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테슬라’라는 기업을 어떤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계신가요? 누군가에게는 자동차 시장을 흔드는 기술 기업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주식 시장의 강자 ‘TSLA’로,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유별난 CEO의 행보에 대한 뉴스 거리로 받아들여질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제 자동차 업계의 신인이 아니라 20여년 동안 차를 만들어 온 기업이고 전기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브랜드가 됐습니다. 아직도 테슬라가 가고 있는 길이 진짜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테슬라는 그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전기 자동차에 대한 가능성, 기대, 현실
테슬라는 2003년 세워진 회사입니다. 벌써 역사가 20년이 훌쩍 넘은, 역사를 만들어가는 기업입니다. 이 회사에 처음 이름을 올린 사람은 CEO 마틴 에버허드와 CFO 마크 타페닝입니다. 회사의 이름은 교류 전기를 개발한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을 따서 ‘테슬라 모터스’라고 지었습니다.
이들이 전기차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GM의 EV1 때문이었습니다. 전기차에 대한 아이디어들은 많이 있었지만 이제까지의 모든 자동차 패러다임을 뒤엎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를 실제로 이끌어내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GM은 1996년 캘리포니아 정부의 무공해 차량 제도화 흐름에 발 맞춰 배터리 중심의 차량을 개발,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처럼 리튬 중심의 배터리 기술이 자리를 잡지 못했던 시절이기 때문에 납 전지와 니켈 수소 배터리를 이용했지만 EV1은 배터리와 모터를 자동차에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1999년을 마지막으로 EV1은 생산을 멈췄지만 EV1이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은 사실입니다.
테슬라의 창업자들은 멈춰버린 전기자동차의 가능성을 살려내고 싶었고, 미국의 쭉 뻗은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멋드러진 스포츠카를 만드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전기 자동차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개발, 생산, 그리고 인프라가 필요했고, 당연히 이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습니다.
2004년,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모터스에 이름을 올립니다. 경영인은 아니었고, 초기 시리즈 A 펀딩에 650만 달러(한화 약 90억 원)를 투자하면서 최대 주주가 됐고, 이사회 의장도 맡게 됐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당시 온라인 간편 결제 플랫폼인 페이팔을 매각하면서 1억 달러를 벌었기 때문에 다음 관심거리를 찾던 중이었고, 650만 달러는 그에게 충분히 도전해볼 만 한 비용이었을 겁니다. 다른 또 하나의 관심사는 화성에 가겠다는 스페이스 X였으니 일론 머스크가 지향하는 기술의 방향성은 꽤 뚜렷했습니다. 20세기 소년들이 꿈꾸던 미래 기술이죠.
#테슬라 로드스터, 전기 스포츠카의 꿈
투자가 시작되면서 테슬라 모터스는 본격적으로 차량을 개발합니다. 테슬라의 첫 차량을 모델 S로 기억하실 수 있지만 첫 차량은 2002인승에 지붕이 열리는 ‘로드스터’였습니다. 애초 목표로 삼았던 전기 스포츠카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대중적인 성공보다는 회사의 기술력과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2006년 컨셉이 공개됐고, 실제 차량은 2008년부터 생산이 이뤄졌습니다.
로드스터는 아주 소량만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의 기가 팩토리 같은 공장도 아니었고,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의 쉐보레 서비스 센터에서 수작업으로 생산됐습니다. 저도 2013년 즈음 멘로파크의 테슬라 전시장에 들렸다가 새빨간 전기 로드스터를 보고 홀딱 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1억원을 넘겼던 이 차량은 GM의 EV1이 보여주려고 했던 컨셉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통해 250마력 수준에 시속 100km까지 4초대에 이르는 현대적인 성능을 더했습니다.
하지만 생산이 쉽지 않았고, 대중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퍼차저를 비롯해 대중적인 전기차 충전 환경이 전무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가정용 충전기에 의존해야 했고, 한 번 충전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는 배터리를 채우는 일이 버거운 일이었지만 내연기관과는 다른 자동차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에 확신을 가진 인물이 바로 일론 머스크였습니다. 로드스터가 성공적으로 완성되자 일론 머스크는 지속적으로 투자를 끌어 들였고,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을 에버허드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참여한 4500만 달러(한화 약 630억 원) 대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습니다.
이 즈음 일론 머스크는 회사 경영에 직접 뛰어들 욕심을 내비쳤습니다. 그 전까지는 가능성에 투자했지만 서서히 그 결과에 대한 확신이 들면서 스스로의 생각을 담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사회는 2007년 기존 CEO인 마틴 에버허드를 기술 사장으로 임명하고 마크 타페닝은 회사를 떠났습니다. 이후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오긴 했지만 1년 뒤 2008년 일론 머스크는 스스로 CEO 자리에 오릅니다. 그 과정은 사실 매끄럽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론 머스크가 주도한 지금의 테슬라는 결과론적으로 명확한 성과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언급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이 때부터 우리가 알던 테슬라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테슬라의 목표는 로드스터로 시작했지만 고급 차량으로 시장을 키우고 이후에 점차 보급형 차량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가격을 낮추는 것은 큰 목표였지만 배터리 가격이 만만치 않았고,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초기 설계, 생산과정과 인프라 확충까지 이 모든 경험을 제대로 만들어내려면 초기 차량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고급 세단 영역의 모델 S가 개발이 시작됩니다. 이제부터 진짜 양산 차량의 비즈니스가 이뤄진다는 상징성을 갖는 것이 바로 이 모델 S였습니다. 2010년, 본격적인 채비가 이뤄집니다. 프리몬트에 대량 양산을 위한 공장을 토요타에서 인수했고, 본격적인 개발과 생산을 위해 TSLA는 드디어 나스닥에 TSLA로 상장했습니다.
이 때 주가는 17달러였는데 테슬라는 급격한 주가 상승으로 5대 1, 3대 1 규모의 주식 분할이 이뤄졌으니 지금 가치로는 한 주에 1.13달러인 셈입니다. 요즘 테슬라의 주가는 400달러를 넘나들고 있으니 약 350배가 올랐네요.
테슬라는 계획대로 2012년 모델 S를 출시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전기차에 대한 시도는 있었지만 배터리와 충전 인프라에 대한 그림이 너무 방대했기 때문에 완전한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생각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더 많은 시간을 두고 서서히 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100% 전기차 브랜드로 시작했고, 많은 우려 속에서도 공격적으로 차량을 가다듬어 갑니다.
모델 S는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누립니다. 한 번 충전으로 500km 이상 달릴 수 있었고, 모터와 배터리의 여러 가지 조합으로 기존의 고성능 세단을 넘어 스포츠카, 수퍼카 영역의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 모델 S 이후의 테슬라는 소프트웨어에 매우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브랜드 소프트웨어의 역할 ‘관계 유지’
테슬라의 15인치 디스플레이는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물리 버튼을 없애고 차량의 모든 제어를 이 디스플레이 안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모델 S를 처음 타보고 오디오나 내비게이션을 넘어 공조기, 선루프 등 차량의 제어를 대부분 디스플레이 안에서 처리하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로도 테슬라는 이따금 운전해 볼 일이 생길 때마다 점점 다른 차량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로 차량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차 안에 LTE 모뎀이 달려 있어서 인터넷이 되고, 원격으로 차량을 다루는 경험도 테슬라를 통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테슬람’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합니다. 당연히 그 자체로 옳지 않은 멸칭입니다. 테슬라의 팬들이 테슬라에 대해서 맹목적으로 믿음을 갖고 다른 브랜드는 무시하는 것을 담은 표현인데, 이 역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마찬가지로 타 차량에 대해서 날선 표현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논란을 떠나 이를 브랜드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풀어보자면 테슬라는 아주 높은 수준의 브랜드 신뢰도를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 안에는 여러가지 개선을 이어가는 것이 있지만 그보다도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테슬라는 지금도 출시된 지 10년이 넘어가는 차량들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꾸준히 이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기능을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테슬라는 소프트웨어가 중심이고, 차량 경험의 대부분을 소프트웨어로 완성해 간다는 느낌을 이용자들에게 주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브랜드가 나를 아직 버리지 않았구나’라는 신뢰를 줍니다. 자동차는 많은 사람들에게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애착을 갖고 감정을 나누면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생깁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브랜드들의 마무리는 ‘다시는 안 산다’로 맺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까지 자동차 브랜드와 소비자가 교감을 하는 수단은 정기 점검과 초기 수리, 소모품 교환 등 오프라인 서비스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3년, 8만km 따위의 보증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는 사이가 매우 좋다가 그 이후로는 큰 돈이 들어가는 고장, 사고 등으로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리 좋은 감정이 이어지기는 쉽지 않지요. 사실상 보증 기간이 끝나면 ‘남남’이 되는 셈입니다.
소프트웨어는 차량을 매개체로 이용자와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이어주는 최적의 수단입니다. 테슬라는 그 부분을 잘 짚었고, 각 차량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해서 업데이트를 해 줍니다. 2012년에 생산된 첫 모델 S도 하드웨어 제한 때문에 FSD(Full Self Driving)까지는 안 되지만 지금도 업데이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기술 지원이 이뤄지면서 차량과 브랜드의 관계가 끝나지 않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테슬라 운전자들이 ‘다음 차도 테슬라’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결국 차량의 경험이 구입하는 시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사실 테슬라는 자동차로서는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근래에 나오는 차량들도 ‘차를 오래 만들어 보지 않았구나…’라고 느끼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서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방향 지시등 레버를 살짝 당겼을 때 기존에는 램프가 3번 깜빡이고 꺼져서 이용자들이 이걸 5번, 7번 처럼 설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을 꽤 오랫동안 해 왔습니다.
그렇다고 테슬라가 이런 요구를 바로 들어주지는 않습니다. 대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테슬라는 방향 지시등이 켜지는 회수를 조정하는 방법 대신 차선을 완전히 바꿀 때까지 깜빡이를 계속 작동하도록 했습니다. 의도를 파악해서 다음 차선에 안전하게 들어오면 그때 깜빡이를 끄는 겁니다. 테슬라 다운 방법입니다. 이런 기능들을 갖춘 차량은 있지만 오래 전 출시한 차량에 소프트웨어로 이렇게 새로운 운전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테슬라의 매력인 셈이지요.
테슬라의 차별점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보니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옵션을 유료로 팔고 있습니다. 현재는 ‘향상된 오토파일럿’과 ‘풀 셀프 드라이빙(FSD)’ 두 가지를 판매 중인데 이를 통해서 차량의 경험이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오래 전 일이지만 모델 S의 초기 모델이 배터리 용량과 모터 출력을 기반으로 세부 모델을 꽤 복잡하게 나누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 때도 소프트웨어로 출력을 풀어내는 옵션을 판매한 적이 있습니다. 차량은 똑같이 만들되, 배터리의 출력과 사용량 제한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인 BMS로 처리해서 차량을 구분한 겁니다. 생산을 단순화하면서도 모델을 가르고, 추후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시험한 셈입니다.
그럼에도 자동 와이퍼가 제대로 속도를 맞추지 못한다거나, 새로 나오는 차들의 초음파 센서를 떼어내서 자동 주차를 막고, 잘 가던 도로에서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일도 종종 일어납니다. 이런 일들이 모두 카메라로만 주변을 읽겠다는 고집 때문이어서 부아가 치밀 때도 있지만 언젠가는 소프트웨어로 해결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에 큰 불만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국내에서 스스로 주행하는 FSD가 언제 활성화될 지는 아직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독자 규격에서 표준으로, 수퍼 차저의 충전 경험
테슬라의 이면은 역시 전기차입니다. 전기차에 대한 가장 큰 거부감은 충전이 불편하다는 점일 겁니다. 테슬라 로드스터가 나올 때만 해도 미국에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없다시피 했고, 가정용 충전기를 쓰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델 S를 통해 대량 공급을 꾀하면서 테슬라는 스스로 인프라에 투자합니다. 바로 수퍼차저지요.
2012년 9월, 모델 S의 생산과 함꼐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주 6곳에 수퍼차저 충전소를 세웠습니다. 100kW로 충전할 수 있었고, 이는 기존 충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였습니다. 이후 테슬라는 미국에서 수퍼차저를 엄청난 속도로 세웁니다. 2014년 테슬라는 모델 S를 홍보하기 위해 미국 대륙을 횡단하기로 했고, LA에서 뉴욕까지 5천575km를 76시간 반 만에 달렸습니다. 인프라만 있으면 장거리 주행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테슬라의 인프라가 적절히 배치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지요.
현재 수퍼 차저는 전 세계 6500곳에 6만 개 넘게 설치되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수도권에는 상당히 많은 곳에 설치되어 있고, 전국적으로도 주요 도시에는 충전소가 있습니다. 아직 고속도로에 수퍼차저가 없는 것은 불편하지만 어디에서든 필요할 때 가서 충전할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행인 것은 국내 고속도로에서의 충전이 해결될 것 같다는 점입니다. 국내 횐경은 수퍼차저 외에는 대부분 DC콤보로 불리는 CCS1 방식으로 충전을 해 왔습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2023년 충전 커넥터를 CCS1에서 테슬라의 커넥터로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GM과 포드가 먼저 테슬라의 규격을 쓰기로 결정했고, 다른 차량들도 이에 참여하면서 앞으로 미국에 판매되는 차량은 서서히 테슬라 충전 규격을 쓰게 됩니다.
CCS1을 쓰는 시장은 우리나라밖에 남지 않게 된 점이 전기차 시장 관점에서는 걱정되긴 합니다. 대신 국내에는 늘어나는 테슬라 차량들의 수요에 따라서 수퍼차저는 아니지만 테슬라 충전 규격이 개방되면서 타 충전 사업자들이 이 커넥터를 적용한 충전기를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커넥터 규격의 이름이 ‘북미 충전 표준’이라는 점입니다. 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를 줄여 NACS, 더 줄여서 ‘낙스’라고도 읽더라고요. 한 기업의 규격이 산업 표준으로 전환되는 흔치 않은 사례인데, 그 이름까지 북미 표준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을 보면 테슬라의 영향력은 대단해 보입니다.
수퍼차저는 그 충전속도도 만족스럽지만 무엇보다 충전 경험이 뛰어납니다. 배터리가 부족할 것 같으면 테슬라 차량은 경로에 수퍼차저 충전소를 끼워넣고 배터리를 충전하기 좋게 데웁니다. 충전소에 가는 동안 몇 개 커넥터가 남았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고, 도착해서는 로그인이나 결제 같은 과정 없이 그냥 커넥터를 꽂으면 바로 충전이 시작됩니다. 충전기와 차량이 통신하기 때문에 차량에 등록한 결제 방법으로 요금이 지불되니 충전소에서는 바로 충전만 하면 됩니다.
무엇보다 충전소의 현황을 쉽게 알 수 있고, 도착했을 때 고장으로 충전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일이 없습니다. 고장난 스톨의 현황도 알 수 있고, 고장에 대한 대처도 빠릅니다. 그러니까 충전소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가면 꼭 충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줍니다. 이게 저도 전기차를 타기 전까지는 잘 몰랐던 불편인데, 생각보다 충전소에 도착해서 골탕을 먹는 일이 꽤 있습니다.
#역설적인 테슬라의 키워드’ 신뢰’
일론 머스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와 관계 없이 테슬라를 꿰뚫는 키워드는 ‘신뢰’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이상한 부분도 많고 부족한 점도 많지만 그럼에도 뭔가 되고 있다는 확신을 주고, 생각하는 시나리오가 아주 쉽고 단순하게 이뤄집니다.
그 중심에 소프트웨어가 있습니다. 이전까지 자동차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모두 소프트웨어로 관리되고, 그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가면서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테슬라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사실 소프트웨어 개발은 그 자체로 비용이고, 그 동안 팔린 모든 차들에 맞춰 최적화와 배포까지 하는 것은 큰 부담입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분명합니다. 소비자들이 차량에 대해 늘 새롭다는 느낌을 받고, 사소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해결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그게 결국 브랜드에 대한 믿음과 충성도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 테슬라입니다. 우리는 어떤 것이든 제품을 두고 회사와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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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섭
지하철을 오래 타면서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모바일 기기들이 평생 일이 된 IT 글쟁이입니다. 모든 기술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공부하면서 나누는 재미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