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잠실 야쿠르트 레이디의 하루

프리랜서 에디터가 야쿠르트 레이디가 된 이유
프리랜서 에디터가 야쿠르트 레이디가 된 이유

2024. 02. 01

안녕. 나는 만 서른네 살 프레시 매니저(a.k.a 야쿠르트 레이디) 에리카팕이다. 디에디트에서 각종 맛집을 다녀오고 아티클을 쓰기도 하며, 요리와 게더링을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하기도 하고, 카피라이팅 일이나 콘텐츠 에디터로 외주를 받기도 하는 등 말 그대로 이짝저짝 으쌰으쌰 돈 되는 것은 거진 다 하고 살고 있는 프리랜서다.

그런데 올해 초 별안간 야쿠르트 레이디 일을 한다는 소식을 전하자 여기저기서 많이 궁금해하셨다. 왜 이 일을 시작한 건지, 그리고 야쿠르트 레이디는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에디터B도 그중 한 사람이라 야쿠르트 레이디 생활에 대한 아티클을 제안해 주셨다. 과연 이 글은 디에디트 어떤 카테고리에 들어갈지 궁금하다. 

“야쿠르트 아줌마 야쿠르트 주세요~ 야쿠르트 없으면 요쿠르트 주세요~” 이 노래 덕분에 지금까지도 야쿠르트 아줌마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있지만, 2019년 3월 7일, 한국야쿠르트 창립 50주년을 맞아 정식 명칭이 ‘야쿠르트 아줌마’에서 ‘프레시 매니저’로 변경됐다. 이 글에서는 정식 명칭 ‘프레시 매니저’와 ‘야쿠르트 레이디’를 함께 사용하겠다.

먼저 야쿠르트 레이디의 일과를 살펴보자. (*이 일과와 시간대는 저의 개인적인 일과일 뿐 모든 프레시 매니저님들과 동일하지 않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AM 05:50
영업점 출근

물류창고가 있고, 전동 냉장차 코코가 주차되어 있는 영업점으로 출근한다. 더 이른 새벽에 영업점 물류 창고로 전달된 신선 식품과 제품 중 내 구역에 해당하는 박스를 골라 나의 애마 코코에 싣는다. 

코코는 아마도 여러분이 길에서 목격했을 신기한 전동카트, 바로 그것이다. 코코라는 이름은 놀랍게도 공식 명칭이다. ‘Cold&Cool’의 앞 글자를 따 지어진 이름으로, 움직이는 냉장고+ 전기 전동카트다. 귀만 까만 강아지처럼 귀엽게 생겼지만 실로 전기차 한 대 값인 첨단 기술의 산물이다. 오로지 프레시 매니저의 편안하고 신선한 운송을 위해 hy에서 직접 투자해 개발한 장치라는 점이 눈물 나게 감동적이다. 최대 시속 8km 정도로 자전거보다 느리고 빠른 걸음 수준으로 운전자는 물론 주변에 지나가는 보행자에게도 아주 안전하다. 자동차와 동일하게 직진, 중립, 후진 기어 장치를 변경할 수 있고, 핸들로 엑셀과 브레이크를 작동할 수 있다. 핸들에 열선이 깔려 있어, 엉뜨가 아닌 손뜨가 가능하다는 사실. 내가 가장 애정하는 기능이다. 이 엄청난 장비는 뉴욕타임스에 대서특필 되기도 했고, 해외로 수출하기까지 한다고. 

AM 06:10
내 지구로 출발

코코를 타고 나의 지구로 출발! 모든 프레시 매니저에게는 할당된 지역이 있는데, 내 경우 서울 송파구 잠실역 7번 출구 부근에 있는 직주 건물들의 정기 배송을 담당한다.

AM 06:30~08:30
정기 배송 & 제휴 배송 + 카드 배송

현 hy(구 한국 야쿠르트)의 사명인 만큼 이 회사의 정체성이자 오랜 시간 사랑받은 60mL 사이즈의 앙증맞은 야쿠르트 외에도 윌, 쿠퍼스, 엠프로4, 하루야채 등 스테디셀러 제품들을 매일매일 신선하게 전달한다. 유제품 외에도 우유, 계란, 밀키트 같은 신선 식품들, hy의 공식몰이자 앱인 프레딧(Fredit)으로 주문한 각종 제품들을 손에서 손으로 또는 문 앞으로 전달해 드리기도 한다. 이건 아마 대부분의 분들이 몰랐던 사실이고 나도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몰랐던 사실인데, 신한 카드와 제휴가 되어있어 카드 배송을 하기도 한다.

거주 지역과 직장 지역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주거 지역인 아파트나 빌라의 경우 대부분 이른 아침 문 앞으로 전달드리기 때문에 고객님을 대면할 경우가 거의 없지만, 직장 지역의 경우 고객님 한 분 한 분 얼굴을 뵙고 각 자리에 가져다드리기 때문에 처음 적응하는 데는 직장 지역이 좀 더 어려운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또 그만큼 한 층에서 여러 건 배송이 빠르게 끝난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아파트를 포함한 주거 지역은 층계를 오르고 내리거나 엘리베이터를 하릴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기도.

AM 08:30~11:00
유동 판매 

정기 배달을 마치고 나면 내가 바로 스트릿 우먼 파이터. 근데 이제 파이터는 아니고 기세만 파이팅 해서 유동 판매를 시작한다. 모두가 바쁜 출근 시간 잠실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많은 인파 모두가 윌 하나씩 사가시면 참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대체로 우두커니 서있다. 잠실역 7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 뒤 코코 뒤에서. 늘 같은 시간에 같은 제품을 사시는 단골 고객님들도 계시고, 정기 배달 지역 고객님들이 전화로 주문을 주시면 곧바로 전달 드리기도 한다. 가끔 바쁘지만 유동 판매를 하는 시간은 대체로 세상을 구경하는 시간이다. 구름이 흩어지는 모양 같은 것을 보기도 하고, 하늘의 색이 어떻게 변하는지, 기온 1도 차이가 어떻게 다른지 아주 실감 나게 계절감을 느낀다. 유동 판매의 가장 좋은 점이자 또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잠실역 7번 출구까지 갈 수는 없지만 내 주변 코코와 프레시 매니저님을 찾고 싶다면 Fredit 프레딧 앱에서 찾을 수 있다. 생각보다 매니저님들은 가까이 계실 수도 있다. 오늘 먹을 유산균을 놓치지 마시길!

  • 찾는 방법 : 프레딧 앱 좌측  하단 [카테고리] 탭 클릭 > 하단 [매니저 찾기]

AM 11:00
퇴근은 아니고 퇴각

다시 영업점으로 돌아간다. 동절기는 너무 추워서 점심시간 전후로 돌아간다. (날씨가 좀 따뜻해지면 더 오래 머무르며 유동 판매를 할 예정이다.)

AM 11:20~12:00
내일 제품 준비

내일 아침 정기 배달할 제품들을 건물과 층별로 정리해 놓고, 유동 판매할 제품 수량을 대략적으로 예측해 코코에 실어 놓는다.  

PM 12:30
진짜 퇴근

코코를 충전시키고 퇴근한다. 


Q. 카드 돼요?

물론입니다. 카드 절찬 환영이다. 모든 프레시 매니저에게는 휴대폰처럼 생긴 POS기가 있어 신용카드, 체크카드, 삼성페이, 제로페이 결제 모두 가능하다. 물론 현금결제도 가능하며, 현금영수증 발행도 가능하다. 현금도 카드도 없는데 핸드폰만 있는 경우, 휴대폰 문자 발송을 통한 결제도 가능하니 현금이 없다고 코코를 아쉽게 지나치는 불상사는 없기를 바란다.


Q. 야쿠르트 레이디 왜 시작했어요?

7년 동안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 생활을 하고 엉망진창인 커리어 패스를 살고 난 뒤 과연 커리어 패스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그 궁금증을 묻기 위해 일하는 여성 40인을 초대해 일과 커리어에 대해 인터뷰하고, 함바집처럼 밥을 차려드리는 프로젝트 <함바데리카>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때의 기록을 <언니, 밥 먹고 가>라는 이름의 책으로 내기도 했는데, 이 모든 과정을 진행하고 얻은 대답은 시시하게도 결국 일이라는 것은 어떤 일이든 어떤 직업이든 멋진 일도 없고 멋지지 않은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갸륵한 존재들끼리 서로 존중하는 일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최근 <가짜 노동>이라는 책을 읽고, 사무직보다는 몸을 움직여 일하는 노동에 대해서 선망하게 되었다.

그리고 직접적인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모두 내가 프리랜서라는 것에 기인하는 이유다. 첫째는 프리랜서의 장점이자 단점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자유와 방종은 엄연히 다른데, 일이 없는 경우 방종한 시간 안에서 끝없이 나태해지는 것이 프리랜서다. 그것은 아마 프리랜서가 아니라 그냥 프리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자유를 넘어 방종에 치닫는 끝없는 수면을 청하던 날이 몇 날 며칠이던 어느 시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청춘이 아깝게 흘러가고 있다고. 그래서 아침 시간에 깨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고, 생산성을 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돈을 내고 하는 운동을 해도 되지만 이왕이면 돈도 벌면 좋지 않은가. 모든 동기부여에는 금전적 보상만 한 것이 없다.

두 번째 이유는 몸을 움직여 하는 노동이 필요했다. 내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창의 노동인 셈인데 골몰하다가 자아까지 파고들어 나를 괴멸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니 수면으로 도망치게 되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야쿠르트 레이디를 시작하고 가장 환기되고 바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정기 배달을 돌 때 아침마다 마주치는 미화 여사님들은 활기차게 안부를 물어주신다. “할 만해요?” “네, 운동 되고 좋아요.”라고 대답하면,

“우리도 그 마음으로 해요. 노동이 아니라 운동이라고.” 나는 거기서 이 일의 가장 큰 기쁨과 활기를 느낀다.

그럼 왜 하필 야쿠르트 레이디였냐고 물을 것이다. 일단 시급이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좋았다. 프레시 매니저는 최저 시급이 아니라 내가 판매하는 양에 비례하는 수수료를 받는다. 그래서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와 같은 대우로 계약을 하고 근무한다. 다시 말해, 시급보다 같은 시간 대비 돈이 더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근데 이제 아침 운동도 된다는 것! 그리고 코코를 타고 거리를 누비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다. 

여기에서 못 다한 잠실 야쿠르트 레이디 일의 기쁨과 슬픔, 훈훈한 에피소드를 비롯한 각종 소식들은 인스타그램 계정 @zamsil.yakult.lady 를 통해 전할테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Q. 뭐가 제일 잘 나가요?

[출처 : hy프레딧]

단연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는 윌이다.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내가 프레시 매니저를 시작하고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바로,  “윌 하나요~”다. 사실 프레시 매니저라는 명칭으로 정해졌으나 ‘야쿠르트 아줌마’로 익숙한 호칭보다도 실제로 많이 찾으시는 고객님들은 나를 ‘윌 하나 주세요.’, ‘윌 아줌마죠?’라고 부를 정도다. 

[출처 : hy프레딧]

그다음으로 가장 잘나가는 제품은 단연 쿠퍼스. 베테랑은 아침을 커피로 시작하지 않는다. 쿠퍼스로 시작한다. 지친 몸, 지친 간을 안고 사는 모든 베테랑들이 사랑하는 음료 쿠퍼스. 정기 배달로도 인기가 좋지만 유동 판매에서 특히 사랑받는 제품이다. 밀크시슬+비타민B 정제가 들어있고 헛개나무 추출 분말이 들어가 있어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Q. 잠실 야쿠르트 레이디의 추천 제품은?

[출처 : hy프레딧]

엠프로 장&면역 | 이건 원래도 잘 나가는 제품인데 화장실과 데면데면해진 분들에게 아주 추천한다. 나 역시 효과를 봤기 때문에 간증의 의미로 권한다. 엠프로는 프로바이오틱스 50년 독자 기술력을 보유한 hy가 만든 장 전문 브랜드로, 특허받은 hy유산균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장 건강과 면역력을 고루 챙길 수 있는 한 병이니 일단 한 병만이라도 드셔보시길 간곡히 권한다.

[출처 : hy프레딧]

얼려먹는 야쿠르트 샤인머스캣 | 이런 말이 좀 그렇지만 이건 순전히 맛있어서 추천하는 제품이다. 식후땡 디저트로 손님상에 내어도 손색없을 정도. 요즘에는 포켓몬 친구들로 패키징 되어 있어 남녀노소 폭넓은 사랑을 받는 제품인데, 얼려 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다. 이건 누가 먹어도 정말 맛있다고 혀를 내두르는(?) 맛이다. 요리먹구가의 자부심을 걸고 말한다. 진짜 이건 너무 맛있다고.  

[출처 : hy프레딧]

펫쿠르트 건강하개 프로젝트 왈 | 이건 정말 어이없게 귀여운 제품이다. hy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을 따라, 반려견용 유산균이 나온 것. 이름하야 ‘펫쿠르트 건강하개 프로젝트 왈’. 마치 만우절 기념 굿즈 같은 아주 귀여운 기획이지만 구매해 본 견주분들은 꾸준히 사신다는 히든 꿀템이다. 후기들을 살펴 보면 반려견들의 반응도 좋은 편인 것 같다. 왈왈. 천오백만 반려인 분들에게 권한다. 이 제품은 프레딧 몰에서 주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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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카팕

요리연구가 라고 스스로 소개할 자신은 없으나 요리를 먹고 가게 하는 것만큼은 자신 있어서 '요리먹구가'라고 소개한다. 음식 얘기를 하다 보면 자꾸 말이 길어져서 요리 박찬호라고 불리기도 한다.