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번 원고 쓰다가 요단강 건널 뻔한 객원 필자 전종현이야! 이번 주제는 ‘2024년 세계 아트 대탐험’. 세계 주요 예술 도시의 볼 만한 전시를 추천하려니까 세계는 넓고, 도시는 많고, 전시는 진짜 넘치더라. 올해 ‘베를린 비엔날레’가 취소됐는데, 그 이유가 ‘좋은 작가의 대표작을 제대로 공수할 자신이 없다’였거든. 뭔 소리야 했는데, 그들이 옳았어. 올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아트 시장이 회복할 모양인가 봐. 정보를 모으다 보니 내가 봐도 너무 방대해… 올해 2월부터 12월까지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비엔날레, 아트 페어 등 행사와 국제적인 아트 전시회, 그리고 신박한 뉴스를 다뤘어. 참고로 <괄호>로 표기한 게 전시회야. 그럼 어서 본론으로 들어가자!
2月
✔️ 2024 프리즈 LA
- 2월 29일~3월 3일 (미국 LA)
‘아트 바젤’과 함께 세계 양대 아트 페어로 자리 잡은 ‘프리즈’가 매년 출사표를 던지는 행사
✔️ <마크 로스코>
- ~4월 2일
-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프랑스 파리)
지금 파리에 가면 꼭 봐야 할 전시. 색면추상의 거장, 마크 로스코 작품 115점을 모았어. 1999년 파리시립미술관장으로 마크 로스코 전시를 선보였던 현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아티스틱 디렉터 수잔 파제가 당시 전시를 극찬했던 마크 로스코의 친아들 크리스토퍼 로스코와 합심한 결과야. 초기 인물화부터 유명한 색면추상화까지 연대기 순으로 주루룩 보여줘. 마크 로스코 컬렉션으로 유명한 워싱턴 D.C. 국립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뉴욕 현대미술관(MoMA)부터 휴스턴 로스코 채플을 만든 존 & 도미니크 드 메닐의 컬렉션과 로스코 유산을 관리하는 후손 개인 소장품까지 올끌했어. 작년 블록버스터는 올해도 블록버스터!
✔️ <알토 – 아이노, 알바, 엘리사: 디자인의 인간적 차원>
- ~5월 26일
- 국립21세기현대미술관 (이탈리아 로마)
북유럽 유기적 모더니즘 건축과 디자인의 대표 주자 알바 알토와 그의 첫 번째 부인 아이노, 두 번째 부인 엘리사가 함께 이끈 알바 알토 스튜디오에 대한 종합 전시야. 건축, 예술, 디자인을 결합해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중시한 다양한 작품을 11개의 프로젝트로 분류해 놨어. “진정한 건축은 인간이 중심에 서 있는 곳에만 존재한다”라고 멋지게 말한 알토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추추천.
✔️ <할렘 르네상스와 대서양 횡단 모더니즘>
- 2월 25일~6월 28일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미국 뉴욕)
올해 미국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전시 중 하나. 1920년부터 40년까지 수십 년 동안 열린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할렘 르네상스에 대해 탐구하는 기념비적인 전시회래. 차를 타고 미국 전역으로 삶의 거처를 옮기면서 일상생활을 묘사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예술가의 회화, 조각, 사진, 영화 등 150여 점을 선보일 예정. 특히 상당수의 작품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동체를 위한 고등교육기관을 지칭하는 흑인 대학(Historically Black Colleges and Universities, HBCU)의 역사적인 컬렉션에서 가져온다고 해. 앙리 마티스, 에드바르 뭉크, 파블로 피카소 등 동시대 유럽 예술가들의 작품도 나란히 걸릴 예정이야.
✔️ <요코 오노: 마음의 음악>
- 2월 15일~9월 1일
- 테이트 모던 (영국 런던)
비틀즈 멤버였던 존 레논의 아내라는 이유로 팬덤에게 워낙 욕을 많이 먹어서 우리에겐 셀럽으로 유명하지만, 개념미술 거장으로 자리가 확고한 오노 요코가 현대 미술의 성지인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어. 설치, 영화, 음악, 사진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200여 점을 통해서 다원예술가로서 그의 진면목과 영향력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야.
3月
✔️ 2024 테파프 마스트리흐트
- 3월 9일~14일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 아트 바젤과 프리즈가 유명해도 찐으로 비싼 유물급 작품은 여기서 다 볼 수 있다는 살아있는 뮤지엄, TEFAF의 본진!
✔️ 제24회 시드니 비엔날레
- 3월 9일~6월 10일 (호주 시드니)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 축제로 유명한 호주의 자랑.
✔️ 제8회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 3월 15일~6월 9일 (일본 요코하마)
원래 작년 겨울에 열려야 했는데 행사를 개최하는 요코하마 미술관 리노베이션 때문에 봄의 축제가 되어버린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주제는 ‘들풀: 우리의 삶’으로, 중국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쉰이 집필한 <들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해.
✔️ 2024 휘트니 비엔날레
- 3월 20일~
- 휘트니 미술관 (미국 뉴욕)
파격이라는 수사가 붙는 가장 미국적인 비엔날레. 정치적인 주제도 과감히 건드려 언제나 화제를 모으는 행사야. 이번에는 ‘실제보다 나은 것(Even Better Than the Real Thing)’이라는 부제를 달고 3월 20일 개막을 확정했어. 휘트니 비엔날레 사상 처음으로 이번에는 필름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도 선보인다고.
✔️2024 아트 바젤 홍콩
- 3월 28일~30일
세계 최고 아트 페어, 아트 바젤의 시작을 알리는 아시아 대표 아트 페어. 한국인이 얼마나 놀러 갈지 예측해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
✔️ <파리 1874: 인상주의의 발명>
- 3월 7일~7월 14일
- 오르세 미술관 (프랑스 파리)
단연, 올해 최고의 블록버스터 전시 중 하나. 인상주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세계 최고의 인상주의 컬렉션을 가진 오르세 미술관에서 르누아르, 모네, 피사로, 세잔, 드가, 시슬레 등 인상주의 거장의 작품 130여 점을 무더기로 모아서 축제를 연대. 특히 이번 전시에는 1874년 당시 조롱받던 인상주의 작품과 같은 해에 살롱 전시에 출품한 주류작도 함께 전시해서 이 아방가르드 미술이 얼마나 새로웠는지 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고. (확인사살인가…)
✔️ <로이 리히텐슈타인>
- 3월 8일~7월 14일
- 알베르티나 미술관 (오스트리아 비엔나)
미국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 탄생 100주년의 마지막 단물. 작년 전 세계에서 많은 전시가 열렸고, 이번이 거의 문닫는 전시라서 뉴욕 휘트니 미술관, 뉴욕 MoMA, 쾰른 루트비히 뮤지엄, 덴마크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마드리드 티센-보르네미사 뮤지엄 등 해외 주요 기관뿐 아니라 개인 컬렉터와 리히텐슈타인 재단에서도 작품을 긁어모아 작가의 50년 경력을 망라할 계획이래. 알베르티나 미술관이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판화 컬렉션으로 유명한 걸 생각하면 리히텐슈타인의 종합 회고전 장소로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해 보여.
✔️ <메이드 인 재팬: 히로시게, 쿠니사다, 호쿠사이의 채색 목판화>
- 3월 16일~7월 21일
- 쿤스트뮤지엄 바젤 (스위스 바젤)
스위스 바젤을 대표하는 쿤스트뮤지엄에서 일본 채색 목판화의 황금기인 18~19세기에 찍어낸 작품들을 전시한다는 소문. 바젤에 거주하던 화학자이자 컬렉터인 칼 메틀러 박사가 혼자서 슬금슬금 모은 컬렉션 350여 점에서 꺼내오는 건데, 전 세계에 몇 점만 있거나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은 희귀한 작품들도 전시하나 봐. 가쓰시카 호쿠사이, 우타가와 히로시게, 우타가와 쿠니사다 등 유명 작가들뿐 아니라 여러 무명작가까지 방대하게 다룰 예정.
✔️ <타락한 천사들>
- 3월 22일~7월 21일
- 스트로치 궁전 (이탈리아 피렌체)
2006년 공공미술관으로 재개관한 이래 매년 화제 만발 전시회를 개최한 피렌체의 스트로치 궁전이 올해 선택한 작가는 독일 현대미술의 신화적 존재인 안젤름 키퍼! 납, 유리, 짚, 나무, 재를 겹겹이 쌓아 올려 시적이고 환상적인 대작을 선보이는 키퍼 할아버지는 복잡한 감정, 기억, 전쟁, 신화, 존재를 탐구하는 걸로 유명해. 2년 전 베네치아의 두칼레 궁전에서 대규모 전시를 열면서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을 방문한 사람들의 환호를 자아냈는데, 이번에도 베네치아 비엔날레 시즌에 맞춰서 옆 동네 피렌체에 판을 벌이는 센스가 놀라울 따름이야.
✔️ <브랑쿠시>
- 3월 27일~7월 1일
- 퐁피두 센터 (프랑스 파리)
내년 여름에 문을 닫고 레노베이션에 들어갈 예정인 퐁피두 센터에서 올해 전력으로 미는 전시는 단연 <브랑쿠시>. 알베르토 자코메티, 헨리 무어 등과 함께 20세기 현대 조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콩스탕탱 브랑쿠시는 퐁피두 센터의 자랑이거든. 사망하기 직전에 작업실 일체를 국가에 기부했고, 그 관리를 퐁피두 센터가 하고 있어. 레노베이션 이유 중 하나도 아틀리에 브랑쿠시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지. 그래서 문닫기 전에 자체 아카이브 싹 털고 전 세계에서 조각, 사진, 드로잉, 영화, 도구, 가구 등을 빌려서 200여 점을 전시 형태로 쫙 푼다고 해!
✔️ <케테 콜비츠>
- 3월 31일~7월 20일
- MoMA (미국 뉴욕)
독일 노동자 계급의 슬픔과 가난함, 삶의 박탈감을 극적으로 묘사한 케테 콜비츠의 회고전. 20세기 여성 판화가로서 독보적인 명성을 지녔는데, MoMA에서 여는 콜비츠의 첫 회고전이라네. 정말 의외야. (지금까지 뭐 했니…) 평화주의, 불평등에 대한 목소리, 여성에 대한 강한 존중이 돋보이는 콜비츠는 올해 국제적으로 호명되고 있어. 모국인 독일과 옆나라 덴마크에서도 콜비츠 회고전을 다루거든. 그래서 이 악물고 작품을 대여한 걸까. 드로잉, 판화, 조각까지 100여 점을 모았대. 근 30년 동안 미국에서 열린 콜비츠 전시 중 최대 규모!
4月
✔️ 2024 밀라노 디자인 위크
- 4월 16일~21일 (이탈리아 밀라노)
지상 최대의 디자인 축제,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어서 오세요. 미친 숙박료는 덤이랍니다.
✔️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 미술전
- 4월 20일~11월 24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요즘 들어 고루함에서 탈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최고 비엔날레가 올해도 예술감독 선정으로 눈길을 끌었어. 브라질 출신 큐레이터 아드리아누 페드로자를 선임했는데, 중남미 사람이 베네치아 비엔날레를 이끄는 건 128년 역사상 처음이래. 본전시 주제로 ‘모든 곳에 이방인(Foreigners Everywhere)’을 뽑은 게 의미심장해. 킁킁. 이민자, 난민, 아웃사이더, 퀴어 등 다양한 형태의 이방인을 조명하는 자리가 될 거라고. 지난 1월 31일 본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리스트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총 4명이 초대받았어. 한국 1세기 여성 조각가로 올해 89세인데도 짱짱한 현역인 김윤신 작가, ‘올해의 작가상 2023’ 최종 후보에 오른 이강승 작가, 그리고 故 이쾌대, 故 장우성 작가야. 특히 내가 주목하는 사람은 김윤신 작가. 작년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마치고 지금 빛의 속도로 떡상 중이시거든.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의 커다란 수혜자가 될 것 같아서 마음으로 응원 중~
이번 한국관에는 구정아 작가가 단독으로 참여해. ‘2022 부산비엔날레’ 예술감독 김해주, 작년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이숙경 선생이 각각 싱가포르관, 일본관 큐레이터를 맡은 것도 관람 포인트. 글로벌 예술계 인사가 총집합하는 이번 기회를 활용해서 우리나라 미술 기관도 여러 병행 전시를 열거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한국관 건립 30주년 특별전 <모든 섬은 산이다>을 준비 중이야. 1995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관에 참여한 38명이 당시 전시한 작업, 다시 제작한 작업, 전시작을 바탕 삼은 신작 등을 몽땅 모을 거라나.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올해 창설 30주년을 맞아 아카이브 특별전 <마당-우리가 되는 곳>,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은 한국 추상의 선구자인 故 유영국 작가의 첫 유럽 전시,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은 故 이성자 작가의 개인전, 한솔문화재단은 이배 작가의 개인전을 선보일 예정. 베네치아 현지 반응이 어떨지 엄청 궁금하네!
✔️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무한한 풍경>
- 4월 19일~8월 4일
-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 (독일 베를린)
올해는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로 유명한 독일의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탄생 250주년. 그래서 독일에서 160개가 넘는 행사가 열린다고 해. 그중 함부르크 쿤스트할레, 드레스덴 슈타틀리헤 쿤스참을룽겐, 그리고 베를린 구 국립 미술관에서 커다란 회고전이 기다리고 있어! 앞서 말한 두 기관에도 프리드리히의 주요 작품이 많지만, 이번 베를린 전시는 장소적으로 특별한 사연을 가져. 사망 후 조용히 잊힌 작가의 존재가 1906년 구 국립미술관 전시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거든. 그가 부활한 그때 그장소에서 50여 점의 드로잉, 60여 점의 회화를 선보이는 맛이란.
✔️ <에드바르 뭉크: 떨리는 대지>
- 4월 27일~8월 25일
- 뭉크 뮤지엄 (노르웨이 오슬로)
<절규>로 너무너무 유명한 노르웨이의 국민화가 에드바르 뭉크. 2021년 수도 오슬로에 뭉크 뮤지엄이 생길 때 뭉크 마니아들이 굉장히 좋아했다지(일단 건물이 멋있어서…). 이번 뭉크 뮤지엄에서 열리는 기획전은 자연에 대한 뭉크의 시선과 묘사를 싹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흥미로워.
5月
✔️ 2024 프리즈 뉴욕
- 5월 1일~5일 (미국 뉴욕)
우리는 미국 서부에 이어, 동부에서도 고루고루 컬렉터의 금고를 털어요.
✔️ 2024 테파프 뉴욕
- 5월 10일~14일 (미국 뉴욕)
안녕! 바쁘다고 네덜란드 못 오는 사람들을 위해서 몸소 수금하러 왔어. 근데, 너네 얼마 있어?
✔️ 2024 타이베이 당다이
- 5월 10일~12일 (대만 타이베이)
동아시아 신설 아트 페어 삼인방 중 하나인 타이베이 당다이. 올해의 미래는 과연?
✔️ <북쪽의 열정>
- 5월 11일~
- 쿤스트실로 (노르웨이 크리스티안산드)
컬렉터 니콜라이 탕엔이 25년 동안 모은 5,000여점을 이어받아 그의 고향인 노르웨이 남부 크리스티아산드에 오는 5월 개관하는 쿤스트실로! 1930년대 지은 독특한 사일로를 박물관으로 개조한 장소에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까지 찐 북유럽 출신 모더니즘 예술가의 작품 700여점을 큐레이션해서 개관전을 연다고 해. 의외의 장소, 색다른 구성, 엄청난 컬렉션이 만드는 여정에 동참해 보셔.
✔️ <라이트 라인>
- 5월 17일~9월 29일
-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미국 뉴욕)
1989년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원형 홀의 나선형 벽을 따라 LED 조명을 길게 배치하고 격언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거대한 설치 작품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제니 홀저. 전설적인 전시의 35주년을 맞이해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작품을 다시 보여준다고 해. 물론 그동안 쌓아 올린 거장의 다른 작품과 미공개 초기 작품까지 더해서! 구겐하임 미술관의 로툰다 공간이 지닌 건축적인 힘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추천.
✔️ <우리가 우리를 볼 때: 회화 속 흑인 인물의 한 세기>
- 5월 25일~10월 27일
- 쿤스트뮤지엄 바젤 (스위스 바젤)
바젤을 대표하는 쿤스트뮤지엄이 올해 미는 전시! 지난 100년간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출신 흑인 예술가 156명이 자신을 표현하는 작품 200여 점을 모은 대규모 전시야. 2022년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현대미술관, 자이츠 MOCAA에서 기획해 호평받은 전시를 스위스로 가져오면서 업그레이드했어. 회화 속 흑인 인물 묘사에 관한 가장 포괄적인 전시가 될 거래.
6月
✔️ 2024 아트 바젤
- 6월 13일~16일 (스위스 바젤)
아트 바젤의 본진. 전 세계에서 부자들이 전용기 타고 오픈런하는 바로 그 행사!
✔️ 2024 서펜타인 파빌리온
- 6월 7일~10월 27일
- 서펜타인 갤러리 (영국 런던)
영국을 대표하는 공공 미술 기관, 서펜타인 갤러리는 매년 여름마다 영국에 건물을 지은 적 없는 건축가를 초청해서 파빌리온을 의뢰해. 2000년 자하 하디드를 시작으로 스타 건축가가 마구 초대되면서 이젠 누가 주인공이 되나 전 세계 건축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행사가 됐어. 그런데 얼마 전 깜짝 놀랄 뉴스. 올해 여름은 한국인 최초로 매스 스터디스의 조민석 소장이 초대됐어. 2014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아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탄 우리나라 간판급 건축가라 감회가 남달라. 그의 대표작은 제주도 다음 스페이스 닷 원, 마곡동 스페이스K 미술관, 원불교 원남교당, 주한 프랑스대사관 신축 및 리노베이션! 서울영화센터와 당인리 문화발전소도 설계 중이야. 올해 4개월 남짓 운영되니까 런던 가면 한번 들러봐.
✔️ <나의 뉴욕>
- 6월 2일~9월 24일
-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미국 시카고)
관능적인 꽃 그림으로 유명한 미국 모더니즘 회화의 거장, 조지아 오키프가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 뉴욕에서 성장기를 보내면서 무엇을 관찰했는지 살펴보는 독특한 전시회. 꽃, 해골, 사막의 석양에 매료되기 전 마천루에서 생활하며 도시의 수직적인 모습을 그려낸 시간이 그의 예술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하다면 들려볼 것!
✔️ <나오미>
- 6월 22일~2025년 4월 6일
- V&A 뮤지엄 (영국 런던)
15살 때 패션쇼에 데뷔해 18살 때 <보그> 파리 표지를 장식한 최초의 흑인 모델이 된 전설적인 인물. 500개가 넘는 잡지 표지에 등장하며 슈퍼모델의 상징, 나오미 캠벨의 40년 패션 경력을 살펴보는 전시회가 V&A 뮤지엄에서 열려. 개인 옷장에서 꺼낸 의상, 유명 패션쇼에서 입은 의상, 그리고 팀 워커, 스티븐 마이젤 등 거장이 찍은 사진 등이 관람객을 기다린다고 해. 뮤지엄 왈 ‘패션과 문화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꿈의 전시회가 될 것’이라나.
✔️ <I. M. 페이: 인생은 건축>
- 6월 29일~2025년 1월 31일
- M+ (홍콩)
동양인 최초로 서구 건축계 가장 중심에서 활동한 I. M. 페이. 트레이드 마크인 동그란 안경테에 사람 좋은 미소로 유명한 그의 작품 중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는 전통과 현대가 만난 파격 그 자체야. 이런 그의 첫 번째 대규모 회고전이 홍콩 M+에서 열려. 건축가의 회고전이 낯설지 않은 지금 시대에 완전 의외야. 그래서 드로잉, 스케치, 비디오, 모형, 사진, 기록 등 끌고 올 수 있는 건 모조리 가져왔다는 후문. 페이의 건축물을 젊은 포토그래퍼들이 재해석한 커미션 워크도 별미야.
7月
✔️ 2024 파리 하계올림픽
- 7월 26일~8월 11일 (프랑스 파리)
벌써부터 숙박료가 미쳤다는 소문이 들리는 파리 하계올림픽! 올림픽에서 경기와 선수만 볼 건 아니니까. 프랑스가 심혈을 기울인 올림픽 관련 디자인 등 문화적 성취를 확인해 볼 기회.
✔️ <바비>
- 7월 5일~2025년 2월 23일
- 런던 디자인 뮤지엄 (영국 런던)
작년 ‘바벤하이머’ 밈을 만들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 <바비>. 그 찐 주인공인 미국 마텔사의 바비가 올해로 탄생 65주년을 맞아서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대규모 아카이브 전시를 열어. 1962년 출시한 바비의 ‘드림 하우스’를 비롯해, 각종 희귀하고 독특한 에디션을 선보인대. 아예 한 번도 공개 안 한 바비도 대서양을 건너온다고 하니 바비 마니아라면 들를 이유가 충분!
8月
8월은 예로부터 유구한 여름휴가 기간이라 대형 전시나 행사 오픈을 하지 않는 게 국룰이야. 아트 페어 여는 사람, 뮤지엄 관계자도 사람인데 쉬어야지…게다가 지금 진행 중인 전시와 행사만 해도 수두룩하고! 아직 2월이라 그런지 여름 이후의 스케줄은 아직 명확하게 공지된 게 많지 않아. 올해 연다는 소문은 무성한데 해당 전시의 실제 오픈일이 언제인지, 아니면 사정이 생겨서 내년으로 미루어질지는 그때 가봐야 아는 거지. 그래서 분명 냄새를 강하게 풍기지만 미래가 불확실한 건 일단 제외했어. (그러니까 양이 확 줄어서 너무 행복해…)
9月
✔️ 2024 프리즈 서울
- 9월 4일~7일 (대한민국 서울)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 아트 행사는 지금까지 ‘광주비엔날레’ 정도였는데, 이제 하나가 추가됐지. 바로 프리즈 서울. 작년 2회 차를 맞아서 서울아트위크가 신설되고 돈 냄새 맡은 온갖 브랜드가 행사를 여는 바람에 진짜 북새통이었는데. 과연 올해는 어떨까? 기대 만발!
✔️ 2024 아모리쇼
- 9월 5일~8일 (미국 뉴욕)
요즘 조금 맛 갔다는 평이 있지만, 그래도 기본은 하는 전통의 아모리쇼!
✔️ 제15회 광주비엔날레
- 9월 7일~12월 1일 (대한민국 광주)
비엔날레는 격년으로 열리는 행사야. 근데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광주비엔날레가 연속으로 열리네? 통상 짝수 해 9월에 열렸던 일정으로 돌아가는 거래. 한국인 최초로 유럽 뮤지엄 관장이 된 이숙경 휘트워스 뮤지엄 관장이 작년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올해는 관계 미학으로 유명한 철학자, 니콜라 부리오가 예술감독으로 행사를 총지휘해. 주제는 ‘판소리-21세기 사운드스케이프’. 약간 국뽕 주제라서 좀 불안하긴 한데, 어떻게 풀릴지는 행사가 열려야 알 수 있으니 관심을 놓지 말자. 참. 광주비엔날레는 2018년부터 국가관 개념의 파빌리온을 운영하고 있는데, 창설 3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30여 개국이 참여한다고 해. 여기를 둘러보는 재미를 느끼려면 여유롭게 방문하는 게 필수~
✔️ <반 고흐: 시인과 연인들>
- 9월 14일~2025년 1월 19일
- 내셔널 갤러리 (영국 런던)
‘역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가장 화려한 반 고흐 전시회’라고 어그로를 끌고 있어서 무시할까 했는데,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가 개관 200주년 기념으로 야심 차게 준비하는 거라서 낚여야 하는지, 마는지 긴가민가한 올 하반기 최고의 블록버스터 (예정) 전시. 반 고흐가 가장 풍요롭고 행복하게 창작하던 프랑스 남부 아를 체류 시절(1888~1890년) 탄생한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한다고. 생동감 넘치는 붓놀림과 색채로 그린 다양한 유화를 모아놓아서 고흐 마니아의 취향을 저격하는 건 확실해. 내셔널 갤러리만 해도 해당 시기 유화 작품을 7점 소장하고 있고, 그중 <해바라기>와 <반 고흐의 의자>는 워낙 유명해.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오르세 미술관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반 고흐 미술관의 <노란 방>,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의 <아를의 침실>까지 대여했다고 하니, 과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있는지는 오직 내셔널 갤러리만 아는 비밀…?
✔️ <마티스: 항해로의 초대>
- 9월 22일~2025년 1월 26일
- 바이엘러 재단 (스위스 바젤)
바젤의 보석이라 불리는 바이엘러 재단은 매년 기획전을 기똥차게 여는 걸로 유명한데, 올해의 주인공은 바로 앙리 마티스야. 스위스를 포함해 독일어권 뮤지엄에서 거의 20년 만에 앙리 마티스 회고전을 연다고. 유럽과 미국의 주요 미술 기관 및 컬렉터에게 공수한 80여 점을 다루는 전시의 뼈대로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의 시 ‘항해로의 초대’를 삼는다는 게 특징이야. 마티스 작품의 많은 모티프와 주제가 보들레르의 시에서 발견된다는 점에서 착안해 사치, 평온, 풍요로움을 키워드로 마티스의 작품을 바라본다고 하니까 바이엘러 재단의 안목을 믿어보자.
10月
✔️ 2024 프리즈 런던
- 10월 9일~13일 (영국 런던)
프리즈의 본진, 프리즈 런던! 역시 천막이 제맛이지!
✔️ 2024 파리 플러스 아트 바젤
- 10월 18일~20일 (프랑스 파리)
‘아트 바젤 파리’라고 부르고 싶은데, 지역 민심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건 언제 멈추려나. 작년에 돈을 억수로 벌었다는데, 과연 올해도 성공 예감?
✔️ 제4회 방콕 아트 비엔날레
- 10월 24일~2025년 2월 25일 (태국 방콕)
동남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국제 아트 비엔날레. 세계 최상급으로 손님맞이 노하우를 쌓아온 방콕은 과연 기적을 일으킬까?
11月
✔️ 2024 파리 포토
- 11월 7일~10일 (프랑스 파리)
세계 최대, 최고 사진 페어의 위엄은 쉽게 무너지지 않지.
✔️ 2024 아트 쾰른
- 11월 7일~11일 (독일 쾰른)
아무리 그래도, 세계 최초의 아트 페어라는 이름값이 있는데.
✔️ <조화와 불협화음: 파리의 오르피즘, 1910-30>
- 11월 8일~2025년 3월 9일
-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미국 뉴욕)
1910년대 시작해 추상주의에 큰 영향을 끼친 오르피즘을 총괄적으로 다루는 흔치 않은 전시. 형상의 해체를 중시한 정통 입체파였던 피카소와 친구들과는 다르게, 다채로운 색채로 실험하며 음악적인 리듬감이 느껴지는 활달함이 오르피즘의 매력 포인트.
12月
✔️ 2024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 12월 6일~8일 (미국 마이애미)
북미 최대의 아트 페어. 아트 바젤이 돈 빨아들이는 마지막 창구!
✔️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장
- 12월 8일 (프랑스 파리)
2019년 충격적인 화재로 만신창이가 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어느새 재개관을 준비 중이라는 놀라운 소문. 올해 12월 8일을 기점으로 미사도 진행하고, 관광객도 받는다고. 원래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시즌에 맞추려고 했는데 늦어버렸다고. 이봐, 올림픽은 한철이지만 대성당은 포에버라고. 조오오았어!
✔️ <문화: 21세기 힙합과 현대미술>
- 12월~
- 온타리오 미술관 (캐나다 토론토)
아직 너무 먼 12월이라 날짜도 나오진 않았지만, 북미 유수의 공공 미술 기관인 온타리오 미술관에서 무려 힙합 탄생 50주년을 기념해서 성대한 전시를 벌인다는 소문을 듣고 다루지 않을 수가 없었어. 힙합을 둘러싼 패션, 마케팅, 음악, 비디오 및 오브제를 회화, 조각, 시, 사진 및 멀티미디어 설치물과 함께 전시한다고 해. 인종 정체성, 블링과 스웨그의 개념, 섹슈얼리티와 페미니즘까지 심도 있게 다루면서 거대한 주류 문화로 성장한 힙합이 시각 문화에 미친 지대한 영향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
앞서 소개한 양보다 세 배 많은 전시 리스트를 보고, 그중에 내 취향 아닌 건 빼고, 다수의 매체가 추천하는 의미 있는 전시를 솎아내고, 그중에서도 너무 학구적이고 재미없는 건 제외하고 대중성 있는 소식만 간추리려고 노력했어. 근데 간추린 결과가 이 지경이라니, 아무리 방구석 리서치라지만 뇌를 너무 학대한 듯… 올해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관광지, 레스토랑과 더불어 그때 그 시간에만 향유할 수 있는 문화 경험을 위한 가이드로 일말의 도움이 되면 좋겠어! 지금까지 읽어줘서 넘나 고마워, 손가락 귀족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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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디자인, 건축, 예술 관련 글을 기고한다. '중소기업을 전전하며 손기술로 먹고산다'는 사주 아저씨의 말을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