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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스토리: 휴먼 메이드, 전설이 만든 브랜드

휴먼 메이드 가기 전 알아두면 좋은 이야기
휴먼 메이드 가기 전 알아두면 좋은 이야기

2024. 09. 06

휴먼 메이드(Human Made)가 마침내 한국에 상륙합니다. 이번 주말, 9월 7일 토요일 성수동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해요. 휴먼 메이드는 일본 스트리트 패션의 전설로 불리는 니고(Nigo)가 2010년 설립한 브랜드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국내에서는 2022년부터 제이홉, 지코 등 연예인들이 착용하면서 서서히 유명세를 탔고, 1년 전 침착맨 유튜브 채널에서 뉴진스가 착용한 이후 하입한 브랜드로 완벽히 자리매김했죠. 이제는 사고 싶어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휴먼 메이드
뉴진스
침착맨
[출처: 침착맨 유튜브 채널]

“이 티셔츠가 10만 원대라고?” 해린과 민지가 입은 모습을 보고 브랜드를 처음 알게 된 사람이라면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단순한 프린팅과 캐릭터 디자인, 겉보기에는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니까요. 하지만 마니아들은 충분히 납득이 가는 가격이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이 브랜드를 만든 니고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알아봐야 합니다.


1990년대 일본은 패션 황금기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브랜드가 있었으니, 바로 ‘A BATHING APE’(이하 베이프). 샤크 후드, 카모 패턴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제품을 선보인 브랜드죠.

이 브랜드를 설립한 사람이 바로 니고입니다. 베이프는 니고가 선보인 첫 번째 의류 브랜드로, 키치하고 독보적인 디자인으로 사랑 받았습니다. 베이프는 1998년 일본 전역 40개 지역에 매장을 열고, 미국에서는 퍼렐 윌리엄스, 제이지, 칸예 웨스트 등 유명 셀럽들이 착용하면서 화려한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폭발적인 인기에도 희소성을 잃지 않기 위해 소량 생산 원칙을 고수했는데요. 공급에 비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짝퉁’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결국 베이프는 2009년부터 큰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니고는 2011년 홍콩의 패션 기업에 베이프를 매각하며 새로운 브랜드를 통한 도약을 준비했습니다.

이때 니고는 조금 다른 접근법을 택했습니다. 사업적 성공이나 마케팅 포인트를 고려하기에 앞서, 진짜 내가 지금 입고 싶은 일상복을 만들기로 하죠. 그러면서도 베이프와는 완전히 다른 브랜드를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빠르게 뜨고 지는 패스트 패션 대신, 오래 입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옷을 원했습니다. 니고는 ‘빈티지’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니고의 빈티지 사랑은 유명합니다. 15살 때부터 수집해 온 빈티지 의류를 엄청난 규모의 개인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데요. 구별할 수 있도록 번호를 매긴 박스에 차곡차곡 정리하고, 카테고리로 나누어 정성스럽게 전시해둔 빈티지 컬렉션은 여느 빈티지 숍에 견주기 민망할 정도예요. 오히려 박물관에 가깝다고 할까요. 

[출처: COMPLEX 유튜브]

비스티 보이즈에게 직접 선물 받은 기타, 15살 때 구매한 리바이스 타입 II 트러커 자켓, 루이 비통이 니고를 위해 특별 제작한 가방, 휴먼 메이드의 아이콘을 본딴 주얼리 등 돈으로 살 수 없는 희귀한 아이템으로 가득 차있죠. 2022년에는 35년간 모아온 빈티지 아카이브를 선보이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브랜드의 방향성을 고민하던 니고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새로운 브랜드에 빈티지를 접목시키기로 한 것이죠. 가치 있는 일상복에 대한 고민, 빈티지에 대한 애착. 이 두 가지가 만나 ‘휴먼 메이드’라는 브랜드가 탄생했습니다.

빈티지를 너무나 사랑한 니고는 단순히 흉내내는 것에 그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평생에 걸쳐 모아온 수집품들을 들여다보고, 만지고 분석해가며 빈티지의 본질인 만듦새와 작은 디테일까지 고증하고 싶었죠. 빠르게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공장이 아닌 빈티지 의류를 복각하는 전문 기업 ‘웨어하우스’와 손을 잡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휴먼 메이드는 ‘루프휠’이라는 전통적인 직조 방식을 고수하는데요. 면을 압축한 형태로 천천히 짜는 방식이기 때문에 생산성은 떨어지지만, 그만큼 부드럽고 견고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봉제선이 없어 착용감이 편안하며, 여러 번 세탁해도 변형이나 뒤틀림이 거의 없어 오래 착용할 수 있어요. 빈티지 티셔츠에서 자주 보이는 싱글 스티치 방식을 사용한 점도 애호가만이 알 수 있는 디테일이죠.

휴먼 메이드는 1950년대 아메리칸 빈티지를 재해석한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초창기 휴먼 메이드는 지금보다 클래식한 무드가 강한데요, 이는 복각과 재현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휴먼 메이드의 모습이 나타난 건 2016년, 캐릭터와 타이포그래피로 클래식한 감성에 위트를 더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오늘날 휴먼 메이드의 아이덴티티가 됐고, 마니아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각인될 수 있는 계기가 됐죠.

일상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절제된 디자인과 빈티지를 복각한 디테일에, 트렌드를 반영한 위트 있는 그래픽을 더하면서 지금의 휴먼 메이드가 완성됐습니다.

뽀빠이 매거진 에디터부터 베이프의 CEO, 겐조의 디렉터 등 패션 업계에 오래 종사하며 흐름을 읽어온 니고의 트렌디한 감각. 빈티지라는 한 우물을 평생에 걸쳐 깊게 파고든 덕후의 저력. 이 두 가지가 만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독보적인 브랜드를 완성해낸 것이죠. 지금의 휴먼 메이드는 니고의 패션 인생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Penfolds Grange by NIGO]

휴먼 메이드가 일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패션 브랜드로 성장한 데에는 글로벌 기업과의 콜라보도 한몫했습니다. 루이 비통, KFC, 아디다스, 리바이스, 코카콜라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기존 틀을 벗어난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동시에 글로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어요. 휴먼 메이드가 패션 씬에서 독보적인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도와준 대표적인 콜라보를 소개합니다.

KFC X 휴먼 메이드 (2018)

한 눈에 KFC와 휴먼 메이드의 콜라보라는 게 느껴지죠? 후디, 토트백, 재킷 등에 KFC의 시그니처인 흰색과 빨간색 스트라이프 포인트, 그리고 휴먼 메이드의 특징인 볼드한 레터링과 캐릭터 그래픽을 더했습니다. 

그런데 패션 기업인 휴먼 메이드가 왜 KFC와 콜라보를 하게 됐을까요? 추측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일본에는 크리스마스에 KFC 치킨을 먹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는 1974년 일본 KFC가 크리스마스 치킨 세트를 판매하면서 전개한 ‘켄터키 크리스마스’라는 마케팅 캠페인의 영향이 큰데요. 그 시기에 유년기를 보낸 니고도 KFC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기억이 이렇게 색다른 콜라보로 이어진 것 아닐까요?

루이 비통 X 휴먼 메이드 (2020)

스트리트 패션과 하이패션의 경계를 허문  LV² 컬렉션입니다. 루이 비통의 LV 모노그램 패턴을 패치워크로 풀어낸 데님 셋업, 루이 비통 블루종 등판에 큼지막하게 새겨진 귀여운 자수 포인트 등 루이 비통의 럭셔리한 감성에 니고의 유머를 더해 독창적인 컬렉션을 선보였죠. 

리바이스 X 휴먼 메이드 (2021)

빈티지 데님 컬렉션을 오랫동안 수집해 온 니고는 리바이스의 역사와 가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이 콜라보를 통해 니고는 실제로 소장한 리바이스의 데님 제품 2가지를 재현했어요. ‘리바이스 501 진’과 ‘리바이스 타입 II  트러커 재킷’을 복각해 각각 100벌 한정으로 출시했습니다. 세월을 입은 워싱과 데미지는 물론 니고가 부분부분 수선했던 디테일까지 재현했어요. 

콜라보 당시 만들어진 프로모션 비디오도 흥미로운데요. 큰 마음 먹고 리바이스 셋업을 구매하던 1996년의 젊은 니고와 리바이스와 콜라보하는 브랜드의 주인이 된 2021년의 니고가 만나는 모습을 연출했어요. 리바이스의 역사와 니고의 역사를 함께 녹여냈습니다. 영상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HEART T-SHIRT

휴먼 메이드의 시그니처 제품입니다. 브랜드의 상징인 하트 로고가 중앙에 프린팅된 단순한 디자인에 탄탄한 소재, 편안한 착용감으로 하나쯤 소장하면 좋을 기본템입니다. 긴소매와 반소매, 다양한 컬러와 버전이 있어요.

STADIUM JACKET

1950년대 미국 스포츠웨어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스타디움 재킷. 가슴과 등판에 각각 새겨진 시그니처 하트 로고와 ‘Gears for futuristic teens’라는 슬로건으로 휴먼 메이드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죠.

COFFEE MUG

HEART PINS & ANIMAL PINS

HEART KEYRING & ANIMAL KEYRING

패션 브랜드로 시작한 휴먼 메이드는 이제 라이프 스타일 제품까지 폭 넓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휴먼 메이드에 가볍게 입문하고 싶다면, 머그나 양말처럼 작은 아이템으로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하트 핀이나 동물 핀,키링을 가방에 쓱 달아주는 것도 휴먼 메이드의 무드를 맛보기에는 충분할 거예요.


새로운 스토어 오픈을 기념해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한 익스클루시브 컬렉션도 공개 되었는데요. 현재까지 공개된 컬렉션은 2개입니다. 먼저 KAWS와 콜라보한 컬렉션에서는 진돗개 그래픽을 활용한 판초, 티셔츠, 재킷 등 7가지 아이템을 선보였습니다. 그래픽 아티스트 VERDY와 협업한 컬렉션에서도 캐릭터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VERDY의 캐릭터 VICK을 활용한 재킷, 티셔츠, 토트백 등 6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됐어요.

휴먼 메이드 서울 스토어는 9월 7일 토요일 오전 11시에 문을 엽니다. 11시부터 20시까지 운영되며, 오픈 당일에는 사전 추첨을 통해 선정된 인원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매장 2층에는 블루보틀 카페가 상시로 운영될 예정이에요. 이번 스토어는 옛 공장 지대의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붉은 벽돌 건물로, 빈티지에 뿌리를 둔 휴먼 메이드의 정체성과 잘 어우러져요. 내부 공간은 휴먼 메이드의 세계관을 느낄 수 있도록 시그니처 동물 모티프로 꾸며져 있다고 합니다.

  • 주소 |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 7길 39
  • 운영 시간 | 11:00~20:00
About Author
손유정

98년생 막내 에디터. 디에디트 다니고 하고 싶은 거 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