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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분께 드려요, 한국적인 선물 리스트 7

케데헌을 아는 외국인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것
케데헌을 아는 외국인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것

2025. 10. 22

안녕, 선물로 감동주기 좋아하는 객원 에디터 상언이다. 물건보다 직접 쓴 손편지에 더 큰 감동을 받길 바라지만, 선물 받는 입장에선 글보다 아이템에 먼저 눈길이 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선물까지 신중하게 골랐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늘 그 사람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게 될지 TPO를 생각해 보는 편! 취향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물건을 사용할 때의 장면을 그려보고 고른다.

오늘은 한국적인 미감이 돋보이고, 오래 두고 사용해도 질리지 않을 아이템으로 골라봤다. 화려함이나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지만 쓸 때마다 은근히 힘을 발휘하는 제품들로 구성했다. 다양한 상황도 함께 고려했으니, 필요할 때마다 이 리스트를 참고해 선물 보따리 하나씩 풀어보길! 


[1] 
호호당 12간지 토우

호호당

가끔 외국인 친구들이나 해외에서 방문한 손님분들께 선물해야 할 때가 있다. 요즘은 그들도 한국 제품을 다양하게 접하지만 보통 비슷비슷한 제품군이다. 그럴 때 우리 문화 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면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좋다. 

12간지 토우는 흙으로 만든 인형이란 뜻으로, 띠 개념이 없는 외국인들이 흥미로워하는 제품이다. 태어난 해에 맞춰 상징적인 동물을 말해주면 신기해하기도 하고, 특히 별자리 문화권에 있는 친구들에게 ‘우리는 띠로 운세를 본다’고 설명해 주면 매우 재미있어한다(경험담). 물건만 주기보단 물건에 얽힌 이야기도 얹어주는 게 선물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풍부하게 만드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겉보기에 무용해 보일 순 있지만, 책장 등 인테리어 오브제로 두면 귀엽다. 양단 누비솜 보자기 파우치도 제공돼 별도 포장 없이 바로 선물해도 될만큼 고급스럽고 깔끔하다. 꼭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나를 상징하는 동물을 갖는 건 특별하니 작은 오브제를 찾는다면 추천한다. 가격은 4만 5,000원. 링크는 [여기].


[2]
최유정 작가 매화병 한지 화병

화병
최유정

화병은 예쁜 꽃을 받아 필요해졌을 때 없으면 무척 아쉽다. 그래서 꽃을 선물할 일이 있으면 보통 화병도 같이 주는 편이다. 꽃은 시들어버려도 화병은 남으니까! 

꽃을 주는 상황은 주로 생일, 기념일과 같은 이벤트가 있을 것이다. 이사 선물로도 좋고, 혹은 아무 날 아니지만 파트너나 친구에게 서프라이즈로 선물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 화병에 꽃을 꽂아 테이블에 두면 공간과 분위기가 바로 환해진다. 무엇보다 꽃을 보는 순간 상대의 얼굴이 밝아지는 모습까지 볼 수 있으니 무척 효과가 좋은 선물군이랄까. 

화병은 존재감이 강한 디자인보다 은은한 매력이 돋보이는 최유정 작가의 한지화병을 추천한다. 유려한 도자기 형태에 한지 텍스처를 그대로 살려 한지 특유의 깔끔하고 단아한 느낌을 내기 때문. 꽃의 화려함과 화사함을 방해하지 않고 은은하게 배경 역할을 해내는 제품이다.

사이즈와 컬러가 다양해 받는 사람의 취향이나 용도에 맞게 고르면 되겠다. 화병 고를 때 팁이 있다면, 화병의 높낮이보다는 입구 모양을 먼저 보길 바란다. 높이는 꽃을 다듬어 조절하면 되지만 입구가 넓으면 꽃이 적을 때 예쁘게 서 있기 어렵고 흐트러진다. 입구가 좁은 화병이 훨씬 안정적으로 꽃을 잡아준다. 가격은 14만 원. 링크는 [여기].


[3]
허명욱 동 컵

컵

아이스 음료를 플라스틱 컵에 마시면 맛이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얇은 유리잔에 담자니 쓸 때마다 아찔하다. 편하게 쓰려고 두툼하고 투박한 텀블러에 먹으면 또 멋이 없게 느껴진다. 허명욱 작가의 옻칠컵은 그 사이에서 적당히 타협점을 찾은 제품! 동 소재라 깨질 위험이 적고, 아이스 음료를 담았을 때 차가운 온도가 오래 유지된다. 특히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적당한 무게와 표면의 온도 덕분에 음료 마실 때의 경험이 촉각까지 확장된다.

허명욱

입술에 닿는 부분이 얇아 맥주를 마실 때도 매력적! 집에서는 물론 캠핑장 같은 야외에서도 빛을 발해 맥주를 좋아하거나 캠핑, 테라스 생활을 즐기는 분들의 선물로 추천한다. 

현재 판매 중인 컬러는 총 12가지. 옻칠로 컬러 레이어를 쌓아 제품마다 조금씩 컬러 면적이 다른 것도 이 제품만의 매력이다. 허명욱 작가가 “색은 곧 기운”이라며 이 제품을 디자인했듯 선물 받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색깔과 기운에 맞게 골라보자. 한남동의 카페 ‘한남작업실’에서 실제 사용 중이니, 직접 경험해 본 뒤 상대방이 쓰는 모습을 떠올리며 결정하면 더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 같다. 가격은 19만 8,000원. 링크는 [여기].


[4]
이혜미 작가 실버 윙 오벌 플레이트

플레이트

이 작은 플레이트를 어디 쓰냐고? 혼자 사는 경우라면 큰 접시를 꺼내 쓸 일이 잘 없다. 오히려 이 정도 작은 사이즈의 접시에 과일도 먹고 빵이나 케이크도 한 조각씩 덜어먹는다. 특히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 작은 접시까지 신경 쓰기 어려운데 그럴 때 선물하면 세심한 느낌이 든다. 

이혜미

꼭 음식을 담는 용도로 쓰지 않고 현관에 두어 차키나 시계, 액세서리 등을 담기에도 유용하다. 작지만 자주 손이 가는 물건이라 시간이 지나도 선물 받은 순간을 자주 떠올리게 할 수 있다.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제품이랄까. 특별히 선물해야 하는 날이 아니더라도 받는 사람의 일상 속에서 존재감을 은은하게 내비치고 싶을 때 추천한다.

만약 지갑 사정이 여유가 있다면, 이혜미 작가의 파스타볼이나 다른 제품도 둘러보길! 대신 실버로 마감한 제품이라 황화현상이 생길 수 있다. 선물 줄 때 ‘변색되면 치약으로 닦으라’고 사용법도 함께 알려주길 바란다. 안 그럼 색 변했다고 안 쓸지도 몰라… 가격은 19만 원. 링크는 [여기].


[5]
겸재 정선 계상정거 부채집 세트

부채

종종 은사님이나 회사 어른들께 선물해야 할 때 참 곤란하다. 음식은 잘못 선물했다가 안 드실 것 같고, 웬만한 물건은 이미 다 가지고 있으실 것 같다. 더군다나 선물 받으실 분의 취향을 모르는 때 더더욱 막막하다. 그럴 땐 부담스럽지 않을 가격과 제품군에 최대한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고르는 게 해답이다.

겸재정선

이 제품은 조선 후기 화가이자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회화를 부채에 담은 예술 상품이다. 이황이 도산서당의 완락재에서 정좌한 모습으로, 뒤에는 도산이 앞에는 낙천이 흐른다. 그림만 봐도 시원한 느낌이지 않나? 선물할 때 그림에 관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좋고.

부채집이 함께 포함되어 선물로도 손색없다. 손수건과 세트로 구성된 상품도 있으니 받을 분의 스타일을 고려해 선택하면 된다. 여유롭고 우아하게 부드러운 바람을 즐길 수 있는 분들, 이를테면 조용히 차를 즐기거나 서재 창가에서 책을 읽는 분들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선물이 되겠다. 선물 받는 순간 상대방의 품격과 멋을 동시에 챙겨줄 수 있는 제품이다. 가격은 3만 1,000원. 링크는 [여기].


[6]
이스턴에디션 세라믹 컵

컵

한국 전통에 대한 가치를 진중하고 또 귀중하게 다루는 브랜드 ‘이스턴에디션’의 컵 세트다. 후삼국시대의 토기부터 고려시대 청자, 고려말 조선 전기의 분청사기, 조선시대의 백자까지 오랜 시간을 품은 시대별 도자기를 한 상자에 담았다. 상자를 여는 순간부터는 전시를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스트에디션

국가를 막론하고 우리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고급스러운 패키지로 한국 디자인에 대한 깊은 인상도 남길 수 있는 구성이다. 각 명인들이 수작업으로 빚어 가격대는 높은 편이지만, 그만큼 완성도가 뛰어난 편! 회사나 일상에서 중요한 손님을 대접할 때 이만큼 품위 있는 선물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격은 38만 8,000원. 링크는 [여기].


[7]
효하우스 효프리미엄 

효하우스

성수동에서도 만날 수 있는 효하우스의 논알코올 와인. 그중에서도 효프리미엄은 2025년 국내 유일의 미슐랭 3스타 ‘밍글스’의 무알콜 와인 셀렉션에 오른 와인이다. 파인다이닝에서 선택한 음료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신뢰도가 생긴다.

효프리미엄

유기농 찻잎을 자체 발효균으로 자연발효해 마치 차와 와인 사이의 경계에 있는 듯한 느낌! 겉보기엔 와인이지만 술은 들어 있지 않은 반전까지 마음에 든다. 차 종류에 따라 바디감, 산도, 당도가 달라 페어링 할 음식에 맞춰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분위기상 술을 선물하면 좋을 것 같은데, 상대가 술을 즐기지 않거나 건강한 취향을 가진 분이라면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 전통적인 차의 깊이와 모던한 와인 프레젠테이션이 어우러져 세대 불문 누구에게나 어울릴 것. 특별한 날에도, 일상 속에서도 테이블을 한층 더 세련되게 만들어줄 선물이다. 링크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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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언

팔리는 기사를 쓰며, 안 팔리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균형 있는 삶은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