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맨즈 필라테스 영업하러 온 객원 에디터 차영우다. 꾸준히 러닝을 하다 보니 자잘한 부상에 시달렸다. 특히 뉴욕 마라톤을 완주한 뒤에는 무릎을 꿇고 앉을 수 없을 정도로 햄스트링이 수축된 상태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재활과 관련된 운동에 관심을 가졌고, 그때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필라테스를 1년쯤 하고 나니 무릎을 꿇고 앉았을 때 엉덩이가 발뒤꿈치에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시카고 마라톤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필라테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고관절 가동 범위를 늘리고 발바닥의 밸런스를 되찾고, 발목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서 운동했다. 그러자 아킬레스건 통증이 없어졌다. 30km 이상 장거리 러닝도 여러 번 성공할 수 있었다. 필라테스로 쌓은 깊은 근육의 근력이 종합적으로 운동의 퍼포먼스를 향상시켜주었다.
수많은 장점을 설명하면서 남자 동료들에게 필라테스를 추천하면 다들 어딘가 쑥스러워하는 표정이 된다. 그리고 한결같이 돌아오는 대답은 이렇다. “필라테스는 좀…” 그 뒤에는 대체로 필라테스에 대한 편견이 이어진다. 여자 동료들은 필라테스를 권하면 시작이라도 하는 반면, 남자 동료는 한 명도 함께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남자들에게 물어봤다. 필라테스, 왜 안 하세요?
필라테스 고민 상담소 오픈!
전문가에게 답변을 들었습니다
Interviewee 김선아 @airly_____
에어필라테스 원장, 캐나다 스탓 필라테스 국제 자격, PMA-NCPT 국제 공인 필라테스 지도자 자격 보유
Q. 필라테스 상담을 다녀온 남자입니다. 제가 방문한 센터는 남자는 개인 수업만 수강할 수 있고 그룹 수업은 참가하지 못한다고 해서 우선 상담을 끝내고 돌아왔어요. 필라테스는 주로 여자들이 많이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 상담으로 남자는 여건상 하기 힘든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자가 하기 어려운 운동이 맞나요?
A. 우선 시작하려고 용기를 내신 점에 응원을 보내고 싶어요. 저는 상담할 때 모든 분들께 성별에 대한 제한이 없다고 말씀을 드리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룹 수업에 남녀가 다 섞여 있더라도 모두 개의치 않으시는 듯합니다. 생각보다 꽤 힘든 운동이라서 동작에 집중하다 보면 타인을 신경 쓸 겨를이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 필라테스 스튜디오의 주 고객이 여성이 많은 편이라 인테리어나 시설이 여성에게 맞추어져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필라테스를 만든 사람은 ‘조셉 필라테스’도 남자입니다. 생전에 조셉 필라테스가 말씀했듯이 필라테스는 ‘남녀노소 나이를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운동’입니다. 강사의 입장에서도 회원님들의 신체적 고민을 해결할 수 있도록 운동을 가르치는 일이 제일 중요하고, 성별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Q. 저는 운동 ‘찍먹’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크로스핏은 확실히 힘이 붙는 게 느껴졌어요. 그러다 필라테스가 속근육을 강화해준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피부에 와닿지가 않았어요. 필라테스를 하면 정확히 몸의 어떤 능력이 좋아지나요? 근육 이완을 도와주기만 하는 것은 아닌가요?
A. 필라테스는 단순히 근육을 이완시키거나 코어 강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신체 퍼포먼스를 강화시키기 위한 운동이에요. 우리 몸에는 대근육과 함께 속근육(깊은 근육층)도 존재합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대근육을 사용하면서 근력이 좋아지게 되죠. 필라테스는 깊은 근육을 강화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부상 예방, 일상생활에서의 근육 사용 능력이 향상됩니다. 필라테스는 흐름에 맞는 다양한 동작을 통해 근력 강화, 유연성 향상, 자세 개선, 정신적 안정감을 가지게 해주는 운동이에요. 몸 전체의 통합적인 기능을 개선하는 운동입니다.
Interviewee 권지혜 @all_pila
올필라테스 원장, 재활 운동 전문가
Q. 유튜브를 보면서 필라테스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따라하려니 쉽지가 않네요. 꼭 센터에 가서 선생님께 수업을 들어야 할까요?
A. 필라테스는 꼭 전문가에게 오프라인 수업을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재활 필라테스 전문가로 현장에 있다 보면 혼자 영상을 보고 따라하다 오히려 부상을 입어서 찾아오는 경우가 3~40% 정도였습니다. 특히 원하는 부위에 대한 운동을 골라서 보고 따라하는데 이게 오히려 역효과가 나서 신체 기능적으로 불리해진 상태로 수업을 들으러 오는 분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현재 내 몸의 구조와 기능을 전문가에게 점검 받고 운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하면 안 되는 동작이 무엇인지, 목적을 위해 더 해야 하는 동작이 무엇인지 진단받고 부상 없이 원하는 몸을 만들 수 있습니다.
Q. 사회인 야구를 하며 포수를 맡아 했습니다. 친구가 필라테스 센터를 오픈해서 운동하러 갔는데 몇 가지 동작을 점검해 보더니 재활 전문 센터로 가라고 권유 받았습니다. 재활과 일반 필라테스는 많이 다른가요? 재활 전문 센터는 어떻게 찾아야 하나요?
A. 두 필라테스는 접근 방법부터 많이 다릅니다. 일반 필라테스는 신체에 핸디캡이 될 만한 통증이 없고 관절에 이상이 없다는 전제 하에 운동 능력에 대한 범위를 넓히는 운동입니다. 재활 필라테스는 의사의 진단 아래 발견된 관절 증상, 만성 통증을 운동 처방 전문가가 질환 부위부터 기능 부전 개선 및 통증 완화에 목적을 두고 수업을 진행합니다. 특히 재활 전문 스튜디오를 찾을 때는 강사진이 재활 전문 세미나를 주기적으로 수료하고 있는 곳인지 상담 때 체크해보세요.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질환이 개선될 수 있는지 상담 때 꼼꼼히 물어보시는 게 좋습니다.
Interviewee 지윤정 @karuna_studio_kr
필라테스 & 요가 강사
Q. 직장에서 자주 멘탈이 흔들리는 직장인 남자입니다. 요가와 필라테스를 추천받았는데 무슨 운동을 할지 고민입니다. 요가와 필라테스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어서 고르기가 망설여집니다.
A. 요가와 필라테스는 의식적이고 섬세하게 신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필라테스는 프레임이나 가동범위 안에서의 움직임으로 집중과 흐름을 만들어 가는 운동이에요. 반복 동작으로 신체에 대한 인지력, 제어 능력을 향상시켜 점진적으로 가동 범위를 향상시킵니다. 그러면서 코어의 힘을 기반으로 신체의 모든 움직임을 철저하게 컨트롤합니다. 요가는 아사나를 연습하면서 신체를 단련시키지만 본질적인 지향점이 사마디(마음의 고요)인 만큼 필라테스 보다 더 정신적으로 이어지는 측면이 많아요. 요가는 프레임을 지키는 필라테스보다 ‘육체의 한계를 넘어가고자’ 합니다. 이것은 요가의 바이블인 ‘요가 디피카’의 부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차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필라테스는 조금 더 ‘운동’으로 다가가면 좋을 것 같고, 요가는 ‘수양’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다가가는 것이 좋습니다.
자문자답 차영우 에디터 @eunnok
부지런한 필라테스 6년 차 수강생
Q. 필라테스를 시작하기에 앞서 가장 망설여지는 이유 중 하나는 복장입니다. 꼭 달라붙은 타이츠나 티셔츠를 입어야 하나요? 다른 옷은 안될까요?
A. 당연히 가능하죠! 처음 시작한다면 신축성이 좋은 옷인지만 체크해보세요. 대신 바지는 긴바지를 입는 게 좋은데요. 다리가 기구에 닿는 동작이 많다 보니 맨살이 닿으면 기구에 쓸려 아프거든요. 초보라면 신축성이 좋은 안다르의 ‘에어무스 맨즈 A.R.M 퍼포먼스 조거팬츠’를 추천합니다. 상의는 요가 베이스 브랜드인 뷰오리의 ‘스트라토 테크 티셔츠’를 추천해요. 기계 세탁을 할 수 있어서 운동 끝나고 바로바로 세탁할 수 있고, 촉감이 부드러워요.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다 보면 점차 몸에 달라붙는 핏의 운동복을 자연스럽게 찾게 될 거예요. 근육을 섬세하게 쓰는 운동이라 미세한 몸의 움직임을 직접 확인하고 싶은 욕심이 커지거든요. 마치 웨이트 트레이닝을 잘하기 위해 민소매 티셔츠를 입는 것과 비슷합니다. 일단 해보세요!
Q. 모든 전문가분들에게 궁금한 게 있어요. 필라테스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요. 그런데 도저히 어떤 선생님이 나에게 맞는 선생님인지 모르겠어요. 좋은 선생님을 찾는 방법이 있나요?
A. 우선 내가 왜 필라테스를 하려는지 목적을 설정해 보세요. 재활인가요? 체력 향상인가요? 목적이 명확하다면 스튜디오 등록 상담에서 목적에 맞는 선생님과 운동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스튜디오를 선택할 때는 체험 수업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운동하면서 나와 맞는지 확인해 보아야 해요. 운동하는 동안 아래 세 가지 사항 등을 체크해보세요.
첫째, 해부학적 지식에 근거하여 내 몸의 움직임을 계속 잘 봐주나요?
둘째, 움직임에 대해서 체크하고 리뷰를 꾸준히 해주고 있나요?
셋째, 수업만 빠르게 하는 게 아니라 나의 움직임을 존중해주나요?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일은 살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비슷한 일이에요. 좋은 인연을 빠르게 만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단번에 좋은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고 필라테스를 포기하지 말고 여러 선생님과 운동해보면서 자신의 운동을 찾아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서 세 분의 필라테스 전문가에게 공통적으로 묻고 정리했습니다.)
나는 필라테스를 좋아한다. 예민한 성격인데 필라테스를 하면서 몸을 정밀하게 다루는 감각에 집중할 수 있어서 빠져들었다. 그간 무신경하게 움직이는 대로 써왔던 몸을,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있는 상태가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기에 꾸준히 하고 있다. 러닝에도 큰 도움이 된다. 상지와 하지의 협응이 원활해지면서 일상생활은 물론 다른 운동에서도 퍼포먼스가 좋아졌다. 이를테면 지하철에서 남들보다 빠르게 계단을 오를 수 있게 됐다. 혹시 필라테스를 하고 싶은데 남자라서 망설여진다면, 이 기사를 읽고 아주 작은 용기가 생겼으면 좋겠다. 나는 당신의 핑계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아니, 그 누가 남자한테 참 좋다고 하더라고.” 동료 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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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우
달리기에 대한 글을 쓰는 프리랜스 에디터. 습관처럼 보고 사고 뛰고 찍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