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디에디트에서 자동차 소식을 전해드리는 이주형입니다. 중국 최대의 모터쇼라 불리는 오토 차이나가 4년 만에 베이징에서 열렸습니다. 2년마다 열리는 행사이지만, 2022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한 번 건너뛴 거죠.
중국은 다른 나라보다도 전기차 판매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2023년에만 판매된 차량들 중 전기차 비중이 25%였으며, 올해는 최대 45%까지 예상할 정도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 성장이 상당히 둔화된 상황임에도 중국에서는 이 트렌드를 역행하고 있는 셈이죠.
이렇다 보니 중국 제조사 외에도 우리 모두가 알 만한 제조사들이 베이징 오토 차이나에서 새로운 전략 전기차 모델들을 처음으로 선보이거나 전시했습니다. 이 중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출시할 가능성이 높은 차종 5가지를 추려봤습니다.
70년대 군용차의 재탄생
메르세데스 벤츠 G580 with EQ Technology
메르세데스 벤츠는 처음으로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변환한 전기차를 내놓았습니다. 바로 군용차로 처음 개발된 후, 1979년에 일반 소비자용으로 등장해 지금까지 각진 디자인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오프로드 SUV G클래스 기반의 전기차입니다. G580 with EQ Technology라는 마케팅 부서 전체가 휴가를 간 사이에 지은 듯한 이름을 가진 이 차는 여태까지 EQS나 EQE 같은 전기차 전용 모델을 선보였던 벤츠가 처음으로 기존의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전기차를 만든 케이스입니다. (편의를 위해 G580으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G580은 큰 차체에 걸맞게 메르세데스 벤츠의 전기차들 중에서는 가장 큰 116kWh 크기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고, 4개의 바퀴에 모터가 하나씩 붙어 있는 쿼드모터 구조로 최대 580마력의 출력을 냅니다. 아쉽게도 이렇게 큰 배터리 용량에도 불구하고 예상 주행 거리는 고작 386km 정도라고 합니다. 최대 200kW 충전으로 10%에서 80%까지 30분 정도면 충전 가능합니다.
모든 바퀴가 하나씩 모터를 달고 있는 구조는 각각의 모터가 낼 힘을 더욱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서 주행안정성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는데요. 벤츠는 이를 오프로드 주행 실력을 개선하는 데 사용합니다. 현재 바퀴들의 상태를 파악해 힘이 필요한 바퀴의 모터에 힘을 집중시켜서 험로를 빠져나가게 할 수 있는 가상 디퍼렌셜 록 기능이 있고, 비포장 표면에서 360도로 회전이 가능한 G-턴 기능, 그리고 후륜 조향 기능을 이용해 대각선으로 움직일 수 있는 크롤링 기능도 있습니다. 도하가 가능한 깊이는 850mm로, 내연기관 모델 대비 더 깊은 물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오프로드 주행을 하다가 배터리가 손상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배터리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든 하판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외관은 그렇게 안 보여도 벤츠에서 만드는 고급 SUV이기에 실내는 최신 사양을 자랑합니다. 앞좌석에는 12.3인치짜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달려 있으며, 뒷좌석에도 각각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천연 가죽 트림과 시트 등으로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운 모습을 뽐냅니다.
G580은 초회 한정판인 에디션 1으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에디션 1의 가격은 18만 달러(약 2억 5천만 원)로 책정되었습니다.
미니 최초의 전기차 전용 모델
미니 에이스맨
최근 새로운 미니 쿠퍼와 컨트리맨을 선보이며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미니가 이번엔 첫 전기차 전용 모델인 미니 에이스맨을 선보였습니다.
포지션상으로 미니 에이스맨은 기존의 5도어 모델과 클럽맨을 하나로 대체하는 5도어 크로스오버 전기차로, 6월에 우리나라에도 출시하는 3도어 전기 미니 쿠퍼와 신형 전기 미니 컨트리맨 사이를 메꾸게 됩니다. 크기로 따졌을 때는 현대 코나보다 작지만, 전기차의 구조상 이점을 활용해 앞바퀴와 뒷바퀴를 최대한 밀어둔 덕분에 실내 공간에 중요한 축거(휠베이스)는 코나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키 180cm짜리 어른이 뒷좌석에 충분히 앉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나온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지 궁금해집니다. 디자인은 각진 헤드라이트와 도장 보호를 위해 플라스틱으로 덧댄 휠하우스 등 전반적으로 러기드 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 미니 쿠퍼 해치백보다는 신형 컨트리맨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실내는 이미 선보인 바 있는 신형 미니 모델들과 거의 같습니다. 최근 미니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비건 가죽과 직물로 인테리어를 꾸몄고, 역시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9인치의 대형 OLED 인포테인먼트를 사용합니다. 운전석 앞의 계기판은 헤드 업 디스플레이로 대체합니다. 다른 미니 모델들과 같은 운영체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내 출시 차량은 티맵을 기본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 파워트레인은 미니 쿠퍼 해치백과 공유합니다. 기본형인 에이스맨 E는 184마력의 모터와 42.5kWh 배터리를 조합하여 0-100km/h 가속 시간 7.9초와 유럽 기준으로 완충 시 최대 31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상위 모델인 에이스맨 SE는 218마력의 모터에 54.2kWh 배터리를 조합해 최대 406km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완충 시 주행 거리가 고작 156km였던 전 세대 미니 일렉트릭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인 셈이죠.
미니 에이스맨은 11월에 고객 인도를 시작할 예정이며,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시기에 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신만을 바라보는
폭스바겐 ID.CODE
폭스바겐은 콘셉트카인 ID.CODE를 선보였습니다. ID.CODE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라인업인 ID 라인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차로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ID.CODE의 특이한 부분은 바로 헤드램프입니다. 967개의 LED로 구성된 헤드램프 클러스터는 폭스바겐에서는 ‘라이트 클라우드’, 즉 빛의 구름이라고 명명해, 이를 통해 표정을 짓는다고 설명합니다. 운전자가 차에 다가가면 U자 모양의 눈을 만들어서 운전자를 쳐다본다네요. 라이트 클라우드 아래에는 기아 EV9과 비슷하게 반투명 페인트를 써서 차체 안에 라이트가 있는 듯한 효과를 구현한 ‘라이트 스크린’을 통해 입에 해당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고, 날씨나 벚꽃이 날리는 풍경 등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실내는 자율 주행 시대에 대비하여 회전이 가능한 앞좌석 라운지 시트가 장착돼 있습니다. 앞의 계기판은 ‘스마트 윈도’라고 하는데, 아바타가 등장해서 바깥 날씨 등의 다양한 상황을 알려주고 조언한다고 합니다. 전격 Z 작전이나 사이버 포뮬러 같은 옛날 드라마나 만화에 자동차에 전용 인공지능 비서가 등장하여 우리 모두의 상상을 자극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걸 구현한 셈이죠.
실제로 폭스바겐은 강화된 인공지능 기능을 강조합니다. 운전자가 거의 개입 하지 않는 레벨 4 자율 주행을 지원한다고 하며, 위에 언급한 인공지능 아바타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ID.CODE의 전기 드라이브 트레인이나 배터리 스펙 등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ID.CODE는 어디까지나 콘셉트 모델이어서 이 차가 실제로 레벨 4 자율주행이나 운전자와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구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이런 콘셉트 모델은 제조사가 앞으로 선보일 차들을 미리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주행 거리가 700km!
기아 EV5
작년에 대형 전기 SUV EV9을 출시한 기아가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중 이번 오토 차이나에는 중국 전략 차종으로 기획되었던 준중형 전기 SUV인 EV5를 전시했습니다.
이미 중국에서는 작년부터 판매에 들어간 EV5는 원래 중국에서만 판매할 계획으로 개발된 차종이었으나,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에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EV5는 현대기아차의 전기 전용 플랫폼 e-GMP 차종 중에서는 최초로 전륜 구동 기반의 전기차로, 앞에는 약 215마력의 모터가 달리며, 후륜에 94마력짜리 모터를 추가로 장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오토 차이나에서는 롱레인지 모델이 처음으로 공개되었는데요, 88.1kWh의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720km의 주행 거리를 뽑아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현대기아차가 최근 모델부터 도입하고 있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cCNC와,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 시간에는 EV5의 충전된 전기를 전력 그리드의 일부로 가정에서 사용하거나 전기를 되팔 수도 있는 V2G (Vehicle to Grid) 기술도 도입했다고 합니다.
EV5는 현재 우리나라 내수용 모델을 따로 개발해서 올해 중으로 출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며, 배터리 종류에 따라 2,000만 원 후반대로 책정된 중국 판매용 모델과 비슷하거나 더 비싼 가격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에 판매되는 EV5는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판매될 EV5는 어디서 생산할지 궁금해집니다.
부산에서 만드는 폴스타 4
폴스타는 우리나라에서도 출시한 바 있는 폴스타 2를 통해 신흥 전기차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공격적으로 차량 라인업을 확장하려는 가운데, 이중 폴스타 4가 여러모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폴스타 4는 쿠페형 SUV의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뒷창이 없습니다. 쿠페형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뒷좌석 공간을 더욱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디자인 선택이었다고 하며, 대신 고화질의 광각 카메라를 통해 후방 시야를 확보합니다. 이 카메라가 촬영하고 있는 화상은 내부에 있는 리어 뷰 미러로 볼 수 있으며, 이 리어 뷰 미러는 버튼 터치로 카메라 화상과 뒷좌석 승객들을 확인할 수 있는 실제 거울 화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실내에는 전기 신호를 보내서 유리의 투과율을 바꿀 수 있는 일렉트로크로믹 글라스 루프를 장착할 수 있고, 15.4인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차량의 시스템 조작을 수행합니다. 직물로 짜인 실내 트림은 내부에 LED를 넣어서 별이 빛나는 밤을 보는 듯한 환경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성능 면에서는 100kWh의 배터리를 탑재하여 최대 61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하며, 싱글 모터 사양은 272마력, 듀얼 모터는 544마력의 출력을 발휘합니다. 듀얼 모터 모델은 100km/h까지의 가속을 3.8초에 해낸다고 하네요.
폴스타 4가 독특한 또 다른 부분은 바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될 차량이라는 것인데요. 지금은 중국에서 생산을 준비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우리나라 판매 차량과 미국에 수출될 차량은 르노코리아자동차(전 르노삼성자동차)의 부산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에 대응하기 위한 묘책이라고 할 수 있겠죠. 국내 제조사를 해외 제조사가 인수해서 진출한 케이스인 쉐보레와 르노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최초의 수입 브랜드 차량이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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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백수가 되었지만, 백수가 아닌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에디터이자 팟캐스터. IT가 메인이지만 관심가는 게 너무 많아서 탈이 나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