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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잘한다고 소문났어, 국내 패션 브랜드 4

무난하게 오래 입을 옷을 찾는다면
무난하게 오래 입을 옷을 찾는다면

2025. 05. 13

안녕, 객원 에디터 김고운이다. 작년에 ‘일본 멋쟁이는 뭘 입을까?’ 기사를 준비하며 일본의 다양한 도메스틱 브랜드를 보고 놀랐다. 일본 스트릿 패션 인터뷰를 보면서 인터뷰이들이 입고 있는 브랜드를 정리했는데 한 번만 언급된 일본 도메스틱 브랜드가 70%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정도로 중복되는 브랜드가 없었다는 뜻이다.

도메스틱 브랜드가 스트릿 패션을 주도하는 일본 풍경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 한국은 주로 커뮤니티와 플랫폼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접하기 때문에 트렌드가 뚜렷하고 쏠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소수 브랜드가 트렌드를 선두에서 이끄는 현상도 있다.

국내 브랜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패션 산업이 가진 복잡한 구조적인 문제 또한 존재하겠지만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도메스틱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다. 관심을 통해 다양한 도메스틱 브랜드가 탄생하고 소비자는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찾아보면 이런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전략으로 고군분투하는 여러 브랜드가 있다. 

오늘은 도메스틱 브랜드의 여름 제품을 소개하려 한다. 성큼 다가온 여름 국내로 시선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옷장 앞에서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줄 기본 아이템이다.


[1]
스테디에브리웨어

스테디에브리웨어

스테디에브리웨어는 기본 아이템과 도메스틱 브랜드 이 두 키워드에 가장 부합하는 브랜드다. 손이 자주 가는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바로 스테디에브리웨어의 철학. 기본적으로 SPA 브랜드를 자처한다. 거기에 지속가능한 옷을 만들겠다는 지향을 더해 ‘Slow SPA’라고 브랜드 정체성을 정의한다. 이를 위해 무신사, 29cm 같은 대형 플랫폼에서 퇴점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한 발짝 떨어져서 보다 자유롭게 제품을 기획하면서도 유통을 간소화해서 판매 가격대를 낮추기 위함이다. 생각을 밀고 나가는 뚝심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예쁜 옷보다 필요한 옷에 손이 많이 간다. 그리고 필요한 옷은 아름답다. 스테디에브리웨어는 일상 속에서 필요한 옷을 만든다.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 덕에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 그중 대표는 역시 셔츠다. 사무실 안팎의 극심한 온도차에 고생한 경험이 있다면 라이트 릴렉스드 모델이 제격이다. 얇고 부드러운 원단으로 제작되어 여름철 사무실에 두고 상쾌하게 걸치기 좋다. 네이비, 그레이 같이 흔한 색부터 라이트 그레이, 다크 그레이, 아프리콧 핑크처럼 흔치 않은 색까지 총 11가지 색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름처럼 여유 있는 형태라 넣어 입어 포멀하게 입기보다 빼서 편안하게 입는 것을 추천한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디자인은 아니지만 가까이서 보았을 때 입은 사람을 다시 보게 만드는 깊이가 담겨 있다. 가격은 5만 9,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 위치 | 서울 마포구 연남로3길 26
  • 영업시간 | 화-토 13:00-19:00

[2]
인더로우

인더로우는 동대문 의류 시장에서 경험을 오래 쌓은 두 디렉터가 시작한 브랜드다. 수많은 옷을 만들고 입고 또 트렌드를 최전선에서 경험하면서 결국 옷이 좋아야 한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어떤 옷이 좋은 옷일까? 인더로우가 생각하는 좋은 옷은 입었을 때 편안한 옷이다. 보기 예쁜 옷보다는 입었을 때 편안한 옷. 무엇보다 착용감이 우선이다. 

인더로우

뭐든 쟁여놓는 것을 좋아한다. 같은 디자인의 다른 색상 옷이 걸려있는 옷장을 보면 흐뭇해진다. 인더로우의 옷을 보면 쟁여놓고 싶다. 바지와 조합 공식을 만들어 돌려 입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이런 마음을 아는 것인지 나와 같은 사람이 많았던 것인지 인더로우는 티셔츠의 경우 같은 제품을 두 장 이상 구매하면 5%를 할인받을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좋은 품질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일단 구매하면 만족한다는 것일 테니까.

인더로우 티셔츠엔 프린팅 티셔츠가 없다. 기본 디자인 안에서 원단, 봉제 방식 등을 바꾸어 제품을 만든다. 위클리 티셔츠는 이름대로 주중에 고민 없이 입기 좋은 티셔츠다. 탄탄한 원단에 후가공해서 부드러우면서도 여름철에 비칠 염려 없이 단독으로 입기 좋다. 간단할수록 사소한 것에서 품질이 결정된다. 위클리 티셔츠는 목뒤 시접 부분부터 어깨까지 원단을 덧대 체인스티치로 마감해서 세탁을 여러 번 해도 형태가 무너지지 않는다. 건조기에서 꺼낼 때 조마조마하지 않아도 된다. 기본 반팔 티셔츠는 소모품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인더로우 위클리 티셔츠를 경험해 보자. 반팔 티셔츠는 더 이상 소모품이 아니다. 가격은 4만 9,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3]
헤리티지플로스

헤리티지플로스

<흑백요리사>에서 최현석 셰프가 그랬다. 주방에서 셰프보다 높은 게 재료라고. 그만큼 원재료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옷도 사람이 만드는데 옷이라고 다를까. 특히 살에 바로 닿는 티셔츠에선 원단은 더욱 중요해진다. 헤리티지플로스는 ‘좋은 실은 최고의 원단을 만들고 좋은 원단은 최고의 옷을 만든다’ 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원사부터 편직, 가공, 봉제까지 직접 관여하여 제품을 생산한다. 헤리티지플로스에서 ‘플로스(floss)’는 누에가 뽑아낸 고치 상태 실을 의미한다. 최고의 옷을 향한 의지가 브랜드 이름에도 반영됐다. 대량 생산에 맞춰져 있는 국내 방직 산업 속에서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타협하지 않고 최고의 원단을 찾아 나서는 용기에 절로 겸손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원단이 그래서 좋냐고?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헤리티지플로스의 포켓 티셔츠를 보자. 통기성이 좋아 속옷으로도 쓰이는 저지 원단을 사용했다. 또 신축성 또한 훌륭해서 세탁과 건조 과정에서 수축이 일어나도 입으면 금세 몸에 맞게 늘어난다. 그리고 일단 입었을 때 느껴진다. 뭔가 다르다. 꽤나 두껍지만 촉촉함이 놀랍다. 마치 시원한 여름 이불을 덮은 것 같달까.

포켓 티셔츠의 가격은 11만 7,000원. 분명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지만 잘 만든 반팔 티셔츠는 겨울철 코트처럼 제값을 한다. 관리하며 오래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티셔츠를 사다 보면 좋은 티셔츠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만약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헤리티지플로스 포켓 티셔츠부터 시작해 보자. 생각보다 티셔츠의 세계는 깊다. 구매는 여기에서.

  • 위치 |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36길 7
  • 영업시간 | 월-토 11:00-20:30, 일 11:30-20:00 

[4]
라이즈앤빌로우

라이즈앤빌로우

라이즈앤빌로우는 바지를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다. 마음에 들면서 잘 어울리는 바지는 직장인에게 매우 중요하다. 봄, 여름, 가을은 물론이고 내복 같은 방한용품의 도움을 받아 겨울에도 착용할 수 있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으니까. 반복되는 일상 속, 바지 때문에 옷장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라이즈앤빌로우 바지가 여유를 되찾아 줄 것이다.

라이즈앤빌로우의 대표 제품은 치노팬츠다. 올리브, 카키, 네이비, 브라운 등 여러 색깔로 출시되어 옷장 속 상의와 조합할 때도 어려움이 없다. 모델을 구분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밑위 길이에 따라 248, 265, 302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밑위는 바지를 고를 때 흔히 고려하지 않지만 착용감과 허벅지부터 떨어지는 곡선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치수다. 밑위가 짧은 248은 슬림핏, 265는 스트레이트핏, 밑위가 긴 302는 와이드핏이다. 

그중 오늘 소개할 모델은 265 모델. 스트레이트 핏을 가진 265 모델의 최대 강점은 범용성이다. 구두부터 운동화까지 착용이 가능하다. 치노팬츠는 촘촘한 조직 덕에 은은하게 광택이 흐른다. 라이즈앤빌로우는 수피마 원사를 사용해 자체 개발한 어센틱 수피마 원단으로 치노팬츠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셔츠를 넣어 입을 일이 많은 직장인을 고려해 허리 안감에 시어서커를 적용했다. 통기성을 높이면서도 셔츠가 빠져나오는 것을 막아준다. 가격은 15만 9,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라이즈앤빌로우는 치노팬츠에 단단히 꽂혀있는 브랜드다. 얼마나 진심인지  RE-Chinos라는 보상 판매 프로그램이 있다. 입지 않는 치노팬츠를 라이즈앤빌로우로 보내면 3만 원 쿠폰을 주는 식이다. 이렇게 모인 치노팬츠는 분석하여 제품을 개선하는 데 활용하거나 리사이클링 숍에 기부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그저 감사할 뿐이다.

  • 위치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8길 22
  • 영업시간 | 월-토 12: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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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운

패션 관련 글을 씁니다. 헛바람이 단단히 들었습니다. 누가 좀 말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