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객원 에디터 김고운이다. 직장인은 여름과 겨울에 괴롭다. 극한의 날씨에서 출퇴근을 하며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겪기 때문이다. 겨울 출퇴근 만원 지하철을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고단하다. 지하철에 타는 순간 안경이 뿌옇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패딩은 발산해야 할 열기마저 가둬버리고 부피가 커 옆 사람과 붙게 만든다. 결국 땀을 삐질삐질 흘리게 되고, 겨울에 흘리는 땀도 불쾌하긴 마찬가지. 이것이 내가 얼죽코(얼어 죽어도 코트)까진 아니어도 패딩보다 코트를 선호하는 이유다.
코트의 역사는 매우 길다. 현대적 형태의 코트만 해도 18세기 정도에 등장했고, 그 의미를 확장하면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도 한다. 오늘은 현대 코트의 여러 종류 중 큰 줄기를 이루는 코트에 담긴 이야기와 더불어 추천 상품을 준비했다. 오늘 다룰 코트의 종류는 발마칸, 더플, 싱글, 피 코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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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마칸 코트
Balmacaan Coat
코트의 단정한 분위기는 이미 미니멀 패션과 잘 어울리지만 그중에서도 발마칸 코트는 미니멀 패션 유행에 힘입어 현재 가장 사랑받는 코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하지 않은 카라, 화려하지 않은 원단 그리고 무릎 정도까지 내려오는 기장은 단순, 단정한 매력이 있다. 같은 흐름인 슬랙스나 와이드 핏 바지와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이다.
발마칸 코트는 19세기에 스코틀랜드 고원지대 발마칸(Balmacaan) 지역에서 입기 시작했다. 당시 이 지역 사람들은 양을 치면서 생계를 유지했는데 발마칸 코트는 고산지대의 추위와 습기를 막기 위한 옷이었다. 그래서 ‘소매 달린 담요’라고 불릴 정도로 두껍고 영국 전통 소재인 트위드 원단을 이용해서 만들어졌다. 발마칸 코트의 가장 큰 특징인 카라와 레글런 슬리브 역시 방한 기능과 관련이 있다. 카라는 세웠을 때 목을 보호하기 좋은 크기로 고안되었고, 시접 부위로 비가 흡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깨에 시접이 없는 래글런 슬리브로 만들어진 것.
산속에 있던 발마칸 코트를 대중에게 알린 사람은 영국 국왕 에드워드 8세. 엘리자베스 여왕의 큰아버지인 에드워드 8세는 그야말로 패션의 아이콘이었다. 70년 전 사진이지만 요즘 기준으로 보아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빼어난 패션 센스와 수려한 외모 덕에 영국 국민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 에드워드 8세가 발마칸 코트를 즐겨 입으면서 대중적인 패션으로 확대되었다.
부기홀리데이는 이 시기의 복식 문화를 사랑하는 국내 브랜드다. 아메리칸 캐주얼의 근간이 되는 19세기 20세기의 유럽 패션이다. 부기 홀리데이가 생각하는 발마칸 코트는 어떨까. 전통을 충실히 계승한 모습이다. 울 블렌드 원단으로 제작되었고 단추 위에 겉감이 있어 단추가 드러나지 않아 클래식하게 연출할 수도 있다. 그리고 탄탄한 어깨를 가진 다른 코트와 달리 레글런 슬리브로 어깨를 감싸면서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곡선이 아름답다. 가격은 49만 8,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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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플코트
Duffle Coat
20년 전, 중학교에 입학할 때면 교복과 함께 어울리는 코트도 같이 구매하곤 했다. 거친 울 소재에 체크 안감의 더플코트다. 더플코트는 여미는 단추가 떡볶이 떡을 연상시킨다 하여 ‘떡볶이코트’라고 불렸다. 이런 경험 덕에 더플코트는 아련한 학창 시절을 연상시키는 캐주얼 아이템으로 인식되지만 직장인에게도 유용한 선택지다. 교복과 잘 어울렸다면 비슷한 성격을 가진 출근룩과도 잘 어울릴 테니까.
더플코트는 19세기 벨기에의 더플(Duffel) 지역에서 시작됐다. 역시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현재까지 더플코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모자는 바람을 막기 위한 용도였고 장갑을 끼고도 옷을 여밀 수 있도록 토글(Toggle) 단추를 사용했다. 더플코트는 1880년대 영국 해군이 더플코트를 유니폼으로 채택하면서 본격적으로 생산되었다. 이후 세계대전을 겪으며 영국 육군까지 보급되었고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이 입으면서 인기를 끌었다. 사령관 몽고메리 장군이 병사용 보급 코트를 입는 모습이 대중에게 귀감이 되었던 것.
전쟁이 끝나고 병사들이 입었던 더플코트를 대중에게 보급한 브랜드가 오늘 소개할 ‘글로버올’이다. 전쟁이 끝난 5년 후인 1951년에 설립된 글로버올은 군용 더플코트의 투박한 부분을 일상생활에 편리하게 바꾸어 출시했다. 요즘 더플코트에서 보이는 토글 단추의 가죽 스트랩이나 체크 안감이 이때 개발되었다.
글로버올의 대표 제품은 ‘몬티’다. 몽고메리 장군의 별명을 따서 만든 이 모델은 출시 당시 특징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클래식 코트 중 유일하게 달려있는 모자와 두 개의 큰 주머니, 그리고 어깨 덧댄 네모난 요크가 주된 특징이다. 더플코트는 점잖은 분위기를 포기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발랄한 매력이 있다. 정장 위에 입어도 문제없다.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귀를 모자로 보호하는 기능은 덤이다. 가격은 80만 원 중반대로 만만치 않지만 더플코트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생산된다는 상징성을 고려한다면 눈을 질끈 감고 질러봄직 하지않을까. 구매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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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코트
Single Coat
중학교에 올라가며 더플코트를 샀다면 대학교에 올라가면서는 싱글 코트를 구매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학기 초 어색하게 싱글 코트를 입고 교정을 돌아다니는 신입생들이 떠오른다. 이처럼 싱글 코트는 성인이 되었다는 징표 같은 역할을 했다. 이런 싱글 코트의 상징성은 역사에서 비롯된다. 싱글 코트의 원형은 ‘체스터필드 코트’다. 현대 코트 디자인의 원형인 체스터필드 코트는 1830년대에 등장했다. 이전까지 남성은 몸에 붙는 코트를 입었다면 체스터필드 코트는 허리 곡선을 삭제하고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실루엣이다. 이로 인해 답답함이 해결된 것은 물론이고 코트 안에 취향에 따라 이너를 자유롭게 입을 수 있게 됐다.
싱글 코트는 범용성이 좋다. 여러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다. 정장부터 후드까지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탄탄한 기반이 있는 클래식은 이토록 자유롭다. 하지만 몸에 붙는 사이즈는 피하자. 몸에 붙을수록 스타일이 제한되고 무엇보다 춥다. 안에 입을 옷들을 고려하여 사이즈를 선택하자.
LF몰에서 전개하는 TNGT는 직장인이 입문용으로 코트를 구매하기 적절하다. 규모가 큰 브랜드인 만큼 다양하고 좋은 품질의 코트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TNGT 루즈핏 싱글 코트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여유롭다. 특히 넉넉한 기장이 코트의 장점을 부각시킨다. 코트는 걸을 때 찰랑일수록 멋스러우니깐. 색상은 블랙과 그레이로 출시됐다. 올겨울에 코트를 구매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싱글 코트가 없다면 TNGT 싱글 코트로 시작해보자. 가격은 29만 9,000원. 구매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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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코트
Pea Coat
현대 코트의 발상지인 유럽 국가들은 제국주의의 영향으로 해군이 강세였다. 더플코트처럼 해군을 위한 코트들이 계속 개발되었고, 피 코트도 마찬가지다. 큰 카라와 더블 브레스티드 구성이 특징인 피 코트는 1880년대 네덜란드에서 시작됐다. 피 코트(Pea coat)라는 이름은 ‘울로 거칠게 짠 옷’을 뜻하는 ‘pije’라는 네덜란드 단어에서 유래했다. 네덜란드 해군이 입던 피 코트가 19세기 후반 영국과 미국 해군에 소개됐다. 미 해군에서 피 코트는 배의 갑판에서 일하는 보직에 주로 보급이 되었다. 기장을 짧게 하고 엉덩이 품을 크게 변형하여 활동성을 높였다. 또 제작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물건을 담을 수 있는 주머니 외에 머프(muff) 포켓을 추가하여 손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피 코트는 빈티지나 밀리터리 마니아에게 사랑을 받는다. 옛 제품을 재현하는 복각 브랜드에서 빠지지 않는 제품이 피 코트이기도 하고. 그래서일까 피 코트는 밀리터리 분위기가 짙다. 그래서 일상과 융화시키기 위해선 여유 있는 사이즈를 선택하는 편이 좋다. 기왕이면 슬림한 바지보다는 와이드한 바지와 매치해보자. 슬림한 바지와 매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강인한 이미지가 업무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코스의 피 코트는 품과 기장을 늘려 마치 병사의 군기처럼 오리지날에 잡혀있던 힘을 뺐다. 집에 있는 다른 옷과도 무리 없이 매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건 코스의 특기다. 어떤 옷이든 보기에 편안하다. 피 코트의 정체성인 큰 카라는 유지하면서 유려한 곡선으로 실루엣을 변형하여 묵직한 코트에선 볼 수 없는 경쾌한 매력이 있다. 싱글 코트 같은 기본 코트는 이미 있고 색다른 코트를 찾는다면 피 코트가 제격이다. 가격은 45만 원. 구매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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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운
패션 관련 글을 씁니다. 헛바람이 단단히 들었습니다. 누가 좀 말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