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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비밀 풉니다, 에디터가 핫플을 찾는 방법

밖돌이 에디터는 어디서 어떻게 공간 정보를 얻는가
밖돌이 에디터는 어디서 어떻게 공간 정보를 얻는가

2025. 01. 22

안녕, 오늘도 서울 모처에서 소규모 상업 공간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객원 에디터 김정현이다. 나는 2021년부터 디에디트에 글을 쓰고 있다. 대체로 카페, 편집숍, 음식점 등 상업 공간을 소개하는 기사를 작업했다.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유명 브랜드의 매장보다는 스몰 브랜드나 동네 단골 위주로 장사하는 로컬 숍을 다뤄서일까. 주변 사람들로부터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거기는 어떻게 알고 찾아간 거예요?”

핫플
영상감독 김승원과 함께 서울 북촌의 여러 장소를 소개했던 유튜브 콘텐츠 ‘에디터 김정현과 북촌 산책’ © POV

비슷한 궁금증을 가져봤을 디에디트 독자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흥미롭고 매력적인 상업 공간을 소개하는 에디터는 평소 어디서 어떻게 공간 정보를 수집하고 기록하는가. 정보를 얻는 경로부터 알게 된 정보를 저장하고 기록하는 과정까지 가볍게 정리했다. 맨날 똑같은 데 말고 새로운 곳을 찾아보고 싶다 하는 분들에게도,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골 가게를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Q. 거길 어떻게 알게 됐어요?

공간 정보를 얻게 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전문 도서부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주변 사람들의 추천과 우연에 의한 발견까지. 나의 오래된 공간 탐지 레이더를 돌아보며 정보 수집의 출처를 크게 4가지로 추렸다. 

1. 동종업계 종사자의 추천은 못 참지: 단골 가게 사장님

약은 약사에게, 피자집 추천은 피자집 사장에게, 빈티지숍 추천은 빈티지숍 사장에게. 일명 ‘사장님피셜’이랄까? 안전한 선택을 원한다면 잘하는 가게의 눈을 믿어보자. 동종업계라면 말할 것도 없다. 얼마나 괜찮은 곳이길래 (잠재적) 경쟁 상대를 자기 손님에게 추천해 주는가.

망원동 카페 604 Seou에서 대화하는 나와 박얼 대표님 © POPEYE MAGAZINE

언젠가 ‘쉬는 날 가게 문 닫고 어디 가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각기 다른 업종의 상업 공간 운영자 5명에게 휴무일에 찾아갈 정도로 좋아하는 동종업계 매장을 추천해달라고 하는 인터뷰 콘텐츠였다. 대놓고 경쟁업체를 띄워달라는 꼴이니 사장님들 측에서 불편하게 받아들이면 어쩌나 싶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다들 흔쾌히 ‘요즘 나의 최애’를 소개해 줬고, 처음 들어보는 근사한 매장들이 쏟아지는 통에 내 지도 앱은 간만에 포식의 기쁨을 누렸다. 사장님들 그렇게 야박하지 않다. 여기와는 조금 떨어진 동네를 언급하며, 좋아하시는 가게가 어디냐고 여쭤보자. 아예 지도 앱을 통으로 훔쳐볼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주목받는 팝업과 공간을 다루는 플랫폼 heyPOP에 기고한 아티클 © heyPOP

망원동에 놀러 갈 때면 홀린 듯 옷을 구경하게 되는 세컨핸드숍 호미베어. 이 방앗간을 가르쳐준 건 서촌에 자리한 세컨핸드숍 테이크아이비 대표님이다. “우리처럼 편안한 분위기의 재팬 캐주얼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곳”이라는 설명을 바쁘게 메모하던 기억이 난다. 자주 오가는 망원역과 인접한 위치인데도 한동안 이 존재를 몰랐다니 나는 아직 멀었구나, 통탄해하면서. 

일본 브랜드의 세컨핸드 제품을 소개하는 호미베어 공식 홈페이지

2. 멋있는 애 옆에 멋있는 애, 브랜드 파도타기

멋있는 애 옆에는 꼭 멋있는 애가 있다. 그 옆에는 또 다른 느낌으로 멋있는 애가 있다. 멋있는 애 하나만 알고 있어도 멋있는 애들을 다채롭게 만나게 될 가능성이 생기는 셈인데, 이런 과학적 원리(?)를 이용해 힙과 핫과 쿨 어딘가에 자리한 상업 공간을 찾아가는 것도 꽤나 재미있는 여정이 된다. 누군가는 이를 디깅(digging)이라 부를 것이다. 싸이월드 세대인 나는 파도타기라고 표현하련다. 이른바 브랜드 파도타기. 브랜드 간의 유대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공식 홈페이지나 인스타그램 등을 이용해 요리조리 가지 쳐 나가는 식이다. 

2024년 3월에 다녀온 도쿄 요요기의 Little Nap Coffee Stand

지난해 도쿄 여행을 떠나기 전 꼭 가보겠다며 벼르던 카페 중 하나가 Little Nap Coffee Stand였다. 디에디트에 소개하기도 했던 로스터리 카페인데, 이 브랜드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FRIENDS’ SHOPS]라는 카테고리가 눈길을 끄는 게 아닌가. 자기네 원두를 납품하는 거래처도, 오랫동안 함께 일한 직원이 독립해서 차린 가게도 있었다. 거기 나온 9개의 F&B 매장 목록을 천천히 훑어보며 떠올렸다. ‘멋있는 애 옆에 멋있는 애 법칙!’ 도쿄 요요기의 와인 바 PATH와 비건 레스토랑 NEWPORT, 마츠야마의 작은 커피바 Spot Coffee Stand까지 일본 힙스터들이 모여드는 핫한 가게들 정보가 통째로 굴러들어 왔다.

Little Nap Coffee Stand 홈페이지 내 [FRIENDS’ SHOPS] 카테고리

그런가 하면 Switch Coffee는 인스타그램 팔로잉 목록을 활용해 파도타기에 성공한 사례다. 주변 바리스타 지인들의 추천을 받은 데다 계정 팔로워 수를 봤을 때 꽤 인지도가 높은 곳 같은데 그에 비해 팔로잉 수는 현저히 적은 게 눈에 띄었다. ‘#선팔하면맞팔’ 같은 룰 따위 통하지 않는 이 곤조 있는 계정을 한 번 파보자 싶었고, 250여 개의 팔로잉 목록을 뒤져보며 그럴듯해 보이는 브랜드 계정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궁금했던 곳은 스톡홀름의 피자집 800 Grader Slice Shop. 언젠가 스웨덴으로 떠난다면 숙소에 짐 풀자마자 이곳으로 향할 테니, 그날이 오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스위치 커피 대표님께 외칠 것이다. 센세,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좌) Switch Coffee 인스타그램 (우) 800 Grader Slice Shop 인스타그램

3. ‘꾼’들이 선별한 정보의 힘: 매거진 및 각종 전문 콘텐츠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어 발행하지만 모든 콘텐츠가 품질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정보가 많아도 너무 많아서 매거진과 큐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한 것인데, 정보를 선별하고 편집하는 이들 또한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으니 어디서 뭘 보고 참고해야 하는지조차 가늠하기 쉽지 않다. 돌고 돌아 일정 기간 데이터를 쌓아온 명망 있는 미디어와 전문성 있는 크리에이터의 가이드를 따라가게 되는 이유다. 

© POPEYE MAGAZINE

재작년 가을 교토 여행의 가이드로 삼은 건 <POPEYE MAGAZINE>. 매호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즐거운 도시 생활을 꿈꾸는 남자들을 위한 쿨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패션&라이프스타일 월간지다. 이 안목 있는 잡지에서 소개하는 사람이나 브랜드는 눈여겨보게 되는데, 마침 여행을 앞둔 시점에 ‘Kyoto Perfect City Guide’라는 제목의 스페셜 에디션이 발행됐다. 별 수 있나. 당장 교보문고로 달려가야지. 그날 밤 일본어를 하나도 할 줄 모르는 남자는 구글 렌즈에 의지해 한 자 한 자 번역해 가며 잡지를 정독하게 되는데… 앰비언트 음반과 젬 스톤을 판매하던 레코드숍 Meditations와 로컬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취급하는 편집 매장 Bench, 매장을 가득 채운 나무 책장이 인상적이던 독립서점 Seikō-sya Books 등이 뽀빠이 매거진을 통해 알아낸 가게들이다. (지난 디에디트 기사에서도 소개한 적 있는 장소들이다.)

매거진 B를 발행하는 비미디어컴퍼니에서 출간한 단행본 <THE SHOP> © 비미디어컴퍼니

4. 내가 당신을 팔로우한 이유: 인스타그램 친구

인스타그램은 가장 쉽고 빠르게 정보를 얻는 창구다. 새로고침 한 번 할 때마다 우르르 쏟아지는 사진과 영상이 분별력을 흐리는 게 문제일 뿐. 그래서 나는 인스타그램이 떠먹여 주는 알고리즘보다 내가 직접 팔로우한 ‘인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친구나 지인, 일로 연결된 동료가 아니라 온라인상에서만 소통하는 친구라면 원하는 공간 정보를 수집하는 데 더더욱 유리하다. 내가 일면식도 없는 당신을 왜 팔로우했는데! 우리의 감각에는 통하는 구석이 있고, 그가 보고 듣고 먹고 경험하는 것은 적지 않은 확률로 내 취향을 저격한다. 

매력적인 장소를 모아두는 나의 인스타그램 컬렉션 ‘place’

최근 들어 서울에 새로 생긴 카페 데이터를 줍줍하게 된 데는 S의 공이 크다. 쉬는 날마다 각종 핫플레이스를 섭렵하는 걸로 모자라 요즘은 ‘가오픈 헌터’를 자처하며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의 스토리와 피드를 볼 때마다 못 보던 공간이 등장하지는 않는지 유심히 살펴보곤 한다. 얼마 전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고 나와 재방문을 기약했던 합정동의 폴리와 충무로의 네츠 커피하우스 모두 가오픈 헌터가 아니었다면 한참 뒤에나 알았을 매장들이다. (참고로 그는 소위 맛집 인플루언서가 아니다. 나는 S가 옷 입는 게 멋있어서 팔로우했다.) 

충무로에 위치한 네츠 커피하우스

2년 전 뉴욕 여행을 준비할 때는 현지에 거주하는 J와 L의 계정을 염탐했다. 각자의 브랜드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뉴요커의 치열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일상, 그리고 틈틈이 등장하는 맨해튼과 브루클린의 힙하고 쿨한 가게들. 로컬이 추천하는 정보인 만큼 하나라도 놓칠세라 피드와 스토리뿐만 아니라 하이라이트까지 뒤져가며 구글 맵을 채웠다. 그린포인트의 브런치 식당,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빈티지숍, 부시윅의 중고 서점 같은 곳들을.  

2023년 1월에 다녀온 뉴욕 브루클린

Q.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해요?  

1. 검색과 검증 사이 

적어두지 않으면 사라진다. 공간 정보도 예외는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여는 그럴듯한 가게들, 이름 하나 외우는 것도 쉽지 않다. 어떤 형태로든 기록은 필수다. 그리고 기록 이전에 검색이 먼저다. 

한 번은 홍제천을 산책하다 공사 중인 가게를 발견했다.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범상치 않은 인테리어와 그래픽 디자인. 유일한 단서라고는 매장 곳곳에 적힌 ‘(1)by3’뿐이어서 그 자리에서 인스타그램을 열어 검색했다. 알고 보니 이곳은 트라이앵글이라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준비 중인 카페였다. 브랜딩에 도가 튼 베테랑 스튜디오에서 공들인 카페인만큼 세련된 공간이 탄생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푸릇푸릇한 홍제천 뷰까지 품고 있으니 안 좋기가 더 어렵지. 네이버 지도에 저장하고, 오픈하기를 기다렸다가, 햇살 좋은 날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방문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트라이앵글 스튜디오에서 운영하는 카페 (1)by3

새롭게 알았다고 해서 다 가보는 건 아니다. 검증을 거친 공간만이 나의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일 수 있다. 지도 앱에 들어가 사진을 살펴본다. 정보란에 적힌 매장 소개를 읽는다. 마지막으로 인스타그램 피드를 훑어본다. 느낌이 온다 싶으면 저장을, 느낌이 없다 싶으면 작별을! 객관적인 기준 같은 건 없다. 다년간 쌓아온 퍼스널 데이터를 믿을 뿐이다. 어차피 내가 찾는 건 냉철하고 단호한 심의의 대상이 아닌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편애의 대상이니까.

2. 목록은 나의 힘

나의 흥미를 자극한, 그러니까 나름의 검증을 통과한 신규 공간은 이제 보관소로 향할 차례다. 공간 정보를 기록하는 모바일 앱은 두 가지다. 아이폰 기본 메모장과 네이버/구글 지도. 전자는 가보고 싶은 곳을 빠르고 단순하게 적는 용도로, 후자는 목록을 만들어 분류하고 위치 및 동선을 파악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메모장 앱에 들어 있는 ‘서울 가야할 곳’ 메모 

메모장 앱을 열어 ‘리스트’ 폴더에 들어가면 ‘서울 가야 할 곳’이라는 제목의 메모가 나온다. 말 그대로 서울에서 가야할 곳을 나열하는 페이지로 공간의 이름과 주소에 더해 뭐하는 곳인지만 간단히 표기한다. (스크롤을 내리면 경주 가야 할 곳, 부산 가야 할 곳, 도쿄 가야 할 곳 메모도 나타난다.) 별다른 분류 없이 한 줄 한 줄 추가하는 방식의 장점은 내가 가장 최근에 관심을 보인 장소가 어디인지 파악 가능하다는 것. 왜 그런 날 있지 않나. 놀러 나가고 싶은데 어딜 가야 할지는 잘 모르겠는. 나는 이 메모장부터 확인한다. 그러게, 나 어디 가고 싶었지?

네이버 지도 서비스의 저장 기능을 활용해 분류한 장소 정보 

이렇게 등록된 뉴 스팟은 네이버 지도 ‘저장’ 기능을 통해 범주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카페/식당/바/편집숍/서점/갤러리 등 9개의 카테고리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다. 각기 다른 색상의 라벨이 붙은 매장을 모아볼 수 있다는 건 특정 지역의 나들이 코스를 짜기 용이하다는 뜻. 내일 서촌에 놀러 갈 예정이라면 지도를 열어 서촌 일대에 저장해둔 가게를 체크한다. 점심밥은 효자동초밥에서 먹고 삭스타즈에서 겨울 양말 쇼핑을 즐긴 다음, 나흐바에서 필터 커피를 마셔야지! 해외여행을 떠나는 경우에도 달라지는 건 없다. 네이버 지도가 구글 맵으로 대체될 뿐이다.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5개의 카테고리에 따라 조금씩 채워지고 있는 구글 맵 런던 지역

지금까지 상업 공간 정보를 수집하는 소소한 팁을 공유했다. 써놓고 보니 허구한 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또 어디 가볼 데 없나’ 중얼거리는 사람 같다. 써놓고 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오해는 없길 바란다. 백날 돌아다녀도 결국엔 나도 가는 데만 가니까. 몰랐던 공간을 찾고 경험하는 일은 짜릿하지만, 내게 더 큰 기쁨을 안겨주는 건 정 붙일 단골 가게가 생기는 일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좇는 이 유난과 호들갑의 진짜 목표는 일상에 깊숙이 들어올 사적인 공간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100개의 핫플레이스보다 나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5개의 웜플레이스를 갖는 것. 오늘 소개한 내용 역시 저마다의 웜플레이스를 발견하는 과정에 작게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그나저나 내일은 또 어딜 가볼까?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