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가격대로 골라 입는 코듀로이 바지 8

겨울 바지로 이만한 게 없지
겨울 바지로 이만한 게 없지

2025. 12. 04

안녕, 올겨울 마땅히 입을 옷이 없어 장바구니만 채우고 있는 객원 에디터 지정현이다. 이맘때가 되면 바지가 고민이다. 위에는 이것저것 껴입으면 버틸 수 있는데, 아래는 타이츠나 내복, 바지 정도가 전부 아닌가? 결국 한 벌을 골라 종일 입고 다녀야 한다는 뜻. 그럴 때 코듀로이 팬츠는 꽤 괜찮은 선택지다.

소위 ‘골덴 바지’라 불리는 코듀로이 팬츠는 겨울철에 생각나는 전형적인 방한 아이템이다. 다만 그동안 특유의 바랜 색감과 묵직한 모양새 때문에 ‘중년의 바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올드머니가 한창 유행이었을 때도, 정작 스타일링에서 코듀로이 팬츠가 전면에 나선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래놀라 코어가 부상하고 있는 지금, 다시 한번 코듀로이가 주목받을 기미가 보인다. 당신이 트렌드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잘 만들어진 코듀로이 팬츠 한 벌은 한파가 몰아치는 날 든든하게 손이 갈 아이템이 될 거다. 그래서 오늘은 가격대 별로 챙겨두기 좋은 브랜드의 코듀로이 팬츠를 골라봤다.

케롤린 베셋 ⓒMitchell Gerber

잠깐! 코듀로이 팬츠를 고를 때 알아두면 좋은 포인트

코듀로이 특유의 세로 골을 ‘웨일(wale)’이라고 부른다. 정확히는 원단에 새겨진 골의 간격과 개수를 뜻하는 말로, 골 사이에 공기층이 생기면서 바람을 막아주고, 일반 면바지보다 따뜻하다.

어떤 브랜드는 제품 설명에 ‘8 웨일, 14 웨일’처럼 웨일 수를 적어둔다. 숫자가 낮을수록 골이 굵고 두께감이 느껴져 캐주얼한 룩에 어울린다. 반대로 숫자가 높을수록 골이 촘촘해져 더 드레시하고 슬랙스에 가까운 무드가 난다. 

가장 대중적인 건 8~11 웨일이다. 레귤러, 와이드, 세미 테이퍼드 어떤 핏이든 잘 어울리는 굵기다. 요즘 나오는 코듀로이 팬츠 대부분 이 정도 사양을 가지고 있다.

더 빈티지한 무드를 원한다면 4~7웨일의 굵은 코듀로이 팬츠를 골라보자. 자칫 ‘할아버지 바지’ 같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니, 상의는 단정하고 심플하게 맞추는 편이 좋다.

한때 유럽과 미국에서 현장 노동자와 헌터, 농부들의 작업복으로 널리 쓰였다. 저렴하고, 따뜻하며, 마찰에도 강해서다. 워크웨어나 아메리칸 캐주얼 브랜드에서 코듀로이 팬츠를 자주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만 원대 – 입문용 코듀로이

이 가격대 코듀로이 팬츠에 드라마틱한 보온성을 기대하긴 어렵다(물론, 일반 면바지나 웬만한 데님보다야 따뜻하다). ‘내가 코듀로이 팬츠가 어울리는지’ 시험해 보고 싶다면, 한 번 구매해 볼만한 제품 위주로 골랐다. 

[1]
유니클로(UNIQLO)
코듀로이 커브팬츠

유니클로

코듀로이 팬츠는 아메리칸 캐주얼과 친한 아이템이다. 이 분야의 입문 코스라 할 수 있는 브랜드는 역시 유니클로. 올 한 해 인기를 끌었던 커브 팬츠의 코듀로이 버전이다.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테이퍼드 핏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넓은 바지핏’에 부합한다.

유니클로는 매 시즌 코듀로이 아이템을 내놓는데, 가격 대비 마감과 패턴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이번 코듀로이 커브 팬츠는 여성용으로 나왔지만, 한두 사이즈 업해 입으면 남성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애초에 일본 유니클로에는 유니섹스로 표기되어 있을뿐더러, 남성 스태프 스타일링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격은 4만 9,900원. 구매는 여기에서.

Tip. 업사이징하더라도, 총장은 그대로다. 체격이나 키가 좀 있는 남자라면, 같은 시즌에 나온 코듀로이 워크 팬츠가 좋은 대안이다. 다만 이쪽은 와이드 핏이다.

[2]
토마스 모어(THOMAS MORE)
TF3-PT03 코듀로이 팬츠

토마스 모어

유니클로 커브 핏처럼 퐁실한 라인이 부담스럽다면, 토마스모어가 좋은 대안이다. 남녀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빈티지 웨어 브랜드로, 이들이 선보이는 코듀로이 팬츠는 허벅지부터 밑단까지 곧게 떨어지는 세미 와이드 핏이 특징이다. 담백한 실루엣으로 어떤 아우터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취향을 타지 않는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허리선에 딱 맞춘 니트나 스웨트셔츠와 매치하면 핀터레스트 속 패셔니스타가 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유니섹스 브랜드이기 때문에 실측을 꼭 확인하고, 본인 체형에 맞는 사이즈를 골라 입어야 한다. 가격은 7만 3,500원. 구매는 여기.

Tip. 모델 컷처럼 복숭아뼈 근처까지 오는 기장으로 입는 방법도 있다. 양말로 포인트를 주거나, 긴 첼시 부츠를 신어 세련되게 입어 보자.


10만 원대 – 취향을 더하고 싶다면

여기서부턴 꾸준히 코듀로이 팬츠를 발매하거나, 자신들만의 노하우로 베리에이션을 준 브랜드가 많다. 유행과 상관없이 제대로 된 코듀로이 팬츠를 갖춰두고 싶은 이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아이템 위주로 골랐다.

[3]
케일(CAYL)
써멀 프로 팬츠 

케일

등산을 좋아하는가? 혹은 남다른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케일의 써멀 프로 팬츠를 눈여겨볼 만하다. 엄밀히 말하면 코듀로이가 아닌 플리스 소재지만, 도드라진 골 조직 덕분에 골덴 팬츠 같은 인상을 준다. 여기에 폴라텍 계열 소재를 사용했으니, ‘섬유 공학자가 만든 코듀로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케일은 개성 있는 디자인과 확실한 기능성 덕분에 탄탄한 마니아층을 가진 아웃도어 브랜드다. 써멀 프로 플리스는 일반 코듀로이보다 관리가 한결 수월하고, 거친 야외 활동에도 쉽게 해지지 않는다. 평소에는 코듀로이 팬츠처럼 입다가, 주말엔 그대로 산에 올라가도 될 만큼 든든하다. 가격은 18만 9.000원. 구매는 여기.

Tip. 아웃도어 제품이 유행이라 할지라도, 단독으로 입기엔 존재감이 큰 게 사실. 살로몬이나 킨 같은 트레일화를 신고, 경량 패딩을 껴입자. 다행히도 모두 핫한 아이템이니, ‘산 타러 가세요?’라는 질문은 피할 수 있다. 

[4]
그라미치
그라미치 팬츠 코듀로이 

그라미치

편안한 바지를 찾는다면, 답은 그라미치다. 클라이머를 위해 탄생한 브랜드답게 코듀로이 팬츠 역시 다이내믹한 움직임에 맞춰 설계됐다. 밑위에는 쿵푸 팬츠에서 착안한 가셋 크로치를 더해 활동성을 높였고, 허리에는 웨빙 벨트를 내장해 착용과 조절이 수월하다. 나도 이 편안함에 한 번 빠지고 나서는, 어느새 그라미치 바지만 다섯 벌을 들여놓고 말았다.

그라미치의 스테디셀러인 ‘그라미치 팬츠’ 실루엣을 그대로 옮겨온 코듀로이 버전이다. 엉덩이와 허벅지에는 여유를 두고, 밑단으로 갈수록 자연스럽게 좁아지는 테이퍼드 핏이라 체형을 크게 타지 않는다. 일상에서도 야외에서도 두루 입을 수 있는 만능 아이템이다. 가격은 15만 9,000원. 구매는 여기

Tip. 허벅지가 특히 넓으니 꼭 입어보고 골라야 한다. 아예 크게 입어 살짝 내려 입는 방법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허리가 남도록 입은 뒤, 벨트를 조여 그라미치 로고가 보이게 덜렁거리며 다니는 걸 추천한다. 

[5]
리바이스(Levi’s)
568 루즈 스트레이트 팬츠

리바이스

앞서 말했듯, 코듀로이는 한때 현장 노동자와 농부들의 작업복으로 쓰이던 소재다. 워크웨어에서 출발한 리바이스가 지금까지도 코듀로이 팬츠를 꾸준히 선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 바버와의 협업에서도 코듀로이 팬츠가 등장했는데, 한정판을 놓쳐 아쉬웠다면 기본 라인업인 568 모델을 눈여겨볼 만하다.

568은 엉덩이와 허벅지에 여유가 있는 루즈 스트레이트 실루엣이다. 스니커즈는 물론 워크부츠, 더비 슈즈까지 웬만한 신발과 두루 잘 어울린다. 남성 사이즈를 기준으로 출시되지만, 한두 치수 크게 선택해 살짝 내려 입으면 스트릿 무드에 가까운 스타일로도 연출할 수 있다. 가격은 15만 9,000원. 구매는 여기

Tip. 그래놀라 코어는 원래 조금은 촌스럽고 흙냄새가 나는 멋이다. 청키한 굵은 실 스웨터에 통가죽 부츠나 모카신을 맞춰 신으면, 옥수수 농사를 짓고 돌아온 서부 컨트리 파머 무드가 완성된다.

[6]
브루먼(Bruman)
코듀로이 팬츠

브루먼

브루먼은 웨어러블한 이지 아메리칸 캐주얼을 추구하는 브랜드다. 매 시즌 코듀로이 팬츠를 선보여 왔고, 이번 시즌 제품은 투 플리츠 디테일로 빈티지한 매력을 더했다. 그렇다고 과하게 복식처럼 보이는 실루엣은 아니다. 적당한 무게감으로 곧게 떨어지는 레귤러 핏이라,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현대적인 코듀로이 팬츠다.

약 15온스의 두툼한 코듀로이 원단을 사용해 입었을 때 포근한 감촉이 잘 살아난다. 부자재에도 신경을 써, 물소뿔 특유의 질감을 떠올리게 하는 일본 니토(Nitto)사의 유레아 단추를 더했다. 코듀로이 팬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라운 컬러도 좋지만, 은은한 광택이 도는 네이비 컬러는 한층 더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가격은 12만 9,000원. 구매는 여기

Tip. 남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지만, 모델 컷에서 볼 수 있듯 여성이 입어도 귀엽다. 기장감을 그대로 살려 코끝이 뭉뚝한 더비 슈즈와 입어도 사랑스럽겠다.


20만 원대 – 퀄리티에 투자하는 구간 

아우터, 팬츠, 셔츠를 막론하고 이 정도 가격대부터는 부자재와 원단의 질이 확실히 좋아진다. 여기에 세심한 디테일을 더해 차별화를 꾀하는 경우도 많다. 특별한 한 벌을 찾거나, 오래 두고 입을 코듀로이 팬츠를 찾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가격대다.

[7]
헤리티지 플로스(HERITAGE FLOSS)
크레스트 워시드 코듀로이 팬츠 

헤리티지플로스

올드 스포츠웨어를 현대적인 생활 방식에 맞게 풀어내는 헤리티지 플로스는, 좋은 옷을 만들기 위해 원단 편직부터 가공, 봉제까지 모두 직접 챙긴다. 코듀로이 팬츠 역시 그런 공정을 거친 만큼, 손에 쥐어 보면 공들인 티가 나는 바지다.

전통적인 5포켓 팬츠를 베이스로 만들었고, 워싱 처리를 더해 자연스럽게 바랜 색감이 눈에 띈다. 사이즈는 남·여 라인으로 나뉘어 있어 선택 폭도 넓다. 잘 만든 기본 코듀로이 팬츠를 찾는 이들에게, 기준점처럼 삼을 수 있는 바지다. 가격은 29만 8,000원. 구매는 여기

Tip. ‘빈티지 스포츠웨어’에는 전통적인 야외용 제품도 포함된다. 아우터는 신칠라 스냅 풀오버, 코위찬. 신발은 어그 부츠를 추천한다. 이다음은 캠핑 장비를 나열해야 할 것 같은데…

[8]
모이프(moif functional uniform)
PCS 컴뱃 코듀로이 팬츠 

모이프

풍성한 실루엣에 사선으로 배치한 건빵 주머니. 도시인을 위한 데일리 테크웨어를 만드는 모이프답게 PCS 코듀로이 팬츠는 넉넉한 오버핏으로 완성돼 바지 한 벌만으로도 스타일에 확실한 개성을 더해준다.

PCS 컴뱃 팬츠는 영국 해군복을 모티프로 재해석한 아이템으로, 시즌마다 꾸준히 사랑받는 모이프의 대표 라인이다. 올겨울 선보인 코듀로이 버전은 카고 포켓에 기존과 같은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톤온톤으로 배치해 포인트를 줬다. 밑단 스트링으로 취향에 맞게 조절해 입어 보자. 기격은 23만 7,000원. 구매는 여기.

Tip. 모이프는 테크웨어 바이브가 물씬 나는 브랜드인 만큼 경량 패딩과 상성이 좋다. 경량 패딩의 플랫한 디자인이 심심하게 느껴질 때 PCS 컴뱃 코듀로이 팬츠의 입체적인 패턴은 스타일에 재미를 줄 수 있는 위트 있는 선택이다. 


계절에만 즐길 수 있는 것을 찾는 건,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작은 즐거움을 발견하는 일이다. 여름엔 빙수와 린넨이 있다면, 겨울엔 군고구마와 코듀로이가 있다. 나는 코듀로이를 횡단보도 옆 드럼통에서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는 군고구마 같은 존재라 생각한다. 담요를 두른 듯 따뜻하고, 고구마처럼 은근하게 물든 코듀로이 팬츠 한 벌만 있다면, 매서운 겨울도 꽤 즐거우리라! 

About Author
지정현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을 탐구하는 에디터.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마땅히 조명받아야 할 사람과 사물을 찾는 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