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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태어난 진짜 워크웨어, 아커드

우리에겐 진짜 작업복이 필요하다
우리에겐 진짜 작업복이 필요하다

2025. 06. 26

*이 글에는 아커드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녕, 에디터B다. 언젠가 군대에서 읽었던 책의 제목은 ‘끌림’이었다. 이병률 시인이 쓴 에세이집 <끌림>은 이십대 초반의 여물지 않은 감성을 건드리기에 충분한 제목이었다. 사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워낙 오래되기도 했고, 책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부대에 없었기 때문에 감정은 금세 휘발되었다. 그럼에도 끌림이라는 단어만큼은 오랫동안 남았는데, 이 마법 같은 단어는 이유 없이 무언가를 좋아하게 될 때마다 꺼내어 사용하기에 적절했기 때문이다. 소개팅한 상대가 이것저것 다 괜찮아도 왠지 끌림이 없거나, 모 브랜드의 제품이 만듦새는 좋지만 뭔가 끌리지 않을 때처럼 말이다. 나는 사무실에서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노동자이면서도 이상하게 워크웨어에 강한 끌림을 느끼곤 했다. 실제로 워크웨어 ‘스타일’의 옷을 많이 사기도 하고,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아버지께 진짜 워크웨어를 받아서 종종 입기도 한다. 나 같은 멋지고 긱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좋아할 만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아커드다.

아커드는 ‘뜨거운 철강 현장’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이 소개는 문자 그대로다. 1,600도의 쇳물을 다루는 작업장에서 작업자들이 어떻게 하면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어, 2022년 대한제강에서 만든 워크웨어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커드의 탄생 스토리 한 줄을 읽는 것에서부터 마음이 용광로처럼 끓어올랐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이런 서사가 나를 끌리게 만드니까.

아커드는 작업자들이 일하는 모든 순간에 충분히 보호받고 있음을 느끼고,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도록 하겠다는 신념을 가진 브랜드라고 한다. 단순히 멋있어 보이는 옷을 만드는 것과는 접근 방식이 다른 셈이다. 그런 마음으로 아커드는 슈퍼섬유 아라미드 원단을 사용한 방염복을 비롯해 작업복, 동계 작업복, 유니폼, 안전화를 제작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커드의 가장 큰 특징은 비스포크 시스템을 통해 현장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 현장마다 작업자마다 하는 일이 다르니 작업복의 기능도 달라야 하는 건 당연하다. 비스포크 시스템 덕분에 획일적인 디자인과 기능에서 벗어나 원단, 부자재, 디자인 등 세세한 부분까지 현장 맞춤형으로 설계하기 때문에 실제 작업자의 반응도 좋을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규모가 크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과 현장 작업자 팀은 현실적으로 비스포크 시스템을 이용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커드가 시작한 프로젝트가 바로 ‘아커드 크루’다. 아커드 크루가 뭐냐고?


아커드 크루의 작업복,
이렇게 만들어졌다

지난 2월, 아커드는 아커드 크루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커드 크루는 쉽게 말해, 소규모 사업장 및 현장 작업자 팀을 위한 맞춤형 워크웨어 제작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자격 요건은 6인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이나 현장 작업자 팀. 업종 제한 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목공 팀, 인테리어 팀, 반려견 훈련 및 사진작가 팀, 총 3팀이 최종 선발됐다.

맞춤형 워크웨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노고가 들어간다. ‘그냥 원하는 디자인이랑 기능 넣어주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맞춤’이라는 단어를 쓰기 위해서는 합당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법이니까. 인테리어나 건축을 할 때만 해도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서 깊은 대화를 하게 되는 것처럼, 아커드 크루 역시 그랬다. 아커드는 작업자들을 자주 만나고 오래 만나며 니즈를 파악해야 했다. 이 프로세스는 아커드 크루에게만 특별히 적용되는 건 아니다. 기존 대형 고객사와 진행해 온 비스포크 시스템의 프로세스를 그대로 적용했다고 보면 된다.

사실 ‘아커드 크루 프로젝트’가 맞춤형 작업복을 제작하기 어려운 팀에게 선물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작업복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목적도 있다. 작업복이라고 하면 흔히 입고 버리는 소모품처럼 생각하기 쉬운데, 작업복은 안전을 지키고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는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니까. 아커드가 비스포크 시스템을 통해 각 현장의 특성과 요구 사항을 세밀하게 반영한 워크웨어를 만드는 이유다. 팀원들이 현장에 맞게 잘 만들어진 작업복을 입으면 현장의 안전은 물론이고, 자부심과 소속감도 높일 수 있다.

각 팀에게 꼭 맞는 워크웨어를 제작하기 위해 아커드는 3개월 동안 각 팀의 작업 현장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아커드는 현장 답사를 통해 작업 환경은 어떤지, 작업자가 가진 작업복에 대한 요구사항은 무엇인지를 주로 파악했다.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의 생각과 의견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기 때문에 작업복 제작에 앞서 가장 중요한 단계다.

충분한 현장 답사와 작업자 미팅을 하며 사전 기획 단계를 마친 후 다음 스텝은 ‘작업복 시안 공유’다. 아커드의 ‘버추얼 비주얼’ 기능으로 작업복 시안을 3D로 구현해 아커드 크루에게 전달한다. 아커드 크루는 실제 완성본으로 만들어지기 전에 시안을 확인하고 검토하게 된다.

이후 실제 작업복이 제작되면 성능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실착 테스트로 이어진다. 실제 업무 환경에서 샘플을 착용한 채로 작업복의 현장 적합성, 착용감 등을 평가한다. 디자인 단계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기에 중요한 과정이다. 이렇게 긴 과정을 통해 탄생한 작업복은 어떤 모습일까. 아커드 크루 선정 팀 중 세 팀의 작업복을 소개한다.


1. 아쿠아리안

첫 번째 팀은 충남 계룡에서 활동하는 ‘아쿠아리안’이다. 원목 축양대 제작에 특화된 목공 팀으로, 평소 석고 가루와 미세먼지 등 분진이 많은 환경에서 작업한다는 특징이 있다. 작업하다 보면 금세 가루를 뒤집어쓰게 되니 팀원들은 두꺼운 상의 한 벌로만 작업하는 것을 선호한다. 국내는 물론 해외 브랜드까지 다양한 워크자켓을 시도해봤지만 원하는 옷을 구하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특히 아쿠아리안 팀은 허리에 착용하는 ‘툴벨트’를 필수적으로 사용하는데, 툴벨트와 호환되는 자켓이 없어서 자켓 없이 상의만 착용하고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본디 작업복은 작업을 위한 기능적인 목적도 있지만, 동시에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이미지에 신경 쓰는 것도 중요했다. 정리하자면, 작업 중에는 보다 편하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작업 후에는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을 비롯해 일상에서도 깔끔하게 착용할 수 있는 기능적인 워크웨어가 필요했던 것이다.

아쿠아리안의 작업복은 팀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공구들과 움직임에 맞게 자켓의 기장부터 지퍼의 위치, 원단까지 셀렉했다. 툴벨트 착용을 고려해서 툴벨트가 자켓에 잘 맞물릴 수 있도록 기장을 세밀하게 설계했고, 천장 작업 시 만세 자세를 취할 때 움직임에 방해가 없도록 신축성 있는 소재를 사용했다. 또한 현장과 일상에서 구분 없이 입을 수 있도록 깔끔한 블루종 디자인을 채택했다. 먼지가 많은 현장에서 쉽게 오염되는 작업복 특성상, 먼지가 잘 털리고 잦은 세탁에도 견딜 수 있는 wrinkle-free 원단을 사용했다는 것도 주요 포인트다.


2. 앤틀러즈

두 번째 팀은 서울 동대문구에서 활동하는 ‘앤틀러즈’다. 앤틀러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공간을 지향하는 인테리어 팀이다. 설계부터 기획, 시공까지 전 과정을 직접 아우르며, 때로는 현장에 나가서 목자재를 옮기고 디테일한 시공까지 작업한다. 주된 작업은 현장 관리이긴 하지만 클라이언트 미팅도 병행하기 때문에 하나의 복장으로 두 가지 상황을 모두 충족할 수 있어야 했다. 날카로운 공구를 자주 다루기에 신체를 보호할 수 있게 탄탄한 소재여야 했으며, 현장에서 클라이언트와의 미팅도 무리 없는 깔끔한 작업복이 필요했다. 세부적인 요구사항도 많았다. 짐을 옮기고 공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움직임이 크기 때문에 팔꿈치 부분이 쉽게 손상될 수 있었고, 용접 불꽃으로 인해 구멍이 생길 위험도 있었다. 다시 말해 여러 기능을 모두 만족하는 육각형 자켓이 필요했다. 팀에서 요청하는 디테일이 많아질수록, 아커드가 그릴 수 있는 그림도 더욱 다양해졌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앤틀러즈팀의 카라형 워크자켓은 기본적으로 내구성과 스타일을 모두 고려한 디자인이다. 현장에서 활동성이 보장될 수 있는 어깨의 액션밴드와 팔꿈치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강 덧댐을 적용했다. 그리고 작업 편의성을 위해 어깨 전면의 팬 걸이를 비롯해 현장에서 사용하는 공구를 고려한 다양한 포켓을 배치했다. 전반적으로는 자켓 하단의 여밈 부분과 카라 스타일이 언제든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진행해도 무방하도록 깔끔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3. 서클 오브 독스

세 번째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서클 오브 독스’다. 반려견 사진 작가와 훈련사 2인으로 구성된 팀 ‘서클 오브 독스’는 반려동물과의 교감을 중심에 둔 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반려견이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훈련장, 수영장 등이 있어 지금까지 소개했던 인테리어 팀, 목공 팀과는 작업복의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날카로운 공구보다는 부드러운 접촉이 중요하지만, 강아지의 발톱이나 이빨에 찢어지지 않을 만큼의 내구성과 유연함은 필요했다.

다른 아커드 크루처럼 분진이나 미세먼지가 많은 환경은 아니다. 하지만 동물과 함께하다 보니 다른 디테일이 필요했다. 야외 활동이 잦아 방수 기능이 필요하고, 오염이 눈에 띄지 않도록 어두운 색상을 적용해야 한다. 훈련이나 사진 촬영을 위해 엎드리는 경우도 많으니 팔꿈치 부분의 내구성도 중요했다. 강아지에게 물리는 경우를 대비해 탄탄하면서도 미끄러지는 원단을 사용해야 했으며, 단추나 드러나는 장식 요소는 훈련 중 위험할 수 있어서 제외했다.

특별히 고려할 점은 다양한 포켓에 대한 니즈였다. 자켓 전면의 위/아래 주머니는 훈련 도구와 간식을 곳곳에 보관하기 위해 자주 사용한다. 또한 자켓 후면의 뒷주머니는 훈련 중 공을 숨기고 꺼내는 동작도 빈번해서 꼭 필요한 요소였다.

서클 오브 독스 팀의 워크자켓은 셋 중 가장 테키한 무드로 제작되었다. 훈련 중 혹시 모를 물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끄러짐이 있는 폴리 트윌 원단을 사용했다. 아커드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단연 포켓이었는데, 반려견 장난감 훈련 도구와 간식을 휴대할 수 있도록 총 여섯 개의 전면/후면 포켓을 달았으며, 허리 부분에 공을 끼울 수 있는 추가 포켓을 추가했다. 또 팔꿈치를 받치는 동작이 많은 것을 고려해 팔꿈치 보강 원단을 덧댔고, 야외 활동 중 오염되어도 티가 나지 않도록 컬러는 검은색으로 적용했다.


패션의 끝은 맞춤이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아무리 비싼 브랜드의 옷이어도 한 사람을 위해 맞춘 것보다는 못하다는 뜻이다. 아커드를 통해 작업복 또한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아커드 크루의 최종 작업복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각 현장에 맞는 적절한 원단을 적용하고 스타일, 포켓의 수, 위치 등을 세밀하게 만든 걸 보고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기성품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디테일한 점을 비스포크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아커드의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이 아닐까. 산업 현장을 비롯해 각기 다양한 현장에서 제작되고 있는 아커드의 작업복을 하나쯤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혹시 나처럼 아커드의 행보에 관심이 생겼다면 [여기]로 들어가서 살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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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에디터B.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