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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향수, 뭐부터 살까?

향잘알 조향사의 프레그런스 5종 리뷰
향잘알 조향사의 프레그런스 5종 리뷰

2025. 04. 28

안녕. 나는 글 쓰고 향 만드는 사람, 아론이다. 4월 26일,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소식으로 ‘향덕’들을 설레게 만든 일본 뷰티 브랜드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시로(SHIRO). 꼭 향덕이 아니더라도, 일본 여행 좀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이미 많이 알려진 브랜드다.

‘시로’는 일본어로 흰색을 뜻한다. 그래서인지 시로는 희고 깨끗한 느낌의 향, 무겁지 않고 화사한 꽃향기 등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향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본인들의 향 취향이 한국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시로의 향기는 늘 호평 일색이다. 첫 스토어 따끈따끈하게 오픈한 지금, 가장 인기가 많은 프래그런스 라인 5가지 향을 직접 맡아보고 추천한다.


사봉
Savon

제품명을 보면 알 수 있듯 비누를 전면으로 내세운 제품이라, 향을 맡기 전에는 얼마나 뽀드득할지(?) 궁금할 정도였다. 하지만 첫 향의 중심은 의외로 프루티. 오렌지주스 같은 달달 상큼함과 샤방한 복숭아 뉘앙스의 과즙미가 가장 먼저 느껴져서 어리둥절했다.

어리둥절함도 잠시, 곧바로 화사한 비누 향이 치고 올라온다. 비누 향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고전적인 비누 느낌이라기보다는 세탁 세제 같은 깨끗함과 샴푸 같은 청량함이 적절하게 뒤섞인 비누 스타일이랄까. 비누지만 깔끔한 흰색보다는 아이보리나 피치 컬러가 떠오르는 편이며, 다소 여성스러운 느낌이 드는 예쁘장한 향이라 예상과는 다른 향일 수 있으니 블라인드 구매는 조심할 것. 가격은 4만 6,000원. 구매 링크는 [여기].


화이트 릴리
White Lily

화이트 릴리 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촉촉한 물내음이 느껴지는 흰 꽃향기’다. 전반적으로 자스민, 백합을 비롯해 매그놀리아 같은 다채로운 흰 꽃향기가 뒤섞여서 풍성하게 피어오른다. 그런데 흔히 향수에서 말하는 화이트 플로럴스러운 뉘앙스, 그러니까 꼬릿하거나 무겁거나 농밀하게 달콤한 느낌은 거의 없다.

굳이 따지자면 바디 로션 같은 느낌의 부드러운 흰 꽃 향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친숙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장점이 있다. 플로럴을 좋아하기만 한다면 호불호 없이 마음에 들어 할 향인데다, 잔향에서는 깨끗한 흰색 느낌이 도드라져서 앞선 ‘사봉’보다 더 비누 향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살내음과 섞였을 때 더 진가를 발휘하는 스타일이라 꼭 착향 해보길 추천하는 향이다. 가격은 4만 6,000원. 구매 링크는 [여기].


얼그레이
Earl Grey

쌉싸래한 느낌이 포인트가 되어 주는 얼그레이 티 향. 뿌린 직후에는 얼그레이 티에 레몬이라도 띄운 듯 산뜻함이 스쳐 지나가고 이내 찻잎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는 향으로 전개된다. 다행히 쌉싸름한 향이 강하지 않아 진입 허들은 낮은 편. 오히려 달콤한 느낌이 살짝 부각되어서 얼그레이 맛의 달달한 음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브라운 혹은 베이지 컬러가 떠오르는 차분한 느낌이긴 하지만 무겁지 않고 투명한 편이라 부담 없다. 이런 향을 가진 산뜻 달달한 얼그레이 티라면 매일 마셔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데? 익숙한 듯 흔하지 않고 남자가 써도 충분히 매력적일 것 같은 중성적인 무드가 근사하다. 가격은 4만 6,000원. 구매 링크는 [여기].


화이트 티
White Tea

앞선 얼그레이와 다르게, 화이트 티는 투명하고 그리너리한 뉘앙스를 담고 있는 티 향이다. 달콤함 없이 레몬 그 자체가 연상되는 시트러스의 상큼함이 첫 향부터 도드라지며 전체적인 흐름을 끌고 간다. ‘백차’를 뜻하는 화이트 티답게 투명하면서도 그린티 같은 쌉싸름함 또한 은근하게 숨어있다.

전반적으로 하늘하늘 산들산들한 향이라 여름에 가장 매력을 발휘할 것 같은 느낌. 향이 전개되며 흰 장미 같은 꽃향기도 살짝 드러나지만, 플로럴 뉘앙스가 강하지 않고 그러너리한 청량함과 근사하게 어우러진다. 잔향 또한 허브 비누처럼 개운한 느낌으로 남는 게 매력이라, 이 향 또한 성별 상관없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단, 시트러스를 싫어하는 사람은 제외! 가격은 4만 6,000원. 구매 링크는 [여기].


금목서
Kinmokusei

예쁜 살구색을 띠고 있는 금목서 꽃은 그 향이 만 리를 간다 하여 ‘만리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부산, 제주처럼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만 피기 때문에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미지의(?) 향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따뜻한 일본은 전역에서 금목서가 핀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이 유난히 사랑하는 향이다.

금목서에서는 달콤하고 밀키한 복숭아 혹은 살구 같은 느낌이 담긴 꽃향기가 난다. 농밀하면서도 달콤한 향이라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과실 뉘앙스에 섞인 독특한 향 때문에 ‘미용실 파마약 냄새’라며 싫어하는 사람도 많으니 꼭 시향 해볼 것. 특히 시로의 금목서는 약간 애니멀릭한 뉘앙스와 우디향이 뒤섞인 향이라 더욱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향보다는 복잡 미묘한 향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제품이다. 가격은 4만 6,000원. 구매 링크는 [여기].


시로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가 오픈하는 위치는 다름 아닌 성수다. ‘향수 로드’라고 불릴 정도로 향수 브랜드들이 밀집해있는 지역 성수. 수많은 향수 브랜드 사이에서 시로의 향기가 얼마나 큰 바람을 일으킬지 궁금해진다. 앞서 설명한 프레그런스 라인 외에도 좀 더 니치스러운 향을 가진 퍼퓸 라인도 있으며, 이번 오픈에 맞춰 한국 한정 향수 ‘은방울꽃 오 드 퍼퓸’을 선보인다고 하니 이 글을 읽고 흥미가 생겼다면 한 번쯤 매장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About Author
전아론

글쓰고 향 만드는 사람. 에세이스트, 프리랜서 에디터, 향수 브랜드 ahro의 조향사까지. 예술적 노가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