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음식이 맛있긴 한 걸까. 나는 이 의문을 오랫동안 가지고있었다. 그리고 올해 초,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다녀왔다. 7박 8일로. 나의 결론은 “맛있다, 너무 맛있어서 음식 먹으러 또 가고 싶다.” 흔히들 프랑스 음식은 호불호를 많이 탄다고 말하던데, 그만큼 맛있는 식당을 찾지 못해서이거나 ‘와인을 마시지 않아서’일 거라고 단언하고 싶다. 내가 먹었던 최고의 음식들은 모두 와인과 함께 했으니까.
여행 기간: 6박 7일
사용 금액: 숙소 81만 원, 항공비 190만 원, 식비 127만 원
숙소: 아티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바이 힙합 호스텔
네이버 블로그에만 검색해도 파리 여행 팁이 충분히 많으니 다른 걸 설명하지 않겠다. 오직 음식과 카페에 대한 후기만 썼다. 베테랑 여행자가 보기엔 어설프겠지만 첫 파리 여행을 앞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식당과 카페 합쳐서 파리 맛집 총 21군데를 방문했다.
[1]
Max Poilâne
“바게트는 확실히 달랐다”
숙소에서 5분 거리에 괜찮은 빵집이 있었다. 다행이었다. 프랑스에서 빵집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바게트, 크로와상 같은 식사빵을 파는 불랑제리와 마카롱, 케이크 같은 디저트를 파는 파티세리. Max Poilâne의 구글 평점은 3.6점으로 낮진 않지만 그렇다고 높지도 않다. 타 지역에서 건너올 정도는 아니지만, 아침 9시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빵을 사려고 길게 줄을 선 걸 보니 로컬 맛집이구나 싶었다. 이 날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 장식이 기분 좋게 반짝거렸다.
프랑스 빵집 주문 시스템은 한국인에게 당황스럽다. 한국에서는 트레이를 들고 먹고 싶은 빵을 고른 뒤 카운터로 가져가면 되는데, 프랑스에서는 카운터로 가서 먹고 싶은 빵을 하나씩 얘기하면 직원이 가지고 온다. 내 차례가 되면 망설임 없이 “바게트 한 개, 크로와상 한 개, 뺑오쇼콜라 한 개”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빵 종류가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아서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던 나는 그게 당황스러웠다.
아메리카노는 팔지 않기 때문에 웬만한 카페에서는 ‘알롱제’라는 걸 시키면 되는데 여기서는 더블 카페라고 적힌 걸 시켰다. 캡슐 커피 머신처럼 작은 머신에서 버튼 하나를 눌러 커피를 내려주는 걸 보고 “커피 맛은 기대하면 안되겠구나” 싶었고, 실제로 마셨을 때도 아주 평범했다. 맛이 없진 않지만, 집에서 내려 먹는 일리커피 보다 향이 많이 약했다. 참고로 파리에서 마신 커피는 대체로 실망스러웠는데, 그 얘기는 몇 번 더 할 예정이다.
파리에서 바게트를 먹어봤다고 말하면 본토의 바게트는 맛이 다르냐고 많이 물어본다. 확실히 답할 수 있다. 다섯 배쯤 더 맛있다고. 파리에서 맛보는 바게트는 당일생산 당일판매가 원칙인 것 같다. 회전율이 높기 때문에 따끈따끈한 바게트를 맛볼 수도 있고, 온기가 없더라도 충분히 맛있다. 속은 부드럽고, 겉은 빠삭(바삭이 아닌, 밀도 높은 빠삭). 바게트에 대한 글을 쓰는 지금도 침이 고일 정도다. 바게트를 찢어 부드러운 면이 밖으로 나오도록 뒤집어서 먹으면 입 안이 까지지 않는다.
파리에서는 매년 올해 최고의 바게트를 뽑는 대회를 연다.(2023년 우승자 보러 가기) 향수 브랜드 아로의 조향사이자 디에디트 객원 에디터인 전아론 님에게 이 정보를 듣고 최고의 바게트를 먹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상위권에 있는 불랑제리는 모두 휴가를 떠나버려서 중위권 바게트밖에 먹지 못했다. 결론만 말하면 파리에서 먹는 바게트는 어디든 비슷하게 맛있고, 가장 맛있는 바게트는 갓 나온 바게트였다. 크로와상, 뺑오쇼콜라 등 다른 빵도 먹어봤지만 한국에서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침마다 갔던 공원은 조흐르 브하상 공원으로 프랑스 음악사를 대표하는 음유시인이라고 한다. 주말에는 중고책시장이 열려서 책을 좋아한다면 근처 숙소를 추천한다. 내가 묵었던 숙소는 방음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부디 다른 곳으로 가길.
주소: 87 Rue Brancion, 75015 Paris, 프랑스
[2]
사누키야 Sanukiya
“유명한 식당엔 굳이 가진 말자.”
사누키야 우동은 ‘지드래곤 맛집’이다. 하지만 생각해본다. 이영자 맛집도 아니고, 최불암 맛집도 아니고, 지디 맛집이 무엇을 보장할 수 있을까. 사누키야 우동은 꼭 가고 싶었던 곳은 아니다.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방문하게 된 이유는 12월 24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 식당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아시안 푸드 식당은 대체로 열었는데, 기왕 간다면 유명한 곳에 가서 검증해보고 싶었다. 줄이 꽤 길었고, 60%가 한국인이었다. 나는 해외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걸 싫어해서(여행 중인 느낌이 들지 않아서) 괜히 마음이 즐겁지 않았다. 일본인 직원은 아주 친절했고, 재료 소진으로 나를 마지막 손님으로 받았다. 럭키 가이!
파리 여행 세 달 전에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온 사람으로서 사누키야 우동을 평가하자면, 평범하다. 줄을 설 정도의 특별함이 없다. 다만 파리에서는 이 정도의 준수함을 찾기가 힘들어서인지 유독 인기가 많은 것 같다. 뜨끈한 국물을 꼭 먹어야 한다면 사누키야 우동을 가보는 것도 좋겠지만, 숙소가 멀리 있다면 굳이 갈 필요는 없다. 우동 세트, 모듬튀김, 모찌 아이스크림, 생맥주를 먹고 52유로를 썼다.
주소: 9 Rue d’Argenteuil, 75001 Paris, 프랑스
[3]
Saint pearl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파는 카페도 있긴 있다“
세인트 펄 역시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목재를 활용한 따뜻한 인테리어와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공간이 매력적이고 무엇보다 ‘아아’를 판다. 다양한 종류의 토스트(서울 토스트라는 메뉴도 있다)와 수플레를 파는데 나처럼 커피만 마시는 사람은 없었다. 커피 맛은 평범했다. 구글 리뷰를 보면 서비스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사람은 없던데, 이 카페가 파리 첫 카페라 나는 어색했다. 직원 안내가 있어야 착석할 수 있고, 주문하거나 계산할 때도 손을 들거나 소리내서 직원을 부르면 무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열심히 아이컨택을 시도해야 한다. 직원이 다른 직원과 대화를 하느라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카운터 바로 옆자리였음에도). 신용카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한참이나 카운터를 응시하자 계산서를 가져다줬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그립다면 가도 좋다.
주소: 38 Rue des Saints-Pères, 75007 Paris, 프랑스
[4]
카페 드 플로르
“관광객이 많은 곳엔 가지 말자.”
크리스마스라 가고 싶은 카페와 식당이 전부 문을 닫았다. 이런 날에 오픈하는 가게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다. 카페 드 플로르가 그런 곳이다. 1881년도에 오픈해 사르르트, 헤밍웨이, 시몬느 보부아르 등 유명한 지식인들이 토론과 수다를 떨던 곳. 무조건 웨이팅이 있으며, 날씨가 좋을 땐 테라스 자리가 명당, 추울 땐 실내가 명당이다. 서비스는 그리 친절하지 않다.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이 줄을 서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으며, 가격은 대체로 비싸다. 가장 유명한 어니언스프를 먹었는데 맛은 좋았다. 치즈가 풍부하고 국물이 구수하고 얼큰했다. 커피는 역시나 평범했다.
한 가지 재밌는 건 관광객이 워낙 많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다양한 굿즈를 팔고 있다는 점. 굿즈(굿즈는 콩글리시다)를 사고 싶다고 하면 카탈로그를 준다. 와인 오프너, 에스프레소잔, 에그스탠드 등 종류가 스무 개가 넘는 리스트 중에 고르면 된다. 문학과 역사를 사랑한다면 한 번쯤 가보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웨이팅 경험은 고통스러웠다.
주소: 172 Bd Saint-Germain, 75006 Paris, 프랑스
[5]
Poilâne
“빵은 웬만하면 다 맛있다.”
애플파이가 유명한 빵집이다.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 구글 평점을 보니 4.0점에 평가 수는 473개. 카페 드 플로르가 3.9점에 9000개가 넘는 평가가 있는 걸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해 보이지만 이런 곳이 진짜 숨은 맛집이다. 나는 이렇게 산책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에 들어가는 걸 여러번 시도했는데, 이렇게 발견한 곳이 꽤 많다.
주소: 49 Bd de Grenelle, 75015 Paris, 프랑스
[6]
Aux 100 Kilos
“동네 카페만의 분위기가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브레이크 타임 없이 운영되는 흔한 브라세리다. 파리 여행을 준비하면서 ‘브라세리에 가지 말고 비스트로에 가라’는 말을 봤는데, 맛있는 음식을 먹을 거면 그게 맞다. 하지만 분위기를 즐기러 가거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으면 브라세리도 괜찮다.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물론 커피 맛은 그냥 그렇다. 그럼에도 나는 이곳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세 번 넘게 찾아갔다. 아침 10시 정도가 되면 동네 할아버지가 잡지 한 권 들고 테라스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기 시작하고(간접 흡연을 피할 수 없다), 삼삼오오 모여 떠들기 시작한다. 노트북은 없고, 수다와 책, 커피, 담배 연기가 있는 곳이었다.
주소: 71 Rue Brancion, 75015 Paris, 프랑스
[7]
Le Brasier – Paris 15
“낮에도 와인은 필수”
숙소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라클렛 식당이다. 크리스마스에 여는 곳이 여기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었는데, 음식은 만족스러웠다. 가게에는 나 제외 손님이 한 테이블뿐이었다. 구글 평점은 4.3점, 리뷰 수는 452개. 라클렛은 치즈를 구워먹는 방식의 스위스 음식이지만 접경한 프랑스에서도 (특히 겨울에) 인기가 많은 음식이다. 어떻게 먹는 건지 알려달라고 하니 치즈와 고기를 포크로 푹 찍어서 프라이팬에 올려 구워준다. 한국인이라면 이 정도 고기는 쉽게 구울 수 있다. 레드 와인을 한 잔 시켰는데, 와인만 놓고 보면 아주 맛있진 않았지만 궁합이 환상적이었다. 따뜻한 고기가 줄 수 있는 귀한 에너지를 얻었다. 이날 이후로 밥을 먹을 땐 낮이든 밤이든 무조건 와인을 시켰다. 깨달음이었다.
주소: 58 Rue Olivier de Serres, 75015 Paris, 프랑스
[8]
Café Verlet
“디저트도 필수”
파리에서 마신 모든 커피가 평범하긴 했지만 가장 좋았던 곳은 ‘Café Verlet’. 직접 로스팅한 싱글 오리진 원두와 다양한 원두가 있어서 오랜만에 고급스러운 커피를 마시는 느낌이 충족됐다. 140여년의 역사를 지닌 아주 유명한 곳이고, 굿즈를 파는데 카페 드 플로르에서 굿즈를 이미 샀기 때문에 여기서는 사지 않았다. 커피는 놀랍지 않았지만 디저트가 하나같이 다 맛있어서 후회하지 않을 곳이다. 파리 카페에서는 무조건 디저트를 시키자.
주소: 256 Rue Saint-Honoré, 75001 Paris, 프랑스
[9]
Restaurant Les Tontons
“타르타르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동네에 있는 타르타르 전문점이다. 타르타르는 쉽게 말해 프랑스식 육회다. 올리브유, 소금, 후추, 다진 양파 등이 들어가는데 생고기를 썼다는 점만 같고 한국식 육회와는 아주 다르다. 맛은 시큼한 쪽에 가깝고 양이 꽤 많아서 하나를 다 먹는 게 힘들 정도였다. 타르타르 전문점이다보니 종류가 많았다. 반만 구운 타르타르, 연어 타르타르 등등. 레드와인 한 잔을 시켰고, 후식으로는 크림브륄레를 먹었다. 크림브륄레처럼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디저트가 가게마다 조금씩 달라서 비교하면서 먹어보는 게 재미 있었다.
주소: 73 Rue Brancion, 75015 Paris, 프랑스
[10]
Pâtisserie Pinaud Pascal
“에끌레어를 더 먹지 못한 게 한이다.”
가장 맛있었던 빵을 딱 하나 뽑자면 에클레어다. 한 입 먹었을 때 속에서 부드럽게 흘러나오는 크림, 부드러우며서도 적당히 씹는 느낌을 주는 반죽의 정도, 초콜릿 토핑, 환상적이었다. 바게트 대회 우승자의 불랑제리에 갔다가 문을 열지 않아서 근처 평점 높은 곳에서 먹었는데 다른 빵에 대한 맛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고 에클레어에 대한 기억만 강렬하다. 에클레어 전문점도 있으니 한 번 가보는 걸 추천한다. 꼭 이 베이커리에 가지 않아도 된다.
주소: 70 Rue Monge, 75005 Paris, 프랑스
[11]
Les insouciants
“브라세리는 분위기 맛집”
너무 많은 걸었던 날이었다. 배도 고프고 아무데서나 끼니를 때우기로 하고 들어갔다. 4시쯤이었던 것 같다. 브레이크 타임이라 브라세리밖에 답이 없었다. 송아지 스테이크, 어니언 스프, 에스카르고를 먹었다. 송아지 스테이크는 송아지임에도 질겼고, 에스카르고는 속이 부실했고, 어니언 스프는 치즈가 너무 적었다. 배가 고파서 바게트를 찢어서 어니언스프에 찍어먹다가 푹 담궈먹었다. 그게 제일 맛있었다. 가장 낭만적이었던 순간을 떠올리면 아이러니하게도 이때다. 주황빛 조명으로 물든 도시 풍경을 와인 한 잔 홀짝거리며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추천할 만한 곳이다.
주소: 116 Bd Saint-Germain, 75006 Paris, 프랑스
[12]
Café Saint Lazare
“유동인구가 많다면 테라스 비추천”
예약 시간보다 너무 빨리 와서 가까운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20분 정도 앉아 있었는데, 돈을 구걸하는 사람이 두 명이나 꼬였다.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 Saint-Lazare 역은 꽤 큰 역이라 유동인구가 많다. 그만큼 구걸하는 사람도 많다. 역 주변에서는 테라스 자리에 앉지 말자. 구걸 활동을 가게 주인도 방관하니 꽤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주소: 104 Rue Saint-Lazare, 75009 Paris, 프랑스
[13]
mandoobar
“의외로 많이 보이는 한식”
본격적으로 미쉐린 투어를 시작했다. 만두바는 한국식 만두를 파는 식당이다. 전 직원이 간단한 한국말 정도는 할줄 알기 때문에 의사 소통에 어려움이 없다. 심지어는 ‘코크 지로’를 달라고 하면 “진로요?”라고 알아 들을 정도로 한국어 패치가 잘 되어 있다. 김치 만두, 고기 만두 등이 있으며 육회도 판매한다. 만두는 육즙이 풍부하고, 피가 두툼해서 씹는 맛이 좋았다. 간장 소스는 짠맛이 강하지 않았고 음식이 전체적으로 자극적인 게 없었다. 프랑스인이 재해석한 한식이기 때문에 다소 심심하게 간이 된 육회는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가장 좋았던 건 구운 메밀 아이스크림이다. 아이스크림 자체에서도 구운 메밀의 향이 나고, 토핑으로도 뿌리기 때문에 메밀의 향긋함을 코와 입으로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강력 추천하는 곳이다. 예약은 구글맵에서 하면 된다.
주소: 7 Rue d’Édimbourg, 75008 Paris, 프랑스
[14]
PNY FAUBOURG SAINT-DENIS
“버거는 한국이 낫다”
버거에 미친 사람답게 놓치지 않고 먹었다. 맛이 없는 버거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의 버거라면 서울에서 쉽게 살아남을 수 없는 수준이다. 번이나 패티는 촉촉하지 않았고, 프렌치프라이는 겉바속촉의 완성도가 5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버거가 간절하다면 가볼 수 있지만, 꼭 방문해야 할 곳은 아니다. 평점 4.3점, 리뷰 수 2172개로 꽤 유명한 곳이긴 하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미국인 아버지와 아들이 본인이 좋아하는 메뉴를 추천해주며 꼭 그 메뉴를 먹을 필요는 없어요, 라고 친절하게 말을 설명해줬다.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면 말을 시키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순간이 바로 혼자 여행의 매력이다.
주소: 50 Rue du Faubourg Saint-Denis, 75010 Paris, 프랑스
[15]
I.O Café
“마레지구 카페는 여기 추천”
그 유명한 마레지구에는 카페가 여럿 있지만 나는 I/O 카페를 추천하고 싶다. 이유는 선결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성격 급한 한국인에게는 엄청 큰 장점이다. 이 카페에는 두 번 찾아갔는데, 두 번째 갔을 때는 가게 주인이 갑자기 자리를 비우고 1시간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라고 손님이 말해줬다. “지금 굉장히 웃긴 상황이야. 벌써 1시간째 안 오고 있어.”라며 웃으며 말하는 모습을 보고 이게 프랑스인의 여유인가 싶었다. 한국인 손님이 70% 정도되는 OFR 파리 서점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I/O 카페에 가는 걸 추천한다.
주소: 16 Rue Dupetit-Thouars, 75003 Paris, 프랑스
[16]
Popelini Cherche-Midi
“달디단 디저트는 끝이 없고”
초코크림, 카라멜, 피스타치오 등 다양한 크림이 들어간 슈를 파는 곳이다. 여기도 산책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배가 불러서 만족스럽게 먹어보지 못했다. 언젠가 파리에 간다면 여길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주소: 47 Rue du Cherche-Midi, 75006 Paris, 프랑스
[17]
La Meringaie Cherche-Midi
“달디단 디저트는 끝이 없고22”
한국에서 우연히 파블로바(머랭으로 만드는 케이크처럼 생긴 디저트)를 맛보고 파블로바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파블로바는 홀사이트 케이크처럼 큰 것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미니 파블로바도 있다면 매일 먹고 싶을 것 같다.
주소: 41 Rue du Cherche-Midi, 75006 Paris, 프랑스
[18]
L’Antre Amis
“괜히 미쉐린이 아니지”
두 번째 미쉐린이다. 나는 총 4군데의 미쉐린 식당에 갔는데, 모두 빕구르망이었다. 빕구르망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가성비 좋고 간단한 음식’이다. 미쉐린 가이드 홈페이지에서는 빕구르망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미쉐린 가이드가 비싼 파인다이닝만 소개하는 건 아닙니다. 누구나 목적과 예산에 맞게 식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업장을 소개합니다. 이렇게 가성비 음식을 선정하는 어워드가 있다는 건, 맛있는 음식이 꼭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깨주기도 합니다.” 멋지지 않나?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는 안암, 꿉당, 우래옥, 구복만두, 용금옥, 금돼지식당, 옥동식, 사루카메, 황생가칼국수 등이 등록되어 있다. 모두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나는 파리의 황생가 칼국수란 어떤 곳일지 궁금했기에 빕구르망만 먹었다. 참고로 bib은 미쉐린 타이어의 마스코트 애칭, 구르망은 미식가란 뜻이다.
L’Antre Amis는 죽기 전에 다시 한 번 꼭 가고 싶은 곳이다. 미쉐린 가이드에서는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서비스’까지 평가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서비스가 훌륭하다. 부엌 가까운 바 자리에 앉으니 바쁘게 돌아가는 주방과 진지한 표정의 셰프가 보였다. 가장 좋았던 건 농어스테이크. 농어는 버터피쉬라는 애칭처럼 버터리한 식감이 매력적인데, 견과류와 우유의 맛이 미묘하게 느껴지는 소스가 특히 좋았다.
한식은 대체로 맛이 직관적이고 솔직한 편이다. 고추장!! 간장!! 마늘!! 이렇게 말이다. 농어스테이크를 먹을 땐 소스가 어떤 재료에서 온 맛인지 잘 모르겠지만, 하나로 합치니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프랑스 음식의 매력이구나 했다. 한국에서 팔지 않는 이름 모를 프랑스 와인과의 궁합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후식으로 먹은 크림브륄레에는 상큼함을 더해 재해석했는데, ‘미쉐린 식당은 흔한 크림브륄레도 다르게 만드는구나’ 싶었다. 전식, 본식, 후식에 와인 한 잔까지 마셨는데도 47유로밖에 나오지 않았다. 6만 7000원 정도. 빕 구르망이 추구하는 목적, “맛있는 음식이 꼭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깨줍니다”라는 말이 무언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주소: 9 Rue Bouchut, 75015 Paris, 프랑스
[19]
Bistrotters
“괜히 미쉐린이 아닌 거지22”
모던한 곳보다는 빈티지한 인테리어를 좋아한다면 여기도 좋다. 음식이 강렬하게 기억남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와인과의 페어링은 언제나 그렇듯이 좋았고, 디저트가 특히나 훌륭했다. 사실 이 식당에서는 메뉴판이 너무 어렵게 되어 있어서 구글 번역을 써도 무슨 말인지 몰라서 애 먹었다. 도전하는 마음으로 무엇인지 모른 상태로 주문했다. 67유로가 나왔다.
주소: 9 Rue Decrès, 75014 Paris, 프랑스
[20]
Les Canailles Menilmontant
“그 순간 가장 행복한 미식가였다”
가장 행복한 미식가는 지금 먹는 음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이런 말 없다). 나는 이 식당에서 정말 행복했다. 파리 20구에 있는 마닐몽땅은 아티스트들이 사랑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저 맛집이 궁금해서 찾아갔다.
가게의 이름은 마닐몽땅의 악당들이라는 뜻. 사슴고기 테린으로 시작해서 메인 음식으로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었다. 브라세리에서 먹었던 송아지 스테이크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잘 구운 부드러운 스테이크였고, 이번에도 역시 레드와인과의 조화가 훌륭했다. 레드와인 한 모금 마시니 기분이 너무 좋아서 웃음이 실실 나왔다(영상으로도 찍었다). 파리에 오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식으로는 뭔지 모를 음식을 시켰는데 빵이 나와서 ‘오? 내가 시킨 게 빵인가?’ 생각했는데 갑자기 잭 다니엘을 그 위에 부었다. 위스키를 부은 빵이라… 위스키를 흡수하는 식빵이 된 것처럼 내 몸이 알코올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취기가 아주 빠르게 올랐다. 코트를 입다가 실수로 여권을 자리에 떨어뜨리고 나왔는데 직원이 밖으로 뛰어나오면서 여권을 돌려줬다. 이 정도의 서비스라면 역시 추천할 만한다.
주소: 15 Rue des Panoyaux, 75020 Paris, 프랑스
[21]
La Mirabelle
“굳이 멀리 갈 필요 없음”
다시 숙소 근처다. 알자스 음식 전문점이 있길래 찾아갔다. 알자스 전통 음식의 이름은 ‘타르트 플랑베’. 피자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두께가 아주 얇아서 식감은 바삭바삭하다. 옛날부터 화덕 온도를 체크하기 위해 타르트 플랑베를 넣었다고 한다. 식사보다는 간식 같은 느낌이어쏙, 배가 전혀 부르지 않았다. 기념으로 알자스 지방에서 나는 과일로 만든 잼을 2개 샀다. 홈메이드라고 적혀 있었다.
주소: 77 Rue Brancion, 75015 Paris, 프랑스
[22]
Café Nuances
“커피의 도시, 서울”
굿즈가 예쁜 카페다. 원두의 종류가 다양하고, 나오는 음식, 분위기 등 가장 서울스러운 곳이었다. 시끌벅적하고 왁자지껄한 느낌. 모자, 티셔츠, 라이터 등 굿즈를 다양하게 파니 하나쯤 사보는 것도 좋겠다. 장미 향이 느껴지는 커피도 있고, 재미있는 커피가 많다. 근처에 간다면 한 번쯤 가볼만도 하다. 커피는 역시 서울이라는 깨달음이 얻을 수 있다.
주소: 25 Rue Danielle Casanova, 75001 Paris, 프랑스
[23]
CRISPY SOUL Paris 15
“버거의 도시, 서울”
파리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은 또 버거다. 숙소 가까운 곳에 있어서 알게 된 곳이다. 와플버거라는 신기한 메뉴를 파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미국에서 인기 있는 형태라고 하더라. 직접 먹어보니 너무 헤비하다. 와플번을 쓴 이유를 모르겠다. 치킨 패티와 와플 번의 조화가 좋지 않았다. 와플번이 치킨 패티를 서포트해준다는 느낌 없이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서로 안 친한 아이돌을 보는 느낌이랄까. 프렌치 프라이는 맛있었다. 버거는 역시 서울이 아닐까.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