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가을부터 봄까지 주말마다 빼곡하게 야영할 생각에 설레는 객원 에디터 조서형이다. 근사한 풍경과 한적한 배경은 가지고 싶은데 멀리까지 움직이기엔 벅찰 때, 서울 근교에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야영 스팟을 모았다. 여름에는 물소리, 바람소리, 푸르른 나뭇잎 살랑이는 소리에 즐거웠다면,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은 강물과 나무 위로 소복이 쌓인 눈의 적막함 속에 야영을 즐길 수 있다. 세 명의 캠퍼와 나의 추천까지 넉넉히 정리했으니 짐을 챙겨 떠나보자. 서울 근교 8경.
[1]
모곡밤벌유원지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서면 밤벌길 133

강원도 홍천강에는 얼어붙은 물 위에서 야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그건 그렇고 강원도가 서울 근교? 추천자 조보현의 집이 있는 반포동을 기준으로 하면 차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이니 근교 맞다. 그가 추천하는 장소는 차박의 성지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모곡밤벌유원지. 주소를 찍고 자갈밭에 주차한 다음에 장비를 모두 내린다. 빙박 스팟인 배바위는 얼음을 따라 15분 정도 강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게 보통인 다른 백패킹에 비하면 난이도가 낮다. 주차장 근처에 모곡슈퍼마켓이 있다. 여기서 일정 금액 이상 물건을 사면 슈퍼의 화장실, 개수대, 세면대를 이용할 수 있다.
빙박은 매우 색다른 경험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즐겁고 사진도 근사하게 나오지만, 주의할 점도 그만큼 많다. 먼저 바위에 너무 가까이 붙거나 강 가장자리에는 텐트를 치면 안 된다. 얼음이 얕게 얼어 있어 위험하다. 최소한의 장비로 캠핑을 하던 사람이라도 빙박을 할 때에는 텐트 아래 그라운드 시트를 꼭 깔아야 한다. 없다면 비닐이라도! 사람이 누워서 잔 자리는 긴 시간 체온으로 데워져 얼음이 녹아버리기 때문. 얼음에 텐트를 치려면 전동 드릴과 나사못도 필요하다.
TIP.
평소 백패킹 준비물에 아이젠과 썰매를 추가로 챙길 것. 텐트와 먹을 것, 입을 것을 이동하기에 편리하다. 텐트를 쳐놓고 얼음 위에서 놀 때도 좋다. 이 외에도 필요한 게 더 있다. 바닥에 앉기 어려우니 캠핑 의자, 바람이 몹시 세게 불기 때문에 쉘터는 챙기는 편이 좋다. 강바람 부는 얼음 위는 도시보다 훨씬 춥기 때문에 방한 용품도 넉넉하게 챙기자. 밤새 얼음이 쿵쿵 소리를 내는데 이는 부서지는 소리가 아니라 더 단단해질 때 나는 소리다. 처음 들으면 무섭겠지만, 이마저도 빙박의 묘미다.
[2]
춘천 인람리 잣나무 숲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사북면 솔바우1길 300

잣나무 숲의 이 야영 스팟은 좀 독특하게 운영된다. 허가 받은 곳이 아니라 캠핑장이라고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아무나 와서 야영할 수는 없으므로 노지라고도 할 수 없다. 사장님의 휴대전화로 문자를 남기면 약 3만 원 정도의 돈을 입금하고 캠핑 스팟을 예약할 수 있다. 1시 입장, 11시 퇴장 시간이 정해져 있고, 제공되는 봉투에 쓰레기도 버릴 수 있다. 지정된 나무에 묶어 놓으면 대신 처리해주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뷰는 확실하다. 그 유명한 춘천호를 앞에 두고 빽빽한 잣나무 숲속에서 야영할 수 있다. 조용한 숲에서 물멍하며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일상과 완전히 분리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호수에는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수달 등의 멸종위기 야생동물들도 있다.
TIP.
캠핑 요금은 일반 캠핑장보다는 저렴하고 노지보다는 비싸다. 단, 부대시설이 전혀 없으므로 마을회관의 이동식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사장님 개인 전화번호는 아는 사람만 아는 것이지만, 찾고자 하면 누구든 찾을 수 있다.
[3]
강천섬 유원지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리길 88-60
서울 근교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그 강천섬 유원지다. 시설이 깨끗하고 공원이 넓어 인기 있는 백패킹 스팟이었는데, 2024년 12월부터 정식 캠핑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차장부터 유원지까지는 약 800m. 수레나 백팩에 짐을 담아 다리와 산책로를 건너 캠핑 구역으로 넘어오면 된다. 조금 걸어야 하지만, 차 없이 너른 공간에서 야영할 수 있어 오히려 좋다. 지금은 이미 다 떨어졌겠지만, 강천섬은 원래부터 가을 단풍 명소로 특히 유명하다. 억새길과 은행나무 거리를 지나 북한강 경치를 앞에 두고 텐트를 쳐보자. 남한강 자전거길이 지나는 길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코스도 추천.
TIP.
예약할 때 요금은 사이트당 5만 원이지만, 지역상품권으로 2만 원 페이백 해주므로 저렴한 느낌이다. 주변에서 먹거리 등을 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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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설매재 자연휴양림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용천로 510 설매재자연휴양림

<나 혼자 산다> 옥자연이 백패킹을 즐긴 그곳. 설매재의 급경사 600m의 짜릿한 구간을 커다란 백팩을 메고 오르며 “이게 인생의 짐이구나”라고 말한다. 나 역시 몇 년 전 여름에 호기롭게 자전거 캠핑을 떠났다가 오르막 구간에서 완전히 퍼져버린 기억이 있다. 라이딩 고수들이 훈련을 위해 찾는 고개기도 하다. 이 경사를 오르면 완전한 숲속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설매재라는 이름은 눈 내린 고개에 매화가 피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야영장 외에도 산림휴양관이나 숲속의 집 같은 숙박 시설도 있다. 시간을 잘 맞추면 계곡 트레킹이나 목공 체험 같은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다.
TIP.
국립자연휴양림 통합예약시스템에서 예약할 수 있다. 매월 1일 오전 9시에 열린다. 시설이 아주 좋은 캠핑장은 아니라서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정말 산에서 야영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매점과 거리가 꽤 있는 편이라 필요한 물건은 한 번에 사 오는 게 좋다. 백패킹을 경험해보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데려가고 싶은, 노지 느낌이 나는 귀한 캠핑장이다.
[5]
노을 캠핑장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로 108-1
서울 안에도 캠핑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곳만 무려 9곳이 있다. 난지, 노을, 서울대공원, 중랑, 강동, 천왕산, 초안산, 앵봉산, 우이동까지. 노을 캠핑장은 그중에서도 도시같이 않은 풍경을 자랑하는 소중한 캠핑장이다. ‘맹꽁이차’라 불리는 셔틀버스를 타고 주차장에서 캠핑장까지 올라간다. 짐이 많지 않다면 걸어 올라가도 좋다.
공간이 워낙에 넓어 텐트를 쳐놓고 산책하기 좋다. 평지에 끝없이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 달리기, 공놀이, 연날리기 등 할 수 있는 놀이가 많다. 각종 텐트를 구경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다. 구역마다 큰 나무 테이블이 있어 의자와 탁자를 따로 가져오지 않아도 충분하다. 심지어 화로까지 모두 마련되어 있다.
TIP.
구역에 따라 전기 사용이 불가한 곳도 있으니 예약 전 미리 확인해야 한다. 근처에 하늘공원, 난지 캠핑장 등이 모두 붙어 있어 헷갈리기 쉽다. 평일은 예약이 그다지 어렵지 않으니 퇴근박으로 추천한다.
[6]
무의도
인천 중구 무의동
서울 서쪽에서 출발하면 금방 도착하는 근교의 야영지. 규모로는 세렝게티와 비교하기 무색하지만, 찍힌 사진을 보면 인천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이국적이다. 백패커들 사이에서는 무렝게티라 불린다. 무의동의 이름은 춤출 무(舞)에 옷 의(衣) 자를 썼는데 섬 모양이 ‘장수가 관복을 입고 춤추는 모양’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바위산과 바다의 풍경이 놀라울 만큼 아름답다. 백패킹 성지로 유명한 장소에다 예약이 불가능한 노지이므로 공휴일에는 눈치 게임을 해야 한다.
TIP.
섬에 들어가면 공영주차장이 있다. 섬의 규모가 작은 만큼 자리가 넉넉한 편은 아니다. 이마트24와 초록 카페 바로 뒤에 들머리 길이 있다. 호룡곡산 등산로를 따라 약 한 시간의 산길을 걸어 들어가면 텐트를 칠 수 있는 박지가 나온다. 거의 능선이라 난이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캠핑장이 아니므로 화장실은 없다. 가져간 쓰레기는 꼭 챙겨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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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별밤 수목원 캠핑장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비룡로 1516-19
진입로부터 울창한 숲이 설레는 캠핑장. 빽빽하게 자란 잣나무가 사이트를 감싸고 있어 비교적 조용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예약할 때 계곡보다 숲에 가까운 사이트를 고를 것을 추천한다. 거의 숲속에 혼자 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곁에 수동 계곡을 두고 있어 콸콸 흐르는 물소리와 별이 총총 박힌 하늘을 배경 삼아 야영이 가능한 캠핑장이다. 수목원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근처 산길이 연결되어 있어 산책하기 좋다.
TIP.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 또는 경춘선 마석역에서 버스를 타면 캠핑장 입구까지 도착할 수 있다. 백패킹으로 찾은 사람을 위한 백패킹 존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차가 없어도 캠핑 완전 가능. 차를 가져간다면 예약할 때 꼭 번호를 등록해야 한다. 입구에 무인으로 운영되는 차단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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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적산
경기 이천시 백사면 경사리
이천과 여주 광주시에 걸쳐 있는 고도 564m의 산. 정상까지 약 6.5km,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아기를 멘 내 기준이고 트래킹에 익숙한 사람은 훨씬 더 빨리 오를 수 있는 난이도. 초반 10분의 급경사 구간 이후에 억새밭 능선을 따라 걸으면 된다. 정상을 지나쳐 천덕봉까지 조금만 더 걸어가면 박지가 여럿 나온다. 규모도 꽤 크다. 원적봉에서 천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걸으면서도 감탄이 나온다. 사방으로 탁 트여 속이 다 시원하다. 해질녘이 특히 아름답다.
TIP.
내비게이션에 ‘원적사 주차장’을 검색해서 찾아가면 된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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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형
GQ 코리아 디지털팀 에디터. 산과 바다에 텐트를 치고 자면 기분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