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객원 에디터 차영우다. 러너들의 러닝화를 보는 게 습관이다. 그들의 러닝화만 봐도 요즘 어떤 브랜드가 유행하고 있는지 감이 잡히니까. 과거에는 주류 브랜드가 명확했다면 최근에는 훨씬 다채로워졌다. 아식스, 푸마, 미즈노, 아디다스처럼 익숙한 브랜드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브랜드 둘 있다. 하나는 온이고 다른 하나는 호카다.
두 브랜드 모두 기록 단축을 목표로 하는 러너들을 위한 고기능성 러닝화를 만든다. 호카는 트레일 러너들이 다운힐을 빠르게 정복하기 위한 러닝화를 만들기 위해 설립된 브랜드다. 반면, 온은 철인3종경기에서 우승하기 위한 러닝화를 만들다 세워진 브랜드다. 그러니 러닝화의 만듦새와 성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다음부터는 발의 모양이나 달리는 이유, 취향의 차이에 따라 선택이 갈린다.
사실 러닝화는 전적으로 예뻐야 한다. 성능도 중요하지만 취향에 맞아야 자주 신고 싶어진다. 나도 한정판 러닝화를 새로 구하면 빨리 러닝크루 그룹 러닝에 나가고 싶어지곤 했다. 이 신발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 앞에서 한껏 뽐내며 달리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달리기가 즐거워진다. 지금 온과 호카는 러닝크루 그룹 러닝에 나갈 때 가장 먼저 손이 가는 브랜드들이다. 오늘은 온과 호카 두 가지 브랜드를 간단히 알아보고, 몇 가지 러닝화를 추천하려고 한다.
먼저 온은 지금 가장 트렌디한 러닝화 브랜드다. 최근에는 온의 클라우드 붐 스트라이크3를 자주 신는다. 신고 나가면 러너들이 힐끔거리는 게 느껴진다. 개나리색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주목도가 높다. 그래서 괜히 조금 더 우쭐거리며 뛰게 된다. 평소에는 내향적이지만 달릴 때 러너들의 힐끔거리는 시선은 오히려 달리는 데 연료가 된다.
호카는 누군가에게 추천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러닝화 브랜드다. 우람한 미드솔의 크기에 비해 신었을 때 의외로 가볍다. 그리고 신고 걷거나 뛰었을 때 편하지 않다고 말하는 러너를 아직까진 만나보지 못했다. 타이츠나 목이 긴 러닝용 양말과 신었을 때 다리가 얇아 보이는 효과도 있다. 쿠셔닝은 사람에 따라 무르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포근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러너들을 계속 뛰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가 ‘멋‘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러너의 멋이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과 함께 다양한 러닝 패션 스타일링이 겹쳐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러닝코어의 마침표는 러닝화다. 구하기 힘든 러닝화를 신고 있으면 천천히 뛰면서 러닝화를 자랑하고 싶어진다. 그럼, 지금 이 두 브랜드에서 어떤 러닝화를 사야 할까?
슬로우 조깅을 위한 러닝화들
본격적인 러닝화 추천 전에 최근 유행하는 러닝 방식 중 하나인 ‘슬로우 조깅’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천천히 뛰는 것을 말하는데 기본적으로는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할 때 하는 훈련 방식 중 하나인 LSD와 비슷하다. LSD는 롱(Long), 슬로우(Slow), 디스턴스(Distance)의 머리글자를 딴 줄임말이다.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장거리를 뛰는 러닝이라고 보면 된다. 빠르게 뛰지 않으니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지 않는다. 달리는 고통이 없는 러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LSD를 달리기와 사랑에 빠지는 훈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심박계도 스마트 워치도 필요 없이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옆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속도로 뛰는 것이다. 혼자 뛸 때는 소리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속도로 뛴다. 슬로우 조깅과 LSD는 내 체력을 조금씩 꺼내어 쓰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이다. 너무 느리다는 생각이 들어도 괜찮다. 첫 하프마라톤 완주 때 훈련을 도와준 남임경 코치의 코칭을 인용해 본다. “운동이 안 되는 것 같은 페이스로 뛰셔야 합니다.” 혹시 조금 더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미국 조깅 붐을 일으킨 ‘조깅의 기초’의 12주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디에디트 지난 글을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부드러운 쿠셔닝
1. 호카 클리프톤 10
호카의 대표적인 쿠셔닝화다. 10년간 러너들의 사랑을 받아온 모델이기도 하다. 특히 어퍼가 부드럽고 쿠셔닝이 푹신해서 조깅을 시작하는데 알맞다. 호카 코리아에서는 특히 발볼이 넓은 러너들을 위해 와이드 버전을 꾸준히 수입하고 있다. 발볼 때문에 러닝화를 고르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면 추천한다. 클리프톤10은 호카 특유의 안락한 쿠셔닝을 느낄 수 있다. 천천히 뛸 때는 다소 무난한 성격의 러닝화가 좋다. 몸에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 가격: 19만 9,000원
- 구매는 여기
2. 온 클라우드 서퍼 넥스트
각각 나뉘어져 있던 클라우드 텍(Cloud Tech) 미드솔을 하나로 합쳤다. 컴퓨터로 계산해 더욱 부드러운 쿠셔닝으로 개선했다. 구멍이 난 각도도 바뀌었는데 발 전체를 부드럽게 받쳐준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추진력을 더해준다. 미드솔 전체가 압축되었다가 다시 원상 복구되면서 생기는 반발력이 장시간 달리며 쌓이는 피로를 줄여준다.
- 가격: 18만 9,000원
- 구매는 여기
안정적인 지지력
1. 호카 아라히7
처음 러닝을 시작하는 러너들에게는 우선 안정화부터 추천한다. 아직 다리나 발목이 러닝을 하는 데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잘못된 자세가 반복되며 아플 수 있다. 그러면 “나는 러닝이 안 맞나봐”하며 쉽게 포기하게 된다. 아라히7은 아웃솔에 J-FRAME이라고 부르는 호카 특유의 안정화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발목이나 발이 틀어지는 것을 최대한 방지해준다. 슬로우 조깅을 하다 보면 후반에 체력이 부족해 자세가 무너질 수 있는데 이때 안정화가 도움이 된다.
- 가격: 18만 9,000원
- 구매는 여기
2. 온 클라우드 러너2
발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러닝화는 의외로 귀하다. 러닝화를 신다 보면 아킬레스건이 쓸리거나 혀(설포) 때문에 발등에 물집이 잡히기도 한다. 클라우드 러너2는 발목을 감싸는 부분이 도톰하고 혀 부분도 부드럽게 발을 잘 감싸준다. 이렇게 발을 단단히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들면 달릴 때 안정감이 생긴다. 쿠셔닝 역시 온의 스타일대로 반발력과 쿠셔닝이 적당히 섞여 있으면서도 충격을 많이 흡수해 준다. 마찬가지로 안정화라 힘이 빠졌을 때 자세가 무너지지 않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 가격: 18만 9,000원
- 구매는 여기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온과 호카는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인상적인 협업 제품이 많이 나왔다. 가장 최근에 호카는 마르니와 본디를, 온은 로에베와 지속적으로 캡슐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럭셔리 패션 브랜드 외에도 두 브랜드는 해외 유명 편집숍, 한국의 패션브랜드와도 활발히 협업을 진행해 왔다. 그중에서도 시간을 돌려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구하고 싶은 스니커즈를 온과 호카에서 하나씩 골라봤다.
1. 호카X엔지니어드 가먼츠 본디 B
강렬한 컬러웨이가 눈에 띈다. 특히 한국의 오방색에서 영감을 받은 것처럼 느껴지는 색감이 맘에 들었다. 붉은색을 중심으로 청색, 황색이 적절히 섞여 있다. 2019년 발매했을 때 구매하지 않았던 것을 아직도 후회하는 신발 중 하나다. 스타일 면에서나 성능 면에서 올라운더에 가까운 러닝화였다. 재발매가 된다면 리플렉티브 아우터와 함께 입고 뛰고 싶은 러닝화다. 밤에 뛸 때 신으면 더욱 빛날 것 같다.
- 발매 시기: 2019년 9월
2. 온XPAF 클라우드몬스터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POST ARCHIVE FACTION, PAF)은 지금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패션 브랜드 중 하나다. PAF의 테크웨어적인 무드를 가장 쿠셔닝이 좋다는 클라우드몬스터에 녹여냈다는 점이 좋았다. 모든 사람들이 알아보지는 못해도 패션과 러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지나가다 멈춰서서라도 볼 것 같은 러닝화라서 골랐다. 올해 3월 출시되었지만 품절이라 구할 수 없다.
- 발매 시기: 2025년 3월
취향에 맞는 러닝화와 슬로우 조깅은 달리기를 사랑하게 만들어준다. 조건에 딱 들어맞는 러닝화를 신고 뛰면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에 빠져든다. 살면서 내가 주인공인 순간은 자주 오지 않는다. 그래서 더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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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우
달리기에 대한 글을 쓰는 프리랜스 에디터. 습관처럼 보고 사고 뛰고 찍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