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얼마 전 출장차 부산에 다녀온 객원 에디터 김정현이다. 업무는 2시간 남짓이었지만 나는 1박 2일의 일정을 꽉 채워 돌아다녔다. 지도 앱에 저장해뒀던 로컬 숍이 많아도 너무 많았으니까. 물론 부산이야 어떤 테마로 잡고 놀러 가도 재밌는 도시다. 노포 식당 투어는 얼마나 다채로우며 스페셜티 커피 코스에 포함해야 할 카페는 왜 이리 많은가.
이번에 내가 집중한 테마는 ‘로컬 쇼핑 스팟’. 구경만 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소규모 쇼핑 공간들을 다녀왔다. 부산역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서면-전포 일대와 해운대 해수욕장 가는 김에 들르기 좋은 해리단길로 범위를 좁혔으니 해당 지역에 방문 예정인 독자 분들은 주목해 주길. 빈티지 의류부터 식물까지, 각기 다른 매력의 리테일 매장 6곳을 소개한다.
#Vintage
올리언스 스토어
해운대 해리단길에 놀러 온 이들이라면 한 번씩 들르게 되는 우일맨션. 1978년에 지어진 이 한 동짜리 맨션에 카페, 타코 음식점, 보틀숍 등 작은 가게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아메리칸 캐주얼 기반의 빈티지 셀렉트숍 올리언스 스토어 또한 이곳 지하 1층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개성 넘치는 수많은 부산의 빈티지숍 가운데 올리언스 스토어를 꼭 와보고 싶었던 이유? 다름 아닌 자체 제작 상품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를 아우르는 빈티지 아이템, 이를 올리언스 스토어의 색깔로 재해석한 리메이크 제품이 철제 행거를 가득 채운다. 50년대 쿠바(KUBA) 원단을 활용해 에스닉한 무드를 드러내는 MA-1 재킷, 60년대 미군 캔버스 더플백을 분해하고 재조합해 만든 탄탄한 숄더백, 70년대 페르시안 러그 조각을 수놓은 리바이스 501 데님 팬츠 등 특정 시대와 지역의 산물이 긴 세월을 거쳐 새로운 형태의 아이템으로 재탄생했다. 빈티지 문화에 매료된 이들과 유니크한 디자인의 옷을 찾는 이들 모두를 설레게 할 리워크 제품군. 오래된 옷과 직물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주저 말고 방문해 보자.
올리언스 스토어
주소 | 부산 해운대구 우동1로38번길 11 지하 1층
영업시간 | 매일 12:00-20:00
웹사이트 | orleansstore.kr
인스타그램 @orleansstore_official
#Plants
팟샵
이사를 한 달 정도 앞둔 상황에서 부쩍 관심을 가지게 된 분야가 식물이다. 새로운 집은 좀 더 산뜻하고 활기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서. 근사한 식물 가게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와중에 해운대에도 귀여운 매장이 있음을 알게 됐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과 화분, 그린 라이프와 관련된 제품군을 다루는 팟샵이 그 주인공이다.
팟샵은 꽃집이나 화분 가게 하면 떠올릴 법한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천장과 선반, 창틀 곳곳에 자유분방하게 진열된 식물부터 화분 옆에 놓인 티셔츠와 에코백, 키치한 디자인의 소품까지 서브컬처 기반의 편집 매장을 둘러보는 느낌이 든달까? 평범한 선인장 하나 사러 오더라도 이 화분 저 화분, 이 소품 저 소품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작지만 알찬 가게. 이번에는 빈손으로 돌아왔으나 이사를 마친 후 찾게 될 2차 방문 시에는 두 손으로 모자라 딜리버리 서비스를 신청할지도 모른다. 내가 부산에 사는 식집사였다면 주기적으로 놀러 오는 방앗간 삼았을 텐데…
팟샵
주소 | 부산 해운대구 우동1로38번가길 1, 2층
영업시간 | 매일 12:00-18:00
웹사이트 | potshop.co.kr
인스타그램 @potshop_co
#Lifestyle
루프트 맨션
팟샵의 바로 옆 공간 루프트 맨션이다. 전포동을 대표하는 의류 셀렉트숍 루프트 베이스먼트에서 3년 전 오픈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해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으로 완성한 매장은 해변 인근 동네의 여유로운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한쪽 벽면 전체를 기다란 선반이 장식한다. 책, 수납함, 촛대 등 카테고리 구분 없이 늘어선 물건들이 보인다. 각자 다른 모양과 색상의 물건을 지녔음에도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별히 사고 싶은 것 없이 들어왔어도 충분히 재밌는 쇼핑을 즐길 수 있을 테다. 팔콘(Falcon) 법랑 그릇이나 바쿠(BAGGU) 나일론 백 같은 해외 브랜드 제품부터 파스텔톤 에코백으로 대표되는 루프트 맨션 PB 상품까지 선택지는 다양하므로. 매장 경험이 만족스럽다면 광안리에 위치한 루프트 민락 매장도 함께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루프트 맨션
주소 | 부산 해운대구 우동1로38번가길 1, 2층
영업시간 | 매일 11:00-18:00
웹사이트 | luftmansion.com
인스타그램 @luft_mansion
#vintage & plants
보노비스타 & 보타
부산의 젊은 로컬 브랜드를 가장 압축적으로 경험하려면 어느 동네로 가야 할까? 나는 패션과 F&B를 아우르는 크고 작은 가게들이 밀집해 있는 전포동을 가리키겠다. 그중에서도 빈티지 의류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보노비스타 & 보타는 놓치지 말자. 양질의 빈티지 의류와 이국적인 형상의 식물들이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근사한 매장이니까.
이곳은 이름 그대로 보노비스타와 보타가 함께하는 쇼룸이다. 온라인 스토어만 운영하던 시절을 포함해 15년간 해외 빈티지 의류를 취급해 온 보노비스타, 보노비스타의 형제 업체이자 조경 스타일링과 식물 리테일 판매를 담당하는 보타가 매장을 공유한다. 날마다 업데이트되는 50여 개의 빈티지 제품 중 엄선한 개체들만이 쇼룸에 들어오며, 진열된 의류 주변으로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큼지막한 이파리를 뽐낸다. 방문 당시에는 여성 제품의 진열 비중이 높아 구매에는 실패했으나, 이색적인 공간 연출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흡족한 경험이었다.
보노비스타 & 보타
주소 | 부산 부산진구 전포대로255번길 43-10 2층
영업시간 | 매일 12:00-19:00
웹사이트 | bonovista.com
인스타그램 @bonovista_
#Editing shop
리리스토어
대구에서 시작해 서울 용산을 거쳐 지난해 부산 전포동에 둥지를 튼 리리스토어. 3층 건물을 통으로 사용하는 리리스토어는 국내외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별해 소개하는 편집숍이다. 용산점 시절에도 외관에서 풍겨오는 에너지와 언뜻 보이는 직원들의 스타일링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확장 이전한 부산 매장 역시 공간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소위 Gen-Z 감성을 탁월하게 살린 인스타그램 게시물도 재밌게 지켜보는 중이다).
일본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애슐리 윌리엄스(Ashley Williams)의 베스트나 깁스를 한 키아누 리브스가 등장하는 몰리치(molrich)의 반팔 티셔츠, 오타쿠 문화의 유쾌함을 살린 유민 하(YUMIN)의 트러커 햇 등 평소 키치한 감성을 좋아한다면 반길 만한 재기 발랄한 제품으로 가득하다. 잡화류와 자잘한 소품까지 카테고리와 브랜드는 다양한 편이나 상대적으로 여성 제품의 비중이 높다는 점은 참고할 것. 바로 옆 건물은 같은 회사에서 전개하는 부산 최대 규모의 편집숍 노클레임(Noclaim)이니 리리스토어와 묶어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리리스토어
주소 | 부산 부산진구 동성로 69
영업시간 | 매일 12:00-20:00
웹사이트 | reelee.co.kr
인스타그램 @reelee_store
#Lifestyle
페이퍼가든
리리스토어에서 전포역 방면으로 도보 5분, 좁고 높은 초록색 아치형 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페이퍼가든 매장이 나타난다. 볕이 내리쬐는 아담한 테라스와 알록달록한 식물들이 반겨주는 입구. 산뜻한 기분을 안고 들어서면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밝고 따스한 분위기의 라이프스타일 제품이 펼쳐진다.
페이퍼가든 매장은 크게 패브릭, 플레이트, 플랜트 공간으로 구성된다. 브랜드의 주력 상품은 다양한 모양과 색감을 자랑하는 자체 제작 러그. 하트나 체크 같은 단순한 패턴부터 타이포그래피, 동물 캐릭터, 고전적인 느낌의 정물화까지 취향에 맞는 디자인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주방 싱크대를 구현해 놓은 플레이트 섹션의 식기류나 맛과 비주얼 모두 만족스러운 와인을 고르는 재미도 놓치지 마시길. 귀엽고 아기자기한 아이템에 쉽게 마음을 빼앗기는 타입이라면 일단 한 번 가보셔도 좋겠다.
페이퍼가든
주소 | 부산 부산진구 전포대로210번길 8 2층
영업시간 | 월, 목-일 11:00-22:00 화-수 11:00-20:00
웹사이트 | papergarden.net
인스타그램 @papergarden.korea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