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평론가가 기대하는 2025년 영화 라인업

미키 17, 어쩔수가없다, 캡틴 아메리카는 너무 뻔해
미키 17, 어쩔수가없다, 캡틴 아메리카는 너무 뻔해

2025. 01. 16

안녕, 1월마다 올해 기대작 리스트를 들고 오는 영화평론가 김철홍이다. 기사를 준비하면서 새삼 느낀 건 세상에 기대작 관련 콘텐츠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사들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들이 있었으니, 바로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과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를 비롯한 마블 유니버스의 신작 영화들이었다. 2025년의 기대작을 말할 때 분명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영화들인 것은 맞지만, 과연 이 글에서까지 그 영화들을 다시 한번 언급해야만 할까? 그리하여, 그 누가 꼽아도 기대작일 유명 대작 영화들을 제외한 새로운 리스트를 마련해 봤다. 올해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지도 모르는 영화 단 한 편만이라도 건져 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컴플리트 언노운>

지금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할리우드 배우는 티모시 샬라메가 아닐까? 작년 <듄: 파트2> 홍보 차 한국을 찾았을 때 보여준 여러 가지 훈훈한 모습들로 인해 우리에게 더욱 좋은 인상을 남긴 그다. 그런 그가 2025년 또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바로 미국의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의 청년 버전으로 말이다. 

알려지기론 팬데믹과 몇 번의 파업으로 인해 준비 기간만 5년에 달한다고 하는데, 그로 인해 티모시 입장에선 긴 준비 기간을 가질 수 있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와 기타 연주 전부를 직접 소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감독은 <로건>, <포드 V 페라리> 등 다수의 걸작을 만든 제임스 맨골드이다.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만든 재능 있는 사람에 관한 영화는 늘 기다려질 수밖에 없다.

개봉일: 2월 26일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티모시 샬라메, 엘 패닝 등


<릴로 & 스티치>

2002년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공개되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릴로 & 스티치>의 실사 영화가 올해 5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인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 영화 버전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압도적 존재감을 지니고 있는 외계 생명체 스티치라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 디즈니 팬들의 전망이기도 하다. 그 기대엔 이 작품이 그리고 있는 세계관이 애니메이션이든 실사든 비주얼적으로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지는 부분이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릴로 & 스티치>로부터 파생된 다음 시리즈들이 시원찮았기에, 디즈니가 이 시리즈를 버리지 않고 계속 신경 써준다는 것 자체가 고마울 지경이다. 감독은 미국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후보에 오른 <마르셀, 신발 신은 조개>를 연출한 딘 플라이셔 캠프가 맡았다.

개봉일: 5월 예정
감독: 딘 플라이셔 캠프


<28년 후>

좀비 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 이견 없는 명작으로 회자되는 <28일 후> 시리즈의 공식 속편이 18년 만에 돌아온다. <28년 후>는 정확히는 <28주 후>가 아닌 1편인 <28일 후>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들리는 말로 <28년 후>와 1편을 연출한 대니 보일 감독은 2편을 연출한 감독의 선택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고 하니, 칼을 간 감독의 신작이 더욱 기대가 되는 측면이 있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퀵실버 역을 맡았던 애런 테일러존슨, <킬링 이브>의 조디 코머가 극한의 생존 게임을 펼친다고 한다.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은 이 작품으로부터 시작해서 추가로 3부작 영화를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만큼은, 영화 만드시는 분들이 오래오래 재활용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개봉일: 6월 예정
감독: 대니 보일
출연: 애런 테일러존슨, 조디 코머 등


<브루탈리스트>

작년에 열린 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여, 역대 베니스 영화제 ‘최연소 감독상’ 타이틀을 얻은 브레이디 코벳 감독의 영화다. 도대체 몇 살이길래 ‘최연소’였을까? 바로 만 35세(1988년생)였으니, 영화감독으로서는 정말 놀라운 성과인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1950년대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시대극으로, 홀로코스트를 피하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헝가리계 유대인 건축가의 성장담을 담았다고 한다. 비슷한 시대 배경 영화인 <피아니스트>의 주연을 연기한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주인공 라슬로를 연기한다. 잠깐, 이 영화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상영 시간이 무려 215분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가끔은 좋은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기도 하지 않는가? <브루탈리스트>가 그런 기분 좋은 감정을 안겨주는 영화이기를 바란다.

개봉일 : 2월 12일
감독 : 브레이디 코벳
출연 : 에이드리언 브로디, 펄리시티 존스 등


<검은 수녀들>

국내 호러/오컬트 영화 팬들을 설레게 할 신작 소식이다. 작년 <파묘>로 작품성과 흥행력을 동시에 인정받은 장재현 감독의 2015년 작 <검은 사제들>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인 <검은 수녀들>이 1월 24일에 개봉한다. 장재현 감독이 참여한 프로젝트는 아니나, 불모지라 불리는 한국 오컬트 영화 씬에서 간만에 탄생한 연속 오컬트 시리즈라는 점, 그리고 배우 송혜교의 11년 만의 영화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글리치>, <거미집>, <하얼빈> 등으로 점점 자신의 연기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배우 전여빈이 함께 구마에 나선다는 소식도 반갑다. 

<검은 수녀들>의 관전 포인트는 아무래도 바뀐 성별이다. 공개된 예고편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수녀가 무슨…”이었는데, 이 말이 예고편에 암시된 그 어떤 것들보다 섬뜩하게 다가왔다. 검은 수녀들이 우리 사회의 여러 방면에 남아 있는 악귀들을 시원하게 퇴치해 주는 모습을 보고 싶다.

개봉일: 1월 24일
감독: 권혁재
출연: 송혜교, 전여빈 등


<폭설>

폭설

한국 영화의 새로운 이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도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데뷔작 <소리도 없이> 한 편으로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킨 홍의정 감독의 신작이 그 주인공이다. 신인 박선우 감독이 공동 연출로 이름을 올렸다. 

폭설로 뒤덮인 외딴 기차역에서 벌어지는 심리 스릴러 극으로, 그곳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역무원 역을 김윤석 배우가, 후임자를 구교환 배우가 연기한다고 한다. 연기력을 부정할 수 없는 두 배우가 <모가디슈>에서 이미 한차례 호흡을 보여준 바 있다는 점, 그리고 <소리도 없이>의 두 주인공 또한 베테랑과 신입의 대립 구도가 인상적이었다는 점 등이 <폭설>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떠오르는 스타 노윤서 배우의 출연도 예정되어 있다.

개봉일: 미정
감독: 홍의정, 박선우
출연: 김윤석, 구교환 등


<플로우>

포스터에 있는 검은 고양이를 한 번 보고 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로봇 드림>과 같은 동물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기다리고 있을 영화가 바로 <플로우>일 것이다. 참고로 이 영화 역시 <로봇 드림>처럼 대사 없이 극이 진행된다고 한다. 작년 칸영화제에 첫 공개되어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이끌어냈던 작품으로, 무엇보다 아름다운 장면 묘사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년 부산영화제에 초청됐을 당시 해당 프로그래머는 감독 긴츠 질발로디스를 두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를 이을 애니메이션계의 거장”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이야기는 지구를 덮친 대홍수 직후를 시점으로 진행된다고 하는데, 이토록 압도적인 비주얼을 지닌 애니메이션 영화에 과연 줄거리가 얼마나 중요할까 싶기도 하다. 부디 예고편을 꼭 한 번 보시길 권한다. 

개봉일: 2025년 상반기 예정
감독: 긴츠 질발로디스


<굿뉴스>

굿뉴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등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의 신작이다. 2023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길복순>은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속적으로 자신만의 독창성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은 감독인 것은 맞다. 

<길복순>이 <불한당>에 가까운 액션 영화였다면, 신작 <굿뉴스>는 <킹메이커>와 결이 비슷한 영화로 예상된다. <굿뉴스>가 소재로 삼은 사건이 요도호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1970년 일본 상공에서 일어났던 요도호 하이재킹(항공기 납치) 사건을 소재로 한 재난 범죄극이다. 다른 무엇보다 굿 뉴스는 류승범 배우가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아닐까.

개봉일: 2025년 하반기 예정
감독: 변성현
출연: 설경구, 홍경, 류승범 등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작년 연말 여러 해외 매체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 리스트를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기억한 것이 아니라, 사이트앤사운드, 필름 코멘트, 그리고 버락 오바마를 비롯한 많은 매체(?)가 이 영화를 ‘2024년 베스트 영화’ 1위로 선정했었기 때문이다.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영화이기도 하다. 

86년생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이 영화는 인도의 최대 도시인 뭄바이에 살고 있는 MZ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도라는 나라에 생소한 우리의 입장에선 ‘대도시 뭄바이의 사랑법’ 같은 영화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영화제에서 미리 볼 수 있었는데, 단언컨대 춤과 노래가 가득한 인도 영화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깨뜨릴 수 있는 영화가 될 거라 생각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OST가 흘러나오는 영화이기도 하다.

개봉일: 미정
감독: 파얄 카파디아
출연: 카니 쿠스루티, 다비야 프라바 등


<부고니아>

한국 영화 중 비운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가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그것도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말이다. 소수의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만 유명한 줄만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심지어 감독은 <더 랍스터>, <킬링 디어>, <가여운 것들> 등의 괴작을 연출한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다. 

장준환 감독이 직접 각본에 참여했다는 것도 좋은 의미로 끔찍하다. 원작도 정말 혼란스러움 그 자체인 영화인데, 그로테스크한 연출의 끝판왕인 요르고스 란티모스와 한국인 원작자 장준환이 빚어낸 결과물은 얼마나 어지럽고 아름다울 것인가! 과연 올해 말에 우리가 보게 될 영화들은 작년 말 우리가 마주했던 현실을 이길 수 있을 것일까? 여러 의미로 <부고니아>에 거는 기대가 크다.

개봉일: 11월 북미 개봉 예정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엠마 스톤, 제시 플레먼스 등

About Author
김철홍

제25회 씨네21 영화평론상에서 최우수상 수상. 영화 글과 평론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