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파리를 사랑하는 객원 에디터 길보경이다. ‘파리’하면 떠오르는 건 에펠탑,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빵이다. 빵이 주식인 나라답게 ‘바게트국’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니, 이쯤 되면 베이커리의 본진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다. 파리 여행자의 버킷리스트에도 크루아상과 바게트, 마카롱과 각종 디저트 맛보기는 늘 상위권에 있다. 나 역시 파리에 방문할 때면 맛있는 빵집을 발견하는 일에 꽤 진심인 편이다.
사실 늘 궁금했다. 이렇게 빵집이 많은 도시에서, 과연 파리 사람들은 어디서 빵을 살까? 그래서 파리지앵 네 명에게 물었다. 평소 일상적으로 찾는 단골 빵집을 알려달라고. 집 근처라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곳부터 공원 산책길에 꼭 들르는 곳, 일부러 동선을 틀어 찾아가는 빵집까지. 이들이 실제로 즐겨 먹는 메뉴와 언제 가면 좋은지, 여행자가 알아두면 좋을 방문 팁도 함께 소개한다.
“바게트가 맛있으면 다른 빵에도 믿음이 생겨요.”
-세바스티앙, 대학원생, 파리 12구 거주
Le Boulanger de la Tour
2 Rue du Cardinal Lemoine, 75005 Paris, France
@leboulangerdelatour
www.boulangerdelatour.com
Q. ‘라 블랑제 드 라 투르’를 즐겨 찾는 이유?
집에서 가까운 편은 아니지만, 5구에 갈 일이 있을 때면 꼭 들른다.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한 빵을 맛볼 수 있어서다. 프랑스에서 바게트는 매일 식탁에 오르는 빵인 만큼, 바게트가 맛있으면 다른 빵에도 자연스레 믿음이 간다. 이곳의 시그니처인 ‘바게트 드 라 투르(Baguette de la Tour)’는 천연 르뱅과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해 오래 발효한다. 겉은 적당히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며, 신맛이 강하지 않아 식사빵으로 부담 없이 먹기 좋다. 운이 좋으면 오븐에서 막 나온 따뜻한 바게트를 만날 때도 있다. 순수 버터로 만든 크루아상과 뺑 오 쇼콜라도 결이 바삭하게 살아 있고, 마들렌과 타르트까지 두루 완성도가 높다. 유행을 좇는 화려한 메뉴보다 익숙한 빵을 제대로 만드는 곳이라 자꾸 다시 찾게 된다.

Q. 주로 언제 이곳을 찾나?
오전 수업이 없는 날, 센강에서 쉬거나 친구를 만나러 나갈 때 들르는 편이다. 특히 아침에 가면 갓 구운 크루아상이나 팔미에를 만날 수 있어 좋다. 커피까지 곁들이면 간단하지만 꽤 만족스러운 아침이 된다. 여름에는 수제 아이스크림도 선보인다. 빵을 사러 갔다가 아이스크림까지 하나 들고 센강으로 향하는 날도 많다.

Q. 이곳에 가면 꼭 구매하는 빵?
하나만 고르라면 팔미에(palmier)다. 겹겹의 페이스트리가 바삭하게 부서지고, 캐러멜라이즈한 설탕의 달콤한 풍미가 잘 살아 있다. 하나 사서 걷다 보면 센강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 먹어버리기 일쑤다. 작은 마들렌도 몇 개 함께 챙긴다. 크루아상을 비롯한 비에누아즈리도 훌륭하지만, 팔미에와 마들렌은 가방에 넣어두었다가 출출할 때 하나씩 꺼내 먹기 좋다. 이곳에서는 마들렌을 오래 두고 즐길 수 있는 ‘가토 드 부아야주(gâteau de voyage)’, 즉 여행용 케이크로 소개한다. 이름 그대로 오래 걷는 날 가방에 챙겨두기 좋은 간식이다.
Q.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면?
특히 8월에 파리를 찾는다면 기억해둘 만하다. 여름휴가철이면 파리의 동네 빵집도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씩 쉬는데, 르 불랑제 드 라 투르는 보통 한달 내내 문을 연다. 위치도 좋다. 빵을 사 들고 센강을 따라 노트르담 쪽으로 걷거나, 파리 식물원(Jardin des Plantes)까지 산책을 이어가도 좋다. 관광지를 하나 더 찾아다니기보다, 갓 산 빵 하나 들고 이 동네를 천천히 걸어보길 추천한다. 파리의 일상을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파리에는 빵집이 워낙 많아 그럴싸한 외관만 보고 들어갔다가 실망할 때가 있어요.“
-유승주, 문화예술 전문 기고가, 파리 6구 거주

Petite Île
8 Rue des Filles du Calvaire, 75003 Paris
@petite.ile.paris
www.petiteileparis.fr
Q. ‘쁘띠 일’을 즐겨 찾는 이유?
원재료의 품질과 기본에 충실한 맛, 그리고 위생. 블랑제리를 고를 때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세 가지를 모두 갖춘 곳이다. 처음 알게 된 건 파리를 10년 넘게 꾸준히 찾은 지인의 추천 덕분. “빵 맛은 물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아틀리에가 우리 집보다 깨끗하다!”는 말에 솔깃했다. 쁘띠 일은 대만 출신 부부가 2022년 문을 연 곳으로, 프랑스 전통 제빵 기술과 대만의 식문화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유기농 토종 밀가루(품종 개량이나 유전자 변형을 거치지 않은 토종 밀)와 직접 개발한 천연 발효종 르뱅을 사용하고, 빵에 따라 15시간에서 72시간까지 천천히 발효한다. 말차와 검은깨는 일본에서 공수한다고. 매일 새벽 4시부터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한다니, 재료부터 만드는 과정도 꽤나 깐깐한 빵집이다.


Q. 주로 언제 이곳을 찾나?
햇살 좋은 주말 아침이면, 센강을 건너 마레 지구로 향한다. 번잡한 쇼핑 거리를 살짝 비켜난 한적한 골목에 위치해, 갓 구운 빵과 커피를 두고 느긋한 아침을 보내기 좋다. 좋아하는 오에프알(Ofr.) 서점과 가까운 것도 장점. 디자인과 사진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부부가 운영하는 곳답게 공간 곳곳의 미감도 놓칠 수 없다.

Q. 이곳에 가면 꼭 구매하는 빵?
어느 빵집에 가든 기본기부터 확인하는 편이다. 바게트와 크루아상이 맛있어야 다른 빵에도 믿음이 생기니까. 쁘띠 일에서는 불어로 시골빵을 의미하는 ‘캉파뉴’를 특히 좋아한다. 사워도우 특유의 탄성과 쫀득한 식감이 좋고, 씹을수록 담백한 풍미가 살아난다. 파티스리류도 훌륭하다. 겹겹의 결은 바삭하고 신선하며, 페이스트도 아낌없이 들어간다. 무엇보다 내 입맛에 과하게 달지 않은 게 마음에 든다. 크루아상은 2.10유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4유로이며, 커피는 근처 스페셜티 카페 프랭주(Fringe)의 원두를 사용하니 참고할 것.

Q.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면?
파리에는 빵집이 워낙 많아 그럴싸한 외관만 보고 들어갔다가 기대 이하의 맛에 실망할 때도 있다. 게다가 요즘 한국의 베이커리도 제철 재료와 감각적인 퓨전 메뉴로 나날이 진화하고 있어, 파리에서 빵집을 고르는 기준은 오히려 더 까다로워졌다. 화려한 매장보다 갓 구운 빵 한 조각에 고집과 열정을 담아내는 곳, 제빵사의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곳이어야 한다. 쁘띠 일은 그 기준에 잘 맞는 빵집이다. 파리의 로컬리티를 경험하고 싶다면, 아침 일찍 이 작은 골목의 빵집 앞에 서 보길 권한다. 유명 관광지의 인파를 벗어나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교감하는 순간들이 오히려 파리에서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해줄 것이다.
“프랜차이즈 빵집은 가까이 있어도 잘 가지 않는 편이에요.”
-피에릭, 엔지니어, 파리 15구 거주

Pompona
25 Rue des Morillons, 75015 Paris
@boulangerie_patisserie_pompona
www.pompona.eatbu.com
Q. ‘폼포나’를 즐겨 찾는 이유?
처음엔 그저 집 근처 수많은 빵집 중 하나였다. 발길 닿는 대로 이곳저곳 다니다가, 작은 가게인데도 유독 늘 사람으로 붐비는 모습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게 하나둘 맛보기 시작해 어느새 거의 모든 메뉴를 섭렵했다. 가격 대비 맛도 훌륭하고 직원들도 친절하다. 조르주 브라상(Georges Brassens) 공원과 가까워 빵을 사 들고 산책하기에도 제격. 이제는 고민 없이 찾는 나의 단골 빵집이다.
Q. 주로 언제 이곳을 찾나?
식사용 바게트나 캉파뉴가 필요할 때는 물론이고, 크루아상이나 뺑 오 쇼콜라가 유독 당기는 날에도 찾는다. 맛있지만 건강을 생각하면 매일 먹을 수는 없으니까! 공원에서 먹을 샌드위치를 사거나 친구에게 선물할 디저트가 필요할 때도 자연스레 발길이 향한다. 그만큼 특별한 날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더 자주 찾게 되는, 내 생활에 깊숙이 스며든 소중한 빵집이다.
Q. 이곳에 가면 꼭 구매하는 빵?
크루아상과 뺑 오 쇼콜라, 뺑 오 레쟁 같은 기본 비에누아즈리부터 맛보길 권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데, 의외로 이렇게 기본기가 탄탄한 빵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전통 바게트와 캉파뉴도 실패가 없다. 달콤한 게 당긴다면 플랑이나 배 타르트, 에그 타르트 같은 작은 디저트류도 추천한다. 보통 3~4유로 내외로, 맛에 비해 가격까지 착해서 하나만 고르기가 꽤 어렵다.

Q.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면?
메르시 제롬(Merci Jérôme)이나 폴(Paul) 같은 프랜차이즈 빵집은 가까이 있어도 잘 가지 않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맛도 썩 만족스럽지 않고, 무엇보다 동네 빵집에서 느낄 수 있는 친근한 분위기가 부족해서다. 폼포나는 파리 15구의 한적한 동네에 있어, 파리를 처음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찾아올 만한 위치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관광객으로 붐비는 중심가를 벗어나 진짜 현지인의 바이브를 느껴보고 싶다면 한 번쯤 와보길 추천한다. 바로 근처에 조르주 브라상 공원도 있으니, 빵과 커피를 사 들고 공원에 앉아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2025년 파리 최고의 제과점, 전통 바게트, 크루아상 대회에서 1위를 한 곳.”
-마농, 직장인, 파리 5구 거주
Boulangerie La Parisienne
48 Rue Madame, 75006 Paris
@b_laparisienne
www.boulangerielaparisienne.com
Q. ‘블랑제리 라 파리지엔느’를 즐겨 찾는 이유?
뤽상부르 공원을 산책하다 우연히 발견했다. 공원 바로 앞에 위치해있는데, 지나갈 때마다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빵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파리지앵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알고 보니 2025년 파리 최고의 제과점, 전통 바게트, 크루아상 경연대회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곳이라고! 매장은 앉아서 먹을 자리 없이 아담하지만, 빵부터 샌드위치, 디저트까지 선택지는 꽤 다양하다. 기본 크루아상과 뺑 오 쇼콜라는 물론, 공원에서 먹기 좋은 샌드위치와 에클레어, 타르트까지 두루 맛있다. 가격도 다른 동네 빵집과 크게 다르지 않아 친구들이 근처에 놀러 오면 꼭 데려간다.
주로 언제 이곳을 찾나?
뤽상부르 공원을 산책할 때 들르는 편이다. 주말 아침, 맛있는 빵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을 때도 자연스럽게 발길이 향한다. 친구들이 동네에 놀러 오면 꼭 추천하는 빵집이기도 하다.
이곳에 가면 꼭 구매하는 빵?
꼭 에클레어를 산다. 원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디저트였는데, 여기서 맛본 뒤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초콜릿과 커피 에클레어를 추천한다. 바삭한 슈 반죽 안에 크림을 아낌없이 채웠는데도 생각보다 달지 않아 부담 없이 먹기 좋다. 파리 최고의 전통 바게트로 선정된 곳인 만큼 바게트 샌드위치도 놓치지 말 것. 바삭한 크러스트와 쫄깃한 속살이 매력적인 바게트에 신선한 재료를 듬뿍 채워, 공원에서 즐기는 한 끼로도 훌륭하다.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면?
파리에는 훌륭한 빵집이 많지만, 결국 최고의 빵집은 집 가까이에 있어 자주 들를 수 있고 무엇보다 자꾸 생각나는 맛을 가진 곳이라고 생각한다. 라 파리지엔느는 이제 숨겨진 동네 빵집이라기보다 여행객에게도 제법 알려진 곳이다. 갈 때마다 동네 주민과 뤽상부르 공원을 찾은 여행객들로 붐벼 아쉬울 때도 있지만, 그만큼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언제 찾아도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는 것도 마음에 든다. 처음 파리를 여행한다면 아름다운 뤽상부르 공원은 꼭 한 번 들러보길. 이름부터 완벽하게 파리다운 ‘라 파리지엔느’에서 취향에 맞는 빵을 골라 공원에서 즐겨보자. 특히 아침 일찍 찾으면 갓 구운 바게트와 빵을 맛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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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보경
걷고 뛰며 바라본 세상을 글로 풀어내는 매거진 에디터. 언제나 자유롭고 여유롭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