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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커피 가이드: 로마 편

로마 3대 카페에 다녀왔습니다
로마 3대 카페에 다녀왔습니다

2025. 04. 23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정말 에스프레소만 마실까?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는 오전에 일부 사람들이 카푸치노를 마시는 걸 제외하곤 대부분 하루 종일 에스프레소를 물처럼 마신다. 이번에는 디에디트 독자들을 위해서 이탈리아 로마 현지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로마의 3대 에스프레소 매장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구글에 검색을 하면 ‘로마 3대 카페’로 묶이는 곳이다. 로마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한 번씩은 가게 되니, 이 글을 먼저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참고로 지금 소개하는 카페는 항상 사람이 많다). 더불어, 글을 읽고 로마의 커피 맛이 궁금해질 분들을 위해 한국에서 로마의 느낌을 가장 잘 구현하는 에스프레소 커피바도 함께 추천한다.


타짜도로
Tazza d’oro

판테온

이탈리아 로마를 상징하는 첫번째 에스프레소 커피 바는 타짜도로. 타짜도로는 로마 최고의 에스프레소 커피바로 손꼽히는 곳이다. 타짜도로는 로마의 판테온 바로 앞 광장에 위치하고 있다. 판테온은 기원전 27년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 건설을 시작해 기원후 3세기까지 재건을 반복했는데, 그 결과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건물이 강렬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어 로마의 중요한 랜드마크다. 특히, 한 줄기 빛처럼 천장을 통해 외부 세계를 바라보는 장면이 묘하게 감동적이다. 로마의 성베드로성당, 바티칸 미술관과 함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타짜도로

타짜도로는 로마의 판테온 정문 앞 우측에 있다. 매장 입구에 이탈리아로 타짜도로라고 써진 대형 간판이 눈에 띈다. 타짜도로는 이탈리아어로 황금잔을 의미하고 있는데, 화려한 색상과 강렬한 간판이 여행자들에게 더욱 인상적으로 남는다. 

이탈리아는 독특한 카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좌석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요금과 바에 서서 마시는 요금이 다르다. 타짜도로의 경우 바에서 마시는 요금은 1.2유로, 테이블에서 앉아서 마시는 요금은 2.2유로로 두 배 가격이다. 가급적이면, 이탈리아 현지 스타일로 바에서 마실 것을 추천한다. 저렴하고, 현지의 분위기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계산대에 가서, 계산을 하고(당당하게 “카페”라고 외치면, 자연스럽게 에스프레소라고 알아듣는다.), 영수증을 커피바에 전달하면 된다.

타짜도로의 추천 메뉴는 에스프레소, 그라니따 꼰파나. 이탈리아 스타일대로 설탕 한 스푼을 넣고 저어 마시거나, 자연스럽게 녹여 마셔도 좋다. 저어 마실 때는 조청과 같은 단맛이 커피와 융합되어 강렬하고, 담배 향과 같은 거친 뉘앙스가 느껴진다. 녹여 마실 때는 진득한 초콜릿의 임팩트와 커피 설탕과 커피의 맛이 순차적으로 입체적이게 느껴진다. 단점이 있다면, 후미가 조금 짧다. 그래서 아메리카노보다는 에스프레소 마실 때 알맞다. 타짜도로의 또 다른 인기 메뉴는 그리니타 꼰파나. 에스프레소를 빙수처럼 얼려서 크림을 생크림을 올렸다.

로마 최고의 에스프레소 커피바로 손꼽히는 따짜도로를 한국에서 느껴보고 싶다면, 약수동 시장통에 있는 에스프레소 커피바 리사르를 추천한다. 리사르도 다양한 지점이 있지만, 약수역 주변 순댓국 시장통에 있는 리사르 본점의 다이나믹한 바이브와 생생한 에스프레소가 따짜도로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Tazza d’oro
주소 | Via degli Orfani, 84, 00186 Roma RM, 이탈리아 

리사르
주소 | 서울 중구 다산로8길 16-7 


산우스타키오 일카페
Sant’ Eustachio il Caffe

산우스타키오 일카페

타짜도로가 누구나 좋아하는 적당한 임팩트의 균형 있는 에스프레소의 표준이라면, 산우스타키오 일카페의 특징은 엄청난 질감과 비주얼이 있는 에스프레소다. 산우스타키오 일카페의 위치는 판테온 성당을 기준으로 타짜도로의 반대편이다. 타짜도로가 판테온 광장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느낌이라면, 산우스타키오는 조금 애매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 오히려 현지 주민들과 커피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에스프레소바다. 매장의 위치는 산우스타키오 성인을 기리는 성당 입구. 그래서 이름도 산우스타키오 일카페이다. 타짜도로는 관광객이 많아서 매장 앞이 분주하지만, 산우스타키오는 상대적으로(?) 매장 앞이 조용하고, 좌석도 많은 편이다.

산우스타키오의 매장 내부는 매우 좁은 편이지만, 항상 손님이 가득하다. 로마의 양대 에스프레소바라는 명성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매장 내부는 황금색으로 꾸며 산우스타키오의 테마색이 선명하고 색다르게 포장한 에스프레소 머신이 눈에 띈다. 과거에는 커피 매장 자체에 전념했지만, 최근에는 관광객들이 많아져서 원두와 캡슐커피를 판매하는 쇼룸 성격도 강하다. 

산우스타키오의 추천 메뉴 역시 에스프레소. 가격은 스탠딩 커피바의 표준인 1.2유로다. 좌석에 앉아서 서비스를 받는다면, 두 배 이상으로 급격히 비싸진다. 산우스타키오는 이탈리아의 평균적인 커피바와 달리 설탕을 기본세팅으로 첨가해준다. 기본 설탕을 가당하고, 독특하게 폭발적인 크레마가 인상적이다. 실제로 커피보다 크레마의 양이 3배 이상 많다. 산우스타키오의 크레마에 대해서는 커피인들도 로부스타가 섞였다, 크림을 넣었다, 탄산수가 들어갔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데 이제는 매장의 특징으로 인정하고 있다. 

산우스타키오의 바이브를 한국에서 느껴보고 싶다면, 잠실에 위치한 선호 커피바를 추천한다. 선호 커피는 이탈리아 남부 커피를 연상시키는 강력한 질감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지역주민들이 사랑하는 매장이라는 점에서 매장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매치된다. 

Sant’ Eustachio il Caffe
주소 | Piazza di S. Eustachio, 82, 00186 Roma RM, 이탈리아

선호 커피바
주소 |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37길 130 148호


카페 그레코
Antico Caffe Greco

카페 그레코

카페 그레코의 정확한 이름은 Antico Caffe Greco. ‘오래된 그리스인의 카페’라는 뜻이다. 카페 그레코는 1760년 그리스인 니콜라 델라 막달레나의 의해서 시작되었다. 250년 전 창업해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손꼽히는 곳이다. 매장의 위치는 스페인 광장 바로 앞.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던 스페인 광장에서 멀지 않다. 카페 그레코가 있는 스페인 광장은 이제 세계적인 사치품들이 몰려있는 곳이 되었다. 매장의 바로 옆은 프라다고, 건너편은 구찌, 다미아니와 같은 세계적인 보석 매장이다. 

이번에는 모처럼 카페 그레코의 내부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타짜도로는 좌석을 매우 소박하게 운영하고, 산우스타키오는 테라스 좌석을 운영하는 반면, 카페 그레코는 커피바 안쪽에 넓고도 예술적인 인테리어를 자랑하고 있다.

카페 그레코에서도 당연히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좌석에 앉으면 좌석과 서빙 요금을 포함해 2.8유로로 가격이 올라가지만, 한번 정도는 특별한 장소를 기념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카페 그레코 에스프레소의 특징은 강력한 초반 임팩트에 농도 깊은 질감이다. 설탕을 꼭 넣어 마실 것을 추천한다. 쓰고 진득한 커피에 설탕이 달콤한 친구처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타짜도로는 1953년 이탈리아 국가에서 역사적 유적으로 인증을 받았고, 내부에 있는 수많은 작품들과 카페의 역사적 유산이 매력적인 곳이다. 반면 카페 그레코는 단골 손님에 유명한 예술인들이 많다. 독일문학의 아버지 괴테, 덴마크 동화의 아버지 안데르센까지 로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가의 커피바로 알려졌다. 

카페 그레코의 분위기를 한국에서 느껴보고 싶다면, 종로 율곡로에 위치한 세컨드 커피바를 추천한다. 당신의 두번째 커피라는 컨셉으로 데일리한 에스프레소를 특별하게 제공한다. 깔끔하고 정갈한 분위기의 세컨드 커피 에스프레소는 솔직히 카페 그레코보다 더 맛있다. 

Antico Caffè Greco
주소 | Via dei Condotti, 86, 00187 Roma RM, 이탈리아

세컨드 커피바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와룡동 율곡로10길 16


알몬도
Almondo al Pantheon

알몬도

마지막으로 커피가 아니라 이탈리아의 대표 음식 파스타 맛집을 소개하고 마무리하겠다. 판테온 주변에는 알몬도(Almondo)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이탈리아 로마를 대표하는 최고의 파스타 맛집이다. BBC, CNN이 유럽에서 가장 맛있는 까르보나라를 맛볼 수 있는 파스타 레스토랑이라며 소개하는 곳이다. 

까르보나라는 참 쉬우면서도 어렵다. 한국과 미국에서는 크림 소스로 알려졌지만, 현지에서는 레지아노 계열의 치즈를 절묘하게 혼합한다. 한달 전 예약이 10분 컷으로 악명 높지만, 정말 운이 좋다면 당일 노쇼(여기도 노쇼가 제법 있다)로 방문할 수 있다. 로마를 열 번 넘게 방문했는데, 딱 한번 운 좋게 먹어보았다. 

관광객들이 찾는 흔한 매장이 아니고, 진짜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파스타의 영혼 같은 맛이다. 다시 오지 못할 것 같아서 토마토 파스타까지 야무지게 시켜 먹고 돌아왔다. 알몬도의 파스타는 짠맛의 짙은 안개 속에 파스타와 현지의 다양한 재료들이 숨바꼭질하는 느낌이었다. 파스타 가격은 16유로 내외. 그렇게 비싸지 않다. 

한국에서는 연희동에 위치한 김지희 셰프의 ‘블루레시피 오일파스타’가 여기만큼 맛있다. 

Almondo al Pantheon
주소 | Salita de’ Crescenzi, 31, 00186 Roma RM, 이탈리아

블루레시피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2길 10-4 1층 101호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