로도 좋지만, 올 한 해만큼은 나 자신에게 ‘온전한 멈춤’을 약속하는 징표로 구매해 보는 건 어떨까. 가격은 1만 8,900원. 구매는 [여기]. 


[8]
글월 노트

글월

콰이어트케이션의 마지막 단계는 타인의 목소리로 가득 찼던 내 안을 나의 언어로 다시 채우는 일이다. 외부의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정작 나 자신의 언어는 희미해지고 만다. 때로는 많이 보고 들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휴식의 일부를 쪼개서 내 생각을 뱉어내고, 기록할 자리를 비워둬야 한다. 

편지가게 글월의 정갈한 종이들은 그 막막한 시작을 다정하게 독려한다. 내면을 표현하는 방법이 꼭 유려한 글일 필요는 없다. 무선 노트 위로 흐르는 낙서나 그림이어도 좋고, 할 말을 잔뜩 쓰고 보내지 않을 내밀한 편지여도 좋다. 중요한 건 내 안에 고여 있는 언어를 밖으로 꺼내는 길을 만드는 것. 그 통로가 없다면 우리는 결국 타인의 시선과 언어로만 자신을 정리하는 비극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조용한 방 안, 정적을 뚫고 종이 위로 미끄러지는 펜의 질감을 느껴보자. 비워낸 자리에 비로소 진짜 나와 내 이야기가 채워질 거라 믿는다. 가격은 1만 2,000원. 구매는 [여기].

About Author
한상언

팔리는 기사를 쓰며, 안 팔리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균형 있는 삶은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