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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프레소 버츄오의 숨겨진 기능

커피는 투샷이 기본인 사람을 위해 탄생한 아이스&라테 모드
커피는 투샷이 기본인 사람을 위해 탄생한 아이스&라테 모드

2024. 03. 27

얼마 전, 오랜만에 들른 집에 새로운 아이템이 생겼습니다. 주방 한편에 자리 잡은 작고 귀여운 네스프레소 버츄오 팝이 그 주인공입니다.

매일 커피를 마시는 부모님은 버튼 한 번으로 부드러운 거품이 가득 올라간 향기로운 커피를 내려주는 버츄오 팝이 아주 마음에 드는 눈치입니다. 주말 아침, 해가 잘 드는 거실에서 둘이 나란히 앉아 커피를 내려마시는 장면을 그려보니 참 정답고 귀엽더라고요. 그리고 한 달쯤 지났을까, 엄마로부터 이런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딸, 차가운 커피는 어떻게 내려?”

지금까지 기본 커피는 충분히 즐겼으니 이제 부모님도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때가 된 거죠. 아이스커피부터 라테까지 조금 더 다양한 커피 생활을 위해, 제가 알고 있는 네스프레소의 최고의 커피 레시피를 소개할 차례가 된 것 같아요. 오늘 리뷰는 네스프레소만 벌써 7년째 꾸준히 리뷰해 온 제가, 부모님과 여러분에게 바치는 네스프레소를 가장 맛있게 즐기기 위한 가이드가 될 예정입니다.

먼저 부모님의 커피 취향부터 간단하게 짚어볼까요. 사실 그리 특별할 건 없습니다. 카페에서 엄마는 항상 아메리카노를 아빠는 라테를 주문하거든요. 사실 제 부모님 뿐만이 아니죠. 아메리카노와 라테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커피메뉴니까요. 그뿐인가요 카페에서 주문할 때 “투샷이요”를 외치는 건 우리 모두가 똑같잖아요. 우리가 사랑하는 커피는 그냥 커피가 아니라, 더블 에스프레소가 들어가는 깊고 진한 커피니까요. 정리하자면, 더블 에스프레소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 맛을 완성하는 커피 공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깊고 진한 맛을 즐기기 위해 탄생한 더블 에스프레소. 네스프레소엔 5종류의 더블 에스프레소 커피가 있습니다. 에스프레소 보다 조금 더 넉넉한 80ml 용량의 커피는 깊고 진하고 향기로워요. 그 자체로도 느슨했던 오후에 반짝이는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맛있는 커피죠.


이제부터는 더블 에스프레소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황금 비율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아이스부터 라테까지 다양하고 풍성하고 재미있으며, 커피 맛을 더블로 끌어올려 준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❶ 아이스 레제로 for 아이스커피

첫 번째로 소개할 건 추운 겨울에도 아이스아메리카노만 마시는 ‘얼죽아’를 위한 아이스커피 레시피입니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잘그락 거리는 얼음과 함께 시원하게 넘어가는 아이스커피처럼 시원하고 맛있는 게 또 없잖아요.

일단 아이스 리빌 잔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물 80ml를 부어준 준 후 아이스 레제로를 내려줍니다. 얼음과 물 그리고 커피의 비율이 2:1:1이 되는 거죠.

이렇게 아이스로 마시면, 라이트 로스팅한 에티오피아의 향과 산미가 낮은 온도와 어우러져 더 청량해지고 산뜻한 맛이 살아납니다. 아이스 레제로의 구수한 곡물향과 함께 느껴지는 산미의 조화를 커피칼럼니스트인 심재범님은 이렇게 표현했어요. ‘스포츠카와 진중한 사륜구동이 함께 느껴진다’라고요. 정말 멋진 표현이죠?

❷ 더블 에스프레소 돌체 for 라테

더블 에스프레소 돌체는 호두나 구운 견과류, 달콤한 캐러멜의 다채로운 풍미로 시작해 마지막에 은은하게 남는 산미까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에스프레소예요. 기본기가 충실한 커피란 이런 맛이라는 걸 보여준달까요.

기본기가 좋으니 당연히 모든 레시피와 잘 어울리지만, 이 고소한 맛과 산미에 우유를 더하면 커피 맛을 한껏 더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어렵지 않아요. 커피와 우유의 황금 비율이 1:1.5라는 것만 기억하시면 되거든요. 80ml의 더블 에스프레소 커피에 120ml의 스팀 밀크를 올려준 뒤, 마지막으로 우유와 커피가 잘 섞이도록 저어주면 완성입니다

기본적으로 커피가 가지고 있는 밸런스가 훌륭하기 때문에 여기에 우유를 추가해도 커피의 맛이 밀리지 않고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있어요. 헬카페의 임성은 바리스타는 “더블 에스프레소 돌체로 만든 라테는 마치 아몬드 밀크를 마시는 것처럼 고소한 맛들이 발현되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어요. 또 메쉬커피의 김현섭 바리스타는 이 커피를 “균형감이 훌륭하고 기본기가 충실해 마치 모범생같은 커피. 어떻게 마셔도 좋다”라고 했고요. 부드러운 커피와 우유가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맛을 즐기다 보면 입안에서 은은한 단맛의 여운이 기분 좋게 이어지거든요. 피니시에 미묘한 산미가 느껴지는데, 라테의 부드러운 맛을 이 산미가 깔끔하게 정리해 주더라고요.

❸ 비앙코 도피오 포 밀크 for 오트 라테

여기서 잠깐 보너스 레시피! 저는 요즘 오트 밀크로 만든 라테에 푹 빠져있거든요. 비앙코 도피오 포 밀크에 오트 밀크를 더하면, 달콤하고 부드러운 캐러멜 향의 커피를 맛볼 수 있습니다. 만약 오트 밀크가 없다면 우유를 활용해 라테를 만들어도 맛있어요. 낙하산커피의 이훈 바리스타는 “비앙코 도피오 포 밀크와 우유가 만나면 단맛, 고소함과 분리되지 않고 적절하게 산미와 단맛 표현이 잘되어 잘 만든 플랫화이트를 연상시킨다”라고 하던데, 저는 마치 달고나를 마시는 것 같더라고요. 과일과 비스킷 향에 오트 밀크의 달콤한 맛이 어우러지거든요. 확실한 단맛을 위해 설탕을 더해도 되지만, 저는 굳이 넣지 않는 걸 추천합니다. 향과 맛이 좋아 충분히 맛있거든요.


지금부터는 더블 에스프레소가 아니라 네스프레소에 있는 16종의 머그 사이즈 커피로 즐기는 다양한 레시피를 소개해 볼게요. 혹시 ‘아라모드(아이스&라테모드)’를 아시나요? 버츄오 팝과 버츄오 넥스트에는 커피의 맛을 더블로 끌어올려 아이스나 혹은 라테 모드로 추출할 수 있는 이스터에그 기능이 숨겨져 있거든요.

아라모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처음 추출 시 상단에 있는 버튼을 빠르게 두 번 눌러주시면 돼요. 그럼 버튼의 불빛이 청록색으로 깜빡이면서 아이스커피 또는 라테를 위해 최적화된 맛과 양으로 추출을 시작합니다. 80ml 더블 에스프레소는 40ml, 230ml 용량의 머그 사이즈는 80ml 용량으로 추출이 되는 거죠. 진하고 풍부해진 커피의 맛과 향은 여기에 우유나 얼음을 더했을 때 더 달콤하거나 고소하게 살아나는 마법이 펼쳐집니다. 깊고 진한 커피를 좋아하는 우리에게, 그리고 더 다양한 커피를 마시고 싶은 부모님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기능이에요..

지금부터 제가 아라모드로 마셨을 때 가장 맛있었던 베스트 커피 레시피를 소개해볼게요.

❶ 콜롬비아 for 아이스커피

콜롬비아 커피는 베리류에서 느낄 수 있는 화사한 산미에 플로럴한 향긋함까지 느껴지는 커피입니다. 산미와 단맛 그리고 쓴맛의 균형이 굉장히 잘 잡혀있기 때문에 네스프레소 커피 중에서 가장 평가가 좋은 커피기도 해요.

기본기가 탄탄하면 변주는 너무나 쉽죠. 그냥 마셔도 맛있는 커피는 다른 레시피로 마셔도 당연히 맛있을 수밖에요. 아라모드를 통해 80ml 용량으로 추출한 뒤 여기에 차가운 물 150ml와 얼음을 넣어 아이스커피로 마셔보세요. 이때, 얼음과 물을 먼저 넣은 잔에 커피를 내리면 더 부드러운 맛의 커피를 맛볼 수 있습니다.

아이스로 마시면 콜롬비아 커피가 가지고 있던 과일의 향과 꽃처럼 화사한 느낌이 더 활짝 피어납니다. 디폴트밸류의 신창호 바리스타는 “밝은 꽃향과 과일이 연상되기 때문에 쓴 커피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부드럽고 향긋한 느낌의 커피”라고 평했고요. 메쉬커피 김현섭 바리스타는 콜롬비아를 마시고 “캡슐커피가 이렇게까지 발전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콜롬비아의 떼루아가 잘 느껴져 산미를 좋아하는 스폐셜티 커피 애호가라면 충분히 좋아할 커피”라는 코멘트를 남겼어요. 만약 여러분이 스페셜티 커피를 좋아하고 찾아다닌다면, 이 커피는 집에서 가장 쉽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커피라고 할 수 있겠네요.

❷ 멜로지오 for 아이스라테

만약 저희 부모님처럼 매일같이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부담 없이 마시기 좋은 멜로지오를 추천하고 싶어요. 버츄오의 부드러운 거품을 지나 곡물향과 단맛이 차례로 따라오는데, ‘아, 매일 마시고 싶은 커피란 이런 거구나!’란 생각이 들거든요. 목 넘김이 부드러워서 자주 보는 친구처럼 편안하달까요.

멜로지오는 아이스 라테로 마셔보세요. 아라모드로 내린 다음 여기에 차가운 우유를 부으면 끝. 이렇게 간단하게 커피 맛을 끌어올릴 수 있다니! 임성은 바리스타는 단맛을 뺀 초코우유 같은 맛이어서 깔끔하게 즐기기에 좋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견과류의 고소함은 증폭되고 부드러운 산미가 생겨서 마시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카페에서 항상 아이스라테를 찾는 사람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레시피예요.

❸ 로스티드 헤이즐넛향 for 라테

만약 오늘은 좀 특별한 커피가 마시고 싶은 날이라면, 로스티드 헤이즐넛 향 커피는 어떨까요? 디폴트밸류 신창호 바리스타는 “헤이즐넛의 달콤한 향의 강도가 높아 우유가 가미된 커피에 강점을 보인다”라고, 커피 칼럼니스트 심재범님은 “이 커피의 경우, 아이스와 우유의 궁합이 가장 좋았다”라고 평가했어요. 헤이즐넛 향이 더해진 이 커피가 우유와 만나면 더 재밌어집니다. 우유 사이로 헤이즐넛의 고소하고 달콤한 향이 튀어나와 한층 더 입체적인 맛과 향이 되거든요.

어떠세요? 같은 커피도 이렇게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니, 놀랍지 않나요?

네스프레소는 5종의 더블 에스프레소가 있고 아라모드를 통해 큰 컵의 사이즈들도 원하는 스타일로 추출이 가능해 내가 원할 때마다 색다른 커피를 마실 수 있어요. 바코드를 읽어 최적의 맛으로 커피를 추출해 주는 것이 버츄오의 매력이었다면, 이제 아라모드를 통해 더 다채로운 커피 생활이 가능해졌어요.

지금 여러분의 집에 버츄오팝이나 혹은 버츄오 넥스트가 있다면, 꼭 버튼을 두 번 눌러 아라모드로 마셔보세요. 같은 커피도 조금 더 다르게 조금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비밀 레시피니까요. 오늘 저의 글이 멋진 홈카페 생활을 꿈꾸는 여러분에게도 얼마 전 버츄오 팝을 산 저의 엄마아빠에게도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래 보면서 오늘 저의 커피로운 리뷰를 마칩니다.

P.S. 엄마 이제 아이스커피를 어떻게 내리면 되는 지 잘 알았지?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